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 시즌3> 9월 23일 후기

묘선
2023-09-29 07:27
212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을 걷는 게 좋아』 후기

 

 

지인이 현재 런던을 여행 중이다. 그의 페북에 매일 런던의 거리 이름과 풍경의 사진이 올라온다. 나는 런던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에게 버지니아 울프의, 『런던을 걷는 게 좋아』를 읽으며 런던을 여행해보라고 권했다.

『런던을 걷는 게 좋아』는 핸드백에 넣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얇은 책이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서 있는 채 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이다. 그래서인지 첫 시작은 책의 무게만큼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 읽으며, 드디어 ‘왜 버지니아 울프’가 유명할 수밖에 없는 작가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결같이 ‘버지니아 울프의 색다른 시선과 사물의 이면을 다양한 깊이감으로 해석하며, 다른 것들과의 연결 고리를 이어가는 쫀쫀한 문장’에 다 같이 감탄했다. “혼자 런던을 걷는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휴식”(1928. 5. 31 일기에서)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버지니아 울프에게 산책은 자유였다.

 

먼저, 꿈틀이님은 지난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울프가 선박(더 큰 의미, 무역)에 대해 “그 흐름을 바꿀 힘은 우리의 욕망에 대한 성찰”이라고 한 것과 현재 우리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우리는 자신의 욕망에 대한 인식조차 못한 채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많은 건 아니겠느냐며….

 

윤아님도 꿈틀이님처럼 자본에 의해 장악된 대도시(런던)의 변화에 대한 울프의 예민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역시 책을 두 번 읽을 때, 행간이 보여주는 의미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으며, 거리 묘사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문제와 사색을 즐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단단하면서도 품위 있는 문장이 좋았다고….

 

비료자님은 울프가 살았던 시대에 코끼리 상아를 얻기 위해 인간이 자행한 폭력이, 현재 우리가 컴퓨터와 핸드폰에 사용되는 자원을 얻기 위해 자행되고 있는 아동 노동착취. 자원을 얻기 위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는 여러 개발도상국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새봄님은 변화무쌍하고 볼거리가 많은 옥스퍼드 거리로 알았는데, 울프는 오히려 무상한 것들이 반복되는 거리로 본 것 같다며 느낌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또한 새봄님은 항상 다니는 거리가 단조로운 편인데, 이번 울프의 책을 읽고 새로운 거리를 거닐며 여러 목소리의 아우성을 들었다고 했다.

 

겸목샘은 옥스퍼드 거리에 관한 이야기에서 ‘건축물’에 대한 울프의 진단을 통해, 영국 귀족이 성을 세우는 방식과 옥스퍼드 거리에 무분별하며 빠르게 지어지는 건축물의 다름과 차이에 관해 이야기하셨다. 이는 “키치문화”에 대한 울프의 비판이 담겨 있으므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위인의 집>에서는 울프만의 독특한 시선을 더 느낄 수 있었는데, 사람 대부분은 여행 중 만나는 위인의 생가에서 보이는 사물에 치중하게 되는데, 울프는 독특하게 그 집안에 설치된 ‘수도 ’시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성작가로써 갖는 신선한 단상을 통해 위인의 집에 살았던 여인들의 수고로움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여기서, 우리는 각자의 여행에서 위인의 집에 방문할 경우, 꼭 수도와 부엌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유상님은 <하원의사당> 편이 하원의원과 상원의원들을 향한 비판을 담은 글인지, 반대로 칭찬을 하는 글인지 그 경계가 모호했다고 했다. 우리 역시 같은 모호함으로, 특히 “어느 놀라운 천재의 솜씨로 거대한 홀과 작고 특별하고 개별적인 인간, 이 둘이 결합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자.”라며 백 년 뒤 민주주의가 오기를 소망한다는 울프의 문장에서는 명확한 해석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정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는 것처럼 그 당시 울프도 그러했으며 뛰어난 지도력을 가진 정치가의 탄생과 더불어 깨어있는 시민이 함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울프의 책은, <어느 런던 사람의 초상> 편을 통해 크로크 부인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시소님은 여행을 가면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대부분의 여행지를 스쳐 지나가는 듯 경유하기 때문으로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유가 그곳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함은 아닐지….

우리는 왜 울프가 런던의 산책을 ‘사람(크로크 부인)’이야기로 마무리했는지, 그 연유가 궁금하다.

댓글 2
  • 2023-09-30 07:50

    연휴 중 좀 걷고 계시나요? 걷진 못해도 버지니아 울프 생각은 문득문득해요. 그녀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 산책을 한다는데, 나는 나로 돌아가가 위해 산책을 해요^^ 이건 차이일까? 어쩜 차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추석 당일 문을 연 가게와 닫은 가게에 대해서도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보고 그런 재미가 있네요~

  • 2023-10-03 11:33

    저는 연휴기간 철원의 잔도길을 다녀왔어요
    산책이 주제인만큼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고 싶었는데 명절기간에 몰린 수많은 인파와 갑자기 쏟아진 비로 빨리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주상절리 풍경이 아름답긴 했지만 이내
    불편함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집중하고마는
    저를 볼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ㅎㅎ

    이번주는 결석이고 그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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