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 -페미니즘> 13회 후기

느티나무
2021-06-04 09:03
357

«젠더 트러블» 

어렵기로 유명한, 작가가 작정하고 어렵게 썼다는 책이다. 게다가 몸도 자꾸 아프고 복습은커녕 다음 분량 읽기도 제대로 읽지 못하다 보니 후기도 늦어버렸다.

문탁샘의 강의를 듣긴 했지만 오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이해한 만큼으로 '후기쓰기'를 해보려 한다.

 

버틀러는 개정판 서문에서 카프카의 «소송»에 나온 -법 앞에서-의 이야기를 한다. 

-시골에서 온 남자가 법 앞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안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문은 늘 열려 있고 문지기도 옆으로 물러나 있지만 시골 사람은 결국 금지를 어기지 못하고 법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버틀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젠더를 어떻게 읽을 지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고 한다.

 

"시골사람은 법을 기다리며 법의 문 앞에 앉아 자신이 기다리는 법에 어떤 힘을 부여하고 있다. 권위적인 의미에 노출되리라 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 권위가 부여되고 설정되는 수단이다. 이런 기대가 그 대상에 마법을 거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젠더에 관해서도 비슷한 기대를 하며 연구하는게 아닌지 퍽 궁금했다. 젠더가 곧 드러나게 될 어떤 내적 본질로 작동하고 있다는 기대, 젠더가 기대하는 바로 그 현상을 결국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래서 버틀러는 '젠더'를 계보학적으로 따져간다. '젠더'의 시작은 보봐르다. 보봐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 의해 남성의 타자로 ‘만들어진 여성성’으로 '젠더'를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페미니즘 2세대에 속하는 이리가레가 보봐르를 비판하고 나섰다. 남성의 타자로서의 여성은 하나가 아닌 n개다 그러니 하나로 포착할 수 없으며 포착 가능한 성은 오직 남성 뿐이라고 주장한다. 

 페미니즘 3세대인 버틀러는 이들 둘 모두를 비판한다. 보봐르의 이원론이든 이리가레의 일원론이든 Sex를 통해 젠더를 말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렇다고 Sex를 떠나 젠더를 설명할 수도 없다. 버틀러는 그러니 이 방식을 버리자고 한다. 우리가 이것을 버리지 못한다면 법 앞에서 죽어간 시골사람과 같은 꼴이 된다. 법이라는 권력체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젠더를 재현하기 위해서 그 본질로 Sex를 소환하는 것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남녀의 문제를 대립적이고 적대적으로, 그리고 이런 이분법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Sex-젠더 체계에 권위를 부여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더 이상 젠더를 Sex 위에 놓지 말고 젠더를 말해보자는 것이 버틀러의 생각 같다. 

 

근데 어떻게 말인가

버틀러는 여기서 섹슈얼리티 즉 성적 욕망을 가져온다. 욕망의 한편에는 생성의 힘이 있다.

이것은 ‘권력도 생산되는 것’이라는 푸코의 생각을 빌려 온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읽은 『주체의 해석학』에서 자기 돌봄 즉 자기 배려는 규칙과 반복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난다. 권력은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고 하나의 권력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다른 권력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권력은 늘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권력에 포획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자신도 끊임없이 변형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주체의 변형인가?(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ㅋ)

버틀러는 이것을 젠더의 수행성으로 가져온 것 같다.

 

“우선 젠더의 수행은 젠더화된 본질에 대한 기대가 젠더 자신을 자기 외부에 가져다 놓게 된다. 두 번째로 수행성은 한 번의 행위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의례적인 행위이다. 이 행위는 일부 문화적으로 유지된 시간적 지속성으로 이해되는 동시에 몸의 맥락에서 몸의 자연화를 통해 그 효과를 획득한다.”

 

수행성에 대해서는 나도 관심이 많다. 규칙적, 의례적, 반복적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몸에 체득하고 고착화시키기 위해서 하는 방법인데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방식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에 질문이 생긴다. 체득과 동시에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 진다???

 

아직 1부만 읽은 거니까 2부, 3부를 읽다보면 좀 더 명확해질 거라 생각한다. 

그때 오류가 있다면 바로잡게 되겠지.. ...

댓글 5
  • 2021-06-06 10:56

    '남녀 문제를 대립적이고 적대적으로, 그리고 이런 이분법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Sex-젠더 체계에 권위를 부여하는 꼴이 되고 만다' 저 역시 페미니즘 공부가, 버틀러가 얘기하는 수행성이, 지금(과거부터 죽~) 한국사회(는 물론 글로벌)에 드리워져 있는 '이분법'의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묘안인 듯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이 좋은 것을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해나갈 수 있을까요? 당장은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오늘의 후기를 쓰고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 2021-06-06 13:30

    페미니즘이라는 사유를 만난 올해 공부와 법이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한게 저한테도 수확^^

  • 2021-06-06 18:39

    저도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방향으로의 수행성의 활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 2021-06-06 22:49

    저는 수행성이라는 거 - performativity 인데, - 뭔가가 좀 더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제가 버틀러가 이야기하는 수행성의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가요.  물론 후자이겠지요.

    "수행성이 반복적 규범의 실천을 통해서 언제나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연다. 반복적인 수행은 규범과 규제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동시에 그것이 새 의미로 열릴 미시적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것이 반복을 통한 제도 규범의 수행이 가져올 전복성이다."

    그렇다고 수행말고 다른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 하고 찾으니 딱히 떠오르진 않습니다만,... 하여간에 저의 느낌적인 느낌은 좀 그렇습니다.

  • 2021-06-07 10:25

    저도 느티님이 지난주에 <법 앞에서>를 다시 말씀해주시니까 아주 약간 더 와닿았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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