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 6회차 후기] 동의보감 전반부 (1부~4부)

해야
2023-07-21 01:15
304

동의보감 전반부 (1부~4부)후기 2023-07-19

 

동양에서 몸을 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동서양의 몸에 대한 인식론 (episteme)적 차이에 관한 미니 강의가 있었다. 동양에서는 우주/자연을 렌즈로 삼아 몸을 이해하였다. 물질과 비물질을 서로 무관한 것으로 보아 몸과 정신을 분리시킨 서양의 이분법과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책에서는  정기신을 정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 토대) + 기(이 질료를 움직이는 에너지, 정과 신을 생성)+신 (무형의 고도의 정신작용, 정기의 흐름에 벡터를 부여하는 컨트롤러 역할, 물질을 움직이는 무형의 벡터)으로 설명한다. 또, 정과 기를 서로 맞물리는 관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도담의 동의보감 참조). 이렇게 정과 기를 이해하면, 오장육부가 ‘정’이 될 수도 있고, ‘기’가 될 수도 있다. 정적으로 바라보면 ‘정’이고 동적으로 바라보면 ‘기’가 되는 것이다.

 

동양의 우주론적 생명관을 잘 반영하는 것이 천인상관설이다. 이 때의 천(천지 포함)은 징벌을 내리는 도덕적인 상제로서의 천이 아니다. 진한시대에 이르러 인간을 자연화된 합법칙성을 갖는 것으로, 즉 “자연 현상과 인간의 행위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전국 시대에 이르러 ‘기’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태역(혼돈의 카오스인 무극)의 상태에서  기가 생겨나고 거기서 음양이 분화되고 거기서 다시 오행(최초의 물질인 목화토금수)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음양 오행 구조가 우리 몸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것이 동양의 몸에 대한 인식론의 핵심이다. 기, 음양, 오행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몸을 분할해서 이해하지 않는다. 전체를 봐야 부분도 이해가 가능해진다.

 

동양의 몸에 대한 인식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유가 (공자의 인), 맹자 (형이상학의 등장), 장자 (기학), 황로사상(유학과 도교), 황제 내경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소우주로서의 몸을 보는 관점을 (당시에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사주명리를 배우면서 처음 접했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주(계해)와 월지(자수)가 모두 물로만 되어 있고 목기운이 없는 내 사주를 해석하면서 몸과 마음에 새겨진 나의 습관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하루를, 사계절을, 인생의 단계들을 어떤 리듬과 욕망으로 누구와 만나며 살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동양의 양생이라고 볼 수 있다. 생로병사를 이해하는 것, 즉 일상을 산다는 것,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무엇인지를 해석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양생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난 어떤 양생을 하고 있나? 건강검진의 수치들, 주식과 연금, 가족 관계 등이 노후를 책임져준다는 담론이 만연하다. 난 이러한 담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 몸을 이해하려고 하고 나의 태과불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목화의 기운만을 쓰기를 강요하다시피한다. 그 압력을 늘 느끼고 대부분은 굴하면서 살아간다.

 

양생의 범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양생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를 개인의 구원과 사회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도움이 되었다.  문탁샘은 장자와 말기 푸코를 공부하면서 이 문제를 탐구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푸코를 공부한 적이 없고 아는 게 거의 전무해서 소화해서 풀어내기 힘드네요. 이 부분은 아시는 분이 설명을 덧붙여주시면 좋겠습니다). 황로학의 중심 개념인 무위지치(노장사상의 영향)와 푸코의 쾌락의 활용, 자기배려 등을 짚고 넘어갔다. 사회 해방이 왜 개인의 구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가. 이는 내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이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법과 제도가 잘 마련된 곳에서 살면서 목격하게 된 모순들로 인해 개인적으로 품게 된 의문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세미나를 정리하면서 양생이란 인식론적 문제이자 매우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동양의 우주론과 몸의 관계, 근대의 기계론적이고 이분법적인 몸에 대한 사유,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그리스 로마의 자기 수련/ 자기 배려 등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았다.

 

 이외에도 많은 중요한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빠진 부분들 댓글로 채워주세요.^^

댓글 9
  • 2023-07-22 00:39

    후기 잘 읽었습니다. 목, 금요일 올레길 걷고 대회 준비를 위해 수영을 하느라 시간이 휘리릭 지나가버렸습니다. 다음 주 세미나를 위한 책읽기에 들어서기 전, 이번에는 댓글을 먼저 쓰리라 마음 먹고 들어왔습니다.

    저는 문탁쌤의 미니강의가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기신이 등장하게 된 어떤 계보학이 간단하게나마 그려져서 앞으로(언젠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와 관련한 글을 읽을 때 좀 더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에 급하게 적어뒀습니다. 동양사상사를 공부한 적이 없어, 황제내경부터 시작되는 흐름을 설명하는 글들이 나올 때마다 안개 낀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는데 안개는 어느 정도 걷힌 기분입니다.

    양생의 범위- 양생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읽었을 때 양생을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각자가 그 방향과 범위를 설정하고 만들어가는 유동적인 무엇이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저는 동의보감이 추구하는 양생이 고정된 어떤 세계라고 생각하면서 심각하고 무겁게 여겨졌었는데, 내가 어디까지 그것을 확장해서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유로운 마음이 듭니다.

    다음 주가 마지막 세미나 시간이고, 이제 글쓰기의 시간이 오는데 텍스트를 읽고 이야기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화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데 글을 어찌 써야 할까요?

    • 2023-07-22 09:31

      우리가 읽은 세권 중 한권을 리뷰책으로 선택하셔서, 그걸 반복적으로 읽어야 할걸요? ㅎㅎ
      소화된 다음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소화시키는 겁니다.

      읽기=먹기
      쓰기=소화

      하하하...

  • 2023-07-22 14:50

    저도 문탁샘 강의 완전 좋았습니다. 동의보감 보다 푸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몸을 보는 기본적 인식론을 갖고, 근대의 생명권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재로서 삶의 기술. 자기가 어떻게 자기 통치를 할 것인가의 차원에서 양생을 포지셔닝할 필요는 있다." 문탁샘의 이 말씀을 들으며, 양생은 무슨 뜻이냐 보다 어떤 태도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양생이 무슨 의미인지 감을 못 잡고 헤매는 건, '양생'을 명사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던 태도, 몸을 객체화해서 바라보는데 익숙한 관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동사로서 양생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알 것도 같고요...(아닐 수도 있어 말 끝을 흐리는 중)

    • 2023-07-23 10:10

      감 좋은 지영샘.
      네, 양생을 몇가지 기술이나 루틴, 규범으로 환원하면 정말 생명권력이 요구하는 자기계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어요.
      동양 고대의 의, 역학 (이건 기본적으로 인식론이에요) 그리고 푸코가 말한 고대 그리스/로마의 '자기배려'(=자기수양) (윤리학)의 차원에서 양생을 포지셔닝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근대 권력의 성격과 작동방식을 알아야 하구요.
      그래야 삶의 기술로서 (여기서는 몸을 돌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양생을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 2023-07-23 16:17

      아!!! 저도 이 자기배려로서의 양생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까먹을 뻔 했네요^^: 어서 푸코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 2023-07-23 16:15

    목금토요일은 출근이라서 도저히 짬이 안나서 이제 후기에 가담합니다. 너무 늦었네요ㅠㅜ 저는 왠지 그 날 제가 후기에 걸릴것 같아서 필기를 열심히 하면서 들었는데요...중간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갔다 온 뒤론 필기를 못했습니다. 배가 계속 아팠어요ㅠㅜ 근데 쌤들은 필기도 안하고 들으시면서도 추후에 이 내용들을 다 기억하시는 걸까요? 그런 기억의 방법은 경청일까요? 저는 도저히 저의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어서요...일단 각설하고 제가 화장실 가기 전의 내용들은 김은영쌤의 양생과 수행 다 지당한 말씀.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다다를 수 있는 경지일까? 초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닐끼? 였고요. 문탁쌤께서는 음양탕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의식하고 노력하는 작은 생각과 행동들이 다 양생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해성쌤은 리라이팅을 통해서 고전을 접하는게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고전의 원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동의보감이 어떤 책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구요. 문탁쌤은 고미숙쌤의 동의보감과 도담쌤의 동의보감을 비교하시면서 둘의 개성이 각자 다르니 둘 다 읽어보시기를 그리고 낭송 동의보감이 두께에 짓눌리지 않고 동의보감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다고 추천하셨습니다. 미정쌤은 우리가 건강과 질병의 이분법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미병이 있다는 걸 알고 이분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함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은 쌤은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그 중에서도 허준의 글쓰기에 천착한 고미숙쌤의 탁월함에 대해 언급하셨구요 동의보감이 철학적으로 풀어쓰여진 것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문탁쌤은 도담쌤의 신형장부도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 추가설명 해주셨구요 정기신이 참 쉽게 잘 설명되어있으니 참고하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인류학중에서 의료인류학으로 그리고 illness와 disease에 대해 각각을 다르게 인식할 필요성을 말씀하셨고 다시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이야기가 넘어갔습니다. 생리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두뇌의 작용으로 고통받는 저와 문탁쌤 그리고 한분 더 계셨는데...동병상련으로 위로 받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배가 아팠고 폰으로 볼 수 있는 동의보감 어플을 올려드린 후 저는 계속 유머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이 세미나가 왜 이렇게 진지하고 근엄할까. 어떻게 하면 과하게 까불지 않으면서 웃길 수 있을까. 배가 아파서 안되겠다 뭐 이런 생각들....문탁쌤의 논어와 천인상관설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아! 동양의 고전을 사서부터 훑어야 겠군. 이 길로 가다가다가다보면 언젠가는 프랑스를 부유했던 그 많은 철학자들과 공자와 사기등 제목만 들어 본 책들도 결국은 읽게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 2023-07-23 16:18

      모퉁이가 '모' 라고 기입됐네요 왜 저럴까..^^: .제가 건드렸나본데 어떻게 수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ㅜ

      • 2023-07-24 10:12

        쌤....샘이 우리 셈나 유머 담당이잖아요. 그래서 넘 좋아요.
        유머없음이 저의 뿌리깊은 컴플렉스에요. ㅋㅋㅋ
        (그렇다고 유머집을 사서 읽을 수도 없구. ㅎㅎ)

    • 2023-07-24 10:31

      작년에 제가 유머 담당이었던 거 같은데… 올해는 고수가 계셔서 자중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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