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다큐 보기 1일차> 대지에 입맞춤을~ Don't give up

뚜버기
2022-07-10 23:41
494

7월 공생자 행성은 여름을 맞이하여 무더위를 식히는 납량특집이 아닌 <에코 다큐멘터리 보기>특집으로 진행합니다. 21일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에코 영화를 보고 추천리뷰를 올릴 예정입니다. 하나의 다큐를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리뷰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관심과 댓글부탁드립니다!


탄소야, 오해해서 미안해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된 뒤부터, 탄소에는 나쁜 이미지가 덧 씌워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데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2020, 미국, 감독:조슈 티켈, 레베카 티켈)을 보고 애꿎게 탄소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큐는 놀라운 내용들을 내게 알려주었다. 이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함께 나누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하지만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은 욕구를 떨어뜨릴 것 같아서 리뷰에서 어느 정도 스포일러를 해야 할지 약간 난감하다.

간단히 말하면 탄소는 시스템의 엔진이자 모든 생명의 기반이다. 수만년간(더 될지도) 토양 속의 미생물과 식물들 그리고 동물들이 이 탄소를 순환시키면서 지구 상에서 서로 공생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산업혁명이래 그 균형이 깨져버렸다. 

 

경운농법은 토양을 병들게 하고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

거기에 농업 역시 일조해왔다. 경운기로 토양을 갈아엎는 관행농법은 토양의 탄소들을 대기로 날려버리고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지력이 약해진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니 화학비료, 유전자조작 작물, 맹독성살균제가 등장하고 토양 속 미생물은 더더욱 살수없게 되니 악순환은 반복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행농법으로 인한 토양의 훼손으로 엄청난 양의 탄소와 물을 토양에서 대기로 방출되어 버리고 물과 이산화탄소를 머금지 못하게 된 토양은 사막으로 변해버린다는 점이다.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등장인물들은 입을 모은다.

 

드로 다운(Draw down)은 가능하다

플랜 드로다운을 제안하는 폴 호켄에 따르면 풀과 나무, 다년생 식물과 방목 및 경작기술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여 토양 속에 가두는 생물학적 격리를 통해 대기 중의 탄소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토양은 놀랄 만큼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너무나도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작년에 은평전환마을 소란님이 퍼머컬쳐에 대해 소개하면서 탄소포집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그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올해 에코프로젝트에서 천개의 텃밭을 테마로 삼자고 했던 초심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사실 요새 파지사유발코니텃밭에 물도 제대로 안 주고 있었던 것이 찔렸다. 수확할 게 있고 없고를 떠나 식물을 키우고 건강한 한 줌의 흙을 만들어내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낌이 훅 들어왔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해법

생물학적 탄소격리가 가장 현실성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이산화탄소의 레거시로드(legacy load) 때문이다. 앞으로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인다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래 무지막지하게 배출되어 포화상태가 된 대기 중의 1000기가톤의 이산화탄소(레거시로드)는 그대로 남아 계속해서 지구를 달굴 것이다.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폴 호켄은 유일한 합리적인 목표는 ‘드로 다운’을 통해 상층 대기의 탄소량을 줄여가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생물학적 탄소격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 역시 농업이다. 대신 경운기와 살충제, 화학비료를 쓰는 관행농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재생농법과 전체론적 관리 목축

다큐를 보다 깜놀했다. 한국에서도 인기높은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가 과수원농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가 지은 ‘Kiss the ground“가 흐른다) 그는 원래 아보카도 단일 품종만 재배했었는데 수종을 다양화하고 재생농법으로 전환한 과일숲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매달 수확을 거둔다면서 맛있게 과일을 흡입하는 장면에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과일숲이라고 하지만 수십 제곱미터의 땅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니 토지소유주님들 관심 좀 가져주셔요~

그밖에 무경운파종으로 이십여종의 피복작물을 재배하면서 맨땅이 얼마나 나쁜지를 강조하시는 농부님도 등장한다. 그분 농장은 재생농법을 통해 온갖 작물을 재배하고 또 소들을 방목하여 목축업을 겸한다. 꿀도 생산한다고 한다. 소의 똥과 오줌, 발굽은 풀을 자라게 하고 땅을 건강하게 하여 선순환한다. 이런 방식을 전체론적 관리 목축이라 부른다. (전체론적 탐정사무소라는 영드와 이름이 같아서 더욱 호감이...)

 

 

우리 모두 포기하지 말자

폴 호켄은 지금이라도 생물학적 탄소포집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킨다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를 피크로 하여 감소추세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으며 오늘날 20,30대 젊은이들은 살아있는 동안 기후안정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한 퍼머컬쳐 농부는, 우리 후손들이 깨끗한 물에서 헤엄치고 마실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하려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하겠냐고 묻는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연못의 물결처럼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땅을 되살리는 일을 확산시키기 위해 수백, 수천킬로미터도 마다않고 달려가겠다는 이들도 나온다.

지구는 수백만년동안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며 균형을 유지해 왔다.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희망은 지구의 회복력에 기대는 것이다. 나레이터 우디 해럴슨은 우리 모두 포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다큐를 보는 내내 촉촉하고 건강한 땅의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 토지위를 노니는 소들의 똥냄새는 악취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외에도 많은 아름답고 가슴뛰게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희망이 솟아나는... 물론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아야겠지만...주변에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 다큐멘터리였다.

Don’t give up. No action is too small. We can do this together!

 

ps: 저는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그외에 kissTheGroundMovie.com 홈페이지도 있더라고요.

참고 영상

 

댓글 9
  • 2022-07-11 07:04

    와~~ 첫다큐는 <대지에 입맞춤을>이군요.

    본다본다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꼭 봐야겠어요.

    제이슨 므라즈도 나온다니 기대감 상승

    자연농법이 탄소포집의 가장 좋은 방법

    작은 텃밭 하나하나가 더 소중히 여겨지네요!!

     흥미로운 스타트 고맙습니다~~~

  • 2022-07-11 08:45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ㅋㅋ

    지구의 회복력에

    그리고 우리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요~

    희망의 메세지를 들려주는 예쁜 다큐 소개해 주셔서

    기분 좋아지는 월욜 아침입니다~ 

    얼른 보고 싶어요~ 

  • 2022-07-11 09:04

    다큐 소개 좋네요.

    뚜버기샘이 워낙 설명을 잘 해주셔서 더 그렇구요^^

    탄소 감축을 위해 공학적 기술보다는 농업,

    그것도 땅을 마구 파헤치는 농업 말고 탄소와 물을 머금는 농업.

    그것이 널리 퍼지면 온실가스 문제 뿐 아니라, 식량문제 해결에도실마리가 될수 있겠네요.

    다큐 소개 감사합니다~

  • 2022-07-11 09:15

    굿 스따아트~~
    7월 또 다르게 만나는 공생자 이야기가 시작되었네요^^
    21명이 소개하는 다큐! 이 여름이 후딱 지나갈듯ㅎㅎㅎ 

    우리, 포기하지 말아요~

  • 2022-07-11 11:54

    저도 예전에 봤었는데 다시 봐도 좋겠네요. 무경운.. 예전에 안철환 선생님도 무경운 강조하시면서 몇 년간 밭을 뒤집지 않고 계속 풀로 덮어주기만 하면서 키우시는 거 봤었어요. 그렇게 관리하신 지 몇 년 지났던것 같은데, 이랑이 보통 이랑보다 두 배는 높았어요.
    내년에도 팀 밭을 한다면 한 이랑 정도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풀은 대충 뽑고 계속 덮어주면서 흙이 날라가지 않게...
    실험해보고 싶어요~ 

  • 2022-07-12 00:14

    저 다큐 보면서 기함했던 건 봄철 일제히 땅을 갈아 엎기 시작했을 때 대기의 사진이었어요. 엄청난 미세먼지가 생겨나죠. 

    다양한 작물을 함께 심는 밭은 <<향모를 땋으며>>의 콩, 호박, 옥수수 세자매가 생각나요~~^^

    그 밭 주인이 제임스 므라즈였다는 거죠?

    봤는데 왜 몰랐을까요? ㅋ

  • 2022-07-12 11:10

    얼른 찾아서 봤어요.

    계속되는 실패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미국의 농장주와 끝부분 14년에 걸쳐 녹지를 일궈낸 중국의 예가 놀라웠어요.

    제가 알기로도 어려운 가운데 모내기를 직접 손으로 하고 농약, 제초제 없이 키우는 벼농사, 밭농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먹거리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앞으로 20일을 매일 다큐를 보게 생겼네요.ㅎㅎ

  • 2022-07-13 00:24

    뚜버기 샘 리뷰를 아마 제가 제일 첨으로 본 것 같은데

    여러 생각에 잠겨 댓글 쓰는걸 잊고 있었네요. ㅋㅋㅋㅋ

    소개해주신  <대지의 입맞춤을> 의 내용들은 에코프로젝트 가을 시즌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려고 해요.

    토양생태계, 탄질비, 유기물, 무기물 등등 관련 생물학적 지식이 짧아 좀 헛갈리기는 하지만...

    에코프로젝트 가을시즌에서 왜 흙이 탄소 저장고인가, 흙을 살리는 농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 나가보면 좋겠군요^^

     

     

     

  • 2022-07-13 18:04

    저는 공생자행성에서 하는 <에코 다큐 보기> 를 슬쩍 보고 가려다 좋은 다큐 소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는 남기고 싶어서 몇자 적습니다. 다큐 잘 보며 하나하나 알아가려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