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즌>5주차 공지 - 수전 손택 (2회차)-에이즈와 그 은유

문탁
2023-07-11 10:47
233

1.

 

 

 

 

"'역병'은 에이즈의 유행을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은유이다. 암을 유행병, 심하게는 역병과 동일시하는 대중들의 오해는 에이즈 덕택에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즉, 에이즈가 암을 진부한 질병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타격이나 상처를 뜻하는 라틴어 '플라가 plaga'를 어원하는 하는 역병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수많은 질병들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명칭이었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 재앙, 악, 천벌을 나타내는 최고의 본보기로서 오랫동안 은유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흔히 역병이라고 여겨진 질병은 유행병이었다. 대량으로 발생한 질병은 그저 참아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 고통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됐다. 질병을 일종의 천벌로 생각하는 이런 사고방식은 질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생각이며, 모든 질병은 의학이라는 고귀한 이름의 친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이다." (p176~177)

 

 

"손택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신경증과 경박한 회의주의에 맞서는 항변'으로 봐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비론 우리가 은유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거나 끌어 들여오는 은유에는 반드시 신중을 가해야만 한다고 "(부록: 수전 손택과의 대화, P252)

 

 

2.

 

 

 

 

"질병이 우리 삶을 낚아채서 세차게 내동이치는 것 같지만, 사실 상당 부분 우리 삶을 뒤흔드는 것은 생의학적 질병이 아니라 질병에 대한 사회적 태도임을 점점 더 명확하게 보게 되었다.... 내면화된 낙인의 허구성을 만나던 순간의 환희. '정말이지, 내가 잘못해서 아픈 게 아니었어!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확인하며, 세상 그 누구도 더 이상 아픈 것 때문에 또 다른 아픔을 얻지 않기를 더욱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조한진희, p23)

 

 

"처음 치질을 겪은 것은 약 15년 전이다. ....약국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겨우 산 기억이...난다....다시 치질이 생긴 것은 결혼한 뒤다.... 고통 때문에 잠들기도 힘들었다. 앉아 있기도, 걷기도, 어떤 자세를 취하기도 편치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병원에 가기란 내키지 않았다. 배가 이 정도로 아팠다면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항문을 달랐다....도저히 병원에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치질을 부끄러워한다. 나도 그렇다. 항문질환 까페에서 글 몇개만 열어도 '수치스럽다'는 단어가 왕왕 보인다....다른 기관도 아니고 배설기관을 남에게 보이는 것은 확실히 거북하다. 게다가 치질은 웃음거리로 소비되기도 한다. 영화 <오! 해피데이>에는 주인공이 항문 부위 고통으로 어정쩡하게 걷는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치질을 앍고 병원에 가길 주저하면서, '왜 어떤 질병은 유난히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것일까'하고 자주 생각한다. 항문이 아니라 다른 부위에 혈전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치질을 수치스러워해야 할까' 하고 의심한다....

나는 이 수치심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치심이란 원래 집단에서 폭력적이거나 탐욕스럽게 되는 것을 막아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좋은 구성원이 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해로운 수치심'도 있다....힐러리 제이콥스 헨델은... "수치심을 다루기 위해서는 수치심은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 학습된 감정이라는 것, 수치심이 나를 탓해도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돌아보고 바꿔야 할 것은 질병에 대한 사회적 시선일 터다. 환자를 놀리거나 웃음거리로 소비하고,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에서 수치심을 느끼지 말고 질병을 드러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질병을 앓더라도 창피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내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내가 아픈 몸으로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면, 당신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 내가 아픈 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고 있듯이, 당신도 그럴 수 있기를." (다리아, p67~86)

 

 

3.

 

이번 메모는 B조입니다. 낼 수욜 6시까지 댓글로 달아주세요. 중부는 폭우, 남부와 제주는 폭염. 다들 건강합시다. 

 

 

댓글 4
  • 2023-07-12 01:02

    내일, 아니 오늘이 되었군요. 올레길을 걸을 예정이라 미리 올려둡니다.

  • 2023-07-12 05:52

    저도 시차 때문에 그리고 저녁에 스케줄이 있어 미리 올립니다.

  • 2023-07-12 18:42

    에고.....ㅎ

  • 2023-07-12 19:30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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