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된다는 것은 / 서해

문탁
2023-12-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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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를 아시나요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일상적인 습관, 스타일 같은 것에 민감한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주변사람들을 관찰하는 습성은 주로 내가 속한 모임에서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빨리 발견하는데서 자각되곤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했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끙끙거렸다. 특히 나와 일면식이 없더라도 주변에 바로 식별이 가능한 지체장애인이 나타나면 오지라퍼적인 감각이 더 살아나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집중되고 긴장이 되곤 한다. 그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거나 접촉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물론 그것은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성향 때문이었을까.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돌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올해 여름 재취업한 회사를 그만두면서 기회가 왔다.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신청했고 5일간의 교육을 통해 그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장애, 돌봄, 비장애중심주의, 상호의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정된 교육 기관에서 5일간 8시간씩 4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실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현장 실습 10시간까지 완료하면 정식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장애의 유형은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합쳐 15가지이고 신체장애와 관련된 보조기기만 해도 수백 가지인데 50시간의 교육만으로 실무에 투입된다는 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나에겐 이론 교육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할은 신변처리, 가사지원, 이동지원, 커뮤니케이션 보조 등 네 가지이고 구체적으로는 장애에 대한 이해, 장애인의 인권, 활동지원사의 윤리, 보조기기의 이해, 의사소통 방법, 응급 처치법 등을 배운다. 첫날 수업에서 강사는 장애와 손상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손상은 신체구조에 불완전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각자의 고유한 것이지만 장애는 손상을 입은 사람을 사회활동의 주류에서 배제함으로써 사회조직에 의한 불이익이나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와 손상에 대한 구분은 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에서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교재를 펴자마자 나오는 개념이라 더욱 각인이 되었다. 장애인의 인권을 강의한 교육센터의 원장님은 20대에 근육병을 진단받은 중증장애인 당사자였다. 그가 겪어온 장애인 인권투쟁의 경험과 그것을 통해 이루어 온 장애인지원정책의 변화상 역시 현장감 있게 다가왔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차별과 불완전한 인식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직접 밖으로 나와 주장했기에 변화된 것들 역시 많았고 그중 중요한 결과물의 하나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다.

 

첫날 장애에 대한 이해나 장애인의 인권, 관련법 등에 대해 공부할 때만 해도 나는 적어도 그 교육장에 모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깨어 있는 비장애인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각론에 들어갈수록 장애나 장애인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부끄러워졌다. 심지어 지체장애인 의미도 정확히 알지 못했을뿐더러 뇌병변장애인은 당연히 발달장애도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흔히 봐온 수동 휠체어의 정확한 작동법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내가 해온 어떤 공부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다.

 

교육의 효과는 새로운 감수성으로 발현되었다. 지하철에서 계단밖에 없는 진입로에 장애인용 개찰구가 버젓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식당에 들어갈 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볼 때 대사 외에 음악이나 효과음을 설명하는 자막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는 것, 지하철 내부 전광판이 고장나 역이름이 잘못 표시될 때 음성안내방송을 듣지 못할 청각장애인이 혹시 잘못 내리지는 않을까 상상하는 것 등등. 덕분에 나는 교육 이전과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다.

 

 

의존성에서 발견하는 장애의 역량

 

수나우라 테일러는 『짐을 끄는 짐승들』에서 모든 몸이 비장애중심주의의 억압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문화적 견해와 가치관이 구축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자립적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측정하는 것에 대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한 통념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비인간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장애인의 몸을 특권화함으로써 장애인의 몸을 불완전한 것으로, 동물을 하등한 것으로 여겨 비장애인, 장애인과 동물 사이에 몸에 대한 위계를 만드는 일이다.

 

불완전한 몸이라는 전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에게 ‘사회적 부담’의 프레임을 씌우면서 그들의 자존감을 위협한다. 권범철은 <장애는 어떻게 공통화의 역량이 되는가>에서 “어린아이, 노년층, 환자, 장애인 등은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이해된다. 소비만 하는 자, 혹은 돌봄을 받기만 하는 자, 다시 말해 ‘비용’과 ‘부담’으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생산적’이지 못한 사람은 완전하지 못한, 결함이 있는 존재로 이해되기 때문에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여기서 그의 문제의식은 왜 우리가 모두 생산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사실 ‘싫지만 억지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초라함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장애인들을 ‘일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생산적’인 사람이라 치부하는 것 아니냐며 성장 지상주의에서의 생산성 강박을 비판한다. 생산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비생산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는 무능력이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 누구를 더 많이 지원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도 생산성에 기반한 능력주의가 작동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기업의 파란색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전국에 100마리가 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2022년 기준 25만 명이나 되지만 안내견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매일’ 회사나 학교처럼 할 일이 있어서 외출해야 하는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 김예지 국회의원은 안내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지만 매일 동네 산책을 하고 싶은 시각장애인은 안내견을 꿈꿀 수 없다. 물론 다른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바우처 지원시간은 장애의 정도와 그 사람의 경제활동능력이 함께 고려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루 16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들도 65세가 넘으면 복지서비스 제공주체가 국민연금에서 노인요양보험으로 바뀌어 활동지원사 대신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지원시간은 하루에 3시간을 넘지 못한다. 장애는 나이로 판가름되는 노동가능성, 생산가능성의 벽 앞에서 다시 무력해진다. 몸이 불편한 비장애인은 65세가 되면 국가의 요양보호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반면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은 65세가 되면 적극적인 케어 대상에서 배제된다.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한 비장애인과 나이 든 장애인 중에서 어떤 몸이 더 돌볼만한 가치가 있는 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노동하는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제도는 비장애인에 비해서 나이 든 장애인의 존재 가치를 매우 희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의존하는 삶은 오래 살아남을 가치가 없다고 보는 현행 제도에 맞서 장애인들은 그들의 존재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전장연의 이동권투쟁도 그런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동권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그들의 삶에만 편의를 준 것이 아니라 노인과 유모차를 탄 아이들과 교통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비장애중심주의 일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놓치게 되는 것들을 일깨워 주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속도지향의 세계에 천천히 브레이크를 걸었다.

 

‘비생산적 삶’이 결함이 아니라 능력임을 일깨워준 권범철은 장애를 역량으로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처럼 전형적인 삶의 경로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존재가 되기 쉽다는 점을 든다. 그들은 각자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창조적 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고 그들만의 배치와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각자의 삶의 개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애인은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적 특성 때문에 필연적인 타인과의 마주침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고 집합적 신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비장애인들이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신념에 빠져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는 반면 협력으로 집합적 신체를 만들 수 있는 장애인들은 오히려 결코 고립될 수 없는 조건을 가졌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적 돌보기를 꿈꾸며

 

그렇다면 장애로부터 역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패러다임은 방치에서 격리로, 수용(보호)으로, 수용에서 재활로 바뀌어 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재활을 넘어 자립생활(IL, Independent Living)이 목표가 되고 있다. 장애인들의 삶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과도하게 통제되었고 삶의 주도권이 자신이 아닌 전문가에게 주어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립할 자격이나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은 신체적 독립이 아닌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을 자립의 중요한 요건으로 삼는다.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고 나서 장애인을 돌보는 상상을 해 본다. 발달 장애인?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혼잣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발달장애인이 청년이 떠오른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집 앞 산책길에서 가끔 만날 때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되는 전동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여성이 떠오른다. 그리고 최근 강의를 들었던 장애여성독립센터 숨의 진은선 소장도 떠오른다. 진은선 소장은 장애인에게 자립은 물리적 독립을 넘어 욕구와 의사가 존중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실패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돌봄이 자칫 지나친 간섭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장애인의 자립과 여러 활동을 위한 훌륭한 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어려움도 있다. 활동지원사와 외출을 하거나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받는 것과 같은 외부 활동 외에 신변처리나 식사수발 등 좀 더 사생활적인 지원에 장시간 노출되어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매 순간 타인과 함께 있다는 것이 큰 어려움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자신의 집안에서 조차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없다면 자립이 과연 의미가 있다고 해야 할지 의문이다. 혼자 있고 싶은 상황에서조차 CCTV가 돌고 있는 것같은 그 불편한 느낌을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상황을 서로가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서로 돌봄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포인트인 듯하다.

 

활동지원사의 역할을 상상하게 된 또 하나의 케이스는 올해 4월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틴에이지 딕>의 리처드역으로 연극부문 연기상을 수상한 뇌병변장애인인 하지성 배우이다. 뇌병변장애인이 장애인 역할로 상을 받은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하지성 배우는 장장 9분 41초 동안 수상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다른 배우들처럼 유머를 섞어 이야기를 했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하지만 경직된 혀로 말하는 그의 말은 정확히 들리지 않아서 그가 의도한 웃음 포인트에서 아무도 웃어주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성 배우가 유머를 날렸을 때 카메라에 잡힌 다른 배우들의 표정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동적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고 눈빛에는 불안함과 측은함이 서려있었다. 만약 그 순간에 자막이든, 음성이든 그의 이야기를 정확히 들려줄 방법이 있었다면 관객들은 평소대로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활동지원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하지성 배우는 화려한 비장애 연예인들 틈에서 분투하는 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동료배우의 모습에 더 가깝게 보이지 않았을까.

 

 

 

 

장애인활동지원사를 공부하며 다시 생각하게 된 단어는 돌봄과 의존이다. 언뜻 보면 반대말처럼 느껴지지만 이제 나는 이 단어들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를 구분하기 어려울만치 연결되어 보인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우리는 모두 의존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립과 의존의 이분법이 잘못됐음을 지적한다. 누구도 자립적이기만 한 인간이거나 의존적이기만 한 인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기 전 나는 돌봄이 상대방에게 내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것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것이 잘못된 짐작이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지금까지 써본 적이 없는 새로운 감각을 찾게 되는 일이며 특히 장애인을 돌본다는 것은 장애가 만들어낸 체현, 인지, 다양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창조적인 내가 되어 보는 경험일 것이다.

 

장애여성공감의 이진희 활동가는 ‘존엄한 삶은 성공적인 독립의 모델, 돌봄 받지 않는 개인으로 존재하는 성공이 아닌, 상호의존과 상호돌봄의 감각을 쌓아나가는 관계 모델이 많아질 때 가능하다.’고 했다. 나의 감각 역시 상호의존과 상호돌봄의 경험을 쌓아가는 현장에서 더 예민해지고 더 발달해 갈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활동지원사가 되어 새로운 집합적 존재를 만들어낼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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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화두다     <일상 명상> 연재를 시작하며   작년 1월에 ‘요요의 월간명상’을 시작했는데, 6개월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셋이다. 지난해에 불교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새로 리뉴얼한 <일상명상>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요의 월간명상’ 3회차 글에서 나는 문탁에서 함께 명상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밝혔다. 그런데 정말로 명상 친구가 만들어졌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코너는 이제 요요, 오영, 도라지,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쓴다. 아마 3인 3색의 명상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우리가 어떻게 명상 친구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사띠 수행을 공부하다   지난해 가을 불교학교에서 우리가 공부한 것은 사띠(sati) 수행이다. 팔정도 중 여섯 번째가 정념(正念)인데, 정념은 ‘바른 사띠’를 말한다. 그만큼 불교 수행에서 사띠가 중요한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띠에는 ‘기억한다’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핀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수한 주의집중(bare attention), 알아차림(awareness, noting) 등을 쓰기도 한다.   우리말 번역어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최초로 니까야를 한글로 완역한 전재성님은 사띠를 ‘새김’이라고 번역했다. 마음에 새긴다고 할 때의 새김이다. 새김은 사띠의 첫 번째 의미인 ‘기억한다’, ‘잊지 않는다’의 뉘앙스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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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2024.01.10 | 조회 439
로이의 근사한 양생
        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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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2024.01.08 | 조회 355
기린의 걷다보면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생업의 기회를 잡아 3년간 일리치약국 정규직으로 지냈다. 2024년 나이듦연구소로 적을 옮겨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를 꿈꾼다.         12월은 분주한 달이다. 공동체에서 1년간 공부한 내용을 갈무리한 에세이 발표도 가야하고 드문드문 송년회 일정도 있다. 주일에 이런 일정이 잡히면 휴일 걷기는 자연스럽게 미루어졌다. 그 사이 흐린 날까지 겹치며 걷기가 점점 더 귀찮아졌다. 12월 중순을 넘기니 몸놀림이 둔해졌지만 모른 척 하던 어느 날, 공동체와 연결되어 알게 된 지인이 공간을 새로 열었다고 해서 축하방문을 하게 되었다. 미리 와있던 분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걷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 분은 걷기강좌를 연다고 했고, 지인은 23년 한 해 동안 줄기차게 걸어서 남산 주변으로 열 가지가 넘은 자신만의 코스도 있다고 했다. 그 효과를 간증하는데, 다 아는 얘기도 더 실감나게 들렸다. 지인은 최근 새로운 책을 냈는데 그만큼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했다. 게을러지던 마음에 조금씩 탱탱한 기운이 서려졌다.    집에 돌아와서 지인이 알려준 유튜브를 검색했다. 걷기혁명이라고 적힌 썸네일을 비롯 기적의 걷기라느니 등등 제목도 현란했다. 그 중에 지인이 알려준 걷기 전문가로 소개된 영상을 찾아서 바르게 걷는 방법을 보았다. 영상에서 알려준 바로는, 발뒤꿈치부터 착지하면서 앞으로 내딛으며 걷는데, 이 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면서 평소 보폭보다 10센티 정도 더 크게 걷는다는 기분으로 걸으라고 했다....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생업의 기회를 잡아 3년간 일리치약국 정규직으로 지냈다. 2024년 나이듦연구소로 적을 옮겨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를 꿈꾼다.         12월은 분주한 달이다. 공동체에서 1년간 공부한 내용을 갈무리한 에세이 발표도 가야하고 드문드문 송년회 일정도 있다. 주일에 이런 일정이 잡히면 휴일 걷기는 자연스럽게 미루어졌다. 그 사이 흐린 날까지 겹치며 걷기가 점점 더 귀찮아졌다. 12월 중순을 넘기니 몸놀림이 둔해졌지만 모른 척 하던 어느 날, 공동체와 연결되어 알게 된 지인이 공간을 새로 열었다고 해서 축하방문을 하게 되었다. 미리 와있던 분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걷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 분은 걷기강좌를 연다고 했고, 지인은 23년 한 해 동안 줄기차게 걸어서 남산 주변으로 열 가지가 넘은 자신만의 코스도 있다고 했다. 그 효과를 간증하는데, 다 아는 얘기도 더 실감나게 들렸다. 지인은 최근 새로운 책을 냈는데 그만큼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했다. 게을러지던 마음에 조금씩 탱탱한 기운이 서려졌다.    집에 돌아와서 지인이 알려준 유튜브를 검색했다. 걷기혁명이라고 적힌 썸네일을 비롯 기적의 걷기라느니 등등 제목도 현란했다. 그 중에 지인이 알려준 걷기 전문가로 소개된 영상을 찾아서 바르게 걷는 방법을 보았다. 영상에서 알려준 바로는, 발뒤꿈치부터 착지하면서 앞으로 내딛으며 걷는데, 이 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면서 평소 보폭보다 10센티 정도 더 크게 걷는다는 기분으로 걸으라고 했다....
기린
2024.01.06 | 조회 308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 ​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 ​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무사
2023.12.31 | 조회 386
인문약방 에세이
      2학기 공부는 유독 일상과 교차되었다. 길을 걷다 장애를 가진 동물과 마주친다든가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어져 농인인 상인과 소통을 해야하는 일 등으로 말이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던 수십 년 동안 내 주변에 장애인이 ‘없었다’는 것과 장애를 나와 관련된 이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애인 차별이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공부하고 나서야 비로소 관련없어 보였던 군대와 장애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        군에서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혹은 경험이 많지 않아 헛발질을 일삼고 잘 하지 못하는 이들의 스포츠 경기를 일컫어 ‘장애인 00’이라고 불렀다. 병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은 “장애인이냐? 고문관이냐?”는 폭언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군대야말로 인간 사회를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사회적 다윈주의와 우생학 정책’의 생생한 현장으로 보였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한국의 징병제도는 ‘정상 신체를 가진 대한민국 남성’만을 전쟁에 필요한 자원으로 호명해왔다. 군에서 장애인은 철저하게 비가시화되어 있었지만, 비하할 만한 상황이나 대상이 필요하면 여지없이 소환되었다. ‘군인되기에 적합한 신체'라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쓰며 그 누구도 장애인되기를 원하지 않(을 줄 알)았다.     에이블리즘의 원형, 군대    군에는 장애인이 ‘없다’. ‘신체의 정상성’으로 대표되는 조직인 군은 입영단계에서 법령(국방부령 병역판정신체검사등검사규칙)에 근거하여 ‘그냥 인간’을 ‘등급내 인간’과 ‘등급외 인간’으로 분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장애인의 군내 진입은 ‘원천’ 차단된다. 장애인이 없으니 장애인 편의시설도 필요없다. 장애인 화장실은 고사하고 휠체어 픽토그램조차 보지 못했다. 군 복무 중 장애가 생기는 경우는 어떨까? 장애의 원인이...
      2학기 공부는 유독 일상과 교차되었다. 길을 걷다 장애를 가진 동물과 마주친다든가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어져 농인인 상인과 소통을 해야하는 일 등으로 말이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했던 수십 년 동안 내 주변에 장애인이 ‘없었다’는 것과 장애를 나와 관련된 이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장애인 차별이 비장애중심주의ableism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공부하고 나서야 비로소 관련없어 보였던 군대와 장애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        군에서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혹은 경험이 많지 않아 헛발질을 일삼고 잘 하지 못하는 이들의 스포츠 경기를 일컫어 ‘장애인 00’이라고 불렀다. 병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은 “장애인이냐? 고문관이냐?”는 폭언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군대야말로 인간 사회를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사회적 다윈주의와 우생학 정책’의 생생한 현장으로 보였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한국의 징병제도는 ‘정상 신체를 가진 대한민국 남성’만을 전쟁에 필요한 자원으로 호명해왔다. 군에서 장애인은 철저하게 비가시화되어 있었지만, 비하할 만한 상황이나 대상이 필요하면 여지없이 소환되었다. ‘군인되기에 적합한 신체'라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쓰며 그 누구도 장애인되기를 원하지 않(을 줄 알)았다.     에이블리즘의 원형, 군대    군에는 장애인이 ‘없다’. ‘신체의 정상성’으로 대표되는 조직인 군은 입영단계에서 법령(국방부령 병역판정신체검사등검사규칙)에 근거하여 ‘그냥 인간’을 ‘등급내 인간’과 ‘등급외 인간’으로 분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장애인의 군내 진입은 ‘원천’ 차단된다. 장애인이 없으니 장애인 편의시설도 필요없다. 장애인 화장실은 고사하고 휠체어 픽토그램조차 보지 못했다. 군 복무 중 장애가 생기는 경우는 어떨까? 장애의 원인이...
문탁
2023.12.31 | 조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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