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안에서 산다는 것

봄날
2010-06-25 15:37
2665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 외할머니가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들기름에 달달 볶아준 감자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다가 급체를 했다. 눈이 새빨개지도록 아픈 배를 쥐어잡고 쩔쩔 맬 때

외할머니는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 외할머니 친구같은 할머니 앞에 앉혔다.

 

이불바늘을 번쩍 들어, 그것도 새하얀 쪽진 머리에 몇 번 벅벅 바늘을 긁어서는

내 사지 손가락 발가락을 찔러 검붉은 피맛을 보였다. 신기하게 금방 배가 편안해졌다.

 

이런 것을 말하는 걸까, 위생권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나의 친한 사람이 갑상선암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주변에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놀랐다.

혼자 병원을 예약하고 수술을 하고 수술 후 찾아오는 우울증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네 아줌마들이 힘을 모아 이리저리 위로의 말도 해주고 갑상선암에 좋다는 나물이며 나무뿌리며

음식거리를 전해주니 그것 다 받아 먹다가 되레 배불러 죽겠다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것을 가지고 우리가 위생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일찌기 친정아버지의 강철체력을 닮아 허리 아프고, 머리 아프고, 속 아픈 일 별로 없이

저질체력 무리들을 혀 끌끌 차며 안타까워 하던 때가 있었지만,

날씨만 조금 쌩 하면, 어디서 한 오라기 담배냄새가 감지되면

하루종일 콧물범벅이 되어 살아가다보니 급한 넘이 우물 판다고

내가 참 의역학까지 들어가며 내 몸 알아가기에 여념이 없게 됐다.

 

나는 계수니까 위생권력, 나아가 국가와 감히 맞짱 뜨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옆으로 비껴갈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비껴가도 뭘 알아야 잘 비켜서 원하는 쪽으로 향하게 될 것이 아닌가?

뭐 피하려다 뭐 밟는 꼴이 되면 안될테니까.ㅎㅎ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는 '그래서 뭘 어쩌라고?' 라는 의문을 붙이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실천하지 않고서는 그 강의를 이해할 도리가 없으므로...

실천은 소박한 것이다.

말로 표현할 때 실천은 참 궁색하고 단촐할 수밖에 없다.

 

음,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생겼군.

공동체가 만들어져 의료치료를 무상으로 받게 되는 날,

그 첫 수혜자는 내가 되렷다!

 

공동체를 위해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과제는...

 

"지각을 하지 말자."(뭥미?)  

댓글 2
  • 2010-06-25 17:06

    저도 봄날님과 비슷했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몸이 아파봐야 아픈 사람 심정을 알게 되나봐요.

    저도 몇 해전부터 극심한 위염과 절임 증상이 오면서,건강을 챙기게 되었지요.

    내 몸 살피면서,몸과 마음이 하나로 상호작용하는 걸 알게되고...

    몸을 보살피는 대작전이 펼쳐지면서...

    요즈음 제 방에는 침,뜸,각종 온열기,부황기가 아예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저녁마다 증상을 자가진단하여,몸을 돌보니 그나마,이 힘으로 덜 지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ㅎㅎㅎ

     

    이제는 이러저러하게 몸공부를 하다보니,상식도 많아져서.ㅋㅋㅋ

    예전에 손을 따던 엄지손가락 그 혈이,경락으론 수태음폐경에 마지막 혈인 소상이고,

    그것의 위치는 엄지손가락 손톱 즉 조각갑의 바로 옆이란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ㅋㅋㅋ

     

    우리 앞으로 열씨미 의역학 세미나 해서,아는 것이 곧바로 삶이 되도록 해요.!!!

     

    앎이 삶이 되는 나날들.

    그래서 아는 것이 서로의 삶과 연결되어,

    서로가 선물이 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의역학 공부가 바로 그런 첫 걸음 중 하나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당.emoticon

         

     

  • 2010-06-26 19:00

    정혈을 이 곳에서 논하시니 제 숨통이 확 트이는 것 같아 날아갈것 같아요 동지님을  이 곳에서 뵈니 참말로 반갑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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