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삼아 걷기-05 길과 걷기
느티나무
2022-05-15 01:18
128
“내가 걷는 길도 도로와 샛길을 합쳐서 구불구불 얼추 10킬로미터가 된다. 나는 힘들었던 10년 전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 불안이 떨쳐질까 해서였다. 그 후로도 나는 자꾸 이 길로 돌아왔다.
일을 쉬기 위해서일 때도 있었고 일을 하기 위해서일 때도 있었다.” (걷기의 인문학)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마주 서 있는 길, 느티나무 아래 벤치.
한 때 감당하기 힘든 시간들 속에서 나를 숨 쉬게 해주던 곳이다.
이 길을 나는 다시 걷는다.....
도로를 테두리 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파트 단지들을 오가며 25년을 살았다.
길은 늘 있었고, 그 길을 늘 오르내리지만 어느 날엔 특별한 길이 될 때가 있다.
내겐 이 길이 그렇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독립으로 가는 길' 정도가 되려나...
이 동네로 이사를 온 이듬해 봄
결혼과 육아, 시집과 가족이라는 굳건한 성을 지키며 살던 내가 처음으로 그 밖을 나가며 걷던 길이다.
집에서 강남대까지
책이 든 가방을 메고 여고생 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나서던
그래서 부신 햇살과 흔들리는 여린 느티나무 이파리에 눈물이 날 만큼 좋았던
내 독립의 길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이사를 했다.
내게 쳐진 테두리를 넘어 25년 만에 자그마치 4킬로미터나 떨어진 곳, 강남대 근처로 말이다.(이 무슨 인연인지...)
일터는 남아있는 탓에 여전히 이곳을 오가지만 ... ...
오늘은 이 길을 일삼아 다시 걸었다.
이젠 이 길을 걸어 집으로 간다.
느티나무는 여전히 부신 햇살에 반짝인다.
이번엔 제 2의 독립이다.
무엇으로부터?
마음 속에 둘러졌던 질긴 테두리를 넘어 선 독립 정도로 해두자.
온 길 가득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축하 인사를 보내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들꽃이 박수를 쳐준다.
나는 25년 후 다시 이 길을 걷고, 이 길은 또 내게 특별한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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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길에 이렇듯 꽃과 나무의 축하를 받으면 힘이 날 듯^^
그 '질긴 테두리'는 이제 넘지 말고,
깨부수고, 아니 찢어버리고 갑시다. 다시는 안 나타나도록.
혼자서 힘들면 말해요~ 내가 연장 들고 갈테니. ^^ 화이팅~
마음의 길을 만들어내며 길가에 꽃들을 피우고 계신것 같아요! 저도 어제 밭에 가는 길.. 택시 타고 싶었으나 걸으시는 샘들 생각하면서 걷기로 선택~~ , 이렇게 나눠주시는 것이 현명한 선택에 힘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