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3-4주차 공지] - <부분과 전체> #3- 이거슨 과학책인가, 철학책인가? 아님 역사책인가? 크하하하

문탁
2023-10-09 13:16
243

1. 전쟁의 시대가 다시 온 건가요? ㅠㅠㅠㅠ

 

오늘 아침 신문 1면의 헤드카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경향) 혹은 "전쟁"(한겨레)이었습니다. (전 이 두 종의 종이신문을 봅니다)  우리 이번 분량 중 2차 대전이 있는지라,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해를 넘겨 이제 3년째를 향해 가고 있는지라, 맘이 몹시 복잡해졌습니다.

 

심지어 한겨레에서는 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을 "이스라엘판 9.11 테러"라고 부르네요. (혹은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에 진주만 공습과 같다") 음, 모사드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런 표현들을 쓰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표현들이 더 맘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서방에서는 기후위기로  자칫하면 얼마 후 우리 모두 죽는다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난리인데 (사실 기후위기 중요하죠), 중동 혹은 유럽동쪽에서는 전쟁으로 지금 당장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네요. 오늘 신문에는 이 전쟁 이야기 뿐 아니라 아프간 지진으로 2000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도 실려있습니다.....ㅠㅠㅠ.... 정말 이 폐허같은 세계에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음 뭔가 아득합니다....ㅠㅠㅠ (공부는 뭐하러 하노? ㅋㅋ)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지만, 우선 외면하지 않고, 종말론적 저질수다(by 사사키 아타루)에 빠지지 않고 사태를 직면해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폭력의 악순환, 양쪽의 테러리즘에 관한 심도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2. 이번에는 좀 편하시죠?

 

20장을 우리는 세번에 걸쳐 나눠 읽고 있습니다. 딱히 셋으로 주제가 나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 포커스가 되는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첫번째 세미나에서는 "양자역학은 무엇인가"라는 게 이슈였습니다.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머리에 쥐가 나긴 하지만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 많든 적든 양자역학에 관한 지식이 있었고, 또 이번 세미나 기간동안에 집중적으로 공부를 한 부분도 있어서 이야기도 아주 활발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아인슈타인이 나와줘서, 또 솔베이회의에서 '꼰대' 같은 발언을 해서 더 드라마틱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하하핳

 

두번째 세미나에서는 철학적 논의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학과 종교에 관한 파트, 양자역학과 칸트에 관한 파트,  과학과 언어이론에 관한 파트 등을 통해  '주관성'과 '객관성', '인과율', '상보성', '자유의지', '변화'(개선과 이행), 근거(기준)(온도계의 경우), 근본적 질서(=절대적 진리)와 불확정성의 세계...등등의 이야기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내지요.  우리는 정말 과묵해졌습니다. 유럽예술영화 보고 난 후처럼 멍하니.......ㅠㅠㅠ

(그래서 저 지난주 수욜, 세미나 끝나고 또 술 먹고 잤습니다. 왜 세미나가 요렇게 되었지?....라고 자책하면서...ㅋㅋㅋ)

 

 

 

 

 

 

그런데 이번 마지막 파트의 핵심은  "역사 속의 개인" 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파트에도 과학이야기, 철학이야기가 나오지만 전쟁에 휘말린 개인, 특히 양자역학과 원자폭탄의 제조 시대에 핵물리학자 면면들의 고민과 각자의 선택이 흥미롭습니다. 아니 무겁습니다!!!!

 

 

원자폭탄의 책임은 핵분열을 발견한 오토한이 져야 하는 것일까요?

미국으로 망명하여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보어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과학(계몽)이 홀로코스트를 낳았다면, 이제 우리한테는 '실용주의'만 남게 되는 것일까요? 

원자핵기술의 평화적, 실용적 응용인 핵발전은 정말 불가피한 것일까요? 

...

...

 

 

 

 

 

이번에는 메모 조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질문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충분히 토론하려면 질문을 잘 정식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세미나 부분에 토론거리나 질문들을 잘 정식화해서 공유해보도록 합시다. (뭔가 이번 세미나는 다시 활발해질 것 같은 좋은 예감^^)

 

 

3.  전, 한스 오일러를 기억하겠습니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 까지입니다. 이 전쟁으로 러시아는 볼세비키 혁명을 성공시켜 소비에트공화국을 건설하였고, 패전한 독일은 결국은 나치의 발흥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하이젠베르크의 제자이자, 유태인 약혼녀를 둔 명민한 젊은 물리학자이자, 2대째 공산주의자인 한스 오일러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사회주의 국가 소련이 1939년 독-소 불가침 조약을 맺고, 히틀러와 스탈린이 함께 폴란드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몇달 뒤 러시아는 핀란드를 공격하고 소위 발트 3국(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및 리투아니아)을 정치적으로 지배합니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오일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말수가 부쩍 적어졌고 나 (하이젠베르크)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 아니 전 세계와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였"죠.  한스 오일러는 공군에 자원입대합니다. 하이젠베르크는 깜짝 놀라죠. 징집당할까 걱정해야 할 판국에, 심지어 다른 나라로의 망명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자원입대라니요....

 

살아남아 전쟁 이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책임을 지자는 하이젠베르크에 대해 오일러는 이렇게 말하지요. 

 

"나는 공산주의 이념이 인간의 공동생활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기를 희망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폴란드나 핀란드, 혹은 다른 곳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무고한 사람들보다 더 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여기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나는 나치 당 배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 즉 다른 이들보다 이 전쟁에 훨씬 더 책임이 많은 사람들이 군복무를 면제받는 것을 봤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할 수 있는 한, 나의 희망에 충실하고 싶어요, 세계를 용광로로 만들고자 한다면 스스로 용광로 속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327쪽)

 

그리고 결국 얼마 뒤 정찰비행을 나갔던 오일러의 비행기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리고 하이젠베르크의 또다른 제자, 오일러와 친했던 핀란드인 친구 그륀블롬도  몇달 후 전사합니다. 서로 적군이 되어서 말입니다. 

 

이 어렵고 건조한 책에서 이런 울컥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다니,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입니다. 전 오일러의 선택에 대해, 난세를 통과하는 오일러의 삶의 태도(윤리)에 대해 오래 오래 머뭅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길게 길게 생각해볼 작정입니다. 

 

 

 

 

 

 

 

발제는 은영샘과 모퉁이샘입니다. 공식메모는 평강샘, 앙코르석공샘, 이소영샘입니다. 다른 분들의 메모도 환영합니다. (짧아도 됩니다) 수욜 저녁 6시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댓글 8
  • 2023-10-09 14:00

    샘도 울컥하셨네요^^
    작은 부분으로서 한 개인이지만 전체의 희망과 연결되고자 했던 젊은이의 고뇌가 새드엔딩으로 펼쳐져서요. 젊은이의 꺽인 날개가 너무 아프게 다가와서 주책스럽게 코를 훌쩍.....

  • 2023-10-09 14:10

    저 역시 제가 뭔가 잘못 읽은 줄 알고 한스 오일러부분을 다시 찾아 자세바로잡고 다시 읽었습니다....

  • 2023-10-09 19:49

    와 저도 한스 오일러를 꼭 언급하고 싶었는데… 너무 슬펐어요(슬프다는 건 정확하지 않은데..)
    글구 샘! 미국으로 망명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은 ‘보어’가 아닐텐데요. 페르미나 에드워드 텔러 말씀하시려던 거 아니었을까요?

  • 2023-10-11 14:03

    <나이듦과 자기서사> / 부분과 전체 / 이소영 / 메모 / 20231011

    어떤 물리학자 분이 양자역학에 대한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부분과 전체>라고 하셨었다. 막상 책을 읽으니, 의아했다. 요즘은 양자역학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다룬 책들이 꽤 많은데 왜 하필 이 책이었을까. 베르나 하이젠베르크의 개인의 삶이 양자역학의 역사여서겠지만, 개인이 누군가(들)과 함께 양자역학을 알아가는 과정의 사유와 토론 방식과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앞으로 양자역학을 계속 연구할 후배들에게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과학자가 아닌) 우리의 삶에도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막상 이 책을 읽으며 <오펜하이머>가 도움이 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여덟 개의 산>이 더 참고 영화로 좋았다. 영화는 알프스를 산행하며 두 남자의 이야기(끊임없는 대화를 하며)를 다루는데, 알프스의 풍경과 지형, 기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 지식만큼 자연에 대한 체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 둘은 함께 가는 거 같다.

    이번에 읽은 챕터에는 첨예한 정치 상황에 대한 기록들이 나온다. 마침 나는 엄마와 목포 여행 중이었는데 어쩌다 엄마와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크게 싸움이 되었다. 엄마는 내게 너가 말로만 듣던 그 개딸이냐고 하셨고 나는 엄마가 극우 유튜브를 봐서 그런 거라고 소리쳤다. 어찌어찌 겨우 화해를 했는데, 왜 이런 걸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 결론이 났다.

    그 와중에 있는 읽은 일본의 원폭 후에 변할 세계 정치상에 흐름에 관한 대화는 내겐 비현실적일 만큼 이성적이었다. 혹은 어떤 교육의 부족에서 우리의 정치에 관한 대화는 감정적으로 흐르고 아무런 답이 없이 격해지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동시에 이미 이긴 전쟁에 원폭을 떨어트린 것에 대해 정말 이렇게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323p의 논의 부분에선 약간의 역겨움을 느꼈다.

    (질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이미 지나간 사건을 기록했기 때문에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당시의 상황의 질문만 최대한 복원한 것일까요? 과거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대해 주관도 없고 객관도 없다, 는 식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제가 잘못 읽은 걸까요

  • 2023-10-11 16:11

    메모입니다.

  • 2023-10-11 16:13

    부분과 전체 세 번째, 13장~16장 발제문과 질문입니다.

  • 2023-10-11 17:35

    평강-질문

    평강님-질문.jpg

  • 2023-10-11 18:01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너무 힘들었어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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