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세계 끝의 가족(완결편)

무사
2023-12-31 15:58
383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상반기에 일이 몰아쳤던, 임수의 몸이 많이 안좋아서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다. 집들이를 안했는데 문탁샘은 집들이 축하금을 보내셨고, 우리는 이를 받아야 할지 돌려드려야 할지 가족회의를 해야했다. 결과는? 어렸을 적 터득한 '철학'에 기대어 적당히 공손하게 받아 챙겼다. 얼마 후 둘 다 코비드19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던 중, 우리는 약 기운에 취해 연재 권유를 덜컥 수락하게 되었고, 문탁샘이 주신 집들이 축하금은 결과적으로 원고료가 되었다.^^;; 그렇게 연재는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창작의 고통은 컸다. 가족과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민낯이 아닐 수 없으니, 시시콜콜 사는 얘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앎과 삶을 연결해보고 싶다고까지 했으니... 입으로 지은 업을 어쩌누ㅜㅜ 무튼 연재 마감은 월말이었는데, 매달 20일만 되면 스멀스멀 다크서클이 눈가에 내려 앉았다. '뭘 써야하나'라는 걱정은 '왜 쓴다고 했을까?'하는 후회를 거쳐 급기야 이번달 연재 쓸 차례가 아닌 상대방에게 부러움과 짜증으로 가닿았다. 그렇게 지지고 볶아 온 일년의 기간 끝에 마지막 연재를 쓰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마무리 연재는 또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은 접어두었다. 마지막만큼은 되는대로 써보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을, 마치 미용실에 비치된 월간지 속 식상한 포맷대로, 각잡고 하는 시시껄렁한 질문과 대답으로 꽉꽉 채웠다.(마지막이니까!!)

1. 함께 살아보니 어떤가?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임수 : 회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혼자 살다가 대중교통과 도보 1시간 거리로 이사왔지만, 예전 살던 집에서 출근할 때보다 지각을 덜한다. 아침마다 정화는 AI처럼 일어나서 나를 깨워준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회사에 갈 수 있다. 가끔은 정화가 지하철역이나 회사에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혼자 살 때는 습관적으로 몸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습관이 많이 줄었다. 식사를 한 후 바로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치운다. 그래도 가끔 정화가 없는 날은 하루정도 묵혔다 치운다.ㅎㅎ 연구직이라 직장에서 대화할 일이 거의 없어서 집에 오면 정화한테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붓는데, 속에 있는 것이 풀리는 느낌이다. 정화는 나한테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대숲 게시판)인 셈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 삶에 큰 여유를 준다.

정화 : 솔직히 혼자 살 때보다 집안일이 두(세?)배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서로 얘기하고 생활방식을 조율해나가면 점차 나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함께 살면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공간의 이야기가 바뀌었다랄까? 접속하는 관계망의 다양성? 뭐 이런 부분들이다. 찐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곧 연루되는 사건, 서사가 달라지는 것이니 말이다. 임수가 퇴근하면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로 포문을 열면 그 이슈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가 새롭고 재미지다.

2. 함께 살면서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수 : 늘어지고 싶거나 짜증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정화는 그냥 봐주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면 정화는 "넌 가족을 이렇게 대하니?" 하고 되받아친다. 정화 말이 맞지만, 너무 맞말만해서 힘들 때도 있다. "무슨 AI야? 어디 녹음기 틀어놓은 거 아녀?"

정화 :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가끔 하는 데도 하기 싫어하거나 짜증을 내는 거야?' 같은. 기대와 희생은 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태도라고 여겨왔는데... 아직 공부와 대화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3.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임수 : 과유불급. 정화의 열정은 넘치지 않는다. 그래서 뭐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건건한 정화의 생활태도를 배우고 싶다.

정화 : 반성하고 바꾸려 애쓰는 태도이다. 임수는 고집도 쎄지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다투는 상황에서도 바로 인정한다. 그 점은 배울 점이 맞다.

4. 일년 연재 중 맘에 드는 회차를 꼽는다면?

임수 : 우선 내가 쓴 연재 중에는 <가족의 재구성> 편이다. 정화와의 동거는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 가치관, 관심사 모든 게 바뀌는 시점에 정화와의 동거는 큰 구심점 역할을 해줬던 것 같다. 사주명리에서 결혼운을 다른 가족의 탄생으로 해석하자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화가 쓴 연재 중에서는 <현장르뽀! 나는 임수가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편이다. 뇌리에 박히는 연재였다. 언제 찍혔는지 모를 증거물 1호 핫팩 비닐... 다시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 과장 봉지가 며칠째 방치되어 있다. 저 연재 이후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즉각 버리는 편인데, 며칠 전에 또 한소리 듣긴 했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아! 정화와 같이 살고 있구나^^;;'

정화 : 사실 모든 연재가 소중하다.(어떻게 쓴 연재인데, 하나만 고르겠는가!!)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무튼, 공동체력>과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이다. 문탁 공동체 안에서, 또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공동체력을 함께 기르는 것과 임수의 퇴직 이후에도 '(정임합목형) 무진장 3원칙'을 잘 지키면서 서로 돌보는 것이 남은 숙제라는 의미에서 꼽았다. 임수의 연재 중에는 <정입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이다. 애지중지 식물을 돌보는 마음이 너무 무해하고 예뻐서 임수가 식물 외에는 하우스를 잘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린다.

 

(아! 참고로 우리 연재의 제목은 영화나 드라마, 책 제목이나 내용을 차용해서 지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ㅎㅎ)

연재 제목을 지을 때 참고한 컨텐츠들

 

5. 만일 '따로 살 결심'을 하게 된다면, '이것만은 꼭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는지?

임수 : 이사오면서 책상을 따로 사지 않고, 정화가 30년 동안 쓴 원목책상을 물려받았다. 정화말로는 그 당시 없는 살림에 해피님이 거금을 들여 사주신 책상이라고 한다. 오래되었지만 해피님의 관리하에 있었던지라 지금도 상한 데도 별로 없고 손때가 묻어있는 멋스런 원목책상이다. 난 이 책상이 정감있어 좋다. 컨츄리한 나와 잘 어울린다.ㅎㅎ

정화 : 음... 리클라이너? 가끔 그레이계열 옷을 입고 거실에서 리클라이너에 앉아 책을 보고 있을 때 임수가 날 못보고 그냥 지나친다. '정화야~' 하면서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임수를 보는 것은 정말이지 꿀잼이다ㅋㅋ거실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제발 숨 좀 쉬어. 인기척 좀 해ㅎㅎ" 다행히 리클라이너가 두개다. 하나씩 나눠 가져야지. 앗! 근데 하나는 자동, 하나는 수동인데 어쩌누~~ 에이~ 그냥 같이 살아야겠다. 늘 이렇게 마무리된다.^^

6. 지금 푹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임수 : 음...난 뭐에 빠져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사주명리인 것 같다. 정화처럼 좋아서 빠져있기 보다는 지금은 살짝 직업적 책무 비슷한 의미로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재미로 시작했는데 책임감이 더해졌다.

정화 : 단연 임윤찬이다. 더 정확히는 임윤찬의 연주다. 몇 달째 임윤찬 연주만 듣고 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피아노 콘체르토 실황 연주를 듣고 싶다.

7.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임수 : 나를 좀 더 이해해주면 안되나? 정화는 내 행동 중 잘못된 것이나 맘에 들지 않는 것을 콕 짚어서 이야기한다. 흥!

정화 : 예민함을 좀 덜어냈으면 좋겠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리 크게, 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라며 이불킥을 차는 경우가 제법되지 않나. 임수는 생약이라 상관없다고 주장하지만, 생약 복용량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몸의 변화에 너무 민감해서 1일 1약하는 것도 2일 1약 정도로 줄이길 바라본다. 왕창 빨리 먹고 소화제를 먹는 패턴의 반복을 조금만 바꾸면 될텐데. 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AI 녹음기를 잠시 틀어놓았다.)

8. 내년에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임수 : 지금까지 문탁에서 공부한 것들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나서 습도 파악하고 인지했는데, 실천이 안되는 것 같다. 올해는 실천의 해로 삼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는 실천의 현장이다. 한동안 안싸우고 잠잠했는데 어김없이 비슷한 주제로 오랜만에 싸웠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면서 바꿔가고 싶다.

정화 : 인류학 연구자 김현경이 쓴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이 있다. 저 세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서 사두었던 책이다. 잠깐 들춰보니 이런 부분이 나온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26) 내년에는 현장(장소)과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꽤 오랜 기간 정해진 장소만을 오가며 대부분 그 안의 사람들과만 만났다. 그 안에서 나름의 환대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협소하고 부족했다.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 경계의 바깥이라는 장소에 서있어 볼 생각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소설을 좀 읽어보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너무 번거롭고 무거워 소설을 거의 안(못)읽었는데, 이제는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이야기니까.

1회차 연재 <함께 살 결심>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중략)...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중략)...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이 시작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우리는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 오해보다 이해에 한걸음쯤 더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깊어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럼 이제 안 싸우냐고? 아니. 그건 '가족'의 디폴트다!! 세계 끝의 가족이라고 다를쏘냐!!

<Thanks to~>

 

다시 없을 기회였습니다.

그동안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연재를 읽어 주시고, 저희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재를 권유해주신 문탁샘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스페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고 잘 살아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두에게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덜 험한 일상이기를 바라봅니다.

 

댓글 7
  • 2023-12-31 18:02

    두 분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재글 재미나게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저도 남편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나.. 반성한답니다. (근데 진짜 저 많이 이해하고 사는 거 같은데... ㅎㅎㅎㅎ)
    암튼 연재 끝난거 축하드려요!! 이제 제가... (쿨럭)

  • 2023-12-31 18:30

    마감의 압박이 있었지만 쓰고나면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년동안 소재감 만드느라 함께 지지고 볶았던 정화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드뎌 끝났다~!!!!

  • 2023-12-31 18:44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임무완수한 기분이 좋으시겠어요~ㅎ
    합체변신 로봇 같은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목말라 하기도 했습니다.
    양쪽 두 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활 속 이야기들은
    하마의 방구소리처럼
    우습기도 했지만, 또다른 가족의 디폴트값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화학공식을 암기하는 것만큼 어려워도
    이또한 두 사람의 충만한 모습에
    팅길 수 없는 묘한 매직같은 끌림이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는 모습, 응원할께요~

  • 2023-12-31 20:33

    와, 무사히 연재 마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매번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게 기억에 남는 두 꼭지 고르라면.. 임수가 한 일을 알고 있다와 무진장 실험편입니다.
    임수가 한일을... 읽으며 정말 웃겼고, 무진장 실험편에서는 마구마구 그 실험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정화의 조곤조곤하는 맞는 말 목소리와 퇴근 후 속사포처럼 회사일을 쏟아내는 임수의 분위기가 사실적으로 감지가 되는 것은
    임수와 정화를 더 많이 알게 된 이 진솔한 연재 덕분인 것 같아요.
    삶의 가능성이 망가져 가는 것 같은 폐허에서, 끊임없이 교란이 일어나는 지금 이곳에서
    수많은 연결과 함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는 세계 끝의 가족, 정화임목양생 하우스의 이야기를 1년간 만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 2024-01-01 11:16

    끝이라고 하니 아쉽다!!! 지난 1년간 글 쓰느라 엄청 고생 많았습니다. 글쓰기가 두 사람의 관계에 윤활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 2024-01-02 09:17

    연재 마감을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의 앞으로 가는 길에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다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만납시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1-16 15:37

    재밌게 읽었어요ㅎㅎ 두 분의 좌중우돌 실험기 흥미로웠는데 끝이라니 좀 아쉽네요. 관계를 기꺼이 함께 실험해줄 동료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일 것 같아요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이제는 거동조차 힘들어 하신다.        파킨슨과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이 지난 여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섬망(譫妄)이 생기고, 혼자 걸음이 힘들어져 화장실 변기 앞에서 실수하기 일쑤이다. 간단한 샤워로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야 한다. 혼자 움직이시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큰일이 나게 생겼다. 보행 보조기와 이동식 변기를 들였다. 그것도 불안하여, 2층까지 울리는 강력한 무선 차임벨을 설치했다. 이 번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누르신다. 방금 소변을 보셨는데, 또 요의(尿意)를 느끼시나 보다.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니 돌봄자는 매우 힘들다. ‘그냥 기저귀에 누시면 좀 좋으련만, 굳이 화장실을 가신다고......’ 가끔은 누구에게인지 모를 원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올 봄만 해도 환자 등급을 판정 받기 위하여 용인시 치매센터의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꼭 맞출 필요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을 하였건만, 우수한 점수로 치매 TEST도 거뜬히 통과(!)하신 장모님이었다. 그 때만 해도 당신 걸음으로 걸어 가셨는데 몇 달 사이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을 초입에 등급 판정을 재신청하였다. 집으로 방문한 판정관의 TEST 질문에 이제는 거의 대답을 못하신다. 나와의 문진으로 3등급을 받았다. 겨울이 들어가는 시월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시게 되었다. 당신 방에 전동침대를 들여 놓았다. 이제는 기저귀에 대소변을 보신다.                                         주치의를 바꿔 보았지만......       대학병원으로 담당 의사를 바꿨다. 노환에서 오는 치매와 파킨슨인데, 이렇게...
이제는 거동조차 힘들어 하신다.        파킨슨과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이 지난 여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섬망(譫妄)이 생기고, 혼자 걸음이 힘들어져 화장실 변기 앞에서 실수하기 일쑤이다. 간단한 샤워로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야 한다. 혼자 움직이시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큰일이 나게 생겼다. 보행 보조기와 이동식 변기를 들였다. 그것도 불안하여, 2층까지 울리는 강력한 무선 차임벨을 설치했다. 이 번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누르신다. 방금 소변을 보셨는데, 또 요의(尿意)를 느끼시나 보다.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니 돌봄자는 매우 힘들다. ‘그냥 기저귀에 누시면 좀 좋으련만, 굳이 화장실을 가신다고......’ 가끔은 누구에게인지 모를 원망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올 봄만 해도 환자 등급을 판정 받기 위하여 용인시 치매센터의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꼭 맞출 필요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을 하였건만, 우수한 점수로 치매 TEST도 거뜬히 통과(!)하신 장모님이었다. 그 때만 해도 당신 걸음으로 걸어 가셨는데 몇 달 사이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을 초입에 등급 판정을 재신청하였다. 집으로 방문한 판정관의 TEST 질문에 이제는 거의 대답을 못하신다. 나와의 문진으로 3등급을 받았다. 겨울이 들어가는 시월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시게 되었다. 당신 방에 전동침대를 들여 놓았다. 이제는 기저귀에 대소변을 보신다.                                         주치의를 바꿔 보았지만......       대학병원으로 담당 의사를 바꿨다. 노환에서 오는 치매와 파킨슨인데, 이렇게...
가마솥
2024.01.18 | 조회 394
인문약방 에세이
          비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약국. 동네 사랑방 같은 약국. 마을 건강 플랫폼. 호모큐라스들의 네트워크. 이런 캐치프레이즈들을 내걸고 친구들과 함께 공동체 안에 약국을 열었다. 내 삶의 계획 안에는 없었지만 약국을 기꺼이 오픈하게 된 이유는 친구들과 삶을 함께 도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 캐치프레이즈들이 말하듯 내 업에서도 새로움을 모색하고 싶었다. 약 3년 동안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매출 곡선에 일희일비하면서도 우리는 먹고살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공동체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약국이 공유지로서 작동했기 때문이다. 처방전을 받지 않고도, 한 사람과 2시간이 넘게 상담하고도, 저렴하게 약을 지으면서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또 우리가 지은 약(주로 쌍화탕)은 다른 인문학 네트워크로, 연대의 현장으로 선물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분리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약국 알바로 살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돈 벌 때는 상품 경제를, 공동체에서 활동할 때는 선물 경제만 생각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적자일 때 매출을 올릴 방안을 고민해야 했고,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고민과 노력이 선물 경제로 작동되는 공유지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또 친구들과의 대화가 주로 매출에 대한 이야기로 흐를 때 동학이 아닌 직장 동료 같아서 가끔 헛헛하다. 공부할 시간도 줄었다. 약국 알바 때 보다 수입이 줄어 내 삶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무시할...
          비자본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약국. 동네 사랑방 같은 약국. 마을 건강 플랫폼. 호모큐라스들의 네트워크. 이런 캐치프레이즈들을 내걸고 친구들과 함께 공동체 안에 약국을 열었다. 내 삶의 계획 안에는 없었지만 약국을 기꺼이 오픈하게 된 이유는 친구들과 삶을 함께 도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 캐치프레이즈들이 말하듯 내 업에서도 새로움을 모색하고 싶었다. 약 3년 동안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매출 곡선에 일희일비하면서도 우리는 먹고살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공동체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약국이 공유지로서 작동했기 때문이다. 처방전을 받지 않고도, 한 사람과 2시간이 넘게 상담하고도, 저렴하게 약을 지으면서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또 우리가 지은 약(주로 쌍화탕)은 다른 인문학 네트워크로, 연대의 현장으로 선물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분리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약국 알바로 살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돈 벌 때는 상품 경제를, 공동체에서 활동할 때는 선물 경제만 생각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적자일 때 매출을 올릴 방안을 고민해야 했고,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고민과 노력이 선물 경제로 작동되는 공유지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또 친구들과의 대화가 주로 매출에 대한 이야기로 흐를 때 동학이 아닌 직장 동료 같아서 가끔 헛헛하다. 공부할 시간도 줄었다. 약국 알바 때 보다 수입이 줄어 내 삶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무시할...
로이
2024.01.13 | 조회 176
인문약방 에세이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은 자본주의를 연구한 책이다. 나에게 자본주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마르크스이다. 그는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여 잉여가치를 축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결국은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킨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고,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애나 칭은 자본가나 노동자가 아니라 폐허가 된 숲과 그곳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을 통해 자본주의 세계를 연구했다. 이 세계에는 성장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 비인간을 너머 얽혀있는 다종의 생명체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애나 칭을 따라 폐허가 된 숲으로 들어가 보자.     1.오염에서 창발로   20세기 초 오리건 주의 데슈츠강을 따라 철도가 건설되었다. 숲에서 벌목된 폰데로사 소나무는 철도에 실려 먼 곳까지 팔려나갔다. 1930년대에 이르렀을 때 오리건 주는 미국에서 목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1989년 무렵에는 대부분의 제재소가 문을 닫았고 벌목된 숲은 폐허가 되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854년 일본은 미국과 조약을 맺고 항구를 개방하며 무역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구의 근대화 과정을 좇아 국제무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호황을 맞았을 때, 일본 경제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때 일본의 기업들은 생산이 아니라 금융자본에 의해 성장했다. 일본의 무역회사는 “해외 공급사슬 파트너에게 대출이나 장비, 기술적...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은 자본주의를 연구한 책이다. 나에게 자본주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마르크스이다. 그는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여 잉여가치를 축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결국은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킨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고,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애나 칭은 자본가나 노동자가 아니라 폐허가 된 숲과 그곳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을 통해 자본주의 세계를 연구했다. 이 세계에는 성장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 비인간을 너머 얽혀있는 다종의 생명체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애나 칭을 따라 폐허가 된 숲으로 들어가 보자.     1.오염에서 창발로   20세기 초 오리건 주의 데슈츠강을 따라 철도가 건설되었다. 숲에서 벌목된 폰데로사 소나무는 철도에 실려 먼 곳까지 팔려나갔다. 1930년대에 이르렀을 때 오리건 주는 미국에서 목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1989년 무렵에는 대부분의 제재소가 문을 닫았고 벌목된 숲은 폐허가 되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854년 일본은 미국과 조약을 맺고 항구를 개방하며 무역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구의 근대화 과정을 좇아 국제무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호황을 맞았을 때, 일본 경제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때 일본의 기업들은 생산이 아니라 금융자본에 의해 성장했다. 일본의 무역회사는 “해외 공급사슬 파트너에게 대출이나 장비, 기술적...
기린
2024.01.13 | 조회 158
일상명상
          요요 문탁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화두다     <일상 명상> 연재를 시작하며   작년 1월에 ‘요요의 월간명상’을 시작했는데, 6개월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셋이다. 지난해에 불교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새로 리뉴얼한 <일상명상>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요의 월간명상’ 3회차 글에서 나는 문탁에서 함께 명상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밝혔다. 그런데 정말로 명상 친구가 만들어졌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코너는 이제 요요, 오영, 도라지,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쓴다. 아마 3인 3색의 명상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우리가 어떻게 명상 친구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사띠 수행을 공부하다   지난해 가을 불교학교에서 우리가 공부한 것은 사띠(sati) 수행이다. 팔정도 중 여섯 번째가 정념(正念)인데, 정념은 ‘바른 사띠’를 말한다. 그만큼 불교 수행에서 사띠가 중요한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띠에는 ‘기억한다’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핀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수한 주의집중(bare attention), 알아차림(awareness, noting) 등을 쓰기도 한다.   우리말 번역어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최초로 니까야를 한글로 완역한 전재성님은 사띠를 ‘새김’이라고 번역했다. 마음에 새긴다고 할 때의 새김이다. 새김은 사띠의 첫 번째 의미인 ‘기억한다’, ‘잊지 않는다’의 뉘앙스가 좀...
          요요 문탁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화두다     <일상 명상> 연재를 시작하며   작년 1월에 ‘요요의 월간명상’을 시작했는데, 6개월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셋이다. 지난해에 불교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새로 리뉴얼한 <일상명상>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요요의 월간명상’ 3회차 글에서 나는 문탁에서 함께 명상하는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밝혔다. 그런데 정말로 명상 친구가 만들어졌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코너는 이제 요요, 오영, 도라지,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쓴다. 아마 3인 3색의 명상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우리가 어떻게 명상 친구가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사띠 수행을 공부하다   지난해 가을 불교학교에서 우리가 공부한 것은 사띠(sati) 수행이다. 팔정도 중 여섯 번째가 정념(正念)인데, 정념은 ‘바른 사띠’를 말한다. 그만큼 불교 수행에서 사띠가 중요한 개념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띠에는 ‘기억한다’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핀다’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수한 주의집중(bare attention), 알아차림(awareness, noting) 등을 쓰기도 한다.   우리말 번역어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최초로 니까야를 한글로 완역한 전재성님은 사띠를 ‘새김’이라고 번역했다. 마음에 새긴다고 할 때의 새김이다. 새김은 사띠의 첫 번째 의미인 ‘기억한다’, ‘잊지 않는다’의 뉘앙스가 좀...
요요
2024.01.10 | 조회 434
로이의 근사한 양생
        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건달바와 둥글레를 거쳐 로이로 인문약방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양생은 가장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빼놓지 않은 近思하고 近似한 양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새해는 매번 다르다   2024 갑진년은 청룡의 해다. 갑(甲)은 목화토금수의 오행 중 목(木, 나무)이고 목의 색은 청색이다. 진(辰)이 십이지지에서 용이니 갑진을 청룡이라고 한다. 보통 여기까지 알아보고 청룡 이상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다들 재물복, 건강, 마음의 평화를 빈다거나 운동, 금연, 공부 등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육십갑자로 이루어진 동양의 역법은 매해, 매달, 매일, 매시 달라지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글자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의 단위이지만 시간뿐 아닌 공간을 채우는 전체적 기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오는 새해는 같은 새해가 아니다. 뻔한 새해 계획에서 벗어나 보자.        이렇게 매년 달라지는 간지(천간과 지지)가 의미하는 기운은 운기학과 명리학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운기학에서는 간지의 관계성에서 파생되는 기운이 그해의 기후와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는 운기를 안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약국에 있다 보면 기후와 관련해서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예컨대 갑자기 추워지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 줄줄이 찾아온다. 추위에 대비할 에너지 비축이 평소에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이 온 다. 그러니 운기를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동의보감>을 찾아보니 갑진년 운기는...
로이
2024.01.08 | 조회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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