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1-8 후기

병아리
2021-04-22 22:07
393

저희 조는 겸목샘이 지난 한주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진달래샘은 당일 아침 버스 안에서 남편과의 관계를 고민 하면서(왜 같이 살고 있나?) 오셨다고 하셨어요. 다름 아니라 진달래샘 남편이 "나를 히말라야로 보내달라고!!"(금전 요구) 아내와 딸들에게 보채셨기 때문이랍니다. 가장인 진달래샘은 (남산도 제대로 못오르는^^;)아픈 남편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는가 고민하셨어요. 저희 내부에서는 "우선 남편을 남산으로!"보내자는 해결책(?)을 제시해드렸습니다!  

 

킨.. 현민은 아버지, 연인,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떠올린 듯 하고 겸목, 진달래샘은 아버지보다 더 오래 같이 산 남편을 떠올렸습니다.

특히 겸목샘은 30년(!!!!!!!) 같이 산 남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종종 표현하셨는데, "가장 말하기 어려운 상대"가 남편이라고 하셨습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몇십년 전 드라마만 시청하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남편과 그런 자기 남편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2021년의 겸목샘의 이야기는, 단순히 남편을 욕하는 것으로 시작되지도 않고, 그렇게 끝나지도 않을 듯 했습니다. 

 

저는 지금 조원들 메모를 다시 읽고 있는데, 그중 현민의 메모가 눈에 띕니다. 특이 이 문장이요!

"이해심 많은 여성 다나가 주변 이해관계까지 고려하며 그를 죽이지 못하는 일, 그를 사랑하며 그 존재를 괴로워하는 일이 너무나 익숙합니다."  

 

중간에 들어오신 문탁샘은 버틀러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일러주셨습니다. 흑인인권운동권이 흑인 노예 조상들을 너무 '순응적'이었다는 이유로 비판한데서 이 책은 쓰여졌다고 했습니다.'순수 백인의 순수 흑인 사냥'의 서사로 결정날 수 없고,  어떤 반응은 '노예적(순응적)' 이고 그것이 아닌 것은 '영웅적'인 것으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킨에 쓰여있습니다. 이야기/현장 안에서 흑인 노예들의 모습이 단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저항, 모순, 협상(순응), 분열 등의 모습으로 복잡하게(당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킨에서 중요하게 읽혀져야 하는 부분이, 노예제도의 실상이라거나 루퍼스와 와일린을 향한 '이해'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나가 루퍼스를 향한 모순적이고 복잡한 감정을 느낄 때 중요한 것은 루퍼스의 '진짜 모습'(?)을 가려내는것이 아니라 종속된 자의 입장에서 그 복잡함이 말해졌다는것, 이야기 됐다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에 다나는 루퍼스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그를 자신의 연인으로 받아들 일 수 없다(507쪽)는 '현명한' 판단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영웅서사처럼 일관되지 않고, 주인공은 영웅이라기 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 안에서 분열되고, 망설이고, 분하지만 겁이 많고, 자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느낍니다. 모든 소설, 이야기의 힘은 이러한 복잡함에 눈감지 않는다는데 있고, 오히려 그것이 이야기를 나올 수 있게 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무엇 같다고 느꼈습니다.

 

말하기의 난처함과 듣기의 어려움. 모순된 감정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피해를 말하는 일. 마지막 즈음 저희 조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주고받아졌습니다. 

저는 특히 진달래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진달래샘은 "나를 히말라야로!!" 보내달라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왜 나는(진달래샘) 남편의 요구에 화가 날까? 내가 이것까지 들어줘야 하는걸까? 아침에 진달래샘은 약간 분해하기도 하셨지만 동시에 뭔가 답답해 하셨는데, 아마 그 이유는 진달래샘이 나중에 털어놓은 말(남편이 살림을 안하는게 아니에요, 잘 치워요.)에서 알 수 있듯이 남편이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아닐까 싶었습니다. 전형적이고 독점적인 담론/해석에서 벗어난 경험, 일탈, 변주, 괴물들, 사이보그, '밀턴의 딸들'...  경험을 해석하기 위해서, 기존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 답답함, 억울함, 분함,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경험을 위해서,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힘! 공부가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진달래샘, 겸목샘, 코투샘의 이야기가 솔직히 많이 궁금한 1인인데요, 

가끔씩 세분이 젊고 어린 여성들을 괴물, 이해해야 할 상대(혹은 이해하기 어려운 ^^;) 로 보고 계신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사실 저는 세분이 '젊고 어리고 예쁘고 마르고 건강하고 부자인' 페미니스트들의 활약 속에서 자신들의 괴물성, 그들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들의 경험에 대한 해석이 궁금했습니다. 남편을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겸목샘의 이야기도 궁금했고, 코투님이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

댓글 9
  • 2021-04-23 05:51

    ㅋㅋㅋ 병아리님에 의해   "세분이 '젊고 어리고 예쁘고 마르고 건강하고 부자인' 페미니스트들의 활약 속에서 자신들의 괴물성, 그들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들의 경험" 이 조목조목 해석되고 있나요^^? ㅋㅋ 저는 병아리님의 후기가 그렇게 읽히네요^^

  • 2021-04-23 07:20

    네! 저는 젊고 어린 여성들을 이해하기 힘든 과물로 보고 있어요. 문득 나도 괴물이구나! 이해받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드는 자각의 순간도 있지만, 괴물이 스스로 괴물임을 깨닫는 건 어려운 일이라, 나는 괴물이 아니고 쟤들은 괴물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1-04-23 09:16

    근데, 이건 정정해야 할 듯 합니다.

    저는 저희집 가장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집안을 책임질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결정 사항에 대한 주도권도 저한텐 없는데....😅🙄

    그러고보니, 친정에서는 우리 아버지가 가장이 맞는 것 같은데 우리집에선 누가 가장인지 모르겠네요..

    • 2021-04-23 10:45

      ㅋㅋㅋ

    • 2021-04-23 12:50

      '가의 장'을 꼭 정해야 할까요?하는 생각을 해봅니다ㅎㅎ

  • 2021-04-23 10:46

    근데 " '젊고 어리고 예쁘고 마르고 건강하고 부자인' 페미니스트들"이 누굴까유?...그런 사람들이 있나? ㅎㅎㅎ...

  • 2021-04-23 11:39

    ㅋㅋㅋ

    후기와 뜨거운 댓글들 넘 재밌네요 ..

    저도 병아리님이 마지막에 쓰신 부분을 느꼈는데요.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군요! 저도 쌤들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합니다.

  • 2021-04-23 12:31

    너무 개인적인 얘기가 상세히 적혀있어서 저는 조금 읽기 불편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맥락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 2021-04-23 12:56

    ㅋㅋㅋ 이미 남편하고 아내를 셩별로 나눌 수 있는 건가 ?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그리고 다들 "젊고 어리고 예쁘고 마르고 건강하고 부자인 페미니스트" 에 꽂히셨는데요 ?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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