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손보미와 함께 읽는 소설] 7월 3일 1강 공지

일리치약국
2023-06-27 11:37
442

 

 

<소설가 손보미와 함께 읽는 소설> 강좌 개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여름은 장마가 길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는데요, 습기 가득하고 짜증과 우울이 잠식해버릴 수도 있는 여름! 소설가와 함께 소설을 읽는 일은 조금은 기분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강좌는 줌으로 진행됩니다. 강의영상은 녹화되지 않습니다. 강좌의 성격상 강의+참가자분들의 이야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녹화를 원치 않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득이하게 결석하시는 분들께는 녹화본이 제공되지 않는 점 기억해주세요^^ 되도록 비디오를 켜고 강의에 들어오시면 온라인강의이지만, 현장강의의 느낌을 좀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요청사항입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비디오를 켤 수 없는 분들은 부담 갖지 마세요~

 

7월 4일 1강에서는  <올리브 키터리지>(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학동네)를 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더군요~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짧은 단편 속에 인생의 비의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작소설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그 중 <약국>, <굶주림>, <불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작품은 꼭 읽고 줌강의에 들어오셨으면 합니다. 매주 꼭 읽어야 할 작품에 대해서 손보미 소설가가 짚어드립니다. 일주일 동안 소설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정해진 작품을 우선 읽고 강의에 들어오세요. 그리고 시간이 여유 있으실 때 나머지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강의 시작 전 오후 3시까지, 공지글 아래 댓글로 읽은 작품 가운데, 마음에 들었던 구절,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로 올려주세요. 올려주신 의견을 중심으로 강의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강좌가 끝난 후에는 세미나 후기 게시판에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좌때 못나누었던 이야기는 후기와 댓글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후기는 게시판 <공지/후기> 카테고리에서 '일리치약국세미나' 게시판에 써주시면 됩니다. [소설가 손보미와 함께 읽는 소설]  1강 후기 또는 [1강 올리브 키터리지] 후기로 제목 달아주시면 됩니다.

 

 

 

 

 

소설 읽기도 즐거운 일이지만, 소설가는 어떻게 읽을까? 궁금하지 않으시나요? 독자인 우리와는 다른 관점과 해석이 있을까요? 이런 궁금증을 갖고 1강을 기다려봅니다. 7월 3일 저녁 7시 30분에 줌에서 뵙겠습니다!! 아직 연락처 남기지 않은 분들은 (010-4288-4485 겸목)에게로 문자나 톡으로 연락처 알려주세요. 들어오실 줌회의실번호 보내드리겠습니다.

 

 

댓글 8
  • 2023-07-02 17:05

    여기에 댓글을 다는 게 맞을까요? 저는 이전에 한번 정도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화자 올리브가 너무 재밌고 매력적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간 중간 시점과 시간적 배경이 오가면서도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그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지만, 드라마 장면처럼 그려지는 위기의 순간들, 긴장감을 갖게 하는 부분들이 특히 좋게 읽혔습니다. <밀물><다른 길><불안> 챕터가 해당될 것 같습니다. 좋은 구절은 많지만, <다른 길>에서 '페인트 얼룩 같'은 기억이라고 한 묘사가 책 전반적인 이미지로 제게는 다가왔습니다. 어떤 얼룩은 정말 찐득하고 어떤 얼룩은 무심하게, 다양한 색과 터치가 중첩된 그림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2023-07-03 12:45

    <약국>
    오래전에, 그러니까 짐 오케이시의 차가 도로를 벗어난 후에, 그리고 올리브가 몇 주 동안이나 저녁만 먹고 나면 바로 침실로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한 후에야 헨리는 올리브가 짐 오케이시를 사랑했으며, 어쩌면 짐도 그녀를 사랑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헨리는 한 번도 올리브에게 묻지 않았고, 그녀도 헨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데니즈를 향한 아프도록 절실한 감정에 대해 그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 데니즈가 다가와 제리의 청혼에 대해 알려고 그는 말했다. “가.” (55쪽)

    방금 데니지의 카드에 대해, 데니즈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해한다는 사실에 대해 느낀 안도감이 갑자기, 묘하게도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변한다. “올리브.” 그가 불러본다. (55쪽)

    헨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올리브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평생 말하지 못할 것이다). 데니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데니즈에 대한 작은 미련 한 톨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었다는 걸. 아니지, 그런 생각은 감히 품을 수도 없이 그는 곧 아니라며 이 생각을 떨쳐버릴 것이다. 누가 스스로를 남의 행복에 배 아파하는 좀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하겠는가. 말도 안 된다. (56쪽)

    ---> <약국>이 맨 처음에 있어 주의하지 않았는데, <불안>을 읽고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중첩돼서 느껴지네요. <굶주림>에서 하먼과 보니 커플과 하먼과 데이지 커플을 보며, 하먼과 데이지 커플나 니나를 돌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사랑스럽지만, 30년은 족히 같이 보냈을 하먼-보니 부부의 '데면데면한 모습'이 과연 문제 있는 관계일까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약국>과 <불안>을 함께 읽으니 올리브와 헨리 또한 하먼-보니 부부와 같은 모습인 것 같고,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의 '연애'를 눈치 채지만 서로 모르는 척하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이건 사실일까요? 아닐까요? 사실 확인 어려운 진술이네요^^) 애정이 아니라도 오래 산 부부에게는 그들간의 '유대감'이 있고, 이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불안>
    올리브는 미친년처럼 팬티스타킹의 너덜너덜한 발 부분을 노출한 채 그의 앞에 서는 걸 상상했다. “신발은 벗지 않겠어.” 그리고 말했다. “염병할 비행기가 폭파되든 말든, 상관 안 한다구, 알아들어? 당신들 중 누가 공중분해된다 해도 난 눈도 깜짝 안한다구!” (418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단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서사도 흥미로웠지만, 아주 작은 묘사들, 미세한 감각의 표현이 인상적이었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항에서 테러범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팬티스타킹이 올이 나간 것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나이든 여자의 '주장'을 표현해준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작은 것을 잘 볼 수 있는 '눈' 갖고 싶네요.

    • 2023-07-03 15:34

      인용하신 <불안> 418쪽.. 그 뒤 안전요원이 따라오라고 하는데 마지막 올리브의 대사가 "기꺼이"ㅋㅋㅋㅋㅋ 읽다가 빵터졌어요.

  • 2023-07-03 13:58

    <굶주림>
    ...올리브가 도넛을 다 먹고 손가락의 설탕을 닦아낸 다음,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말했다. "굶주렸구나"
    니나는 움직이지 않고 한 마디만 했다. "네.....아니요."
    "나도 그래. 굶주렸지." 올리브가 말했다. ....(172)

    ...하먼은 일요일이면 데이지를 찾아가 소파에 앉았다. 두 사람은 니나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니나는 섭식 장애..... 하면은 때로 니나가 두 사람의, 자신과 데이지의 딸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니나의 안녕이 모든 면에서 두 사람에게 대단히 중요했다. (178)

    <불안>
    하지만 아들 뒤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 해 전, 충치를 때우면서 치과 의사가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턱을 살며시 돌리는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서인지 그것이 마치 죽도록 깊은 친절인 것처럼 느껴져 올리브는 샘솟는 눈물을 숨죽이며 삼킨 적이 있었다.(403)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으로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욕구로, 행복과 불안과 고통을 느끼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그 연약함과 작위적인 면까지도 쿡 웃음이 나게 재미있게 묘사했지만 냉소 보다 따뜻함이 느껴져서 뭉클했던 대목입니다.

    그리고 추천 3편 외의 소설인데요.
    <피아노 연주자>
    ...그러나 계단에 앉아서 그녀는 자신이, 맬컴의 아내를 포함하여 그 누구보다도 더, 또는 덜 한심하지 않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월터도, 조도, 헨리 키터리지도. 오, 그렇고 말고. 세상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녀는 내일 일찍 웨어하우스에 나가 조에게 어머니와 멍에 대해 말할 것이다. ...
    - 스스로 용서하고 세상의 친절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의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 2023-07-03 14:11

      아! 피아니스트 얘기 저도 울컥했어요! 병원에서 잡지 훔치는 여자의 이야기도 비슷한 결이라는 느낌이에요!

  • 2023-07-03 14:55

    올리브 키터리지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읽기 어렵지 않아 술술 넘어가지만, 그 스토리가 곱씹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깊이가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들의 삶이 저마다의 아픔을 견디며,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이들을 계속 살아가게끔 만드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대단한 주인공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는지 살짝 엿보게 된 것 같습니다.

    <약국>
    집에서 혹여 불쾌한 일이 있었다 해도, 자다 말고 일어나 늦은 밤에 서성대던 아내에 대한 불편한 마음마저도 약국이라는 안전문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는 순간 썰물처럼 밀려나갔다(p.4)
    저녁이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종일 요리하고, 청소하고, 식구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올리브가 비프스튜 한 그릇을 헨리 앞에 탁 내려놓으며 소리쳤다........<생략>...........“네가 집안일을 좀 더 거들어야 할 것 같다.” 헨리가 크리스토퍼에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애한테 이래라저래라야? 얘가 사회시간에 어떤 일을 겪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올리브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동안 크리스토퍼는 말없이 얼굴에 고소하다는 듯 한 미소를 띠었다. (p.11)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배우는 거야.” 그해 봄 데니즈가 약국 안쪽 조제실로 찾아왔을 때 그가 말했다.(p.21)

    <약국>에 등장하는 헨리 키터리지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동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며, 상냥하며, 경청할 줄 알고, 데니즈와 플라토닉 러브를 하고, 자신의 어머니와 닮은 올리브에게 기가 죽는 공처가이자 올리브 없이는 못 사는 애처가이기도 한 그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국만 가면 능력 있는 약사로서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지만, 정작 가족내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왜소하고 만족스럽지 못해서 힘들어 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무엇을 깨달았기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배우는 거야’라는 말을 했을까요? 그가 배운 사랑하는 법은 무엇일까요?
    헨리 키터리지는 데니즈와 아들 크리스터퍼와의 헤어짐, 올리브는 아버지, 짐 오케이시의 죽음과 아들 크리스토퍼와의 이별, 하먼의 빈집증후군과 데이지 남편의 죽음등........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겪은 상실의 아픔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예전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일련의 상실이라는 아픔이 어쩌면 오히려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삶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이런 아픔들이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이 되고, 그 힘이 있기에 일상의 권태로움, 슬픔, 고통 속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까요?

    • 2023-07-03 15:41

      헨리가 직접 말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노부부가 음악회에 가는 단편에서요. '헨리는 올리브 같은 여자를 어떻게 견디는 걸까' 라고 한쪽이 질문하니까 한쪽이 '그 여자를 사랑하니까'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아마 헨리는 올리브를 견디는 법을 배우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 2023-07-03 16:58

    뒤늦게 독서후기를 남기는 곳을 알게 되어, 마감 시각이 지났지만 급히 남겨봅니다!

    [1강 올리브 키터리지]

    1. 소감

    마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메인 주의 작은 바닷마을을 무대로, 그 위에 흩뿌려진 존재들이 서로 얽혀 추는 숙명적인 춤사위를 잠시 감상한 듯 합니다.
    그들의 춤사위는 참으로 각양각색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온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숙명적 외로움.

    누군가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불행한 모자관계 때문에,
    또 누군가는 세월에 낡디 낡아 이제는 원래 무슨 색깔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결혼생활 때문에,
    다른 누군가는 누구보다 날 사랑해줄 거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아픔 때문에,
    사무치게 고독했고, 고독해졌고, 계속 고독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고독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하려 안간힘을 쓰는 크로스비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서
    저는 서울에 사는 저의 모습, 제 친구, 제 가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외롭다 - 사랑받고 싶다 - 사랑하고 싶다

    인간의 근원적 욕구이자, 어쩌면 존재의 근간일 이것을 수원지로 삼아
    크로스비 마을의 울룩불룩한 지도 위에 한 줄기 한 줄기 섬세하게 강물을 흘려보내준 작가 덕분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그 굽이진 수많은 물줄기에 비춰볼 수 있었습니다.

    2. 챕터 별 좋았던 구절&논의하면 좋을 듯한 것들

    <약국>

    '" 데이지한테 남자가 있대.' 그가 입을 열었다. "곧 두 사람을 초대해야겠어."' - p56

    헨리 키터리지라는 인간을 한 줄로 묘사한 듯한 대사라 골라보았습니다.

    모든 타인에게 항상 사랑받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은 헨리는
    결국 그가 정말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데니즈를 잃었지만
    끝까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다시 피상적인 상호호의의 관계로 돌아갑니다.
    마치 자기가 운영하는 약국같은 모습으로...

    흔히 '착한아이증후군' 이라 불리는 그의 정서적 상태는 작중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인한 듯한 인상을 주는 데요.
    비단 개인적인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체제 또한 이런 정서적 상태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인 간에 주고받는 압력이 엄청난 사회에서도 수많은 헨리가 탄생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주어진 사회 환경 속에서 개인이 진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굶주림>
    ''아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풀스 러시 인>이야'라고 말하려 했지만
    보니가 책장을 넘기기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178

    노래 제목처럼 데이지를 향해, 사랑을 향해,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하먼의 모습이 떠올라 이 구절을 골랐습니다.

    불륜 관계를 묘사했지만,
    하먼과 보니의 죽어버린 관계와 니나를 통해 용기를 얻는 하먼의 변화 과정, 그리고 데이지와 하먼의 아름다운 대화들은
    도덕적 잣대를 넘어 한 인간의 근원적인 투쟁이자 성장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데이지를 택한 하먼은 이후 그녀와의 삶에서 다시 고독을 느끼지 않을까?
    하먼의 고독은 과연 보니냐 데이지냐 하는, 대상의 문제였을까?
    하먼 개인에게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까?

    다른 독자 분들과 소설가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불안>
    '그들은 대단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올리브는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꺼이."' - p418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모든 존재를 잃어버린 올리브가
    공항 보안 직원의 부드러운 말 한 마디(그것이 사무적이든, 예의의 차원이든 간에)에 마치 타오르는 불에 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분노를 사그러뜨리는 모습이 너무도 측은하고, 슬펐습니다.

    이 챕터는 마치 두 가지 착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 '사랑' 자체에 대한 착각
    올리브가 생각하는 사랑은 소유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녀는 아들을 무척 아끼고 돌보지만, 아들이라는 타인을 인식할 때 온전히 자신의 입장과 관점에서만 바라봅니다.
    올리브 자신의 판단기준, 선악의 기준으로 아들 크리스토퍼의 존재를 여기저기 재단해 결국 크리스토퍼의 진짜 모습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올리브가 생각하는 '사랑'이 과연 크리스토퍼에게도 '사랑'이었는지는 작중에서 맞는 두 사람의 파국으로 처량하게 묘사됩니다.

    두 번째, '사랑은 준 만큼 돌아온다' 라는 착각
    올리브는 아들의 태도에 분개를 넘어 배신감까지 느낍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해줬는데, 왜 너는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죠.
    물론 올리브가 처음부터 호혜적 이타주의의 태도로 아들을 사랑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이 외로워졌을 때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아들에게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겠죠?
    크리스토퍼는 심지어 이제 더는 '엄마에 대한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합니다.
    올리브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입니다.

    그러나 저희 모두 알고 있듯이, 사랑은 절대 보상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라는 개념에 보상 자체가 포함되지 않는 듯 하기도 합니다.
    시인 바쇼가 꽃을 꺾지 않고 바라만 보며 사랑을 느꼈듯,
    그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 말이죠.

    하지만 어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있는 그대로 관조만 할 수 있을까요?
    또는 어떤 남편이, 어떤 아내가, 어떤 딸이, 어떤 소울메이트가 상대를 관조만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 수록 더 관여하고, 더 잔소리하고, 더 훈육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아니면 정말 이런 것들은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닌 걸까요?

    다른 독자 분들과 소설가 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사랑의 형태'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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