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 4주차 후기- 은유로서의 질병

김은영
2023-07-0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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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의 그물망과 같은 글쓰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결핵과 암에 덧붙여진 은유를 고발하는 저자의 글은 대체 왜 이런 형식으로 쓰여져야만 했을까, 가 이해되지 않아서 오는 것이었다. 번호로만 구분되어진 챕터와 그 챕터 안에서 구분되어진 단락은 글을 이해하는 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고, 다음 단락으로 나아갈 때 지나간 글과 현재의 글 내용이 어떤 구분이 있는지 이해되지 않은 채 지나가는 일이 많았다. 내가 이 글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는 읽기의 모호함으로 아주 많이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글의 양이 많은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답답하게 읽히는 것인지, 이 시대의 책들은 이런 형식으로 글쓰기를 했던 것인가, 혹은 나만 이렇게 힘들게 읽히는 지를 고민했었다.

뒷부분으로 갈 수록 저자가 문제 제기하려는 문장과 문단이 나오고 그에 힘입어 되풀이 읽기를 하면서는 그 답답함이 조금 해소가 되었으나 여전히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대체, 왜, 이런 형식의 글쓰기를 선택했을까.

저자가 주요하게 분석하는 결핵과 암에 대한 이미지, 그것들에 파생하는 무수한 언어와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은유 없이, 해석 없이 인식하는 게 얼마나 될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것들을 엃히고 설킨 그물망과 같아서 풀어낼 시도 조차 어렵게 만드는 무엇이다. 그래서, 질병을 인식하는 데 있어 그 복잡다단한 은유의 그물망이 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글쓰기 방식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2. 그 때를 반성하다

 

"그 발병 원인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의사의 처방도 별다른 효험이 없던 그 오랜 시간 동안, 결핵은 삶을 도둑질해 가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그 무엇으로 생각되어 왔다. 오늘날에는 암이야말로 우리 몸 속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도 하지 않는 그런 질병 취급을 받는다. "

결핵과 암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교활하고 무자비한' 무엇으로 표현되어왔고, 다시 그 이미지들은 결핵과 암을 신비화된 질병으로 은유화하는 과정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코로나가 시작되던 그 때가 되살아났다. 

확진자의 신상 정보와 이동했던 경로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지고, 그 숫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을 낙인찍는 데 일조했던 그 시간들.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서로 혐오의 감정을 내뿜으며 어지러워져가는 사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지 몰랐었다. 아마 이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면 질병을 은유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르게 찾아보고 행동하면서 지냈을 거라고 생각하니 산만하게 읽히는 이 책의 가치가 새삼 다가온다. 

 

      3. 질병의 왕국으로의 이주

 

저자는 질병의 왕국을 둘러싼 날조된 환상을 묘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저자가 보여준 '소름끼치는 은유'에 대항하는 한편, 질병의 왕국에서 산다는 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살아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시간 나온 질문 중, 질병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질병이 있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몸을 공부하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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