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차> 침묵에서 말하기로 1회차 후기

기린
2023-11-04 17:14
220

1.캐럴 길리건 <침묵에서 말하기로>

 

2023 양생프로젝트 2학기 마지막 책으로 <침묵에서 말하기>로 1회차 세미나가 있었다. 낯선 이름에 제목도 낯설었다. 캐럴 길리건은 심리학자이자 윤리학자이다. 그의 첫 책인 <침묵에서 말하기>(1982년 출판, 원제: 다른 목소리로>는 ‘돌봄의 윤리’를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으로 제시하며 인간의 발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리건은 들어가는 말에서 “심리학에서 인간 발달 이론과 여성의 경험이 불일치하는 것을 여성의 발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해왔다. 그러나 여성이 인간 발달의 기존 모델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인간의 조건을 규정하는 기존의 개념에 한계가 있으며, 삶의 진실 일부를 간과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신호일 수 있다.” 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연구한 것들은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단지 두 가지 사고방식을 구분하기 위해 대비시켰으며, 생물학적 일반화를 도모하기보다는 해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심리학 이론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배제되었던 여성 집단을 소환하여 그동안 분실되었던 부분을 채우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인간 발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1부-3부까지 진행한 세미나에서는 남성의 삶의 주기 속에 드러난 여성의 자리를 정리하고, 2부에서는 하인츠의 딜레마와 관련 남성과 여성이 각각 딜레마를 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밝히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한다. 3부에서는 여성이 임신중단과 관련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여성 자신의 이 경험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분석한 연구를 밝히고 있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서는 “개인의 도덕 발달의 가장 높은 단계가 ‘규칙과 보편적 정의’, ‘권리에 대한 성찰적 이해’라고 설명한다. 권리를 강조하는 도덕은 연결보다는 독립을, 관계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모든 합리적 개인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당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분석은 남성의 해석을 토대로 도출하고 표준화했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남성 행동을 ‘정상’으로, 여성의 행동을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관계의 맥락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돌봄 능력으로 자신을 판단한다.” 심리학에서 “개인화 혹은 개인의 성취에 대한 강조는 친밀성, 관계와 같은 여성적 특성을 약점으로 간주”하는 측면이 있다.

 

3부에서 다루고 있는 임신중지결정 연구에서 여성은 도덕 문제를 권리와 규칙의 문제라기보다는 돌봄과 책임의 문제로 구성한다. 특히 여성들이 임신 중지 딜레마에 대한 도덕적 언어의 중심은 이기심과 책임감의 대립으로, 도덕을 타인을 돌보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할 의무로 정의한다. 여성들이 도덕적 갈등과 선택을 말할 때 “이기심”과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도덕 발달에 대한 다른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임신 중지 결정 연구에서 드러난 세 가지 도덕 관점(전인습적단계-인습적단계-후인습적단계)은 돌봄 윤리의 발달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임신중단 결정과 관련해 이기심에서 책임감으로 전환하는 과정, 그 다음은 전통적인 여성상에 대한 질문을 통해 선에서 진실로의 전환, 세 번 째에는 책임에 대해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2. 성차에 의한 차이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성별을 본질화 할 수 있다는 우려

 

세미나에서는 이 책이 1982년에 출간된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여성들도 연결보다는 독립을, 관계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진 것도 변화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성들도 성취에 대한 욕망을 더 강력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여성의 심리에 대해 “인간관계의 심리에 대한 보다 발전적인 이해, 즉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돌봄 윤리가 발달할 수 있었다. 이런 윤리는 인간관계에 대한 축적된 지식을 반영하는데 특히 자신과 타인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통찰을 중심으로 성숙한다.”는 해석은 돌봄과 관련해서 여성이 적합하다는 근거로 재해석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성차와 관련한 심리학의 연구가 지금의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밝히는 것으로는 올드할 수 있지만, 차이를 통해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방법론으로서는 여전히 유의미한 지점이 있다. “관계는 연결을 요구한다. 연결은 공감하고 경청하며 타인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와 언어를 필요로 한다.” 관계지향적인 심리는 연결을 위해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소수자나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도록 하려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불명확하고, 이야기 대상이 목소리를 갖지 않는” 현실로 배제되는 목소리를 찾는 일은 분명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성의 심리로 설명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은 지금 성별의 이분법을 너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일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판단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타인을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그것은 개인의 취약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판단 자체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렇게 볼 때 인습기의 여성적 관점에서 발견되는 공손함이나 순종은 도덕적 상대주의가 아니라 도덕적 이해가 재구성된 것으로 후인습기에서도 지속된다. 인간의 행동이 심리적,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인식하면 타인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거부하게 되고, 동시에 인간에게 닥친 고통에 공감하면서 우리의 도덕적 관심을 재확인하게 된다.”

댓글 2
  • 2023-11-06 16:25

    저도 이번주 발제 담당이라 '독자에게 보내는 말'과 '들어가는 말'을 다시 읽고 나서 4장 읽기를 시작했는데요,
    기린쌤이 정리해 주신 것처럼 그냥 본문을 읽어서는 바로 파악하기 힘든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 나오는 링클레이터의 '열린 목소리와 닫힌 목소리'부분이 계속 생각납니다.
    "열린 목소리는 숨과 음이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감정과 생각이 심리적으로 연결되며, 언어의 풍부한 자원이 문화적으로 연결된 목소리를 의미한다."
    (내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였을까...)

  • 2023-11-08 12:58

    저는 한국어판 서문에 나오는
    "당신이 정말 생각하고 느끼는 것, 당신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 그리고 당신에게 진실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과 공명하는 장소 또는 관계를 찾아 나서라."(14)는 이 부분이 우리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양생프로젝트 세미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에 한번 나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함께 울려퍼지는 곳에서 공부하여서 좋네요..ㅋㅋㅋㅋ
    제 목소리는 "어떻게 공감 능력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이기적인 욕망을 극복하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를 묻(12-13)"는 목소리였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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