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시(10월15일 세미나)후기

꿈틀이
2023-10-19 21:43
90

추석연휴에 이어 10월 2일은 휴강이었고 그 다음주는 개인적 일정으로 결석하였기 때문에 거의 3주만에 세미나에 참석했다. 우리가 읽은 책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다. 자칫 자기계발서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든 해 줄수 있는, 또는 받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단편 아홉 편이 실린 책인데 소설속 등장하는 인물이 전체에 유기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편에서 어떠한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찾아보며 읽는 재미도 있다. 예를 들어 <도티의 민박집>에서 도티가 셜리라는 의사 부인에게 조금은 저질스러운 행동 <음식에 침을 밷는>을 하는 것은 <선물>의 주인공인 도티 오빠 에이블의 이야기에서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너무 가난했던 두 남매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을 것을 찾아야 했고 오빠 에이블은 극장에서 일을 해서 동생을 최대한 보살폈지만 이미 학교에서 왕따였던 토티는 친구도 없었고 외로웠다. 사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맺지 못했던 도티의 결핍이나 분노가 밉상이었던 셜리에게 그런 식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윤아샘의 말처럼 이 소설속 캐릭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뭔가 찜찜하지만 남에게 말하기는 그렇고, 윤리적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여려운 기분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겸목샘은 이 소설의 전체적 주제는 수치심과 연민인 것 같다고 하셨다. 수치심은 부끄러운 감정의 또다른 표현이지만.. 내가 왜그랬을까. 정말 부끄러워.. 등등의 생각은 결국 자기 성찰의 결과를 가져오고 부정적인 의미의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수치심을 전가하기도 하며 상처를 주고 받고 살아가고 있다. 연민은 타인에 대한 사랑인데 내가 겪은 어려움 또는 수치심을 통해 타인의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인 것 같다. 하지만 <금간>에서 린다와 루시 캐런의 관계를 보면 연민은 내가 의도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에 가 닿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 오히려 잘못된 삶을 더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떤 식으로든 타인의 삶에 균열을 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넣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속 캐릭터중 또 눈여겨 볼 사람들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수치심에 관해서이다. <계시>의 피트의 아버지는 토미커프틸의 농장에 화재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전쟁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지 못했고 짐작컨대 자신의 가족에게 성추행 같은 일을 저지른 것 같기도 하다. <엄지치기이론>의 찰리 맥콜리도 마찬가지이다. 꽤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전쟁에서 겪은.. 인간에게 하지 말아야할 일을 저지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같다. 이 두 사람 모두 전쟁이 안긴 상흔(수치심)을 안고 살아가며 가족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전쟁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망가지진 않겠지만 왠지 이들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풍차>의 패티는 상담 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지만 <바턴 루시의 회고록>을 읽고 그 수치심을 멋지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서로 얽혀 있으면서 서로의 수치심에 영향을 주고 받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든 가능한 존재인 것 같다.

이외에도 애니, 루시바턴, 비키, 미시시피메리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서로에게 살아 숨쉬고 있다. 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우리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쓸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다음주는 더 풍성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가능성으로 다가올 것 같다.

댓글 6
  • 2023-10-19 22:38

    후기 잘 읽었어요^^ 지난주엔 수치가 크게 보였는데 이번주에는 구원 또한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 같고, 고통과 연민도 자주 보이네요. 저는 ‘배신’에 대해 써보려 해요^^<민박집 도티>를 다시 읽어보니, 잼이 침을 섞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한 사람으로 보이니 품위 없는 짓을 안했으면 하는 마음인데, 그런 사람은 드라마에서나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선한 토미도 찔려하는 부분이 있고, 도티도 자기 식대로 함부로 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걸 이해하게 됐어요.

  • 2023-10-21 16:40

    꿈틀이님 저도 후기 잘 읽었어요^^
    두번째 읽으니 <금간>의 린다와 캐런의 모습이 다시 보이네요.
    샘의 말처럼 저도 린다가 캐런의 말에 어쩌면, 조금은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민은 내가 의도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에 가 닿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도 타인의 삶에 균열을 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싶어요.

  • 2023-10-21 16:51

    샘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후기를 읽으니 너무 재밌어요! 저는 오늘 친구들과 이 소설을 읽으며 얘기를 나누기로 했어요! 샘들의 이야기와 제가 읽어간 것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네요! 이 소설 두 번 읽었는데 다시 볼 때 보이는 게 더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더라구요! 샘들이 무슨 이야기로 글을 써나갈지 기대하게 됩니다!

    • 2023-10-21 18:11

      현지샘~~반가워요
      이번 책을 읽고 현지샘은 어떤 말들을 했을까
      막 상상하게 되네요
      이렇게 후기도 읽고 댓글도 달고
      고마워요!! 그리고 현지샘 보고싶어요♡♡

      • 2023-10-21 20:25

        와 현지샘이다!!!
        저도 종종 현지샘이 무슨 말을 할지 상상했는데 ㅎㅎ
        같이 못해도 이렇게 우리들의 글을 읽고 후기도 읽으신다니
        같이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2023-10-21 22:59

          오! 통신회원 현지샘~~ 이런 식으로 만나도 좋네요!! 현지샘과 친구분이 나눈 이야기도 궁금해요~~ 어디서 궁금함을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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