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차 후기> 애나 칭, 세계 끝의 버섯 #1

서해
2023-09-25 17:21
247

1. 카공족 체험

아이의 중간고사가 머지 않은 어느 일요일 아침,

우리 가족은 각자의 공부를 목적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카(스터디카페) 방문했으나 2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공원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나는 다음 시간까지 2주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빌미로, 그리고 후기도 써야하는 이유로 세계끝의 버섯을 다시 읽기로 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오랜만인데 집에서 읽는 것보다 놀랍게도 읽혔다. 주말이면 근처 아니라 각지에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커다란 공원의 한켠에 있는 카페, 그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2004년에서 2011 어느 날의 미국 북서부연안에서 버섯을 채집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카페의 왁자지껄함 덕분에 나는 어느때 보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갈 있었던 것 같다. 백색 소음의 신비.

 

2. 버섯과의 마주침

카페에서 책을 읽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후 아이의 교재를 사기 위해 중고서점으로 가는 동안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커다란 공원과 중고서점 사이에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있는데 공사 가림막 앞쪽으로 예전엔 가로수(아마도 은행나무)였던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루터키 마다 이름모를 버섯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루터기는 지름이 50센티미터쯤 되는데 각자 서로 다른 버섯과 공생하고 있었고 이미 가맣게 변해버린 그루터기 중간에 새롭게 잎을 틔우는 식물도 있었다. <세계 끝의 버섯>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눈에 띄지 않았을 광경이었다. 송이버섯은 아니지만 이런 것이 버섯이구나싶었다.

나무도 버섯도 이미 전부터 그곳에 있었을터인데 나는 이제야 그들을 알아챘다.

 

3. 오랜만의 탐구생활

요즘 공부 슬럼프에 빠져서 약간 의기소침해 있던 나는 버섯 발견 후 신기함과 놀라움을 안고 집에 돌아와 4장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우연히 오리건주의 송이버섯 채집에 대한 유튜브를 보았다. 채집인들이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흙덤불을 손으로 쓱쓱 헤치면 송이의 갓이 나온다. 마치 갯벌에서숙련된 어민들이 낙지나 조개를 잘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다음 영상은 정말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송이버섯캐기 브이로그나는 송이버섯 냄새를 한번도 맡아본적이 없지만 영상을 보고 있으니 왠지 상상할 있을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번 시간에 공부한 내용 중에는 ‘4 가장자리를 작업하기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4장에는 우리를 다소 혼란스럽게 구제(salvage)’ 비롯하여 ‘구제축적’, ‘주변자본주의적(pericapitalist)’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애나 칭은 구제를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구제축적은 선두기업이 상품 새산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개념인데,

애나 칭의 관련 글들을 찾아보니 구제란  공장에서 뚝닥 찍어낼 없는 , 생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석탄, 석유를 비롯해서 숙련된 사람의 노동력과 같은 것을 말한다. 그래서써먹는다 했고 이는 어떤 재료들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결과물만 빼먹는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각주(120)에는 애나 칭이 구제축적을 맑스의본원적 축적 근원을 두고 썼다고 나와 있는데 본원적 축적과 다른 점은결코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의미 역시 한번에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빼먹는 방식이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오리건주의 오픈티켓을 통해 설명되는 송이버섯 채취에서부터 일본인 무역상까지의 상품사슬은 주변자본주의적 활동으로 설명된다. 일본인들이 송이버섯을 재고품으로만들기 직전까지의 상품사슬은 오리건주의 오픈티켓의 장에서만 일어나는 비자본주의적 방식이기 때문에 비자본주의적 방식과 자본주의방식이 만나 주변자본주의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자본주의적 방식은 오리건주의 송이버섯 상품사슬에서만 존재하는 그들만의자유’문화적 실천에 오염된 특별한 시장의 작동원리다.  특별한 시장의 작동원리가되는 까닭은 판매자와 구매자 흥정이 일어나되 여기에 재투자되는 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유문화적 실천은 채집인들과 구매인, 현장중개인, 대규모 구매/수출업자로 이어지는 상품의 사슬을 단순한 유통체계가 아니라 그곳에 관여된 많은 사람들이함께 즐기는 퍼포먼스로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능한 재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 발제 후 토론

발제가 끝나고 이야기한 내용 ,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 단어 혹은 개념들로 이야기했던 몇가지를 떠올려 봅니다.

-불안정성과 불확정성 어떻게 다른가 : 송이버섯을 채집하는 다양한 민족(?)들이 각자의 사회적 정치적 시대적 불안정성을 지닌 사람들로 등장하고 이들이 버섯을 만나고 팔고 하는 장면이 불확정성의 삶을 표현하는 예시로 등장한다. 불안정성의 상태와 불확정성의 활동?

-오염 : 이책에서 오염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정의롭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결합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공생이나 협력을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사용된 것인듯하다.(둥글레샘,겸목샘)

-자유 : 둥글레샘은 이러한 주변자본주의적 방식이 존재한다는 긍정적인데, 송이버섯 외에 어디에서 찾아볼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이야기했습니다.

겸목샘이 애나 칭은 맑스주의자(본원적축적, 소외, …)라고 하시면서 들뢰즈, 벤야민의 이야기를 문탁샘의 질문과 함께 역사 돌아보기(파울클레의 새로운 천사) 등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후기 쓸줄 모르고 자세히 메모를 못한 탓에 기억이 안납니다.
그리고 나름 열띤 토론 속에서 다른 분들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못담았습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댓글에 써주셨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스프링샘의 질문은

애나 칭은 송이버섯의 상품사슬을 자유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과연 그들이 선택한 자유였을까, 그들의 여건상 대안없이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야기로 바라본 것이 아닌가 였습니다. 제가 위에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걸리는 부분이네요.

영화보다가 갑자기 불켜진 것처럼.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둥글레샘의 질문과도 연결되는, 송이버섯의 자유를 어떻게 다른 곳에도 적용시킬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는 모든 것이 자본주의로 쉽게 빨려들어가는 세상에서 그들의 모습이 우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이상, 사설만 길고 본문은 짧은 후기였습니다.ㅋ

모두 추석 연휴 보내시고

10월에 만나요~ ^^

댓글 4
  • 2023-09-25 18:11

    후기를 쓰는 길을 쭉 같이 따라 걸어온 것 같아요. 의기소침과 작은 발견들, 마주침의 기쁨과 그것으로 촉발된 탐구심을 타고 링크, 링크... 이 모든 과정이 후기쓰기겠죠. 사설 역시 제겐 모두 본문으로 느껴집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추석 전에 끝낸 것도 축하. ㅎㅎ

  • 2023-09-25 19:15

    공이 많이 든 후기네요!! 저도 며칠 전 스터디카페 처음 가봤는데, 문 앞에서부터 좌절할 뻔했어요^^ 문 앞에 키오스크 하나 설치돼있어, 이걸 어떻게 뚫고 들어가나 옥신각신했어요. 가끔 카페도 가보고, 스터디카페도 가보며 어디가 쫌 낫나 알아봅시다~

  • 2023-09-25 19:31

    저도 산책길에 버섯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보이니 무슨 버섯인지 찾아보게 되고요. 사진 속 버섯은 갈색꽃구름버섯, 벽돌빛뿌리버섯일까요?ㅎㅎ(요요샘~~~)

    저는 '구제 축적'이라는 개념이 새로웠습니다. 위 본문에도 있지만, 애나칭은 "구제salvage를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120)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채용 시장에서 스펙을 잘 쌓은 응시자나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는 것도 '구제 축적'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또 애나칭은 "'제3의 자연'을 제안하는데, 이는 곧 자본주의 속에서도 삶을 살아내는 것을 뜻한다."(9)고 말합니다. 가끔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에 죄책감을 느꼈는데, 면죄부를 받은 것 같아 솔깃한 표현입니다.ㅎㅎ 더 읽어나가야 진의를 알 수 있겠지만요. 오픈티켓의 버섯, 채집과 구매 행위에 돈은 오가지만 자본은 아니다.(156)라는 표현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저는 그동안 시장과 화폐와 자본주의를 거의 동일하게 퉁쳐서 그룹핑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참에 <자본론>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3-09-26 19:11

    저도 똑같이.. 어제 아이랑 길을 가다가 가로수에 있는 버섯을 발견했다지요ㅎㅎㅎ 시간이 많으니 꼼꼼하게 다시 읽고 싶지만, 아직 책을 펼쳐보지도 못했습니다ㅜ 후기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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