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과 자기서사> 여름시즌 - '리뷰쓰기' 발표 후기

김미정
2023-08-22 12:29
314

 

일요일 오전엔 늦잠을 자야 제격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두번째 방문하는 문탁.. 이번엔 글을 쓰진 못했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고, 같이 공감하고, 얘기 나누는 그 시간이 좋았어서... 그 기분이 어떤지 이젠 아니까 더 설레였어요..!

한 시간 정도의 이동거리는 멀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ㅎㅎ  김해, 영주, 대전에서 오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보헤미안(서영)쌤, 모퉁이(수빈)쌤, 영선쌤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던 오프라인 발표였습니다..

다시 한 번 먼 거리를 기쁜 마음으로 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이듦과 자기서사> 여름시즌 발표는 4권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리뷰를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 정희진의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 바람
  •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 해야, 보헤미안, 모퉁이, 김영선
  •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 노을
  •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 김은영, 김지현, 박정은, 김지영

 

이렇게 총 10분께서 각각의 텍스트를 통과한 글쓰기를 발표해주셨습니다. 오전 발표는 해야쌤, 지현쌤, 은영쌤, 정은쌤, 노을쌤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해야쌤의 <자기 삶의 연구자 되기>는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 담긴 취약함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에 공감하며, 그들이 자기기술지를 통해 자기 삶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뉴스레터를 통해 <몸의 일기>를 연재한 경험이 있으신 해야쌤의 경우, 이미 자기기술지를 써봤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솔직하게만 쓰는 자기서사를 넘어서, 메타분석적인 자기기술지를 써보고 싶으시다고... 전 그런 해야샘의 글을 꼭 보고싶습니다..! 응원합니다..!!!

 

지현쌤과 은영쌤, 정은쌤은 모두 동의보감으로 리뷰를 쓰셨어요. 지현쌤은 동의보감을 읽고 난 후, 질병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양생적인 측면에서 내가 나의 몸과 욕망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하셨어요. 페미니스트인 지현쌤이 정작 나의 몸은 가부장처럼 대했다는 걸 깨달았다는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몸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변하게 되더라도 바로 일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가고, 관찰하고 알아차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으로 자신만의 양생술을 터득해가겠다는 의지를 말씀하셨어요.

 

은영쌤의 동의보감 리뷰는 저와 같이 동의보감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게 읽힐 수 있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리뷰였습니다. 이 책만 읽어서는 정리할 수 없는, 은영쌤처럼 최소 3년 정도는 관련된 공부를 지속해야 정리할 수 있을 법한 깔끔 명쾌함에 많은 분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몸을 직접 돌보고 주체적으로 병을 마주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이 강화되면 자신만의 판단 울타리(비겁)가 견고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은쌤은 동의보감을 통해 복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았습니다. 그에 대한 세가지 방안으로 신장을 튼튼하게 하기,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기, 글쓰기를 통해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였습니다. 저도 작년 리뷰쓰기에서, 제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 한다며 글쓰기를 계속하겠다고 결론을 썼었는데.. 부족함 투성이지만 일단 계속 공부하고 있는 제 모습이 만족스럽습니다. 정은쌤의 글쓰기 여정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노을쌤은 <은유로서의 질병>을 통해 떠올리게 된 지난 기억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국가적으로 형성된 질병에 대한 은유에 의해, 무분별하게 통칭된 이름으로 그에 대한 본질이 흐려졌다는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흔히 개인적인 일이라 치부되는 문제들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의료권력에 의해, 국가에 의해, 젠더문제 등등 복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점. 이런 쟁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문탁쌤께서 말씀하셨어요.

 

 

순식간에 다섯분의 발표가 끝나고, 쉬는시간은 15분. 짧고 신속하게 준비해주신 김밥도 먹고, 다음 발표할 분들의 글도 미리 보고....(전 지정질문자여서.. 은근 부담이 많이 되었답니다..)

 

2부의 시작은 모퉁이쌤의 <수치로 되돌아가다> 였습니다. 에리봉의 <랭스>를 보고 이전의 수치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작성한 에세이였습니다. <랭스>를 읽고 난 후, 모퉁이쌤께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을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해방된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해주셨어요. ‘지금’ 행복하다는 쌤의 말과 표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보헤미안쌤도 <랭스>에 대한 리뷰쓰기였는데요.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망명과 자긍심>을 비교하며 에리봉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기술하셨습니다. 동일한 텍스트를 각자 자신만의 렌즈를 관통시켜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 것을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선쌤의 <랭스>에 대한 리뷰는 많은 분들을 공감하게 하셨어요. 에리봉이 사회 구조적인 맥락에서의 수치를 바탕으로 자기기술지를 썼다면, 영선쌤은 가부장적인 사회, 젠더 계급화가 주된 바탕을 이루는 지난 삶을 기술하셨어요. 이번 리뷰쓰기를 통해 모든 걸 쏟아낸 듯한 영선쌤.. 앞으로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합니다..!

 

지영쌤은 <동의보감>으로 리뷰를 쓰셨습니다. 텍스트에 완전히 동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과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을 느끼셨다고... 동의보감은 우리 각자의 견고한 인식체계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텍스트인 것 같습니다. 덧붙여 안도균 쌤의 동의보감을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추천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은 바람쌤의 리뷰 <텍스트가 내 몸을 통과한다는 것은>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정희진의 텍스트로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힘겨운 작업을 마친 쌤이 대단해보입니다. 쌤의 말씀처럼 우리 모두 문탁에 접속은 하였으니, 앞으로도 꾸준하게 텍스트를 통과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리뷰쓰기 발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열 분의 글들을 함께 보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란히도 해보고, 교차해서 가기도 했던 지점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좋은 말씀 주신 갤러리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요요쌤, 진달래쌤, 기린쌤, 둥글레쌤, 루틴쌤...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간내기 어려우셨을텐데 오셔서 씩씩한 에너지 주고 가신 진아쌤까지..

 

이어진 뒷풀이에서도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공부를 이어갈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문탁쌤을 비롯하여 기린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요. 공부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도 공유하고 풀어볼 수 있었습니다.

 

벌써 2023년도의 여름시즌을 마무리했네요. 문탁쌤의 헌신(?) 덕분에 이렇게 한 시즌을 또 넘어가 봅니다. 문탁쌤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을 끝으로 이번 리뷰쓰기 발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모두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가을시즌도 함께 해요^^

 

 

 

댓글 5
  • 2023-08-22 13:19

    미정쌤의 후기는 매번 꼼꼼하고, 다정하시네요.
    장시간 듣고 또 질문을 위해 긴장하시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모든 참가자들을 언급하는 자상함이 듬뿍 담긴 후기까지 쓰시다니요.
    운동 대회에서도, 사정이 생겨 당일 선수로는 참가 못하고 사진 찍기와 응원, 중간 보급품 지원을 위해 오는 동료들이 있는데
    늘 그분들이 더 진이 빠지고 기운이 딸려서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늘 하는 말, 차라리 뛰는 게 낫다...

    시즌3 신청을 제일 먼저 하셨던데,
    시즌 동안 미정쌤의 글에 성실함으로 후기를, 아니 댓글이라도 달겠다는 의욕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합니다.

  • 2023-08-22 13:28

    발표 현장을 기억하게 하는 후기 고맙습니다^^. 응원 팍팍 받아 노년을 발명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지난 씨즌, 발표를 나누며 느끼는것이 많아 현장에 꼭 있고 싶었습니다. 갤러리 선생님들의 코멘트도 감사합니다. 문탁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문탁인거죠? 문리를 탁 깨우친 ㅎ
    함께 공부한 선생님들 가을시즌도 함께 공부합시다. 늦은 나이? 민망하지만 저도 조금 쓸모는 있다고 생각하며~~

  • 2023-08-22 15:39

    미정 샘 후기가 여름시즌 공식 종료이군요. 하루 더 지나니까 그 새 가물가물해지는 느낌인데, 미정 샘 후기로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마지막까지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씨도 이상하고, 그래도 놀러는 다녀야 해서? 이번 여름시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저는 대충 마무리했지만, 글을 통해 한 시즌 함께 공부한 분들의 이야기(인생과 현재의 고민, 텍스트와 여러 날을 씨름하며 길어올린 통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같은 과정(어디서든?) 2년은 해야 한다는 문탁샘 말씀 따라 왔는데, 이제 그것도 한 시즌만 남았네요. 막바지 여름 잘 보내고, 가을 시즌에 모두 다시 뵙기를 바래봅니다.

  • 2023-08-23 10:49

    미정샘 후기 감사합니다! 미정샘 글은 늘 정갈하고 읽는 내내 편안합니다. 질문 하시랴 또 후기 쓰시랴 리뷰 쓰는만큼의 에너지를 쓰셨을 것 같아요. 현장에 있지 못했는데 그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름학기는 날씨나 기운 탓일까요 다들 고생하신 것 같아요. 가을엔 서늘해질테니 그 기운을 받아서 모두 좀더 재밌게 공부했으면 좋겠네요.

  • 2023-08-23 20:55

    미정샘 후기 감사합니다. 2부 참석을 못해 아쉬웠는데 미정쌤의 정성 담긴 글로 후기를 읽으니, 한 분 한 분 글쓴이의 마음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_^
    텍스트를 붙들고, 그 위에 어린 각자의 삶을 글로 써내려간 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계절의 문턱을 소요하다, 곧 또 반갑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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