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차 후기- 수나우라 테일러 <짐을 끄는 짐승들> 4부와 5부

코투
2023-10-31 19:33
169

오늘이 10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 

 

이번 발제는 겸목과 나였다. 겸목은 13장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의 한계’와 15장 ‘인도적 고기운동’를 중심으로 발제했고, 나는 16장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장애인들’과 17장 ‘돌봄’에 대해 요약했다. 겸목은 이 책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피터 싱어가 누락한 점을 따라가며 끈기있게 질문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모습, 상식과 대결하며 상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분법에 빠지지 않으면서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런 고민들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어려웠는데... 아무래도 깊이 있는 생각을 오래 끌고 가는 힘이 내겐 많이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문탁에 와서 여러 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 피터 싱어와 수나우라 테일러의 대담 내용 중 나왔던 이야기가 단연코 화제였다.

 

싱어: 당신이나 당신 아이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겨우 2달러이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것이 보증된 알약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알약을 사용할 것이다.

테일러: 글쎄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싱어: 당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구요?

테일러: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테일러는 장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장애인들도 있다고 했다. (235쪽)

 

모로는, 장애아를 가진 엄마로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장애가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가?’,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약이 단돈 2달러라면 그 약을 먹일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면 아이의 장애가 자신에게 미친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다며, 이제는 비장애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이해해보고 싶다고 했다.

 

스프링은, 테일러가 장애에 대한 자긍심을 말하는데, 그부분이 잘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모두 비슷했다.) 장애는 생활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 이상이다. 장애의 정도가 심할수록 장애는 내 인생에 일어나선 안 될일로 여겨진다.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그것을 내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방도를 찾겠지만. 테일러 역시 명확한 입장을 가졌다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과 불편함, 불의, 몸의 새로운 발견,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며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방식, 불의에 저항하는 대안적 방식들 속에서 자긍심을 만들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겸목은, 테일러의 장애는 유발한 미군기지의 폐기물의 결과로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있고, 그것은 비판받아야할 지점이 있고, 그러면서도 또 장애가 내게 열어줄 가능성을 긍정한 측면도 있고, 이 두 가지를 다 같이 보여주는 게 정말 어려운데 수나우라 테일러는 그 일을 해내고 있다며, 감탄했다.

 

둥글레는 장애를 치료하는데 2달러짜리 약을 테일러가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과연 진심일까? 순간 의심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우리 안의 비장애중심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테일러가 말한 ‘자신이 겪을 장애를 환영하고 그것을 욕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 수 있을지’와 같은 질문에 놀랐다고 한다. 우리는 모순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계속 밀고 나갈 용기가 없기 때문에 쉽게 이분법에 빠지는데, 테일러는 지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대안적인 방식들 속에서 아름다운 잠재력을 보도록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화제의 중심에 있던 것이 ‘인도적 고기 운동(양심적인 잡식가)’이었다. 나 역시 지난 겨울,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을 읽었을 때 내 식습관에 대해 갈등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고기를 전혀 안 먹을 수는 있을까, 건강하게 잘 키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물을 먹는 근거로 ‘자연’을(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니까 사람도 고기를 먹을 수 있지.) 그리고 ‘가축과 사람 사이의 공생관계’를 생각했다. 그런데, 수나우라 테일러는 이런 우리의 상식을 문제 삼았다.

 

겸목은 ‘인간은 잡식이다’는 말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지속가능성’을 포함 우리의 고정관념을 모두 다 흔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둥글레는, 지금의 비거니즘 운동이 단순히 동물 해방 차원에만 머물지 않으며 지구환경까지고려한 행위이고, 또 가축식 축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문제까지 생각한 것이라며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채식주의에 공감하고 또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비건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동물 윤리의 불구화’에 대해 정리했다.

 

 

그 밖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나는 곧 다가올 에세이 시즌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집중하지 못했다. 세미나 시작 전에 문탁 샘은, 11월 11일부터 있을 에세이 쓰기에 대해 말씀하셨다. 다들 평창으로 가서 에세이 프로포잘을 발표하기로 했다. 에세이 쓰기를 피할 순 없을까? 2학기에 읽은 책들이 쉽지 않아서 제대로 소화도 못했는데, 어쩌나... 문탁 샘은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댓글 2
  • 2023-11-02 11:09

    이번 시즌 코투님의 코멘트의 일관성은 '어렵지만....읽기 힘들지만...그래서 좋았다!' 인 것 같아요~ 우리 대부분도 코투님과 비슷한 감정인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훌륭한 책들이 많구나! 멋지구나!! 그런데 이렇게 연구하고 글을 쓰는 일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고 고되겠구나!!! 나는 어떻게 할까?? 이런 고민들 하고 계시죠? 저는 그래요.

  • 2023-11-02 21:36

    에세이 쓰기를 피할순 없을까? ㅎㅎㅎ. 혹시 ' 후기 쓰기를 피할순 없을까?'의 터널을 지나온건 아닌지? 너무나 이해되는 멘트라. 제대로 된 소화란 어떤걸까요? 소화불량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소화가 아닐까 싶네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한번도 맘에 든 소화는 없었네요. 후기 쓰느라 애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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