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13] 생태무지렁이입니다만...

뚜버기
2023-08-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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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에코프로젝트 에세이를 쓰면서, 낯선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에 앞서 나의 생태 감수성을 되돌아보았더랬다. 공동텃밭에 물주러 가는 일도 일로만 느끼고, 벌레 한마리 기어다니는 꼴도 못 참는 내 모습이 참 웃겼다.

그러던 차에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비슷한 생태 수준인 것으로 추측되던 토토로가 올해 공생자행성에 <생태감성기르기>를 한다고 해서 응원의 박수를 보냈는데…토토로가 같이 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선뜻 호응할 수가 없었다. 토토로의 생태감수성은 무럭무럭 커져가는 듯 보였는데 나의 생태감수성은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메말라만 갔다. 이리빼고 저리빼다가 (심지어 생태감성키우기 안 하려고 세미나까지 하나 참가했다) 몇 달만에 더 내뺄수는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여기에 올리기 적합할 지 모르겠으나 최근 고무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식물과는 궁합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화분 따위 집에 두지 않았는데 어찌 어찌 하여 둥글레에게 분양받아 아들이 키우고 있는 나무이다.

쑥쑥 자라 화분이 작아진 채로 몇달 보고 있자니 안스러워 얼마전 큰 화분을 장만하여 옮겨심었다. 그런 뒤 이 친구가 갑자기 키가 계속 자라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 이파리가 쑥 나오는 느낌으로 크더니 멀대가 되어버렸다. 가지치기를 해서 균형있게 자라게 해줘야 한단다. 맹렬히 자라고 있는 녀석을 댕강 잘라주라니, 어떻게 그런 잔인한 일을 한단 말인가.

 

 

둥글레는 무엇이든 제멋대로 크게 놔둔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그게 세상 이치라는 식으로 말했다. 과연 그런 것일까. 자연스럽게 조화를 찾는 일은 안 되는 것일까. 하긴 이미 화분에서 크고 있는 고무나무는 인공적인 것과의 혼종이니 야생의 숲에서 자라는 고무나무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글레에게 배운대로 아들과 함께 가지치기를 하고 고무액이 흐르는 상처부위를 촛농으로 덮어주었다.

 

 

한 열흘 지났을까? 오늘 아침에 보니 절단되어 더 이상 원래의 방향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 고무나무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아 작은 싹을 틔우고 있다. 생명이란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옆 화분엔 역시 둥글레에게 분양받은 이름모를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또 어찌해야 하는 걸까^^

 

 

화초가 크니 날벌레들이 꼬인다. 뿌리파리라는 애들이라고 한다. 식물들에게 해충인 것 같지만 또 한편 생태계로서는 당연한 일 아닐까. 어쨌든 도저히 보아 넘기질 못하고 약을 뿌렸다. 벌레가 사라지니 안심이 되는….생태감수성이 크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뚜버기의 공생자행성이었습니다.

댓글 8
  • 2023-08-28 18:25

    뚜버기 생태 감성을 기르기는 이런 모습이군요.
    마~ㄶ 은 반려식물이 함께 사는 곰곰네와 비교하니 더 재밌습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화분을 하나 선물하고 싶어집니다.
    ㅋㅋㅋ

  • 2023-08-28 19:24

    생태공방을 거쳐 에코실험실까지, 뚜버기샘이 생태팀 몇 년차더라??
    진작에 생태 도사가 됐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으니, 지금 부터라도 시작해봅시닷.
    제가 채근해 드릴께요ㅋ

    다음 일지는 집밖에서 찾은걸로 쓰셔야 합니다.
    곰곰샘도 마찬가지고요.
    에헴!

    • 2023-08-30 07:38

      ㅎㅎㅎ 토토로야말로 부드러운 명령자? 그 명령에 저도 찬성!!^^

  • 2023-08-28 19:34

    저로선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음에 얘네들이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지네요 ㅎㅎ

  • 2023-08-29 08:59

    "심지어 생태감성키우기 안 하려고 세미나까지 하나 참가했다" ㅋㅋ

    고무나무 싹뚝 자른 부위가 마음아프네요.
    예전 프레스에 손잘린 친구의 손목과 비슷해서 더 그래요 ㅠㅠ
    공존이란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군요.
    자연과 인위성이 어떻게 만나야할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네요.

  • 2023-08-29 09:12

    베고니아^^

  • 2023-08-29 09:14

    뚜버기처럼 똑같이 둥글레한테 분양받은 나의 고무나무와 베고니아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내일쯤 찍어서 올릴게요. (오늘은 계속 밖)

    • 2023-08-30 11:48

      아 마큘라타 베고니아라는 식물이군요.
      베고니아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검색해서 나오는 친구들과 너무 달라서 잘못 들은 줄....

      문탁쌤네 친구들은 어떻게 컸는지 궁금하네요^^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