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 1회차 후기] 정희진처럼 읽는 게 가능할까요?

김미정
2023-06-16 11:04
262

 

  3주간의 방학은 짧았습니다. 여유를 갖고 시즌2에 읽을 책들을 미리 읽어놔야겠다, 생각했지만 역시나....(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정희진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네요. 기다렸던 첫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신기하게도 작년보다 올해 더 <나이듦과 자기서사> 세미나를 기다리게 됩니다. 우리 세미나에 대한 애정이 깊어갈수록, 문탁쌤도 우리 학인분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시나 봅니다. 첫 시간부터 독후감 또는 소감을 1페이지 작성해오라는 숙제를.... 두둥! ‘우와, 첫 시간부터 이렇게 글을 써오라고 하신 건 처음이신데.. 문탁쌤께서 갈수록 강도를 높이시는구나’라는 생각을...잠깐 했었네요.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하신 분은 세 분입니다. 백미토크의 문탁쌤 영상을 보시고 오신 분도 계시고, 공부에 대한 욕구와 정희진의 텍스트에 끌려 접속하시기도 하시고, 글쓰기에 조금 더 치중하고 싶어서 들어온 분도 계십니다. 시즌1에서 함께 했던 분들 10명(저를 포함), 시즌2부터 시작하시는 분들 3명, 이렇게 총 13명이 앞으로 어떤 자기서사를 풀어나갈지 기대됩니다.

 

  이전에는 첫 시간에 자기소개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공유했었는데, 이번엔 각자의 글로 첫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전 이게 더 좋았어요. 이름과 나이, 지역 등등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지만, 글을 통해서 자기만의 색깔들을 볼 수 있어서 학인분들을 더 잘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보다 친숙해진 느낌이랄까요. 파이널 에세이는 어떨지 넘 궁금합니다..^^

 

  세미나 시간에도 얘기 나누었지만, 정희진의 글은 우리를 들썩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텍스트를 많이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깊이 사유할 필요성을 체감했습니다. 정희진의 서평을 읽고, 아직까지 나는 텍스트에 완전히 빠져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책을 정말 잘 읽어야겠다는 생각과, 조금 더 성실하게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다른 학인분들의 대부분의 글에서도 비슷하게 공부에 대한 욕구와 글쓰기에 대한 다짐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또 하나의 주제로 떠올랐던 것은 각자의 ‘위치성’이었는데요. 전 책을 읽는 데에서 저의 위치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저 자신에게 되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문탁쌤을 통해서 전해들은 정희진의 메시지는, ‘읽는다’라고 하는 건 각자의 위치성에 의해 편파적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하나의 텍스트에서 뭔가 통념적인 생각이나 사유가 있는 것처럼 읽고 있다. 보편적인 글읽기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게 공부의 관건이 될 거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도 이번 시즌엔 저의 위치성을 기반으로, 타인의 위치성도 고려하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관점으로 텍스트를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공부를 안 하기도 했고, 다른 이슈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 모르는 것들 투성이지만, 속도에 욕심내지 않고 꾸준하게 공부해보려 합니다. 문탁쌤과 학인분들이 함께 있어 많은 위안이 됩니다.. 이번 시즌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저의 짤막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못다했던 얘기가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의 세미나 진행방향

  • 이번 시즌에는 발제 없이 ‘메모’ 위주로 진행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탁쌤의 걱정? 또는 당부가 있었는데요. 텍스트를 정말 잘~~ 읽고 오셔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발산형 세미나가 될까 살짝 걱정이신 것 같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세미나가 진행될지 저도 엄청 궁금합니다..^^
  • A조와 B조로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다음 주는 A조 전원이 각자 메모를 작성해오시고, B조 중의 한 분이 후기를 담당하게 됩니다. 그 다음 주는 반대가 되겠죠. 거의 모든 분이 격주로 메모를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 A조 : 박서영, 장수빈, 김지영, 김영선, 김지현, 노을 (6명)
  • B조 : 바람, 박정은, 양해성, 전진옥, 김경희, 김미정, 김은영 (7명)
  • 메모는 해당 주간의 읽어야 하는 분량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페이지로 작성합니다. 토픽은 하나여도 되고, 둘이어도 됩니다. 문탁쌤의 당부말씀은 ‘밀도가 높아져야 한다’였습니다.
  • 2회차는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2부까지입니다.

 

댓글 9
  • 2023-06-16 12:27

    선생님 애정 가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오티 정도라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많은 내용이 있었군요^^
    얼마간 온라인 학습을 해오면서 들었던 생각이 온라인 모임은 그 때 뿐, 지나고 나면 흩어지기 마련이라 자연스레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하는 학우님들께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이 곧 나의 위치성을 파악하는 첫 걸음일 수 있겠지요.

    • 2023-06-16 12:37

      앗!
      몇 분 간격으로 일빠를 놓쳤어요!!
      ㅠㅠ~~~ㅋㅋㅋㅋ
      반가워요!

  • 2023-06-16 12:29

    미정쌤 후기를 읽으니 그 날에 진동이 다시 환기 됩니다.
    저는 꿈을 분석하는 사람인데 오랜만에 아주 잼있는 꿈을 꾸었어요.

    잘 모르는 펜션에 여러 사람들이 모였어요. 커텐을 치고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창 밖에서 서성이더니
    커텐 사이로 엿보다가 펜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폭력적인 행동을 시도해요.
    펜션에 모인 사람들이 당황해 하는데 제가 아주 뾰족하고 긴 창으로 그 사람 목을 찔렀어요.
    처음엔 놀라 움찔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힘을 주어 그 사람 숨통을 끊을 때까지 버텼어요.
    숨통이 끊어질 때 내 힘을 느끼면서 온 몸에 희열이 가득 차 올랐어요.

    꿈은 한참 후에 해석이 되는 것도 있어요. 이번 여름시즌이 끝나고 다시 이 꿈을 상기해 봐야겠어요.

    • 2023-06-16 16:26

      저한테는 꿈 내용이 조금 무섭게 보이는데요...(요즘 용감한 형사들을 봐서 그런가..) 나중에 이 꿈이 어떻게 해석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꼭 들려주세요!

      • 2023-06-16 19:10

        넵 물론이지요!

  • 2023-06-16 13:22

    후기 고마워요~.
    지난 내용이 복기가 되네요.
    위치성을 가지고 편파적인 사유를 하며
    곱씹어보는 시즌 2, 읽기와 쓰기를
    각오합니다.
    책도 구성도 몸을 시작으로 점차 넖히며 써 있어 좋았습니다.
    몸이 아파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읽고 쓰기를 시작했는데, 공부를 많이 해도 아프다면 공부를 적당히 해야겠네요. 도담쌤이 쓰기를 하지말고
    에너지가 딸려안된다고 했는데 그렇기는 해서 살살 조금씩 포기하지 않았고 쭈~욱 가기를 소망합니다.

    읽고 쓰는것은 어렵지만 쎄미나 시간은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지난번 쓰기 발표시간에
    뭔가 뭉클한것이 지나갔어요.
    각기 다른 주제였지만 우리의 주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좋았습니다.

    이번 씨즌도 기대합니다.

  • 2023-06-17 22:41

    미정 샘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도 홧팅! ㅋㅋ
    갱년기의 바다에 풍덩 빠진 후 어딘지 모를 곳에서 둥둥 표류 중인 저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위치 파악. 시즌2를 건너가면서 저의 위치를 구체화하고 정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합니다.
    문탁 샘의 요청. 밀도있게 읽기. 스스로도 그렇게 다짐하며 시작하지만, 결과는 늘 허둥지둥 대충 마무리였는데 저자로부터 받은 자극을 연료삼아 조금더 집중해서 읽고, 이해하고,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치열한 읽기를 다짐해 봅니다(다짐만으로 끝나면 부끄러워 어쩌나...-_-).
    이번 시즌 새로 오신 분들, 계속 이어가시는 분들 모두 반가웠습니다. 다음주에 디디에 에리봉과 함께 랭스에서 만나요~

  • 2023-06-18 11:01

    첫 만남을 놓치고 갈뻔했으나 지인 찬스로 늦었지만 얼굴이라도 보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시즌1을 거쳐 시즌2에 대한 애정은 미정샘 말씀처럼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새롭게 함께 하게 되신 분들과 시즌2는 또 어떤 에너지를 타고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정희진의 글을 읽다 보면 '아주 편협한 ' 태도나 입장은 당연한 일임을 알게 합니다. '대세' 혹은 '욕망'이라는 말의 의미를 헤아리다 보면 미정샘이 말씀하신 '위치성'에 따라 그 말들이 얼마나 한정되어 쓰일 수 있는 언어인지 확인하게 하고 그 발견으로 조금은 넓어지는 인식의 확장을 느낍니다.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던 인식의 전복과 불편했던 지점들을 열게 하는 문고리를 잡는 느낌이라고 할까? 더 고무가 되는 건 지금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한 대립과 모호한 부분들에 대해 언제나 날카롭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어떤 말이라도 들을 가치가 있다는 당연한 논리는 인식의 틀을 풍부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진흙탕 싸움처럼 시야를 가리는 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그 혼란스러움 속에 정희진의 발화 입장과 시선은 엉킨 실타래가 풀린 것 같은 명쾌함을 줍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이유는 다 다르다' 라고 하신 문탁샘의 말처럼 한 권의 책이 내 몸과 생각을 통과하며 할 수 있는 나만의 말을 찾는 시즌2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즌2를 함께 하시는 분들과 천천히, 뚜벅뚜벅 그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 2023-06-21 18:10

    미정쌤, 후기 고맙습니다. 위치성,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글쓰기의 끝없는 수련.. 속에서 가능하리라는 문탁쌤 말씀에.. 갈길이 멀다.. 어찌 갈 수 있을까 그러고 있습니다.
    지난 주 쌤들 이야기 가운데 자기 고통을 직시할 때의 자기 언어라는 말이 한 주간 내내 떠올랐는데.. 그 또한 어찔 그렇 수 있을까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네 일단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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