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후기] <은유로서의 질병> 2.에이즈와 그 은유

박정은
2023-07-15 01:33
175

<에이즈와 그 은유>, 세미나 후기

박정은

 

장마에 푹푹 찌는 날씨가 반복되는 와중에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모든 샘들이 늘 바쁘시지만 이번 시간에 특히 더 바쁘셔서 책을 읽어오지 못한 분도 계셨고 숙제를 못한 분도 계시고요. 문탁샘이 작년여름시즌보다는 낫다는 위로를 하시고 셈나를 시작했죠.

 

은영샘의 메모를 보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아파테이아였습니다. 저도 어렴풋하게 그런걸 꿈꾸고 있었습니다. 문탁샘이 스토아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고 하셨죠; 스토아적인 수련은 어떤걸까요?

 

같은 메모를 읽고 문탁샘은 인간이 동물성을 드러낼 때 온갖혐오와 낙인을 찍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텍스트에서도 똑같이 죽음에 이르지만 심장병보다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질병을 더 두려워한다고 하죠. 인간의 동물성은 출산할 때 느꼈는데 출산의 과정과 제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꼭 동물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문탁샘이 노화는 인간의 동물성을 드러낸다고 하셨는데요. 늙는다는 것은 인지가 떨어지고 먹다가 흘리고, 똥 오줌을 못가리고, 지저분하고. 참 저도 그렇게 된다는건데. 처음에는 질병을 타자화하고 나중에는 걸린사람도 타자화한다고 합니다. 타자화라는건 어떤 의미인가요? 주체화와 반대되는 말인가요?

 

이 메모의 마무리는 우리안의 괴물성을 가두거나 불길하게 생각하는데서 그것을 보아야 한다로 정리되었습니다. 고병권샘의 강의를 추천해주셨죠. 고병권샘이 칸트의 인간학을 가지고 인간이 가진 통념적인 가능성을 넘어선다라고 하는데 그게 어떻게 되는건지 급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은 역병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역병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모순된 은유가 있는데 하나는 재앙, 인간행동에 대한 천벌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깥에서 온 침략자로 보는 것입니다. 역병은 개인이 책임을 져야하고 한편으로는 타자화하고 막고서 외부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코로나와 딱 맞아 떨어지네요.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돌아다니지 않으면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 대해 거리두기를 하면서 장벽을 쌓고요. 정말 우리가 그러고 있었죠.

 

에이즈에 대해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HIV보균자라고 해서 모두 우리가 상상하는 죽음의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평균수명까지 다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프리카에서는 사망률 1위라는거죠. 마치 코로나때 가난한 나라에서는 마스크조차 구할 수 없었던것처럼요.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역병이 왔을 때 자신의 쾌락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무조건 금욕이나 보수가 아닌 자기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인데요. 자기배려의 마스크 쓰기와 퇴행적인 마스크 쓰기가 딱 잘라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질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손을 씻는게 미덕이고 스토아적인 자기절제의 윤리이지만 위생권력에 포획되지 않아야 된다고 하는데 위생권력이라고 하니 뭔가 무시무시합니다. 생명권력에 포획되는 방식으로 보수화되는 것을 하지말자는건 시키니까 아무 생각없이 하는 걸 하지 말라는 거겠죠.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는데요. 우리가 사실 되게 변하지 않고 통념으로 학습되어왔기 때문에 통념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통념에 맞짱뜨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렇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뭔지 궁금해서 이 자리에 있기도 하죠. 그리고 달라지지 않을거라면 같이 모여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하셨는데요;;;실천하는 지성이 떠오릅니다. 알기만하고 달라지지 않는다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겠죠;;

 

후기를 적으면서 복습을 좀 하다보니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 감이 잡히네요;;;그럼 동의보감 읽으러 갑니다~

 

댓글 2
  • 2023-07-16 11:13

    아이와 함께 하면서, 세미나 때 논의한 이야기의 요점을 정갈하게 정리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덕분에 책 다 못읽은 불량 참석자가 좋은 복습합니다. ^^;;

  • 2023-07-19 15:47

    정은 쌤의 글은 정은 쌤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후기도 그러하네요. 시원시원하고 정답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예전에 문탁에서 문탁쌤이 강의하셨던 푸코의 책 중에서 읽었던 내용입니다. 그 네 번의 강의 동안 들었던 대부분의 내용은 흐릿하게 지나갔으나 고대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가졌던 태도와 자기배려, 딱 두 개는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죽음에 대해 막연한 추측이나 간혹 떠올려 보는 그런 차원이 아닌, 어떤 죽음이 와도 대비할 수 있도록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구체적으로 죽음을 사고하고 늘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자세, 두려움에 맞서려면 적어도 이런 각오로 수련해야 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어떤 두려운 마음이 올 때는, 그것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스텝을 밟아서 알려고 하지 않아서일 거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5
<여름시즌> 7주차 공지 - 고미숙 <동의보감> 2회차 + 글쓰기 일정 (10)
문탁 | 2023.07.23 | 조회 342
문탁 2023.07.23 342
94
[S2 6회차 후기] 동의보감 전반부 (1부~4부) (9)
해야 | 2023.07.21 | 조회 303
해야 2023.07.21 303
93
<여름시즌> 6주차 공지 - 고미숙 <동의보감> 1회차 - 드디어 '양생'으로! (4)
문탁 | 2023.07.15 | 조회 259
문탁 2023.07.15 259
92
[5회차 후기] <은유로서의 질병> 2.에이즈와 그 은유 (2)
박정은 | 2023.07.15 | 조회 175
박정은 2023.07.15 175
91
[S2 5회차 후기] 수전 손택, 은유로써의 질병 - 에이즈 편 (3)
보헤미안 | 2023.07.13 | 조회 244
보헤미안 2023.07.13 244
90
<여름시즌>5주차 공지 - 수전 손택 (2회차)-에이즈와 그 은유 (4)
문탁 | 2023.07.11 | 조회 232
문탁 2023.07.11 232
89
<여름 시즌> 4주차 후기- 은유로서의 질병
김은영 | 2023.07.09 | 조회 176
김은영 2023.07.09 176
88
[S2 4회차 후기]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4)
지현 | 2023.07.08 | 조회 282
지현 2023.07.08 282
87
<여름시즌>4주차 공지 -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1회차) (7)
문탁 | 2023.07.03 | 조회 216
문탁 2023.07.03 216
86
3회차 후기 <랭스로 되돌아가다>_3-5부 (5)
노을 | 2023.07.01 | 조회 226
노을 2023.07.01 226
85
[S2 3회차 후기] 랭스로 되돌아가다(3-5부) (20)
김지영 | 2023.06.30 | 조회 366
김지영 2023.06.30 366
84
<여름시즌>3주차 공지 - 디디에 에리봉, 귀환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6)
문탁 | 2023.06.26 | 조회 338
문탁 2023.06.26 33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