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탐구-아무튼감정> 3회 '감정자본주의' 후기

나래
2022-03-07 20:04
267

 아직 겨울 코트를 벗지는 못하지만 햇볕은 따뜻했던 3월 5일 토요일 감정 세미나 3회차에 드디어 7인의 멤버가 모여 완전체가 되었다. 나는 각종 드라마를 섭렵하다시피 소비하다, 아주 오랜만에 비판적이고 구조화가 잘 되는 사회학 책 <감정 자본주의> 읽기에 빠졌다. 발제문을 쓰다 보니 이것은 착각이었다. 책 속 문장을 단순 조립해서 발제문을 겨우 완성하고 참석했다. 다음에는 좀 더 소화해서 스르륵 님처럼 웬만하면 한 장으로 간결하게 쓰고 싶다.  

 

 19세기 미국은 대량 생산하며 노동자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접어든다. 기업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치료학의 틀을 적극 도입하여 노동자와 소통하고 감정을 관리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빌리언스>속 퍼포먼스코치가 예시로 나왔다.(지연님) 한 헤지펀드 회사에 퍼포먼스 코치(일명 성과 코치)가 있는데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퇴사를 고민할 때 이 코치에게 코칭을 받으면 다시 열혈근로자가로 의욕이 충만해진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감정지능(EQ)이 높아야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며 감정지능(EQ)이 채용하는 기준이 된 점도 들 수 있다. 모두 기업에서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감정을 조율하거나 활용하는 예이다.  

 

영화<연애 빠진 로맨스>는 다른 예이다. 남,녀 주인공은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묻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매우 잘함, 잘함, 중간, 못함, 아주 못함으로 등급화하여 답변을 묻는다. 4가지 혈액형보다도 다양하고 잘 맞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16가지 MBTI로 사람을 분류하여 판단하는 경향도 우리 사이에 재미로 퍼져있는 감정의 합리화의 예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과 내 감정마저 편집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3장까지 읽고 다 정리해야겠지만) 이쯤에서 정리하면, ‘감정 자본주의’는 정신분석(심리학)의 치료학, 경제적 생산성,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개인은 ‘소통’이란 이상을 좆아 자신의 감정을 하나의 자본으로 활용하도록 요구받는 후기 자본주의를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바로 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이다. 

 

 <감정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기업에서도 가정에서도 중요한 ‘소통’에 먼저 우리는 의문이 생겼다. 우선 우리가 말하는 소통이란 무엇이었나? 인간 관계에서 치료상담에서 글쓰기에서까지 소통은 갈등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만능키다. 글쓰기의  ‘소통’자체마저 문제시 해야 하나? 

 

 구분해야 했던 점은 이것이다. 글을 쓰며 감정을 고정하고 성찰하게 되는 한편 감정을 계량화하고 위계화 하게 되었지만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은 그렇게 합리화된 감정이 자본주의의 이익으로 활용하게 되었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진행되는 과정은 페미니즘의 명제 '존재하는 한 이야기하라'에 따라 사적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스스로 감정과 거리두고 성찰하고 합평을 진행한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공적 언어로 다듬어나가며 글쓰는 사람은 평면화 되었던 경험을 입체화할 수 있게 된다. 글쓰는 사람도 비슷한 사건을 겪은 독자도 자신의 불편함을 해석할 언어와 논리를 갖게 된다. 소통 방식이야 어떻든 결과물을 자본으로 활용하냐 안 하냐의 차이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편익으로 전환되고 위계적 등급으로 전환되는 치료 서사가 아닌 자신만의 내면이야기이자 사회 문화적 서사로 구성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필요가 있을까?(스르륵님) 동양학에서 말했듯이 인생은 고苦, 흘려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기린님)

 

 더 펼쳐지면 한도 끝도 없으니 우리는  다시 텍스트에 집중해보았다.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의 장, 자본의 장이 펼쳐졌듯 지금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감정의 장이 만들어졌다. 자수성가형의 자기계발 서사에 고통과 희생자 서사가 더해져 사고 팔게 되었다. 오프라윈프리 자서전과 같은 형태의 성공과 고통 서사는 돈이 되는 이야기이다. 고통마저 남다른 차이를 만들어내는 자본이 된 것(언희님). 즉 착취 대상이 되었다. 감정, 연애, 결혼까지도 불평등에 기여하고 있다.   

 

 효율, 합리화, 계량, 가치와 목표의 명료화(73쪽)는 내가 좋아하는 기술이기도 한데 이것은 나의 기질과 잘 맞는 제도의 결과물인 건가. 자아란 고도로 제도화된 형식(116쪽)이라면 좋던 싫던 알던 모르던 나는 이런 감정 자본주의의 제도의 결과물임을 인정해야겠다. 제도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곧 나를 좀 더 이해할 수도 있겠다. 내가 부대껴하는 불편한 어떤 감정을 발견하고, 이것이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 사회 제도의 어떤 결과물인지 알게 된다면 쉽게 원망하고 화해하지 않고 응시하는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준비했던 대로 말하는 발표가 익숙해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 낯설다. 언제 의견을 덧붙이고 잘 들어야 할 지 헷갈린다.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이라서 나는 질문을 한다면서 오히려 나의 이야기를 말하는 쾌감에 잠시 취했던 것 같다. 지금 떠올리니 학습코칭회사를 관두었던 이유는 깔때기처럼 성적향상과 대입으로 귀결되는 데 느꼈던 회의보다 반복되는 패턴에 느꼈던 싫증이 더 큰 것 같다. 다음 발제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싶다. 내가 성공도 안 했는데 굳이 고통을 발굴하려 하기 보다는 내가 미처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은 제도의 결과물들을 내 안에서 발굴하는 것이 나와 사회를 알아가는 재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딱딱 분류되고 대조되고 예시가 있는 일루즈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지. 

 

*우리가 차차 익숙해져야 하는 이름들 

에바 일루즈, 악셀 호네트, 위르겐 하버마스,게오르그 짐멜, 뒤르켐, 막스 베버, 울리히벡, 앤소니 기든스, 부르디외, 바우만

 

*사랑의 사회학 참고도서

에바일루즈 책들 외 <성, 사랑, 에로티시즘>, <사랑은 지독한 혼란>, <리퀴드러브>

댓글 5
  • 2022-03-07 20:27

    효율, 합리화, 계량화....참 내가 못하는 영역인데 진짜 나는 저것들과 거리가 있을까 싶다. 가성비로 살아가는 세계에서 저런 능력은 숨처럼 내면화되어 있을 것이다. 저것이 나의 감정과 인간관계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변형을 가져왔을까 생각해보는 일, 여적 해보지 않은 일이라 궁금하다. 감정의 프리즘으로 시장과 가족과 직업과 서교와 학문을 통과시켜보는 일....짐작해보지 못한 지점을 발견했으면 한다. 나래님 너무 훌륭한 후기예요^^이야기하며 우리는 탐구하는가? 쾌락을 즐기는가? 하는 질문도 좋네요. 합리성과 지겨움의 국면! 다음 시간의 키워드가 될 것 같아요. 후기자본주의고  감정자본주의고 다 좋다 , 근데 이 지겨움은 어떡하지??

    • 2022-03-07 20:39

      오! 맞네요. 합리성과 지겨움(혹은 싫증) 이 지점에서 느낌이 확. 마지막 에세이 쓸 글감으로 찜입니다. 

  • 2022-03-08 08:13

    나래님 성실 후기덕에 또 한번 공부하게 됩니다^^ 

    감정이 구조화되어버린게 이렇게나 익숙해져버린 지금을 발견하는게 참 새롭고 재미있었어요~

    (한장쓰기는 제가 두장 울렁증 때문ᆢ ㅋ)

  • 2022-03-08 12:16

    어디에서나 만능키로 작동하는 '소통' 이란 표현에 대한 환기

    제도화된 몸에 대한 이해, 언어 이데올로기 등등 생각거리가 점점 많아지는 그래서 생각도 둥둥 떠 다니는 세미나^^

    나래님 후기 덕에 한 번 더 돌이켜 보네요~~ 좋아요^^

  • 2022-03-10 21:26

    "내가 부대껴하는 불편한 어떤 감정을 발견하고, 이것이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 사회 제도의 어떤 결과물인지 알게 된다면 쉽게 원망하고 화해하지 않고 응시하는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저에게 도움이 되는 문장이네요- 정성스런 후기 잘 읽었습니다- 토요일에 뵈요! (대선 결과가 조금 속상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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