<어바웃 식물>셈나 3차후기-매혹하는 식물의 뇌 1~3장

세션
2022-01-29 01:34
279

'어바웃 식물' 셈나는 열렬한 감동과 호응 속에 '향모~`가  필사되고 있고요, 셈나는 절찬 진행중입니다. 1월24일 진행된 셈나는 몇가지 쟁점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식물의 지성과 역행하는 인간의 반지성적 행태

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에 대해 기린샘이 가장 먼저 날카롭게 문제제기 해주셨습니다. 저자가 식물의 감각, 운동, 고도의 지능을 이야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식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것이었을 텐데 인간들은 오히려 식물의 지성을 이용해 더 극단적인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고 식물을 착취한다는 말씀이었고요, 이에 대해 자누리 샘께서는 식물 착취의 예로 유전자조작에 의한 편향적인 우수품종 개량 등의 폐해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편 문탁샘은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인류의 식물 재배 역사는 유전자 조작이 아니었을 뿐 언제나 품종개량의 역사였고, 자연에서도 변종은 계속 생성되는데 이걸 자연이 아닌 재배라 하여 반드시 비윤리적인 것으로 낙인 찍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죠. 그믐샘 역시 식물에 대한 극단적 윤리 의식이 궁극적으론 식물을 먹는 것 자체 마저도 근본적으로 문제삼게 하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셨습니다. 그믐샘의 우려대로 현민샘의 경우 누군가 현민샘의 채식 섭취를 도리어 비윤리적인 것으로 몰 수도 있다는, 다소 어이없는 사태의 암시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좀더 이야기를 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너무나 낯선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
두번째 쟁점은 식물은 감각을 갖고있고 또한 통제할 수 있는 지적인 존재라는 저자의 주장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서였습니다. 저자의 주장 자체는 옳고 재밌고 또 지식의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나 (느티샘,현주샘) 식물의 감각과 지성을 동물이나 인간의 오각이나 뇌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이 과연 식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문탁샘, 세션)  이에 대해 느티샘과 현주샘은 오로지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만으로 식물을 설명하는 기타 책들에 비해 익숙한 우리의 감각 등으로 식물을 설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다가오고 식물을 친근하게 느끼개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자누리샘도 인간의 인식이 배제된 ''식물 자체"를 이해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의아해하셨죠. 만약 제가 굳이 궁색하게 변명한다면요, 제가 저의 익숙한 사유 방식으로 식물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걍 식물이 저를 향해 팍 치고 들어오는 그런 순간을  "식물의 식물" 혹은 "식물 자체"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긴 한데, 뭐 욕 먹을 것 같네요^^ 한편  문탁샘도 말씀하셨고 느티샘, 현주샘도 말씀하셨듯 사실 이 책 정도만 돼도 식물을 공부하기엔 정말 좋은 책이겠지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뭔가 익숙한 방식으로 전혀 낯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제게는 좀 피하고 싶은 공부 방식이기는 합니다. 그게 결국은 이해를 더 어렵게 하는 경험을 여러번 해서요. 저는 그보단 그냥 이해가 안되면 안되는 채로 놔두는 편입니다. 언젠가 감이 오겠지라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또 끝까지 이해가 안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어쩄든 그럼에도 이책은 식물의 이해에 관한한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3. 진화론의 문제
1번 문제 제기를 들으면서 다윈의 인위선택과 자연선택을 떠올리기도 했었는데요, 역시 진화론이야기도 좀 나왔었습니다. 자누리샘이 말씀하셨었는데요. 식물의 지성을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그 척도가 왜 하필 뇌이어야 하는지 문제 제기 하셨죠. 자누리샘께서는  최근 읽은 책에서 뇌가 에너지효율과 관련있고 에너지효율은 다시 생존투쟁과 자연선택의 도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을 보셨는데 이런 도식이 그리 공감이 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바로 새로운 진화 가설을 발표하셨는데요 ㅎㅎ, 진화는 생존투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것이고 식물-정착VS 동물-이동이라는 뻔한 이분법은 동식물의 진화를 너무나 경직되게 설명했다는 주장이셨죠. 헌데 자누리샘의 새로운 진화 가설은 안타깝게도 '앎의 나무'에 나오는 마뚜라나의 그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표류' 개념과 꽤 비슷해 보여서 우선권을 얻으시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식물 개체들의 희생이 때로는 생명체 모두의 공존을 위한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러브록의 '지구가 모든 생명체와 함께 지구 생명권 스스로를 조절한다'는 가이아 이론을 떠올리게 했고요, 자누리샘은 아름다운 이론들을 본능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던 것 같아 정겨웠습니다. 덕분에 셈나도 재밌었고요.  현주샘도 우리가 식물을 보며 치유의 느낌을 갖는 것이 아마도 우리보다 훨씬 지구상에 오래 존재했던 식물에게 우리가 의지하며 공존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은 아닌지라는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밖에 다른 이야기들도 좀 있었습니다. 동은샘이 말씀하신 식물의 모듈성의 존재론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은 앞으로 좀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또 경덕샘은 내용 못지않게 책에 나온 개별 식물들에게 관심이 간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식물책을 보면 내용보단 그 식물들 찾는 재미가 더 컸기에 경덕샘이 식물 셈나에 참여하신 이유를 뭔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충 이정도 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고요 <어바웃식물> 셈나는 좀 과장되게 말하면 때로는 영성(?)마저 느낄만큼 좋은 분위기입니다. 다음 셈나는 2월 7일, 매혹하는 식물의 뇌 나머지 입니다.

댓글 4
  • 2022-01-29 08:59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이 이런 건가요? ㅎㅎ

    세미나 때는 설왕설래...중구난방이었는데....후기를 보니 우리가 이런 멋진 이야기를 나눴군요. ㅋㅋ

     

     

    세미나 때 그믐님이 저한테 어떻게 이런 커리를 짰냐며, 서로 다른 영역의 책들을 읽고 있는데 이렇게 서로 연결되면서 상호보완이 되는게 신기하다고 저를 막 칭찬하셨어요. (사실 막 짠건데...ㅋ)  근데 진짜루다 세미나를 통해 우리가 자꾸 자꾸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모양이에요. (여러분이 제가 막 짠 커리를 완성시켜준다는 느낌!!!) 첫날부터 시작되어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식물의 존재성에 대한 논의/토론은 마지막 책 <식물의 사유>에서 정점을 찍을 것 같죠?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 2022-01-29 10:00

    (아이고 스팸 지우다 제 댓글과 문탁샘 대댓글을 지워버렸네요. 다시 써볼께요)

    제가 자주 등장하는군요 ㅎㅎ 세미나 시간에 했던 이야기를 보충해보자면

    식물 개량 문제에 대해서는 단작 개량이라는 그 '단작'이 요지였어요.

    식물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자손과 조상, 대를 잇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종자권을 위해 단작개량품종을 만든다는게 기괴하다는거였어요.

    찾아보니 즐겨먹는 오이맛고추도 독일에 로얄티를 주더군요.

    우리는 해마다 씨앗을 가게가서 새로 사야하구요. 씨를 받아서 다시 뿌릴 수가 없다니, 정말 이상하잖아요.

    단작을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 사유방식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식물을 뭐라 생각하는지..

    식물의 가장 큰 기여는 순환시스템을 마련하는것이고(저는 이상기후의 상당지분이 단작에 있을거라고 추측해봅니다)

    그 순환에는 생명의 순환이 있을텐데, 식물에게 그 선택권이 없다는게...어이가 없어요

     

     식물 그 자체가 뭐냐는 질문은 세션님의 생각을 잘못 이해한거였어요.

    식물 그 자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인식하는 것으로 생각한거였지요.

    보충설명을 들으면서 아, 잘못했구나.. 라고 생각했더랬어요 ㅎㅎ

    저도 낯선 사유에 맡기는 것, 식물이 팍치고 들어오는 그런 순간을 알게 되는 것, 완전 공감해요

    그게 욕먹을 일이면 같이 욕먹는걸로..ㅎㅎ

    사실 어디가서 말하면 욕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비슷해요

    어쩌면 원하는 만큼 식물을 느낀 경험이 없어서 그런걸지도 몰라요.

    세미나 시간 살짝살짝 엿보인 세션님의 생각들, 저도 정겨웠어요.

    언제 열대림에 데려가주세요~~ 

     

    • 2022-01-29 10:01

      (문탁쌤 대댓글 복기입니다. 죄송!)

      내가 보기에는 둘이 잘 맞아...

      이과 출신이라 그런가?..ㅋㅋㅋㅋㅋㅋ

  • 2022-01-29 16:13

    ㅋㅋ 저는 이번 시간에는 새삼 진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진화라는 말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뭐... 아마... '적응론' 이런 말로요^^

    주권없는 학교 때 마뚜라나를 읽었는데^^ 세션의 후기를 읽으니 새삼 그 내용들이 떠오르네요. 자연선택이라기보다 자연표류 이런 개념들^^

    저도 오랜만에 세션과 세미나 하면서 아주 즐겁습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뭔가 익숙한 방식으로 전혀 낯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사실 제게는 좀 피하고 싶은 공부 방식이기는 합니다. 그게 결국은 이해를 더 어렵게 하는 경험을 여러번 해서요. 저는 그보단 그냥 이해가 안되면 안되는 채로 놔두는 편입니다. 언젠가 감이 오겠지라는 생각이 있기도 하고 또 끝까지 이해가 안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어쩄든 그럼에도 이책은 식물의 이해에 관한한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세션의 요런 감각 정말 좋거든요^^ 저처럼 퉁치지 않는 세션의 사유방식 배우고 싶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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