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에세이 -미완성

시소
2023-11-26 09:24
51

                                                                                                              무제(제목에 갇혀 있게되어서 나중에 넣겠습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위해 한강을 향한다. 이곳 잠실은 옛 잠실 나루터가 있던 곳이라는 표지판과 뽕나무를 많이 키웠다는 설명도 읽고 고개를 들고 보니 롯데 시그니엘이 보인다. 저기는 하루 숙박하는데 얼마일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침마다 만나는 60대 중반의 아주머니(아니 어쩌면 70세일지도 모르겠다.)는 인도에서 와이드 스쿼트를 하거나 팔벌려 뛰기를 한다. 처음 몇 번은 그냥 그러려니 지나갔지만 계속된 그분의 운동장소에 의문이 들었다. 보통은 인도가 아닌 잔디밭이나 넒은 공지에서 운동을 하는데 저분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에서 운동을 하는 것일까? 마음에 드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걸까? 아님 본인의 건강한 몸을 과시하고 싶으신 걸까? 과시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분의 몸은 여느 할머니들의 몸은 아니다. 통통하지만 다부진 몸에 서늘한 날도 반바지에 짧은 티셔츠를 입고 길 한가운데에서 운동을 하시는 그분은 아침운동하시는 다른 중년의 분들과는 이질감이 든다. 이른 아침 운동하는 젊은 사람들이 멋진 자전거와 운동복으로 자신을 드려내고 싶다면 그분은 건강한 자신의 몸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을 하며 계속 걷는다. 아침마다 보는 부부 같은 중년의 남녀가 있다. 부부 같은 이라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른 아침부터 그분들은 열띤 대화를 하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한번은 그럴 수 있는데 매번 그러니 그들의 대화가 궁금해진다. 주변에 그렇게 대화하는 부부가 없어서 편견을 갖는 것이겠지 싶어 공연히 혼자 멀쑥해진다.

집에 돌아와서 작은 아들과 등교 길에 나선다. 삼성동 코엑스를 지나 청담동으로 가는 길에 전광판 광고가 번쩍인다. 롤렉스에서 새로 시계가 나왔는지 멋진 여자가 시계를 차고 있는 손을 들어 보인다. 시계가 예쁘다. 갖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집에 있는 것도 안차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어 갖고 싶다는 마음을 접는다. 옆자리 아들이 저런 건물 사려면 얼마 있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 나의 시선이 전광판이라면 우리아들이 보는 건 전광판이 달리 건물이다. 건물주를 희망하는 아들은 같은 건물이어도 전광판이 있는 건물이 임대수익이 높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것 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우리 내부에서 새롭게 자라는 욕망이 무엇이고 거부감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무역은 초조하게 우리를 주시한다.(p26)

과거 무역이 우리를 주시했다면 현재는 전광판이 우리의 욕망을 조정하거나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전광판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 물건은 너에게 필요해. 이걸 욕망해. 이걸 갖고 있으면 너도 멋져 보여”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진정 욕망 하는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된다. 전광판을 볼 때마다 잊고 있던 욕망이 솟아난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진짜 욕망일까 아님 조작된 욕망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전광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핸드폰을 켜면 나에게 추천해주는 많은 상품과 사이트들과 지하철의 광고판. 광고판은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를 끊임 없이 자극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런던은 쉴 새 없이 나를 매혹하고 자극하고 내게 극을 보여주고 이야기와 시를 들려준다. 두 다리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비는 수고만감내하면 아무것도 걸리적 거릴 것 없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휴식이다. (1928.5.31.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중에서)라고 하지만 나에게 도심을 걷는 다는 건 이성적으로 눌러놓은 욕망을 자극하는 시간이고 긴장하는 시간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욕망하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물건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게 하는 장소인 것이다. 사무실이 강남이었던 나에게 도심을 걷는다는건 남보다 똑똑해 보여야하고 잘나 보여야 하기위해 나를 벌크 업하는 장소인 것이다.

사회생활은 긴장의 연속이고 남과의 비교가 필수이다 보니 도심에 들어가려면 나의 행색을 먼저 살피게 된다. 행색을 살피는 것은 일의 특성상 관공서나 금융권을 다니는 일이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하고 가는지에 따라 그들의 업무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의 산책은 버지니아 울프와는 다르게 도심을 걷지 않게 된다.

그런 나의 주거지는 도심 한가운데 이며 젊음의 거리. 1930년대 급변하는 시기에 도심이 울프에게 많은 자극과 휴식을 주었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도심의 산책은 신자본주의 물결에 휩싸여서 살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은 장소인 것이다. 가끔 롯데월드 몰에 물건을 사기위해 갈 때도 있다. 나에게 동네인 곳이 다른 이들에게는 놀러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그곳에 가면 든다. 편하게 입고 온 추리닝을 입은 나와 갖추어 있고 나온 선남선녀들. 입고 나온 추리닝이 후질 근하게 느껴지는 나에게 도심의 산책은 편안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코스중 하나는 시장을 통과해서 석촌 호수에 가는 길이다. 사람이 그리울 때(또는 소음 속에 있고 싶을 때)는 시장으로 간다. 이 동네는 특이하게도 시장이 있다. 그곳에 가면 한강공원에 놀러 가기위해 먹거리를 사는 사람들과 야구장에 가지고 갈 간식을 고르는 연인. 친구. 그들의 젊음은 언제나 시끌시끌하다. 그들의 시끄러움이 나의 마음을 고요 하게 할 때도 있다. 저 사람들은 무슨 대화를 하기에 저렇게 시끄러울까 저 사람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등 사람들을 보고 생각하다보면 내속의 생각들은 잠시 잊어진다. 걸음을 재촉해 석촌호수를 향한다. 석촌호수는 조금 분위가 특이하다. 호수의 모양이 8자를 뉘어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서쪽과 동쪽 끝에 앉을 수 있는 광장이 있다. 석촉호수 서쪽을 서호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장기를 두시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운동을 하시는 할아버지들이 무리를 지어 계신다. 장기훈수를 두시는 할아버지와 운동을 하는 젊은이에게 자세를 가르치시는 할아버지. 동네에서 뵐 수 없었던 나이 드신 분들이 다 나와 계신 것 같은 느낌이다. 작은 낙원동이다. 이곳 잠실에서 나이든 노인이 갈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반면 동호쪽은 롯데 월드몰에 가까워서 그런지 외국관광객과 젊은 연인들이 많이 앉아 있다. 그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본인을, 본인이 있는 장소를 뽐낸다.

 

옥스퍼드 거리에는 이런 천 가지 목소리들이 항상 아우성친다. 모두 긴장으로 팽팽한 현실의 목소리다. 먹고살기 위한.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 무심하고 무자비하게 넘실대는 거리의 파도에 어떻게든 가라앉지 않기 위한 압박감이 화자들을 다그쳐 뱉어낸 목소리다. -삶은 투쟁이고 , 모든 건축물은 소멸하며 모든 과시는 허영임을 이 촌스럽고 천박하고 번잡한 거리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는 사실 말이다. (p41)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01동부터 170동까지 있다. 1단지부터 3단지까지 이렇게 큰 단지가 3곳이나 있다. 아파트 안에 유치원부터 고등하고 우체국과 파출소 까지 있으니 웬만한 마을의 크기이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파트 상가의 풍경도 여느 아파트와는 다르다. 비싼 세탁소와 저렴한 세탁소 파마한번에 3~40만원하는 미용실과 5만원하는 미용실 등 서비스를 받기위해 지불하는 대가의 폭이 넓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는 상가가 나의 경제적 위치를 드러낸다. 큰애 중2때 부모님이 맞벌이 하는 애가 학생회장이 된 적이 있다. 학부모 모임에 회장엄마는 파리바게트에서 빵과 슈퍼에서 야쿠르트를 사왔다. 그 상황에 대해 뒤에서 말들이 많았다. 누가 이런 야쿠르트를 먹는다고 사왔냐고 하는 사람과 촌스럽게 빵을 사왔다고 하는 사람들.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누군가 성의를 표현하기위해 준비한 다과인데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잘 꾸민 엄마가 한마디 했다. “ 난 파리바게트 빵은 안 먹어. 거기 버터가 안 좋아 빵은 태극당 빵이 맛있지” 파리바게트 빵집도 비싸져서 못 사겠다는 사람과 파리바게트 빵은 버터가 별로가 못 먹겠다는 사람들 사이 어디쯤 나도 위치해 있을 것이다. 강남으로 입성하기위해 대치동으로 라이딩하는 엄마와 옛날 잠실주공1단지의 원주민이었던 어른들. 이곳은 안착하는 곳이 아니라 경유하는 경유지 같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자 하는 욕망과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2008년 입주 후 16년을 살아온 아파트지만 나는 아직도 이곳이 낯설다. 동네에 편하게 나가려해도 옷이 신경 쓰이고-그렇다고 신경 쓰이는 만큼 옷을 입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인 다는게 중요하다.-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대화에 한마디 거들어서 나의 생각과는 다른 애기를 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이 힘든 것 같다. 허세 부리는 사람에게 같이 허세로 응대하거나 침묵하는 방법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런 자리가 불편해 자꾸 빠지게 되니 이제는 지나가다가도 아는 사람을 찾기는 힘든 일이 되었다.

예전의 나의 산책이 ‘건강하기위한 방법’의 산책이었다면 이번 시즌3의 나의 산책은 나의 욕망과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산책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택 기준이 아니라,‘어느 도시에 살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도시를 주체로 두고 살 장소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집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에 사는 것’입니다. ‘지역에 사는것’입니다. (느긋하게 밥을 먹고 느슨한 옷을 입습니다. p201/민음사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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