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자들의 비범한 글쓰기 3시즌 6차시(10. 22)-후기

윤아
2023-10-27 01:14
87

 

무엇이든 가능할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고 토론한 후, 에세이를 발표 시간이다. 선정된 책을 읽으면서 이번엔 무얼 쓰지? 하던 고민도 토론하면서 가닥이 잡히고, 다시 책을 꼼꼼하게 읽으며 논리를 보충하며 에세이를 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5차시에 토론을 하고도 막연하기만 했다. 걱정만하다가 주 중반을 훌쩍 넘기고 다시 읽기 시작한 소설들에서 인물들의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모를 바탕으로 마구잡이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요일에 초고를 들고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다른 학우들도 다들 어떻게든 써보려 끙끙대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어떤 글들을 들고 나오실까? 궁금해하며. 그래서 함께 쓰나보다. 함께 쓰면 책임감이 생기고 어떻게든 쓰게 된다.

 

첫 발표는 꿈틀이님. 꿈틀이님은 자신의 경험과 책 속의 ‘이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이해의 창>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셨다. 패티가 루시의 회고록을 읽고 ‘이해받았다’고 느낀 것, 에이블이 링크 매캔지에게 한 ‘이해합니다’라는 말. 이해한다는 말은 이렇게 얼어붙은 마음을 깨는 말이 된다. 꿈틀이님은 소설 속 인물들의 용기에 힘입어 이해받지 못했다는 패배감의 감옥으로부터 스스로 탈출을 선언한다. 합평에서는 패티의 결혼생활이 행복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꿈틀이님 스스로가 풀기 어려운 숙제와도 같았던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의 실마리를 스스로 찾아낸 것에 대해 모두들 응원해주는 마음이었다.

 

새봄님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마음 속 갈등을 ‘수치심’과 연결하며 <밥벌이의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풀어내셨다. 수치심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며 접근해 자신의 수치심을 생각해 보셨다는 것. 산뜻한 밥벌이를 바라는 마음이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도 하지만, 세무사는 거짓말하는 직업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리는 새봄님. 그러다가 글 말미에 젊은 시절 15년을 함께했던 또래 직원들에 대한 소회를 덧붙이셨다. 학우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뿌리 깊은 수치심은 사회적 인정의 문제와 연결되어있는데, 이 글의 수치심이 결을 달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뭘 할지와 뭘 하지 않을지” 사이에서 투쟁하는 새봄님께 박수를.

 

<너나 없이 엉망인 우리들의 사랑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쓴 나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취지로 글을 썼다. 고통을 받아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타인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어른이라는 것. 그리하여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어른-아이라는 것. 쓰면서 내가 어떤 면에서 어른- 아이가 아니었나 하는 자각과 부끄러움. 이래서 정희진이 ‘쓰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했나보다.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글쓰기.

 

묘선주님은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다.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나는 부끄러운 엄마가 있다’는 고백이었으니……. 조금이라도 후련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수치심, 엄. 마.>는 엄마의 불륜과 바람기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버지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자의 바람은 용서가 흔했지만, 여자의 바람은 용서치 않던 시절에 두 분은 해로하셨으니 사랑의 힘이든 관대함이든 아버님이 참 대단하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다. 어머님도 아마도 어쩌지 못해 저지른 일이실 것이다. 우리 모두 마음이 짠해져서 뭐라고 합평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겸목샘은 <사람과 연결된다고 느껴지는 경험도 있고 사람들에게 이용당한다고 느껴지는 경험도 있다>는 긴 제목의 글을 쓰셨다. 스몰부인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도 험담의 대상이 된 도티, 사랑인 줄 알았는데 돈을 요구하는 트레이시에게 배신당한 찰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올해 배신의 감정을 느낀 이야기를 쓰셨다. 그러면서 패티와 라일라의 연결, 패티와 찰리의 연결을 생각하며,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결을 만들어내려는 애씀이 아닐까?라고 마무리한다.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가능하려면 이런 애씀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우리에게 무엇이든 가능할까? 아마도 자신의 상황에 대한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이해’조차 겸목샘 글에서처럼 애씀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 어른 같은 패티, 토미 등등의 인물들처럼……. 각각 쓰신 글들을 다시 읽다보니 그 애씀이 보인다.

 

댓글 3
  • 2023-10-27 10:14

    '애씀'없는 이기적인 관계를 원할때, 외로워지겠지요.. 이 애씀을 마르지 않기를 또 애써야겠지요!!

  • 2023-10-27 10:40

    애씀이 '어른-아이'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는 그런 생각을 해봐요^^ 한 권의 책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고, 그 안의 생각들도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 2023-10-27 11:03

    "어떻게든 일요일에 초고를 들고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다른 학우들도 다들 어떻게든 써보려 끙끙대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저도 이런 마음으로 끙끙대며 토요일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죠.
    함께 글을 써나가는 애씀이네요.
    애씀이라는 말 종종 생각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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