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시 8월 12일 토요일 워크숍 공지

겸목
2023-08-07 10:24
205

 

지난 시간에는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세미나했습니다. 시를 어떻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지난 세미나 좋았어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시를 읽는 시간이 그 자체로 좋더군요~ 괜한 걱정이었어요!! 혼자 읽을 때는 무심결에 넘겨 버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고, "이게 무슨 뜻일까요?" 질문에 질문을 더하다 보니, 시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깊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은영 시인의 시가 좋았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랑'을 다시 꺼내오고, '이런 게 사랑이지~'  '이렇게 사랑해야지' 라고 다짐하는 시에 우리도 감응된 것 같아요. '맞아! 사랑은 이런 거지', '이렇게 사랑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과 설렘이 다시 피어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슬픔과 깊이 연결된 사랑이라 더 찌릿했습니다. 물과 기름처럼 슬픔과 망각이 절대 섞일 수 없다는 표현에서 저는 '뜨끔' 했어요. 잊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힐 거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일상에 치여 정말 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민망해지더군요. '오래된 거리처럼'이 무슨 의미일까? 세미나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오래된 거리처럼' 시간의 경과를 품고, 그 경과에 따른 변화를 품고, '너'를 사랑한다는 의미구나! 오늘 아침에도 다시 생각해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당신의 고향집에서 너에 관한 모든 기억을 소환해서, '부사' 언제나처럼,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이구나.....그런 걸 '사랑의 전문가'라고 하는구나! 시를 읽은 다음날도 시에 대한 느낌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시는 참 좋네요. '차력사인 봄' '감정의 원근법' '제법 볼륨이 있는 분노' '사이즈가 큰 슬픔' 같은 표현들도 '정확하게 쓰기'를 고심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힌트를 준 것 같아요. 생각지 못한 현지님의 '무릎'과 '하늘과 땅'에 대해서도 다음에 읽을 때 기억날 것 같고, 윤슬님의 폭넓은 독서력도 독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이번 주 후기라 공지에 후기를 담아봤습니다. 또 다른 후기 당번이신 시소님은 이 글에 댓글로 소감 남겨주셔도 되고, 과제게시판에 후기 남겨주셔도 됩니다.

 

이렇게 해서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정희진), <먼길로 돌아갈까>(게일 콜드웰),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드리언 리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 네 권의 책을 읽고 짧게 글쓰기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한 편의 최종에세이쓰기만 남았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서도 좋고, 그것을 자신의 문제와 연결 지어 글을 쓰셔도 좋습니다. 뭐든 좋지만, 이번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주제나 문제의식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써야 한다'는 압박을 버리고, 이번 기회를 나에게 유용하게 활용해야지, 무엇보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쓰기 주제를 잡으셨으면 해요. '글쓰기는 나를 위한 활동'이니까요. 이번 글쓰기로 나는 무엇을 알게 되었나? 무엇을 느끼게 되었나?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가? 이렇게 접근해보면, 써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요? 지금 내게 긴급한 문제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기회가 늘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쇠털처럼 많은 날들 가운데, 최종에세이를 쓰기까지의 3주일! 흔치 않은 글쓰기 기회예요. 

 

8월 12일 토요일 워크숍에는 A4 2쪽 정도로 글의 개요, 들어갈 내용, 초고 수준으로 러프하게 가져오셔도 됩니다. 되도록 많은 생각을 해보시고, 한 편에 글에 들어갈 내용 찾아보세요. 그 전에 텍스트로 읽었던 책에서 꼭 인용하고 싶은 부분! 왜 그걸 넣고 싶은지, 글의 재료가 될 만한 부분도 찾아오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초안 검토예요! 그 후 2주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조급해하지 마시고, 준비해봐요~

 

8월 12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까지 <파라스파라 서울> 로비에서 만나요. 새봄/시소/윤슬 3분은 바로 워크숍 장소로 오고, 겸목, 오렌지, 현지, 윤상, 꿈틀이는 11시 40분까지 문탁에서 만나 12시에 출발합니다. 각자 글 8부씩 출력해오고, 출력 못하는 분들은 글 과제게시판에 올려주세요. 문탁출발팀이 출력해서 가겠습니다. 준비물은 톡방으로 공유하겠습니다. 

 

 

댓글 1
  • 2023-08-10 07:00

    후기를 써야 한다는걸 잊고 있었습니다.
    이번 시간은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처음 시집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걸 알았을 때 도대체 뭘 이야기 하지 하는 고민과 약간의 짜증-비록 아무말 대잔치라도 이야기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진은영 시집은 어려웠다. 혹시나 내가 해설에 내 생각을 맞출까봐 해설은 읽지 않고 시만 반복해서 읽고 일요일 문탁을 향했다.
    돌아가며 시를 낭속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생각을 들려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여러분들이 선택한‘사랑의 전문가’는 같은 시임에도 사람에 따라 시에 대한 해석이나 생각이 다양함이 느껴지는 시였다.
    슬픔과 망각을 섞지 못하는 진은영 시인처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 ‘그날 이후’ 시를 낭송 하는 유상샘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는 가슴 깊은 곳의 슬픔이 되살아 났다. 진은영의 시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같이 이야기 한다는 어느샘의 말처럼 사랑의 두근거림과 헤어진 후의 쓸쓸함이 같이 공존하는 시였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사랑을 노래하는 시로도 이별 후의 냉소적인 시로도 읽혀지는 것 같다. 나는 사랑 이야기를 가장한 슬픔의 시라고 읽었으니 이해 안되는 문장들이 있었다. 혼자 읽을 때 이해되지 않던 시를 같이 읽으니 조금더 진은영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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