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 5회차 후기] 수전 손택, 은유로써의 질병 - 에이즈 편

보헤미안
2023-07-13 12:20
245

 

- 질병과 죽음, 혐오와 고통에 대해

우리가 질병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주는 고통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바로 죽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질병들은(페스트보다 콜레라, 암보다 에이즈 등에서 더 그러하듯)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동물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곧 불결함을 비정상과 연결하여 질병이 타자화되면서 질병에 걸린 사람을 타자화시키게 된다.

 

- 역병이 내포하는 은유에 대해

코로나 때 신상을 공유하고 동선을 공유하는 등 낙인찍기가  횡횡하는 것에 대해 아무 말하지 못했다.

다시 이런 때가 온다면 은유에 대해 폭로하는 작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마스크 관련 담론에 대하여)

자기제한을 가하는 방식이 하나가 될 수는 없다. 미시 파시즘이나 위생권력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닌 쪽으로 자기배려에 대한 고민이 팰요했었다. 연결해서 질병에는 여전히 탈식민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통념이 있다.

 

- 에이즈에 내포된 두 가지 은유

하나는 역병에 대한 은유로써 집단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대한 공포감이다.

이것은 타락한 개인이나 공동체에 대한 심판이라는 생각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는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외부로부터 침범당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고한 자신이 외부로부터 공격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피해의식이 깔려있다.

문제는 이처럼 모순된 두 가지 생각이 은유로써의 힘을 가진다는 점이다.

 

기타) 통념적인 은유에 반대한다. 은유적 말하기를 피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의 은유를 발명해야 하지 않을까.

다중위기의 시대는 종말론적 사유를 강화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손택이 일관되게 말하고 싶었던 게 ‘질병을 질병 그대로 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은유들로 인해 치료에 집중해야 할 환자들이 질병 외 다른 것들과 응대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그리고 질병이 주는 고통만큼이나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또 있다.

"어원학적으로 보자면, 환자는 고통받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가장 깊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의 고통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한다는 고통이다.”(p167)

그래서 손택은 딱 잘라 말한다.

"우리는 은유를 폭로하고, 비판하고, 물고 늘어져,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야 한다.”(p239)라고.

옮기이의 해설처럼 손택은 예술작품과 비평에서 투명성을 요구했듯이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투명성이 회복되기를 강력히 주장한다.

“질병은 질병일 뿐이며, 질병은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라는 사실을 우리가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책인 것이다.”

(p259)

댓글 3
  • 2023-07-14 12:13

    동물성을 나타내는 병의 증세를 사람들은 더 못받아드리며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니!
    작은 뜸새만 보여도 구분지어 배제시키는 행태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그런것이고, 한편으로는 동물이라는것은 회피하고 싶어하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은
    의식이 진화되서 우월하다고 떠들어대도
    원시뇌를 가지고 살고 있는 욕망덩어리다.
    모르는것에 대한 두려움은 보기 싫은 존재를 배척하는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공존 할 수 있을까? 코로나 같은 역병이 다시 돈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지금의 여러지구 문제, 쎄미나때는 한숨만 나왔지만, 같이 살아야 하니까 과학과 집단지성으로 현명하게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것도 오리물질을 계속해야 겠지만요.

    빠른 후기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것인디^^, 부실한 후기는 아니었나 봅니다. 후기 고마워요.
    홍수주의보도 있고 바람이 무지하게 부네요.
    공주 금강변을 다녀왔는데, 물이 무섭더라구요.
    건강하게 모두 잘 보냅시다.

  • 2023-07-14 14:53

    정말 완전 빠른 후기! 서영 샘의 속도가 5G를 뛰어넘는 듯 ^^ 감사합니다.
    저는 여행 후유증(?!)으로 책을 미처 다 읽지 못한채로 참석해 여러모로 아쉬웠고, 죄송했습니다. 다 읽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ㅠ.ㅠ)
    얼마 안 되는 분량이었지만, 읽어가면서 + 세미나 때 오고 간 얘기 들으면서 든 생각을 적어봅니다.
    우선, 전쟁의 언어를 주로 차용하고 있다는 부분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을 벌인 이후라 더 와 닿은 것일 수 있지만, '투병'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질병에 있어서는 우리의 은유가 너무도 전투적이구나 싶었습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가 우리에게 기본값으로 장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질병들은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동물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는 부분에서 저는 치매, 노화 등을 떠올렸습니다. 작년에 이어 지난 시즌까지 나이듦을 공부하며 '치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를 저 스스로는 종종 해왔던 터라.... 치매를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병으로 취급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동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노화도 '질병'으로 인식하게 될텐데... 어쩌면 이미 우리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생각되네요.
    이번 여행 기간 중에 질병청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어요. '엠폭스 발생 지역으로 발진, 발열 등 유증상자와 접촉 및 대규모 모임 자제.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방역수칙 준수.' 입국 당일에는 좀더 긴 문자를 받았습니다. '... 본 문자는 엠폭스(원숭이두창) 주요 발생국가를 방문한 국민을 대상으로 발송되는 문자입니다.......' 엠폭스 감염 환자가 늘어간다고 매일 뉴스에서 숫자를 집계했는데, 초기에는 마치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주로 감염되는 듯한 뉘앙스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엠폭스는 치료가 어렵지 않고, 대체로 자연치유 된다는데 굳이 이런 집계와 혐오를 부추기는 뉘앙스의 보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의 '에이즈 바로 알기 광고'(해성 샘 메모)와 유럽의 광고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도 여러 금기에 대해 터놓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유도 없이 쉬쉬하고, 꺼내놓고 얘기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것. 그 자체가 혐오를 키워가는 사회를 방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은유를 뛰어넘는 은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성 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 2023-07-19 14:41

    후기 잘 읽었습니다. 빠르게 댓글을 달고 싶었으나 어찌하다 보니 세미나 당일이 되어서야 글을 쓰게 되네요.

    이 책을 처음 읽어내려갈 때만 해도 한숨이 나올 만큼 뭔가 두서 없고 맥락이 잡히지 않고 어수선하게 읽혀서 두 번의 세미나 동안 정리가 될까 했었는데, 역시 함께 읽어가니 분명하게 남은 메시지가 있어서 더없이 좋은 텍스트였다고 생각됩니다. 혼자라면 엄두를 내지 못했었을 텐데 세미나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세미나 중, 우리 안의 동물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나 자신이 다른 존재와는 특별한 어떤 것이라는 환상/설정에 기반한 고정관념이 있다는 인식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좀비 영화에서 좀비가 될 바에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인간적인' 마지막 선택이라는 설정 또한 그런 인식에서 기초한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습니다. 죽거나 좀비가 되는 이후에는 남은 사람들의 몫인데 굳이 자살을 선택한다는 건 자기가 설정한 자신 이외에는 어떤 것도 자신이 아니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데, 영화를 볼 때는 이게 너무나 당연해서 어떤 의문도 없었는데, 우리를 둘러싼 은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니 많은 것들에 물음표가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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