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세계 끝의 가족(완결편)

무사
2023-12-31 15:58
374

 

세계 끝의 가족

2023.12.31.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어릴 적 집에 오신 손님들(대부분 친지들)은 내 작은 손에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 퍼런 지폐는 어린 내가 봤을 때도 꽤나 듬직해 보였다. 그 용돈은 넉넉치 않은 살림을 사느라 늘 고단해보였던 해피님의 고민거리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어 주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100원, 200원 정도는 남는 이벤트였다. 취학 전 아동 시절이었다.

그 때 배웠다. 어른이 염려하는 마음으로 주시는 용돈은 적당히 공손하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 용돈은 단지 '용돈'만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니 과한 거절은 '선물 경제'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시절 나는 나름 증여와 순환의 정신을 잠시 엿본게 아닐까? 체면을 상하지 않게 선물하는 예절, 받는 사람의 태도 등 '돈과 관계의 철학'을 조금 익힌 셈인지도 모르겠다.

고릿적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연재의 발단과도 조금은 연결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모은 돈에 대출금을 좀 보태 집을 사고 이사를 했다.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동학 둘이 '쫌 다른' 가족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모셔 조촐하나마 집들이를 계획했었는데, 상반기에 일이 몰아쳤던, 임수의 몸이 많이 안좋아서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다. 집들이를 안했는데 문탁샘은 집들이 축하금을 보내셨고, 우리는 이를 받아야 할지 돌려드려야 할지 가족회의를 해야했다. 결과는? 어렸을 적 터득한 '철학'에 기대어 적당히 공손하게 받아 챙겼다. 얼마 후 둘 다 코비드19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던 중, 우리는 약 기운에 취해 연재 권유를 덜컥 수락하게 되었고, 문탁샘이 주신 집들이 축하금은 결과적으로 원고료가 되었다.^^;; 그렇게 연재는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창작의 고통은 컸다. 가족과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민낯이 아닐 수 없으니, 시시콜콜 사는 얘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앎과 삶을 연결해보고 싶다고까지 했으니... 입으로 지은 업을 어쩌누ㅜㅜ 무튼 연재 마감은 월말이었는데, 매달 20일만 되면 스멀스멀 다크서클이 눈가에 내려 앉았다. '뭘 써야하나'라는 걱정은 '왜 쓴다고 했을까?'하는 후회를 거쳐 급기야 이번달 연재 쓸 차례가 아닌 상대방에게 부러움과 짜증으로 가닿았다. 그렇게 지지고 볶아 온 일년의 기간 끝에 마지막 연재를 쓰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마무리 연재는 또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고민은 접어두었다. 마지막만큼은 되는대로 써보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을, 마치 미용실에 비치된 월간지 속 식상한 포맷대로, 각잡고 하는 시시껄렁한 질문과 대답으로 꽉꽉 채웠다.(마지막이니까!!)

1. 함께 살아보니 어떤가?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임수 : 회사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혼자 살다가 대중교통과 도보 1시간 거리로 이사왔지만, 예전 살던 집에서 출근할 때보다 지각을 덜한다. 아침마다 정화는 AI처럼 일어나서 나를 깨워준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회사에 갈 수 있다. 가끔은 정화가 지하철역이나 회사에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혼자 살 때는 습관적으로 몸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습관이 많이 줄었다. 식사를 한 후 바로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치운다. 그래도 가끔 정화가 없는 날은 하루정도 묵혔다 치운다.ㅎㅎ 연구직이라 직장에서 대화할 일이 거의 없어서 집에 오면 정화한테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붓는데, 속에 있는 것이 풀리는 느낌이다. 정화는 나한테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대숲 게시판)인 셈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 삶에 큰 여유를 준다.

정화 : 솔직히 혼자 살 때보다 집안일이 두(세?)배쯤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서로 얘기하고 생활방식을 조율해나가면 점차 나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함께 살면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공간의 이야기가 바뀌었다랄까? 접속하는 관계망의 다양성? 뭐 이런 부분들이다. 찐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곧 연루되는 사건, 서사가 달라지는 것이니 말이다. 임수가 퇴근하면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로 포문을 열면 그 이슈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가 새롭고 재미지다.

2. 함께 살면서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임수 : 늘어지고 싶거나 짜증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정화는 그냥 봐주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면 정화는 "넌 가족을 이렇게 대하니?" 하고 되받아친다. 정화 말이 맞지만, 너무 맞말만해서 힘들 때도 있다. "무슨 AI야? 어디 녹음기 틀어놓은 거 아녀?"

정화 :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가끔 하는 데도 하기 싫어하거나 짜증을 내는 거야?' 같은. 기대와 희생은 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은 태도라고 여겨왔는데... 아직 공부와 대화가 더 필요한 지점이다.

3.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임수 : 과유불급. 정화의 열정은 넘치지 않는다. 그래서 뭐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건건한 정화의 생활태도를 배우고 싶다.

정화 : 반성하고 바꾸려 애쓰는 태도이다. 임수는 고집도 쎄지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다투는 상황에서도 바로 인정한다. 그 점은 배울 점이 맞다.

4. 일년 연재 중 맘에 드는 회차를 꼽는다면?

임수 : 우선 내가 쓴 연재 중에는 <가족의 재구성> 편이다. 정화와의 동거는 나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 가치관, 관심사 모든 게 바뀌는 시점에 정화와의 동거는 큰 구심점 역할을 해줬던 것 같다. 사주명리에서 결혼운을 다른 가족의 탄생으로 해석하자 인생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정화가 쓴 연재 중에서는 <현장르뽀! 나는 임수가 오늘 아침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편이다. 뇌리에 박히는 연재였다. 언제 찍혔는지 모를 증거물 1호 핫팩 비닐... 다시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지금도 내 책상 위에 과장 봉지가 며칠째 방치되어 있다. 저 연재 이후로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즉각 버리는 편인데, 며칠 전에 또 한소리 듣긴 했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아! 정화와 같이 살고 있구나^^;;'

정화 : 사실 모든 연재가 소중하다.(어떻게 쓴 연재인데, 하나만 고르겠는가!!) 그래도 굳이 꼽자면 <아무튼, 공동체력>과 <(정임합목형) 무진장 실험>이다. 문탁 공동체 안에서, 또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에서 공동체력을 함께 기르는 것과 임수의 퇴직 이후에도 '(정임합목형) 무진장 3원칙'을 잘 지키면서 서로 돌보는 것이 남은 숙제라는 의미에서 꼽았다. 임수의 연재 중에는 <정입합목 양생하우스 반려식물들을 소개합니다.>이다. 애지중지 식물을 돌보는 마음이 너무 무해하고 예뻐서 임수가 식물 외에는 하우스를 잘 돌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버린다.

 

(아! 참고로 우리 연재의 제목은 영화나 드라마, 책 제목이나 내용을 차용해서 지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ㅎㅎ)

연재 제목을 지을 때 참고한 컨텐츠들

 

5. 만일 '따로 살 결심'을 하게 된다면, '이것만은 꼭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는지?

임수 : 이사오면서 책상을 따로 사지 않고, 정화가 30년 동안 쓴 원목책상을 물려받았다. 정화말로는 그 당시 없는 살림에 해피님이 거금을 들여 사주신 책상이라고 한다. 오래되었지만 해피님의 관리하에 있었던지라 지금도 상한 데도 별로 없고 손때가 묻어있는 멋스런 원목책상이다. 난 이 책상이 정감있어 좋다. 컨츄리한 나와 잘 어울린다.ㅎㅎ

정화 : 음... 리클라이너? 가끔 그레이계열 옷을 입고 거실에서 리클라이너에 앉아 책을 보고 있을 때 임수가 날 못보고 그냥 지나친다. '정화야~' 하면서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임수를 보는 것은 정말이지 꿀잼이다ㅋㅋ거실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말한다. "제발 숨 좀 쉬어. 인기척 좀 해ㅎㅎ" 다행히 리클라이너가 두개다. 하나씩 나눠 가져야지. 앗! 근데 하나는 자동, 하나는 수동인데 어쩌누~~ 에이~ 그냥 같이 살아야겠다. 늘 이렇게 마무리된다.^^

6. 지금 푹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임수 : 음...난 뭐에 빠져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사주명리인 것 같다. 정화처럼 좋아서 빠져있기 보다는 지금은 살짝 직업적 책무 비슷한 의미로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재미로 시작했는데 책임감이 더해졌다.

정화 : 단연 임윤찬이다. 더 정확히는 임윤찬의 연주다. 몇 달째 임윤찬 연주만 듣고 있다.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피아노 콘체르토 실황 연주를 듣고 싶다.

7. 앞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임수 : 나를 좀 더 이해해주면 안되나? 정화는 내 행동 중 잘못된 것이나 맘에 들지 않는 것을 콕 짚어서 이야기한다. 흥!

정화 : 예민함을 좀 덜어냈으면 좋겠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리 크게, 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라며 이불킥을 차는 경우가 제법되지 않나. 임수는 생약이라 상관없다고 주장하지만, 생약 복용량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몸의 변화에 너무 민감해서 1일 1약하는 것도 2일 1약 정도로 줄이길 바라본다. 왕창 빨리 먹고 소화제를 먹는 패턴의 반복을 조금만 바꾸면 될텐데. 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왕창 안먹으면 되는데...(AI 녹음기를 잠시 틀어놓았다.)

8. 내년에는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가?

임수 : 지금까지 문탁에서 공부한 것들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나서 습도 파악하고 인지했는데, 실천이 안되는 것 같다. 올해는 실천의 해로 삼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는 실천의 현장이다. 한동안 안싸우고 잠잠했는데 어김없이 비슷한 주제로 오랜만에 싸웠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면서 바꿔가고 싶다.

정화 : 인류학 연구자 김현경이 쓴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이 있다. 저 세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서 사두었던 책이다. 잠깐 들춰보니 이런 부분이 나온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26) 내년에는 현장(장소)과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꽤 오랜 기간 정해진 장소만을 오가며 대부분 그 안의 사람들과만 만났다. 그 안에서 나름의 환대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협소하고 부족했다. 사회의 가장자리 부근, 경계의 바깥이라는 장소에 서있어 볼 생각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소설을 좀 읽어보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너무 번거롭고 무거워 소설을 거의 안(못)읽었는데, 이제는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이야기니까.

1회차 연재 <함께 살 결심>의 일부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 싶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중략)...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중략)...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이 시작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우리는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 오해보다 이해에 한걸음쯤 더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깊어졌다.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럼 이제 안 싸우냐고? 아니. 그건 '가족'의 디폴트다!! 세계 끝의 가족이라고 다를쏘냐!!

<Thanks to~>

 

다시 없을 기회였습니다.

그동안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연재를 읽어 주시고, 저희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연재를 권유해주신 문탁샘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스페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고 잘 살아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두에게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덜 험한 일상이기를 바라봅니다.

 

댓글 7
  • 2023-12-31 18:02

    두 분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연재글 재미나게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저도 남편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나.. 반성한답니다. (근데 진짜 저 많이 이해하고 사는 거 같은데... ㅎㅎㅎㅎ)
    암튼 연재 끝난거 축하드려요!! 이제 제가... (쿨럭)

  • 2023-12-31 18:30

    마감의 압박이 있었지만 쓰고나면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년동안 소재감 만드느라 함께 지지고 볶았던 정화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드뎌 끝났다~!!!!

  • 2023-12-31 18:44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임무완수한 기분이 좋으시겠어요~ㅎ
    합체변신 로봇 같은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목말라 하기도 했습니다.
    양쪽 두 분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활 속 이야기들은
    하마의 방구소리처럼
    우습기도 했지만, 또다른 가족의 디폴트값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화학공식을 암기하는 것만큼 어려워도
    이또한 두 사람의 충만한 모습에
    팅길 수 없는 묘한 매직같은 끌림이 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지고 볶는 모습, 응원할께요~

  • 2023-12-31 20:33

    와, 무사히 연재 마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매번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게 기억에 남는 두 꼭지 고르라면.. 임수가 한 일을 알고 있다와 무진장 실험편입니다.
    임수가 한일을... 읽으며 정말 웃겼고, 무진장 실험편에서는 마구마구 그 실험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정화의 조곤조곤하는 맞는 말 목소리와 퇴근 후 속사포처럼 회사일을 쏟아내는 임수의 분위기가 사실적으로 감지가 되는 것은
    임수와 정화를 더 많이 알게 된 이 진솔한 연재 덕분인 것 같아요.
    삶의 가능성이 망가져 가는 것 같은 폐허에서, 끊임없이 교란이 일어나는 지금 이곳에서
    수많은 연결과 함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는 세계 끝의 가족, 정화임목양생 하우스의 이야기를 1년간 만날 수 있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 2024-01-01 11:16

    끝이라고 하니 아쉽다!!! 지난 1년간 글 쓰느라 엄청 고생 많았습니다. 글쓰기가 두 사람의 관계에 윤활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 2024-01-02 09:17

    연재 마감을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의 앞으로 가는 길에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다른 자리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만납시다~~

    *비밀메모가 필터링되었습니다

  • 2024-01-16 15:37

    재밌게 읽었어요ㅎㅎ 두 분의 좌중우돌 실험기 흥미로웠는데 끝이라니 좀 아쉽네요. 관계를 기꺼이 함께 실험해줄 동료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일 것 같아요

일상명상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도라지
2024.03.10 | 조회 317
기린의 걷다보면
경강선을 타고 여주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세 번 째로 여강길을 걷게 되었는데, 제일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여강은 여주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남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여주 지역을 이은 여강길은 현재 총 11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인 옛나루터길은 물길을 따라가며 옛 나루터를 통과하는 18키로 정도 되는 길이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혼자 걸었는데,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걷게 되었다. 긴 코스이기도 하지만 외진 곳도 있어서 같이 걸을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다. 여주 터미널까지 걸어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영월루로 향해서 길을 나섰다.     영월루에 올라서 보면 아래로 남한강과 여주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건너 편으로 천년고찰 신륵사도 보였다. 여강길 4코스를 걸을 때는 신륵사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는데, 신륵사는 강줄기와 너른 모랫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절 이름의 유래로 고려시대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진다니 천년이 넘은 시간의 두께가 느껴졌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수피에 푸른 이끼가 뒤덮여 있었다. 평일(월요일) 오후 한가롭게 경내를 거니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보였다. 친구가 그걸 보다가 뭔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운전해서 오면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신륵사까지 말이야. 근데 고작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 대놓고 시간을 보냈다니까.   자식 셋을 연이어 키워내느라 고단하던 어느 날의 순간, 집을 벗어나 바람 쐬러 나올 여유도 없었던 시절이었단다. 아름다운 풍광에 깃든 여유가 좁은 차안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던 옹색한 순간을 환기시켰던...
경강선을 타고 여주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세 번 째로 여강길을 걷게 되었는데, 제일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여강은 여주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남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여주 지역을 이은 여강길은 현재 총 11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인 옛나루터길은 물길을 따라가며 옛 나루터를 통과하는 18키로 정도 되는 길이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혼자 걸었는데,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걷게 되었다. 긴 코스이기도 하지만 외진 곳도 있어서 같이 걸을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다. 여주 터미널까지 걸어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영월루로 향해서 길을 나섰다.     영월루에 올라서 보면 아래로 남한강과 여주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건너 편으로 천년고찰 신륵사도 보였다. 여강길 4코스를 걸을 때는 신륵사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는데, 신륵사는 강줄기와 너른 모랫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절 이름의 유래로 고려시대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진다니 천년이 넘은 시간의 두께가 느껴졌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수피에 푸른 이끼가 뒤덮여 있었다. 평일(월요일) 오후 한가롭게 경내를 거니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보였다. 친구가 그걸 보다가 뭔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운전해서 오면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신륵사까지 말이야. 근데 고작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 대놓고 시간을 보냈다니까.   자식 셋을 연이어 키워내느라 고단하던 어느 날의 순간, 집을 벗어나 바람 쐬러 나올 여유도 없었던 시절이었단다. 아름다운 풍광에 깃든 여유가 좁은 차안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던 옹색한 순간을 환기시켰던...
기린
2024.03.05 | 조회 315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얼마 전에 구청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몇 년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 그때도 멧돼지가 출몰했다. 멧돼지는 어느 고깃집에 들이닥쳤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방방 뛰었다. 몇몇은 의자 위로 올라갔고 몇몇은 그릇이 잔뜩 깔린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몇몇은 칸막이를 들고 돼지를 출구로 몰았다. 멧돼지는 식당을 한바퀴 돌고 잠깐 버티다가 큰 저항 없이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영상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 하나. "웃긴 게 식당 아수라장 된 이유 자세히 보면 멧돼지는 하나도 안 건드렸는데 손님들이 다 때려부셔서 아수라장 됨."   당시에 나는 돼지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돼지의 '출몰'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안전안내문자에 등장한 동물이, 행정전산망에 포착된 멧돼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안전', '출몰', '유의' 등의 말들 하나 하나가 도드라져 보였다. 카페에서 문자를 보고 있는 '나' 또한 낯설었다. 돼지는 어쩌다 '출몰'하는 자리에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안전'에 유의하는 자리에 있을까. 돼지의 출몰이 왜 더이상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이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식물     코로나 시국에 세계를 달리 감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로 자가격리를 하던 나는 이렇게 썼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통증은 상당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 목이 아프고 발열 증상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면서도 통증 뒤에는 순간적인 쾌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 그것은 단순히 내 몸을 수호하는 면역 세포와 내 몸을 침범한 바이러스 간의...
  얼마 전에 구청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몇 년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 그때도 멧돼지가 출몰했다. 멧돼지는 어느 고깃집에 들이닥쳤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방방 뛰었다. 몇몇은 의자 위로 올라갔고 몇몇은 그릇이 잔뜩 깔린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몇몇은 칸막이를 들고 돼지를 출구로 몰았다. 멧돼지는 식당을 한바퀴 돌고 잠깐 버티다가 큰 저항 없이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영상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 하나. "웃긴 게 식당 아수라장 된 이유 자세히 보면 멧돼지는 하나도 안 건드렸는데 손님들이 다 때려부셔서 아수라장 됨."   당시에 나는 돼지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돼지의 '출몰'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안전안내문자에 등장한 동물이, 행정전산망에 포착된 멧돼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안전', '출몰', '유의' 등의 말들 하나 하나가 도드라져 보였다. 카페에서 문자를 보고 있는 '나' 또한 낯설었다. 돼지는 어쩌다 '출몰'하는 자리에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안전'에 유의하는 자리에 있을까. 돼지의 출몰이 왜 더이상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이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식물     코로나 시국에 세계를 달리 감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로 자가격리를 하던 나는 이렇게 썼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통증은 상당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 목이 아프고 발열 증상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면서도 통증 뒤에는 순간적인 쾌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 그것은 단순히 내 몸을 수호하는 면역 세포와 내 몸을 침범한 바이러스 간의...
경덕
2024.03.02 | 조회 327
아스퍼거는 귀여워
  아이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진통이 시작된 건 토요일. 39주 차인 만삭의 임산부가 절물휴양림으로 산책을 나갈 참이었다. 그 당시 젤 좋아했던 양념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오늘이다! 오늘 나온다!’ 뭔가 세상 처음 느껴보는 진통인데도 오늘인 거 같다는 느낌이 빡 드는 순간이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 정도를 이야기하자, “그 정도로 아파서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기다려보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병원에 들르란다. 나랑 남편은 그 길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아기를 낳으면 한동안은 차가운 것은 못 먹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빠삐코를 사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세차를 하고 미리 사둔 카 시트를 설치했다. 몇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탓에 출산하는 날 해야 할 것들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가선 간단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통 밑에 있는 거름망까지 탈탈 털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조리원에 들고 갈 짐을 싸고 있는데 진통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 왠지 병원에 너무 일찍 가면 혼날 것 같았다. 그래도 편한 집이 낫겠지 싶어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진통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제 가자!” 비장한 마음으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오랫동안 산파일을 하신 조산사가 계셨다. 내 주변의 몇몇 지인이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무통 주사도, 회음부...
  아이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진통이 시작된 건 토요일. 39주 차인 만삭의 임산부가 절물휴양림으로 산책을 나갈 참이었다. 그 당시 젤 좋아했던 양념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오늘이다! 오늘 나온다!’ 뭔가 세상 처음 느껴보는 진통인데도 오늘인 거 같다는 느낌이 빡 드는 순간이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 정도를 이야기하자, “그 정도로 아파서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기다려보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병원에 들르란다. 나랑 남편은 그 길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아기를 낳으면 한동안은 차가운 것은 못 먹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빠삐코를 사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세차를 하고 미리 사둔 카 시트를 설치했다. 몇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탓에 출산하는 날 해야 할 것들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가선 간단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통 밑에 있는 거름망까지 탈탈 털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조리원에 들고 갈 짐을 싸고 있는데 진통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 왠지 병원에 너무 일찍 가면 혼날 것 같았다. 그래도 편한 집이 낫겠지 싶어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진통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제 가자!” 비장한 마음으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오랫동안 산파일을 하신 조산사가 계셨다. 내 주변의 몇몇 지인이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무통 주사도, 회음부...
모로
2024.02.25 | 조회 347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혼자 말고 함께     내가 사는 금천은 1995년 3월 구로구에서 분구하였다. 서울 면적의 2.1%를 차지하고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구이다. 그런데도 2022년 서울시 정신건강 지표조사에 따르면 금천구는 우울감 경험률(11.9%)과 자살률(28명/10만 명당)이 서울시 평균(7.3%, 21.4명/10만 명당)보다 높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적지 않고 비교적 사회적 시설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서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 수치가 서울시 평균보다 안 좋은 것 같다. 내가 마을 일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충격적인 얘기도 우리 구 청년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천구에서 내가 무소속 마을활동가로서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제안이 들어온 ‘노랑식탁’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노랑식탁을 기획한 ‘청춘삘딩’은 예전에는 청소년 독서실로 쓰던 공간이었다. 구청에서 그 공간을 없애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의 제안으로 기초지자체 최초의 청년활동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도시재생과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되는 청년들을 위한 반짝반짝 빛나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밥상을 준비한다니 더욱 기대되었다. 2023년 6월부터 사전 준비모임을 가져 메뉴 선정과 시장 조사를 했다. 7월 한차례 테스트 파일럿 식탁을 준비한 후 8월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총 16회, 160명 이상(중복 제외 47명)이 참여했고, 93가지의 메뉴를 선보였다.     이름은 노랑식탁이고 형식은 집밥을 차려주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 안은 마음건강을 케어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다. 금천구에 정착한...
    혼자 말고 함께     내가 사는 금천은 1995년 3월 구로구에서 분구하였다. 서울 면적의 2.1%를 차지하고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구이다. 그런데도 2022년 서울시 정신건강 지표조사에 따르면 금천구는 우울감 경험률(11.9%)과 자살률(28명/10만 명당)이 서울시 평균(7.3%, 21.4명/10만 명당)보다 높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적지 않고 비교적 사회적 시설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서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 수치가 서울시 평균보다 안 좋은 것 같다. 내가 마을 일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충격적인 얘기도 우리 구 청년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천구에서 내가 무소속 마을활동가로서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제안이 들어온 ‘노랑식탁’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노랑식탁을 기획한 ‘청춘삘딩’은 예전에는 청소년 독서실로 쓰던 공간이었다. 구청에서 그 공간을 없애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의 제안으로 기초지자체 최초의 청년활동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도시재생과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되는 청년들을 위한 반짝반짝 빛나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밥상을 준비한다니 더욱 기대되었다. 2023년 6월부터 사전 준비모임을 가져 메뉴 선정과 시장 조사를 했다. 7월 한차례 테스트 파일럿 식탁을 준비한 후 8월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총 16회, 160명 이상(중복 제외 47명)이 참여했고, 93가지의 메뉴를 선보였다.     이름은 노랑식탁이고 형식은 집밥을 차려주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 안은 마음건강을 케어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다. 금천구에 정착한...
김윤경~단순삶
2024.02.20 | 조회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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