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한조각

시소
2023-10-22 07:43
89

                                                                                            기억의 한 조각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시선이 멈출 때가 있었다. 그건 바로 화자가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 할때이다. 화자가 수치심을 이야기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 하지 못하는 지점이 생기면서 내가 아는 수치심의 의미와 다른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수치심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는 마음이다. 수치심은 자아와 자존심의 연장에 있는 개념으로 수치가 되는 행동을 할 경우 느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수치심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나에게 일어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부끄러움이란 내가 생각하는 이상이나 도덕과 다른 현실에 괴리에 느끼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던 것 같다. 수치심이 들었던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잘 생각 나지 않는다. 부끄러움이 있던적은 있지만 수치심까지는. 그래도 머리를 굴러보자. 그러자 잊고 있던 -아니 잊고 싶었던-기억이 떠올랐다. 바쁜5월 사무실에 상담을 하러 내나이 또래의 -나중에 주민번호를 보고-여자분이 들어왔다. 화려한 손톱.정신없는 머리. 배움이 부족한 것 같은 말투에 나는 최대한 친절히 설명해 드렸다. 설명을 다 들으신 그분은 갑자기 교태를 부리며 수수료를 깍아 달라고 하셨다. 나는 당황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더 단정한 자세와 말투로 대화를 이어갔다. 50살이 넘은 여자가 20대에나 할 행동을 여자인 나에게 하는 그 상황이 나는 불편했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다만 너와 나는 다르다는 우월감도 느꼈던것 같다.

   갑자기 나는 나의 20~30대가 떠올랐다. 처음 하는 시행사 업무에 익숙치 않아 좌충우돌하는 때었다. 그때 나보다 경험 많은 건설사 직원이나 관공서 직원들에게 도움을 받기위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쁘지는 않지만 젊음을 가지고 있고 무지해도 용서되는 나이를 무기로 -최선을 다했다. 그게 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자분을 보며 그때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움이 마음의 표피 같다면 수치스럽다는 말은 더 깊은 심연의 마음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수치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날 내가 느낌 감정은 수치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분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내가 투영되었고 그래서 그 여자분이 그렇게 싫었던 것이다. 이제야 옮긴이의 글 작가는 남을 무시하거나 아래로 보면서 느끼는 우월감과 그 우월감의 대상이 되었을 때 느끼는 수치심을 여러 상황과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인식의 순간은 주인공들의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가온다. 우리가 충분히 민감하게 깨어 있지 않다면. 즉 현상을 사유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피로와 민감한 태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를 불가피한 당위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계급과 폭력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p355) 이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내가 수치스러운 기억이 없는게 내가 예민하지 않아서라고 하며 반발이 일어 났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내가 예민하지 않았고 폭력 또한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속의 수치심관련 내용 정리

풍차: 그 남자의 입이 어머니의 한쪽 젓가슴을 물고 있던 모습. 아니 패티는 그 어느것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 자신의 흥분은 그녀에게 늘 끔찍하고 무서운 수치심을 남길 뿐이었다. (P74)진입로로 접어들던 패티는 나갈 때 켜두었던 불빛을 보았고 그순간 루시 바터의 책이 패티를 이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다. 책이 그녀를 이해한 것이었다. 입안에 노란 캔디의 달콤한 맛이 남아있었다. 루시 바턴에게는 자신만의 수치심이 있었다. 오. 세상에. 그녀는 정말로 자신만의 수치심을 가지고 있었다.

 

눈의 빛에 눈멀다: 소시지의 껍질은 수치심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수치심이라는 껍질에 감싸여 있었다. 아이들이 으레 그러듯 그녀는 이것을 생각보다 느낌으로 더 잘았다 (P294)

애니는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가엾은 살린처럼 매일매일 두려움을 느끼며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늘 거기 있었다. 그들은 수치심을 먹고 자랐다. 그것이 그들의 토양을 만든 자양분이었다.(P310)

 

선물: “에어컨이라. 떼돈을 벌겠는데요.” “그리고 매년 예술 분양에 기부하고 있고요.” 스크루지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에이블을 처다보았다. 남자의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고 여러군데 터져 있었다. “이제는 제발”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살지 마쇼” 에이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치심의 은밀한 대못이 그의 가슴에 박혔다. 진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P332)

아버지가 사라진 것부터 시작하여 타인들의 죽음을봐왔다. 하지만 그때 놀라움에 뒤따른 감정은 활활 타오르는 수치심 이었다. 마치 지난 세월 키스에게 자신의 옷을 만들게 한 것이 뭔가 불미스런 행동이었던 것처럼(P342)

그가 자신의 수치심이 어떤 현실적인 근거도 없다는 것은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수치심의 공격을 느끼듯이. 그의 아내도 그런 통제 불가능한 공격을 느껴야만 했다는 것을. 그는 이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댓글 3
  • 2023-10-27 01:42

    민감하지 않으신 거 같지는 않구요.
    너무 모범생이라 그러신 거 같아요. ㅎㅎ
    가정에서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의심없이 예쁘고 말 잘 듣는 착한 사람이요.

  • 2023-10-27 10:55

    패티가 수치심을 뚫어낼 방법으로 생각한 것은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방식인데, 현실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우월감을 느끼려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비하하고 그러네요. 평가와 비교가 습관화 돼 있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껴봐요. 오늘 하루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평가와 비교'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을지 의식적으로 관찰해봐야겠어요. 어떤 평가를 하고 비교를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 바로 그런 생각을 바로 그만둘 수 있나?

    • 2023-10-29 13:35

      어... 그런가요?
      저는 패티가 그런 방법으로 수치심을 뚫어냈다는 건 생각을 못 했어요.
      작금의 세상이 과시와 허영이 만연하여 자신이 뭘 원하는지 조차 잊고 사는 게
      그만큼 우월감으로 뚫어야 할 수치심들이 많아서 그런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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