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에서 실뜨기를! / 윤경

문탁
2023-12-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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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사는 삶이란?

 

금천구 호암산 칼바위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쭉 가난한 달동네에서 보낸 나에게 잘사는 삶이란 가난하지 않게 사는 삶이었다. 돈을 벌어 무조건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살았다. 그러나 수많은 투자의 실패로 부자가 되는 것은 나와 인연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돈 벌기 위해 꾹꾹 참고 다녔던 권위적인 직장을 때려치웠다. 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잘살아보고 싶었다. 단순하게 살아보자 생각했다.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그때 살고 있던 은평마을에 접속하게 되었다.

 

그 당시 은평은 소위 시민 모임으로 ‘핫(hot)한 동네’였기에 나의 첫 백수 생활은 풍성했다. 이 단체, 저 단체 얼굴을 비치며 활동하다 에너지협동조합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리고 백수인 내가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새롭게 시작하니만큼 의욕적으로 잘하고 싶었고, 또 일도 꽤 잘 해내 조합을 안착시키며 1기, 2기 태양광발전소 건설도 착착 진행하였다. 물론 보람도 있었다. 그러나 1인 실무자와 무보수의 다인 이사 구조는 나에게 큰 중압감을 주었다. 유토피아주의자 같은 이사들은 매번 새로운 꿈에 부푼 사업들을 제안하며 나를 불안하게 했다. 나는 이사들과의 의견 차이로 점점 늘어난 마찰에 겁이 났다. 그래서 서둘러 도망치듯 은평마을을 떠나 다시 예전의 임금노동을 하는 직업인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도망쳐온 나는 월급 많이 받는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이상한 증상이 나에게 일어났다. 한동안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모른 체 아픈 몸으로 일하며 지냈다. 그러다 얼마 후 ‘류머티스 관절염’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게 되었다. 병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나는 감이당 대중지성 1년 과정에 과감히 등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4년 동안 인문학을 공부했고 또 백수를 도전하였다. 공부를 통해 잘사는 삶이란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우리 모두 좋은 삶’이라고 새롭게 정의 내렸다. 앞으로는 그런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금천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나는 다 같이 잘살아보려고 마을로 들어갔다. 은평만큼 마을 활동이 핫(hot)한 금천이어서 다양한 모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은평에서 ‘인턴’활동을 했기에 금천 마을 활동은 더욱 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소셜다이닝 프로젝트, ‘노랑식탁’이라는 사업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노랑식탁은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동네 이모’ 세 명이 장보고 요리하여 최대한 ‘집밥’처럼 밥상을 차려주는 컨셉이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화력이 약한 화기, 집구류의 부족, 익숙하지 않은 장소 등 요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서로 다른 세 명이 합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문제들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풀어나갈 수 있었다. 정작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사업을 제안하신 분의 관료적으로 일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업을 제안하신 분과의 갈등으로 나는 다시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은평에서도 사람들과의 마찰에 도망갔고, 지금 금천에서 만난 새로운 갈등에도 도망가려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트러블이 없는 곳으로 도망만 치려 하는 나를 보며, 2학기에 읽은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말하는 트러블은 과연 무엇이고, 트러블과 함께하기는 가능한 것인가 알고 싶어졌다.

 

 

 

 

2. 트러블과 함께 하기란?

 

해러웨이가 말하는 트러블은 ‘불러일으키다’,‘애매하게 하다’,‘방해하다’를 의미하는 13세기 프랑스어 동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트러블은 이 뒤죽박죽인 시대의 거친 파도를 잠재우고, 고요한 장소를 다시 구축할 방법들을 ‘불러 일으키는’ 꼭 필요한 부활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희망이나 절망을 말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이 땅에서 수많은 장소와 시간, 수많은 문제가 무한히 얽혀 있는 지금현재를 사는 크리터로서 진실로 현재에 응답하기를 배우는 것이다. 나는 트러블을, 갈등이나 마찰처럼 엮이면 괴롭고 귀찮아지는 ‘방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러웨이는 지금현재 부활과 관련된 응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꼭 필요한 부활은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의 차이를 가로질러 완전할 수 없는 번역으로 곤란해진 반려종들이 더 이상 늦기 전에 아직은 가능한 회복을 위해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복수종(multispecies)들의 협력이 필수이다. 협력은 파트너들이 어떻게 유능하게 되는가의 문제이다. 즉 이질적인 파트너들이 바로 지금 자신의 모습으로 누군가가 되고 무엇인가가 되는 감염의 문제인 것이다.

 

반려종들은 항상 서로를 감염시킨다. 반려종들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더 많은 것을 나른다. 트러블과 함께하기라는 꼭 필요한 부활에 관련된 협력은 (파트너들이 나르는 감염이 좋든 싫든) 서로에게 감염되어 서로를 유능하게 만들며 함께-되는근본적인 실천들이다. 함께-되기는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서로의 능력을 향상시키며 호기심 어린 실천을 발명해내는 것이다. 그것은 예기치 않게 협력하고 결합하면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런 광범위한 협력으로 복수종들의 살기와 죽기의 방식들은 다시 만들어진다. 다시 만들어진 이야기가 더 많은 크리터들을 응답-가능하게 만든다.

 

해러웨이는 함께-되어 서로를 유능하게 만들며 응답-능력 키우기의 안내자로 캘리포니아 경주용 비둘기와 비둘기 애호가들을 소개한다. 2006년 8월 실시된 피전블로그 프로젝트는 적절한 통신 장비를 갖춘 경주용 비둘기들이 캘리포니아의 공기 질을 파악해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 대중에게 제공하는 풀뿌리 과학 프로젝트이다. 측정을 위한 장비, 비둘기‘백팩’을 개발하는 데 1년이 소요됐다. 이 백팩을 비둘기에게 적합하도록 작고 편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는 비둘기와 기술, 사람을 결합하는 ‘복수종의 신뢰와 지식’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예술가-연구자들과 비둘기들은 비둘기 애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상호작용하고 훈련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그들은 살아 있는 공동생산자이고, 모든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능력을 키워주었다. 이 데이터들은 공기 오염에 관한 여러 실천 영역에서 더욱더 창의적이고 빈틈없는 행동을 끌어낼 것이다.

 

내가 트러블과 함께하지 못하고 도망치려 한 것은 아마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감염으로 인해 나의 면역체제가 망가질 것을 걱정했던 것 같다. 세계를 나와 남,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이분법적으로 나눠 바라보았다. 이분법적 틀 속에서 나만 옳다고 여기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건 그들의 잘못이니 나는 도망쳐도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정치적 올바름이 제일이라 여겨 다른 반려종들의 실천 패턴에 대한 응답-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트러블이 없는 곳을 원했던 것 같다. 나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나란 유기체가 단일체(the only one)라고 생각한데서 비롯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3. 무구하지 않은 함께-세계 만들기

 

그러나 지구 생명체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것이 공-산(共-産,sympoiesis)의 근본적인 함의이다. 공-산은 단순한 낱말이다. ‘함께-만들기’라는 뜻이다. 어떤 것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지는 못한다. 크리터들은 서로 깊숙이 침투하고, 서로를 빙 돌아 관통해서 원을 그리며 움직이고, 서로를 먹고, 소화불량이 되고, 서로를 부분적으로 소화하고 부분적으로 동화시켜서 서로를 만든다. 린 마굴리스는 이 기본적이고 죽어야 할 운명의 생명 만들기 과정을 공생발생(symbiogenesis)이라고 불렀다. 박테리아와 고세균이 맨 처음 공생발생을 했다. 그 둘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서로 융합함으로써 오늘날의 복잡한 세포를 발명했다. 생명은 주로 낯선 것들 사이에서 오래 지속되는 친밀성-대립하기보다 생성적 마찰 혹은 생성적 껴안기-을 통해 진화했다. 이것이 함께-세계 만들기(worlding-with)이다.

 

활기 넘치는 크리터들의 ‘복수종의 함께 만들기’에 맞춰진 접근법으로 우리는 땅 위에서 트러블과 함께하기를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공생은 ‘상호 이득이 되는’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결국에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우리 모두 좋’을 수만은 없다. 질서와 무질서의 세계-만들기 속에 있는 땅의 크리터들에게 무구한 관계란 없다. 공생발생은 선(善)과 동의어가 아니라, 응답-능력 안에서의 서로 ‘함께-되기’와 동의어인 것이다. 이런 발명에는 어떠한 보증도 없이, 자기 자신이 아닌 자들과의 조화에 대한 기대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해러웨이는 난소가 제거된 노령의 반려견 카옌과 폐경기를 맞이한 자신의 새어 나오는 오줌을 제어하려고 프레마린을 복용했다. 프레마린의 무구하지 않은 이야기에서 함께-세계 만들기 안의 책임에 대해 말한다. 암말의 반복된 임신과 장기간의 구금 그리고 그런 임신한 암말의 오줌에서 농축물을 얻어 합성한 에스트로겐 프레마린은 무구하지 않다. 프레마린을 먹었던 일은 먹지 않았을 때보다, 프레마린 생산과 관련된 반려종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개에게 약을 주는 일은 역사들과 진행 중인(ongoingness) 가능성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만들고, 어쩌면 그녀의 글을 읽는 우리에게도 응답-능력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이다. 이런 디테일들이 현실의 존재를 현실의 응답-능력과 연결시킨다. 우리는 모두 끔찍한 역사에, 때로는 즐거운 역사에 직면하여 복수종의 번영을 위한 조건을 형성하는데 책임이 있다.

 

트러블과 함께하기, 함께-되어 유능하게 되기, 복수종의 함께-세계 만들기, 응답-능력 안에서 서로 함께-되기는 복수종의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이야기이고, 무구하지 않은 실천이며 책임감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실천들이다. 도망가지 않고 트러블과 함께하기, 반려종들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감염되어 가기, 또 낯선자들과 오래 지속하는 친밀성으로 생성적 마찰 혹은 생성적 껴안기를 실천하기. 내가 다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발명해내야 할 것 같다. 혼자가 아닌 같이, 또 꾸준히.

 

 

4. 진득하고 호들갑스러운 실뜨기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의 10주년 기념 문자가 왔다. 조합원 탈퇴는 안 했기에 그동안의 소식은 문자와 소식집으로 받고 있었다. 10주년이니만큼 초창기 사무국장이 참석해주면 좋겠다는 전화도 받았다. 나는 그 전화를 받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유토피아주의자라고 고개를 흔들던 사람들은 트러블과 함께하며 새로운 실뜨기를 계속해 그 자리를 지키며 10기, 15기 태양광발전소를 공-산했다. 내가 겁나서 도망쳤던 그 자리에서 10년의 시간 동안 트러블과 함께해온 사람들을 보며 정작 갈등과 마찰을 피해 도망친 나야말로 어딘가에 있을 트러블 없는 무구한 유토피아를 꿈꾼 유토피아주의자였던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SF는 이 책 곳곳에서 모습을 보인다. 해러웨이는 다양한 뜻의 SF를 책 전반에 걸쳐 되풀이하며 고리를 만들고, 독자들을 위기에 처한 존재자들과 패턴들 속으로 실뜨기해 넣는다. 그러면서 복수종의 번영을 위한 n-차원의 틈새 공간을 공-산하자고 우리에게 제안한다. 실뜨기 게임은 패턴을 주고받는 것이고, 실을 떨어뜨리고 실패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유효하게 작동하는 무엇을 발견하는 것이다. 실뜨기에서는 받고 건네주기 위해 가만히 들고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내민 손이 보내는 신뢰에 대한 대답을 할 때, 특정 종류의 성실한 대답이 요구될 때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반려종이 보내는 신호에 새롭게 엮을 성실한 SF를. 엮고, 다시 엮고, 다르게 엮고.

 

1학기 에세이에서 나는 ‘시민적 돌봄’과 ‘난잡한 돌봄’을 계속하기 위해 ‘조증적 열광적 사랑’을 답으로 찾았고 그 답으로 ‘샤랄라’한 돌봄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해러웨이도 숨 막힐 듯한 무기력에 저항할 필요성을 “호들갑 떨기”라고 표현하며 그런 호들갑은 필요하다고 했으니 조증적 열광적 샤랄라한 에너지로 일을 시작하고 펼치는 것은 나의 장점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펼쳐진 나의 현장을 오래 지속시키는 진득함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을까. 파트너들에게 감염되어 트러블과 함께하는 것은 귀찮고 괴로운 마찰·갈등과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랄랄한 사랑에 힘을 받아 부활과 관련된 응답을 해야 하고 그런 응답을 불러일으킬 활동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샤랄라한 사랑으로만 가득찬 곳이 아니다.

 

에세이 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노랑식탁 시즌1도 끝났다. 그동안 노랑식탁에 참여한 친구들과 가진 뒷풀이 자리에서 노랑식탁같은 모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독서 모임을 제안했고, ‘금천 사랑방’이라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자고 결정했다. 과연 나는 새로운 응답에 호들갑 떨기와 머물면서 진득하게, 성실하게 사유하기를 함께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무구하지 않은 세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러로서 SF적 가능성을 실뜨기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 2
  • 2023-12-19 09:30

    우왕~~~
    직접 찾아보시공 로고ci도 퍼오시공
    편집자님 영광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2023-12-22 08:50

    '조증적 열광적 샤랄랄라'한 사랑? 이게 뭔지 무척 궁금하네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일상명상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다시 돌아온 ‘명상의 시간’   국민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대략 1980년대 초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우신국민학교는 당시 한 교실에 6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오전형 콩나물도 있고 오후형 콩나물도 있던 시절. 몇 교시였을까?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교실에는 "끼이이이이~ 끼~이이이~" 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곡명은 '타이슨의 명상곡' 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어 "명상의 시간~"이라는 우아한 멘트가 전교에 울려 퍼지면 우리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명상의 시간'을 왜 갖는 건지 어떻게 명상하는 건지 아무도 알려준 적 없었지만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명상의 시간’은 학교 전체가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이었을 뿐이다.   "끼이이이~이~"하던 그 바이올린 연주곡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극기훈련, 수학여행, 임원 수련회 등에도 종종 따라다녔다. ‘명상의 시간’은 손 안 대고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학교 측의 전략이었을까? 공식적인 침묵의 시간 같았던 ‘명상의 시간’에 이따금 소리 내어 우는 친구들도 있었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겐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의문 가득했던 '명상 시간' 아니 추억 속의 '명상의 시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명상의 시간’이 세월을 훌쩍 지나 어느 날 내게 다시 돌아왔다.             십 분을 견디기 힘들었다.   명상 방석 위에 앉아 반가부좌를 한다. 방석이 좋긴 하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명상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명상을 하는 경우엔 이불을 접어 엉덩이에 받치고...
도라지
2024.03.10 | 조회 316
기린의 걷다보면
경강선을 타고 여주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세 번 째로 여강길을 걷게 되었는데, 제일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여강은 여주지역에서 부르는 남한강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남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여주 지역을 이은 여강길은 현재 총 11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인 옛나루터길은 물길을 따라가며 옛 나루터를 통과하는 18키로 정도 되는 길이다.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혼자 걸었는데,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걷게 되었다. 긴 코스이기도 하지만 외진 곳도 있어서 같이 걸을 친구가 있어서 든든했다. 여주 터미널까지 걸어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영월루로 향해서 길을 나섰다.     영월루에 올라서 보면 아래로 남한강과 여주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건너 편으로 천년고찰 신륵사도 보였다. 여강길 4코스를 걸을 때는 신륵사에서 출발했다. 대부분의 사찰이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는데, 신륵사는 강줄기와 너른 모랫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절 이름의 유래로 고려시대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진다니 천년이 넘은 시간의 두께가 느껴졌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수피에 푸른 이끼가 뒤덮여 있었다. 평일(월요일) 오후 한가롭게 경내를 거니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보였다. 친구가 그걸 보다가 뭔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운전해서 오면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신륵사까지 말이야. 근데 고작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 대놓고 시간을 보냈다니까.   자식 셋을 연이어 키워내느라 고단하던 어느 날의 순간, 집을 벗어나 바람 쐬러 나올 여유도 없었던 시절이었단다. 아름다운 풍광에 깃든 여유가 좁은 차안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던 옹색한 순간을 환기시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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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2024.03.05 | 조회 315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얼마 전에 구청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몇 년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 그때도 멧돼지가 출몰했다. 멧돼지는 어느 고깃집에 들이닥쳤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방방 뛰었다. 몇몇은 의자 위로 올라갔고 몇몇은 그릇이 잔뜩 깔린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몇몇은 칸막이를 들고 돼지를 출구로 몰았다. 멧돼지는 식당을 한바퀴 돌고 잠깐 버티다가 큰 저항 없이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영상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 하나. "웃긴 게 식당 아수라장 된 이유 자세히 보면 멧돼지는 하나도 안 건드렸는데 손님들이 다 때려부셔서 아수라장 됨."   당시에 나는 돼지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돼지의 '출몰'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안전안내문자에 등장한 동물이, 행정전산망에 포착된 멧돼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안전', '출몰', '유의' 등의 말들 하나 하나가 도드라져 보였다. 카페에서 문자를 보고 있는 '나' 또한 낯설었다. 돼지는 어쩌다 '출몰'하는 자리에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안전'에 유의하는 자리에 있을까. 돼지의 출몰이 왜 더이상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이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식물     코로나 시국에 세계를 달리 감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로 자가격리를 하던 나는 이렇게 썼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통증은 상당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 목이 아프고 발열 증상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면서도 통증 뒤에는 순간적인 쾌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 그것은 단순히 내 몸을 수호하는 면역 세포와 내 몸을 침범한 바이러스 간의...
  얼마 전에 구청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몇 년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 그때도 멧돼지가 출몰했다. 멧돼지는 어느 고깃집에 들이닥쳤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 방방 뛰었다. 몇몇은 의자 위로 올라갔고 몇몇은 그릇이 잔뜩 깔린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몇몇은 칸막이를 들고 돼지를 출구로 몰았다. 멧돼지는 식당을 한바퀴 돌고 잠깐 버티다가 큰 저항 없이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영상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 하나. "웃긴 게 식당 아수라장 된 이유 자세히 보면 멧돼지는 하나도 안 건드렸는데 손님들이 다 때려부셔서 아수라장 됨."   당시에 나는 돼지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돼지의 '출몰'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안전안내문자에 등장한 동물이, 행정전산망에 포착된 멧돼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안전', '출몰', '유의' 등의 말들 하나 하나가 도드라져 보였다. 카페에서 문자를 보고 있는 '나' 또한 낯설었다. 돼지는 어쩌다 '출몰'하는 자리에 있을까. 나는 어떻게 '안전'에 유의하는 자리에 있을까. 돼지의 출몰이 왜 더이상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이지 않을까.         바이러스와 식물     코로나 시국에 세계를 달리 감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로 자가격리를 하던 나는 이렇게 썼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통증은 상당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바늘로 찌르듯 목이 아프고 발열 증상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면서도 통증 뒤에는 순간적인 쾌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 그것은 단순히 내 몸을 수호하는 면역 세포와 내 몸을 침범한 바이러스 간의...
경덕
2024.03.02 | 조회 327
아스퍼거는 귀여워
  아이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진통이 시작된 건 토요일. 39주 차인 만삭의 임산부가 절물휴양림으로 산책을 나갈 참이었다. 그 당시 젤 좋아했던 양념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오늘이다! 오늘 나온다!’ 뭔가 세상 처음 느껴보는 진통인데도 오늘인 거 같다는 느낌이 빡 드는 순간이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 정도를 이야기하자, “그 정도로 아파서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기다려보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병원에 들르란다. 나랑 남편은 그 길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아기를 낳으면 한동안은 차가운 것은 못 먹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빠삐코를 사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세차를 하고 미리 사둔 카 시트를 설치했다. 몇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탓에 출산하는 날 해야 할 것들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가선 간단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통 밑에 있는 거름망까지 탈탈 털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조리원에 들고 갈 짐을 싸고 있는데 진통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 왠지 병원에 너무 일찍 가면 혼날 것 같았다. 그래도 편한 집이 낫겠지 싶어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진통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제 가자!” 비장한 마음으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오랫동안 산파일을 하신 조산사가 계셨다. 내 주변의 몇몇 지인이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무통 주사도, 회음부...
  아이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진통이 시작된 건 토요일. 39주 차인 만삭의 임산부가 절물휴양림으로 산책을 나갈 참이었다. 그 당시 젤 좋아했던 양념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 딱 느낌이 왔다. ‘오늘이다! 오늘 나온다!’ 뭔가 세상 처음 느껴보는 진통인데도 오늘인 거 같다는 느낌이 빡 드는 순간이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해 진통 정도를 이야기하자, “그 정도로 아파서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기다려보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기 시작하면 병원에 들르란다. 나랑 남편은 그 길로 차를 돌려서 집으로 향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아기를 낳으면 한동안은 차가운 것은 못 먹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빠삐코를 사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세차를 하고 미리 사둔 카 시트를 설치했다. 몇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탓에 출산하는 날 해야 할 것들이 메뉴얼화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가선 간단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통 밑에 있는 거름망까지 탈탈 털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 조리원에 들고 갈 짐을 싸고 있는데 진통이 왔다 갔다 한다. 어느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까. 왠지 병원에 너무 일찍 가면 혼날 것 같았다. 그래도 편한 집이 낫겠지 싶어서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진통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제 가자!” 비장한 마음으로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오랫동안 산파일을 하신 조산사가 계셨다. 내 주변의 몇몇 지인이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무통 주사도, 회음부...
모로
2024.02.25 | 조회 347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혼자 말고 함께     내가 사는 금천은 1995년 3월 구로구에서 분구하였다. 서울 면적의 2.1%를 차지하고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구이다. 그런데도 2022년 서울시 정신건강 지표조사에 따르면 금천구는 우울감 경험률(11.9%)과 자살률(28명/10만 명당)이 서울시 평균(7.3%, 21.4명/10만 명당)보다 높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적지 않고 비교적 사회적 시설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서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 수치가 서울시 평균보다 안 좋은 것 같다. 내가 마을 일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충격적인 얘기도 우리 구 청년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천구에서 내가 무소속 마을활동가로서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제안이 들어온 ‘노랑식탁’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노랑식탁을 기획한 ‘청춘삘딩’은 예전에는 청소년 독서실로 쓰던 공간이었다. 구청에서 그 공간을 없애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의 제안으로 기초지자체 최초의 청년활동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도시재생과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되는 청년들을 위한 반짝반짝 빛나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밥상을 준비한다니 더욱 기대되었다. 2023년 6월부터 사전 준비모임을 가져 메뉴 선정과 시장 조사를 했다. 7월 한차례 테스트 파일럿 식탁을 준비한 후 8월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총 16회, 160명 이상(중복 제외 47명)이 참여했고, 93가지의 메뉴를 선보였다.     이름은 노랑식탁이고 형식은 집밥을 차려주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 안은 마음건강을 케어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다. 금천구에 정착한...
    혼자 말고 함께     내가 사는 금천은 1995년 3월 구로구에서 분구하였다. 서울 면적의 2.1%를 차지하고 중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구이다. 그런데도 2022년 서울시 정신건강 지표조사에 따르면 금천구는 우울감 경험률(11.9%)과 자살률(28명/10만 명당)이 서울시 평균(7.3%, 21.4명/10만 명당)보다 높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적지 않고 비교적 사회적 시설과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서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건강 수치가 서울시 평균보다 안 좋은 것 같다. 내가 마을 일을 시작하면서 들었던 충격적인 얘기도 우리 구 청년들의 자살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천구에서 내가 무소속 마을활동가로서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제안이 들어온 ‘노랑식탁’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노랑식탁을 기획한 ‘청춘삘딩’은 예전에는 청소년 독서실로 쓰던 공간이었다. 구청에서 그 공간을 없애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의 제안으로 기초지자체 최초의 청년활동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도시재생과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되는 청년들을 위한 반짝반짝 빛나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밥상을 준비한다니 더욱 기대되었다. 2023년 6월부터 사전 준비모임을 가져 메뉴 선정과 시장 조사를 했다. 7월 한차례 테스트 파일럿 식탁을 준비한 후 8월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총 16회, 160명 이상(중복 제외 47명)이 참여했고, 93가지의 메뉴를 선보였다.     이름은 노랑식탁이고 형식은 집밥을 차려주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 안은 마음건강을 케어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였다. 금천구에 정착한...
김윤경~단순삶
2024.02.20 | 조회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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