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시 7월 2일 세미나 공지 <먼 길로 돌아갈까?>

겸목
2023-06-26 10:35
300

지난 시간에 첫 글쓰기 합평했습니다. 글쓰기클래스의 진면목은 합평에 있구나~ 느끼며, 이제야 시즌2가 실제적으로 개강한 느낌입니다. 이번 글쓰기과제에도 모두 착실히 글쓰기 올려주셔 기뻤습니다.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할 때는 알아챌 수 없는, 그 사람의 고민과 생각이 글쓰기에 묻어나 합평시간이 좋은 것 같아요. 글의 완성도야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고민이 있고, 그걸 어떻게 풀어갈까 궁리하고 있는 과정이 글에 들어가 있고, 그걸 함께 나눈다는 것이 하루 지나고 생각하니 뿌듯하네요^^ 지난 세미나 후기는 윤슬님이 새봄님이입니다.(1회차 후기가 유상샘, 새봄님이었는데, 유상샘과 오렌지님이 써주셨더라구요. 새봄님과 오렌지님이 순서를 바꾸셨는데 저희가 몰랐나요? 그래서 2회차 후기는 윤슬님과 1회차 후기를 안 쓰셨던 새봄님이 써주세요.) 우리 세미나가 이론서를 공부하는 세미나가 아니니, 후기쓰기는 공부한 내용을 성실히 복기하는 형식은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기억나는 대로, 합평을 하며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합평을 마치고 나서는 어떤 느낌이신지 이런 '후기' 남겨주시면, 합평 때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봄님과 현지님이 서로의 글을 보며 '자신의 글' 같다고 느끼셨던 순간! 넘 의외의 발견이었어요~ 합평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구나 알게 됐어요.

 

 

3차시 7월 2일 세미나에서는 <먼 길로 돌아갈까>(게일 콜드웰) 세미나합니다. 각자 읽으시고 인상 깊은 구절이나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구절, 이 공지글에 댓글로 달아주세요. 댓글 마감은 7월 1일 토요일 밤 10시입니다. 지난 시즌에 읽었던 <욕구들>의 저자 캐롤라인 냅의 죽음에 관계된 책이라, 연달아 읽으니 캐롤라인 냅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먼 길로 돌아갈까>를 읽으며 저는 3번쯤 놀라는 순간이 있었어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쓰지는 않겠습니다. 캐롤라인 냅과 게일 콜드웰의 우정과 애도의 글쓰기라는 주제를 생각하고 읽으며 예상되는 흐름이 있었는데, 그것이 깨어지는 순간이 그러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잘 읽히고,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함을 간직한 책입니다. 잘 읽히기 때문에 휘리릭~ 읽어버릴 수 있는데, 한 두 번 정도 끊어서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을 책입니다. 3일 정도 시간 내셔서 읽으셨으면 합니다. 

 

 

 

 

지난 합평시간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겸목, 나래, 시소의 글쓰기에도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부지런한 나래님이 벌써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나래님처럼 '프로댓글러'가 되긴 힘들어요! 간단한 느낌, 의견, 응원의 말들 남겨주세요! 

 

 

그럼 7월에 뵙겠습니다!

 

댓글 9
  • 2023-06-28 11:19

    (79)대담한 성격도 아니고 딱히 불만이 많지도 않았는데, 술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어떤 스위치를 딸깍 올린 것이다.
    (83)그때가 내 나이 서른이었다. 취중 용기만 있으면 넘지 못할 문이 없고 극복 못할 어려움이 없었으며 막막하고 고독한 밤도 여러 날 견딜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 술에 관해 넘 적확한 서술 아닌가. 취중 용기는 양날의 검.

    (268)엄청난 상실은 결코 극복되는 일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은 우리를 깎고 다듬어 이전과는 다른, 더 다정한 생명체로 만든다. 고통 자체에서 해답이 나온다고 나는 이따금 생각한다. 상실의 슬픔과 기억은 그 나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 30대 초반 2살 많은 친척언니 M의 죽음은 나에게 슬픔과 고독사에 관한 인식을 심어준 반면, 88세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은 상실보다는 자연스런 마무리로 여겼다. 생전에 더 가까웠던 사이는 외할머니인데, 이 두 죽음에 대해 차이나는 감각은 무엇 때문일까? 단순 나이? M은 그 당시에 고독사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재택사(우에노 지즈코)라는 개념도 만들어졌다.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까지 생각이 미쳤던 부분.

    (273)나는 언제나 내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척했지만 사실 그것은 감옥살이나 다름없었다.
    ; 알 듯 말 듯, 이 문장은 무슨 뜻인가?

  • 2023-07-01 10:04

    1.
    (51쪽) 감정적인 문제에 직면할 때 캐럴라인은 사안의 경중과 상관없이 달아나기보다 오히려 문제에 다가가는 사람이었다. 해결이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감정의 여파로 아무런 비난이나 앙금을 남기지 않았다. 내게도 비슷한 문제해결 본능이 있었다. 침묵과 거리두기가 정면충돌보다 훨씬 더 해롭다는 것을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수년 동안 우리 사이에 해결하지 못한 부유물이 남지 않았던 것은 이런 공존 능력 덕분이었다.

    ->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J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우리의 남편들은 우리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성애 없는 애인’이라 부른다. 우리의 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깊어졌는데, 그 이유가 적어도 우리 둘 사이의 문제는 ‘정면충돌’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 사이에 어떤 미해결 과제가 남겨지면 우리는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그 문제에 대해 숙고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늘 대화할 거리가 있고, 금기되는 대화 소재란 없다. 캐럴라인과 저자의 우정과 나와 J의 우정을 생각하며 문제해결방식이나 ‘공존 능력’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2.
    (184쪽) 하지만 견디기 힘든 꿈이 한 가지 있다. 아파서 치료받고 있는 그녀를 내가 찾지 못하는 꿈이다. 연락이 끊어지거나, 전화가 되지 않거나, 잠긴 문 너머에 그녀가 있는데 내 열쇠가 부러진다. 조금씩 다른 변주가 있지만, 번번이 허공을 할퀴며 깨어나는 이 꿈의 메시지는 하나다.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것은 삶이지 죽음이 아니라는 것.

    (255쪽) 죽은 이들이 우리를 지켜준다. 이제 나는 이 말을 실감하며 강한 안도감을 얻는다. 캐럴라인의 죽음으로 나 혼자 전장에서 버티도록 내몰렸지만, 이제 그녀가 말없는 호위병이 되어 내 안에 함께 머무르고 있다. 이런 애착이 기억 덕분이든 신의 가호이든, 이것은 내가 아는 그 무엇과도 다른 위안을 안겨준다. 그대는 나와 함께 있다. “전부 앗아가잖아!” 그날 밤 절망에 치여 전화기에 대고 루이즈에게 그렇게 소리쳤었다. 지나고 보니 전부 다 앗아가버리는 건 아니다.

    (256쪽) 애도의 지침서에는 가르쳐주지 않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우리는 산 자를 위해서만 애를 태운다. 나는 아마 일생 동안 캐럴라인을 애도하겠지만,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저자처럼 나 역시 견디기 힘든 꿈이 아픈 엄마를 내가 찾지 못하는 꿈이었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이런 꿈을 꾸게 되어 왜 이런 꿈을 꾸지하고 고민했었는데,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것은 삶이지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문장이 “이제 그녀가 말없는 호위병이 되어 내 안에 함께 머무르고 있다.”, “나는 아마 일생 동안 캐럴라인을 애도하겠지만,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와 같은 문장과 연결되어 깊게 와 닿았다. 저자가 캐럴라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겪은 과정이나 생각이 내가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겪은 것들과 닮아 있어서, 애도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런 애도가 병사가 아닌 다른 죽음에도 적용이 될까도.

  • 2023-07-01 21:33

    #1 감정적 문제에 직면할 때 캐롤라인은 문제의 경중과 상관없이 달아나기보다 오히려 다가가는 태도를 취하고, 해결이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의 여파로 아무런 비난이나 앙금을 남기지 않았다. 내게도 이와 비슷한 문제해결 본능이 있었다. 침묵과 거리두기가 정면충돌보다 훨씬 더 해롭다는 것을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공존의 가능성 덕분에 이후에도 우리 사이에는 감정의 부유물이 남지 않았다. p40~41

    ⇒ 이 두 주인공의 우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감정적 문제나 문제해결에 있어서 감정의 부유물을 남지 않도록 하는데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캐롤라인의 아버지가 심리상담가였다는 것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을 해보게 되었다. 우리 인간은 어린 시절 양육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프로이드의 개인무의식이나 대상관계이론의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표상을 논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은 이미 양육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성격(personality)이다. 심리학에서는 성격은 그 사람의 양육환경의 총체적 영향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성질을 어떻게 부린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감정의 부유물이 남지 않게 자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한 만남을 하고, 그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2 나는 이 애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했다. 제 목숨을 내게 의지하는 존재에 대한 본능적이고 깊은, 필시 모성을 닮은 감정이었다. 내가 인간과 동물의 유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주위에 동물이 있었고, 특히 개들은 아버지를 잘 따랐다. 중략................, 그러나 사람과 동물 간의 애착이 내게는 생소하지 않았다. p53

    ⇒ 모든 사람들은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가장 기본적인 애착관계는 일차적으로 모(母)와의 안전애착을 형성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애착관계일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런 애착관계의 형성이 불안전하기 때문에 물질이나 기호품에 더 집착하는 성향이 크지 않나 싶다. 물론 여기 나온 주인공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한 번쯤, 우리들은 진정 사람하고의 안전한 애착을 잘 맺고 사는지 점검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게 잘 되지 않을 때 현대인들은 공허와 외로움이 클 것이다.

  • 2023-07-01 21:35

    1. 이건 질문입니다. '리치는 싸움이라는 지점은 받아들였지만 나머지는 동의하지 않았다. 마지막 강의에서 그는 AA 모임의 최지가 항복이라고 말했다. 나는 눈알을 굴렸다. 전에 들어본 말이었다. 그가 이어서 설명하기를, 항복-무기를 내려놓고 싸움터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모든 힘을 되찾는 길이다 라는 것이다'. (104쪽). -> 항복한다는 것이 힘을 되찾는 길이라는 것이 중요한 핵심인 것 같은데. 여기서 '항복'이라 함은 나의 결핍감(혹 결함 110쪽)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일까요? 나의 실패 혹 결핍을 인정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는데 이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일지?..싶어요.

    2. '환상을 한 겹 벗기면 악몽이 보인다'. '우리가 이곳에 사는 것은 서로가 있어서였고, 반경 30킬로미터 거리에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서였다.' (170쪽) -> 여기 이 자리를 떠나면 뭔가 지금의 고민들이 다 해결될 것만 같은 환상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을 직시하게 해주는 문장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는 것이 결국 중요한 것 아닐까. 나에게 그런 관계가 있나? (가족을 제외하고). 되돌아 보았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캐럴라인과 게리가 부러웠습니다.

  • 2023-07-01 21:53

    1. 공정한 신문기자가 되기에 나는 지나치게 주장이 강했고, 학자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했다. 나는 몽상을 즐기고 고집이 세며 마음에 드는 몇 가지에 열광했다. 어려서나 어른이 되어서나 내가 생각하는 생산적인 하루는 오래오래 책을 읽고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다. 바로 이런 재능을 요구하는 직업을 찾았으니 기막힌 행운이었다. 클레먼타인이 곁에 있는 지금,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인간과 개 사이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단순한 언어로 이야기하며 온종일 침묵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47)
    --->이 책의 주제와는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들이 작가로서의 루틴을 유지해가는 모습이 가장 부러웠다. 이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보냈을 노력-고립/고독/성실함/끈기/항복/의존-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2. 전통적인 젠더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는 필요를 사랑으로, 사랑을 희생으로 혼동했다. 그 깊은 질곡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고요한 삶에 단단히 발을 딛는 과정은 다섯 해 전 술을 끊었을 때처럼 내게 희망과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겉으로는 인생의 내리막, 혹은 적어도 뒷걸음질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샘과 헤어지고 몇 년 동안 나는 북적대는 디너파티를 포기하고 대신 내 개와 함께 집에서 저녁을 보냈다. 이제 나의 관심사는 일과 우정과 내 집에 사는 흰 생명체였고, 이 자산들은 더 이상 내게 무엇과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125)
    -->1과 비슷한 이유에서 나에게도 이러한 노력-라이프스타일 간략하게 하기-이 필요하다. 나에겐 흰 생명체가 아니라 무엇을 남겨야 할까? 캐럴라인이 아니라 나에겐 누가?

    3. “어떻게 하지-나는 자기가 필요해”라는 말은 일종의 고백이자 분명한 메시지였다-우정의 씨실이 되어줄 의존 선언이랄까. 숲에서, 그리고 강에서 보내는 나날이 끝없이 이어지리라고 믿기 위해서도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그러나 진정 필요로 하는 마음이 확고해진 것은 우리가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내보인 더 슬프고 힘든 순간들-의견 충돌이나 무력감 혹은 두려움-덕분이었다.
    이런 껄끄러움과 불편함이 실은 관계의 친밀함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그 반대가 아님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몇 년이 걸렸다. 우리는 처음부터 정정당당히 제대로 싸우는 법을 배웠다. 언젠가 우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목격한 톰은 책을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 “나는 여자형제들이랑 같이 컸어” 그가 물러가며 말했다.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잘 알지.”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었지만, 이 힘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절대 휘두르지 않도록 노력했다. 담배 말고는 달리 중요한 일로 싸운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둘 다 거만하고 퉁명스럽고 과민하게 굴 때가 있었지만, 서로의 이런 기질을 금방 용서했기 때문에 크게 다툴 일은 없었다. (142)
    --->껄끄러움과 불편함이 실은 관계의 친밀함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그 반대가 아님! 이 표현이 좋았다. 늘 정정당당히 제대로 싸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정에는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고, 그걸 모색해봐야한다는 건 이해한다. 우정! 어렵다!! 그래서 시도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이 닫히면, 나는 어디서 세상을 만나게 될까?

  • 2023-07-01 22:17

    1) (132) 나는 지금 깊은 유대와 일상 속에서 피어난 우정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공기를 붙잡으려는 시도와 모든 면에서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의 결합에는 일상의 묵묵함과 풍요로움 이 함께 있었다. 장미에게 자리를 내주는 격자 울타리처럼..
    (141) 캐럴라인과 내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안온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우정의 근간에 우리가 함께 견딘 거친 여정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하버드대 운동장을 찾았던 그 겨울 오후 이후로-"어떻게 하지 나는 자기가 필요해"라는 말은 일종의 고백이자 중요한 메시지였다. -우정의 씨실이 되어줄 의존 선언이랄까. 숲에서 그리고 강에서 보내는 나날이 끝없이 이어지리라고 믿기 위해서도 우리는 서로가 필요했다. 그러나 진정 필요로 하는 마음이 확고해진 것은 우리가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내보낸 더 슬프고 힘든 순간들-의견충돌이나 무력감
    혹은 두려움-덕분이었다.

    ---> 그녀들의 우정은 공기와 같이 일상적인 풍요로움을 함께한 시간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상적이지 않다라고도 말할 수 있는 슬프고 힘든 순간들.. 두려움, 의견충돌등을 서로에게 보여 주며 쌓아올린 시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정이란 말도 각자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겠지만 상대에게 의존하는 것을 나의 나약함이라고 자책하지 않는것이고.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말에 기쁨이 차오르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까지 만났던 친구 또는 동료에게 '나는 네가 필요해'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는것 같다. 분명 타인이 필요하고 의존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텐데..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나약해 보일까봐.. 등등 이런 이유로 우정인 것 같지만 우정이 아닌것 같은 어정쩡한 관계들을 계속 반복해오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2.(256) 클레먼타인이 습격당한 사건은 당시에 나를 혼란과 불안에 빠트렸지만 그 여파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런 공포와 폭력을 겪고도 내 개가 안전하게 살아 있는데, 친구를 잃은 슬픔이 무색해질 정도로 개를 걱정하는 나의 모성을 들끓고 있었다. 나는 달래지지 않는 나의 불안이 부끄러웠다. 클레먼타인은 살아있고 캐럴라인은 죽었음에도 나는 지금 목숨을 구한 쪽을 두고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애도의 지침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우리는 산 자를 위해서만 애를 태운다. 나는 아마 일생동안 캐럴라인을 애도하겠지만 더이상 그녀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지인이나 가족을 잃는 슬픔이 아무리 깊고 힘들어도 산 사람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넘기며 또 살아간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때 내가 흘리는 눈물조차 애도를 위한 제스쳐, 형식..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의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꾸려가고 아이들을 챙기고 친구도 만나고.할거 다 하면서.. 그들을 애도하는 장소나 특별한 상황에서 흐르는 눈물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었다.

  • 2023-07-01 22:34

    1. 지난 수년간 나는 실재하는 삶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향해 바삐 걸어가는 이런 인파에서 나만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다. 이제는 더 깊고 더 다양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AA모임을 향하고 있다는 것. 이것은 어렵사리 얻은, 하지만 삶이 언제나 알려주고 싶어하는 훌륭한 가르침이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공개된 버전일 뿐이라는 깨달음. 교회든 병실이든 담배연기 자욱한 지하실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들도 엄연히 이 세계를 떠받치는 한 부분이다. 내 손에 마스터키가 쥐여졌고, 나도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 실재하는 삶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내가 동떨어져 있다는, 중요한 인생의 시간들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여기서 실재하는 삶이란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하고 그 안에서 나름 나아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이 평탄하다 못해 심심할 지경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삶의 훌륭한 가르침을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것 같다. 저자의 손에 쥐여진 마스터키가 어떤 무게인지 갈음할 순 없지만, 그 키가 부러웠다.

    2. 우리 주위에는 화학요법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이들이 많았는데, 이 대화가 오가는 동안 우리에게 눈길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한 여성이 휴지상자를 건네주고는 다시 읽던 잡지로 눈을 돌렸다.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안도가 되고 가르침이 되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누구도 낯선 이들의 감정에 불편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도 죽음에 직면한 자들의 은밀한 문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들,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에선 심장의 맨살이 훤히 드러났다.
    --> 누구도 낯선 이들의 감정에 불편해 하지 않는 상태. 이런 상태는 죽음에 직면해야 획득할 수 있을까.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겪어보지 않아 죽음에 직면한 자들의 은밀한 문화가 무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화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다른 이들의 감정에 불편해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호들갑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같은 입장의 처지로서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일까.

  • 2023-07-01 23:33

    1.비운의 여주인공을 자처하는내 의식의 잔재도 문제였다. 전통적인 젠더 논리의 연장선에서 나는 필요을 사랑으로, 사랑을 희생으로 혼동했다. 그깊은 질곡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고요한 삶에 단단히 발을 딛는 과정은 다섯해 전 술을 끊었을 때처럼 내게 희망과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겉으로는 내인생의 내리막,혹은 적어도 뒷걸음질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p125)
    이런 삶의 교휸-기품과 자율, 그리고 과하게 내주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에 대한 교훈-이 명확해진 것은 캐럴라인과 개들을 데리고 간 숲속에서였다.(p125)
    :나는 아직도 사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구분이 될수있을까 필요인지 사랑인지? 저번시간 정희진책에서 사랑과 사랑한다는 주장과 관련한 내용처럼 쉬운듯하면서도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인 것 같다.
    2. 이 남자가 샘이라면 자기 이름을 듣고 움찔할 테니 그 반응으로 그가 맞는다는 것을 대번에 알수 있을 것이고 만일내가 잘못 본것이면 그는 그녀를 무시할테니 앞으로 두시간 동안 과거의 유령을 피해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략-이 여성으로 말하자면 수줍음이 심해서 어떤 이유로든 주목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남들 앞에서 자신을 웃음거리고 만들고 배가 아플 정도로 나를 웃게 만든 것이다. (p138)
    :내성적이 성향의 두사람 이지만 상대방을 안심 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 눈에 그려졌다. 나도 길을 가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 글에 눈이 갔다. 만일 그 남자가 샘이었다면 캐롤라인과 게일은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 2023-07-01 23:47

    1.
    (41쪽) 우정- 혼자일 때보다 둘인 관계에서 더 강하거나 더 관대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견제와 균형 같은 것

    (51쪽) 나는 그날의 대화로 마음이 후련해진 한편 쉽게 상처입는 내 모습에 불안해졌다. ...
    “어떻게 하지” “왜 그래?” “나는 자기가 필요해”

    (110쪽) 뭐가 그리 무섭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나는 흐느끼며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려워요.” 리치는 양손을 마주잡고 만면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모르고 있었어요?” 그가 상냥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런 결함을 사랑하는 거예요.”

    (131쪽) 캐럴라인은 무언가를 거부하고 통제하는 가혹한 내면의 목소리와 수년간 싸움을 치렀다. 그런 그녀가 내가 내미는 먹을 것을 - ... -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남이 내게 지나치게 의존할까봐 오래 겁을 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견과류와 베리류를 찾아다니고 내가 아끼는 생명체에게 가져다 나르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에게 기대게 됐다.

    (235쪽) 캐럴라인과 나는 우리의 상황과 욕구에 따라 그런 의존을 일정 정도 서로에게 할당했다.

    ⇒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봐 걱정했고, 독립적이지 않은 사람을 은근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엉기지 마라, 엉기면 죽는다’는 사인을 보내고는 했다. 이 책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서로에게 의존을 허하는, 독립적이려 안간힘 쓰다가 자기파괴적이 되었었던 두 여성을 만났다. 우리가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기나 한가?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어떤 결합에 의해서 생성되고, 살고 있다. 의존한다는 것이 곧 우정 또는 사랑이 아닐까? 그로인해 우리는 더 강하거나 관대해 질 수 있을 것이다.

    2.
    (170쪽) “환상을 한 겹 벗기면 악몽이 보인다.” 이것은 캐럴라인이 좋아했던 문구로, 본래 우리 둘과 가까운 한 친구가 꿈꾸던 삶을 좇아 타국에 갔다가 결국 불행의 덫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하다 나온 말이다. 그 뒤로 이 말은 다른 어딘가에서 더 나은 직업이나 파트너를 갖고, 혹은 더 나은 내면으로 살아가는, 겉보기에 완벽한 삶을 총칭하는 우리만의 암호가 되었다.

    (172쪽) 한 곳에 뿌리내리는 삶에 대한 양가감정은 캐럴라인의 집이 그녀에게 주는 안식처 느낌을 이해할수록 한결 누그러졌다.

    ⇒ 계속해서 떠나는 삶을 살았던 게일는 캐럴라인을 만나며 안착하게 된다. 환상을 꿈꾸기 보다는 현실에 발을 붙이는 삶. 떠나는 삶과 안착하는 삶 중 더 중요한 것은 뭘까?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으로 안착 되는가? 둘 중 더 소중한 것이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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