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나희덕과 함께 읽는 시] 8월 28일 4강 공지

일리치약국
2023-08-23 11:52
280

 

 

 

더웠고 태풍도 왔고, 이번 주는 비가 와서 습하네요. 여름을 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 읽는 여름밤' 이제 한 강좌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환이정 차은실샘의 말씀처럼 '일타강사' 나희덕 시인의 강의가 너무 알차서 강의를 듣는 2시간이 휙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매주 성실한 감상문 남겨주시는 홍덕현님께도 감사드려요. 샘의 시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덥고 지치고 힘들었지만, '시 읽는 시간'이 주는 위안이 있더군요. 독자들에겐 '위안'이고, 시인들에겐 '일'인 시 쓰는 일과 읽는 일의 귀함을 느껴본 8월이었습니다. 

 

 

8월 28일에는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과 <홈스위트홈> 읽습니다. 두 권의 시집이니, 이번 주는 좀 더 부지런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시를 읽으며 마음에 드시는 한 편을 골라 필사해주세요. 그리고 시강좌 톡방에 인증샷 올려주세요~~ 벌써 두 분이나 올려주셨네요. 공지글의 댓글로 이소호 시인의 시를 읽으며 든 생각이나 느낌 나누고 싶은 이야기 남겨주세요. 강좌때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댓글 4
  • 2023-08-25 14:20

    『캣콜링』 감상문

    좋은 시의 이미지는 형태적 상상력보다 물질적 상상력이 더 필요하다고 읽었다.
    물체로서의 얼음덩어리를 상상할 때, 우리들은 희고 투명하게 번쩍이는 굳은 형태를 그린다. 그것은 깨지 않는 한, 굳게 버티며 언제까지나 스스로를 견지하고 있을 것같이 보인다. 물체로서의 얼음덩어리에 대한 이 상상적인 묘사에서 물체로서의 대상에 대한 상상력의 가장 뚜렷한 두 가지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데, 첫째, 상상력은 대상을 뚜렷한 외곽선으러써 비타협적으로 다른 대상들과 경계를 짓고 나타나며 결코 그 외곽을 이지러뜨리지 않을 모습으로 파악하며, 둘째, 위 사실의 결과로 상상력은 대상의 저항을 느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만다.

    이리하여 상상력은 대상의 표면에만 머물다가 다른 대상으로 떠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상상력이 형태적 상상력이고 이것에 의해 파악되는 대상, 즉 물체가 형태적 이미지이다.
    전통적인 경험론에서는 표면적이기 때문에 가장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이와 같은 형태적 이미지만을 상상력의 대상의 전부로 생각하여 결국 상상력을 외계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기능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반면 얼음덩어리의 이미지가 상상 속에 물질로서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가? 상상 속에서 그 얼음의 무게를 느끼며 그것의 차가운 촉감으로 손바닥이 시리다. 특히 그 옆에 피워놓은 모닥불의 열로 그것이 녹는 것을 본다‧‧‧‧‧‧ 이 후자의 사실은 상상력으로 하여금 얼음덩어리에서 물을 보게도 하고 한걸음 나아가 수증기까지 보게 한다. 이 경우 대상에 대한 상상력의 반응은 형태적 상상력의 경우와 대조를 이룬다. 첫째, 상상력은 대상을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며, 둘째, 따라서 상상력은 형태적 상상력의 경우에 있어서처럼 대상과의 단절을 느끼지 않고 대상의 변화를 예기하게 된다. 이의 결과로 상상력은 차단되어 있지 않은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것의 표면적인 변화에 무관한 실체를 파악할 것처럼 느껴 그 실체를 막연히 상상하는 것이다. 이때의 상상력과 이미지가 물질적 상상력, 물질적 이미지이다.

    언어의 이미지는 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그것을 회화 이미지와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회화 이미지가 외부적 표상이라는 한, 이미지로서 물리적 차원을 가지는 반면, 언어에 의한 이미지는 물리적 차원에서 고찰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이미지가 아니라 단순한 기호 나타난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에 의한 이미지는 이미지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의 내부적 표상작용을 통해야, 즉 독자에 의해 상상되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의 상상력의 이러한 참여가 없이는 언어에 의한 이미지는 곧 이미지이기를 그쳐버린다. 즉 언어에 의한 이미지는 그것이 독자에게 환기시키는 심상의 도움을 받음으로써만 이미지 자체의 존재와 힘임을 알 수 있다고 바슐라르가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시 독자라면 걸작 시를 읽고 난 후, 그 시의 이미지들이 그의 상상력에 나타나면서 느끼게 되는 미적 감동(혼의 울림) 속에서 어떤 놀라운 정신적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캣콜링』에는 비유나 이미지가 없다 일상적인 어법으로 직설적으로 발언한다. 연과 연사이 마다 간격이 멀어 상상력이 이어지지 않고, 시의 행갈이가 거의 의미 없을 정도로 산문에 가깝고 미적 감동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오히려 직설법에 힘이 있었고, 기존에 있는 가난에 대한 표현법과는 다른 것에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게 없거나 가진 게 가난뿐인 이 가족이 가난한 삶을 가장 실제적으로 체험하는 방식은 바로 수축하는 신체를 통해서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배고플 때마다 이불 속에서 똥구멍을 조이는 연습"을 하며, "한 호흡에 한 번씩 조여지는 똥구멍, 수축하는 질"을 느낀다. 마치 손바닥 위에 차가운 얼음(가난)이 열에 의해 녹아나고 한 걸음 나아가 수증기까지 보여주는 물질적 상상력까지 내려가 쓴 물질적 이미지라고 본다.
    비좁은 현실의 공간에서 경진이네 가족사는 비극적인 삶속에는 신은 없다. 필자는 신을 상상하지 않는지가 오래되었다. 수축하지 않는 오늘이 나에게는 믿음의 신이다.

    질문 1. 이소호시집 『캣콜링』은 새로운 페미니즘적 감각의 충격이 있는가? 자매 관계, 모녀 관계 평화롭지 않는 가족 관계를 파고들어 의미를 다시 조명한 세태시라고 볼 수 있는, 김수영문학상의 문학정신에 걸맞은 작품인가?

  • 2023-08-25 22:01

    이소호의 시는 파격적이다.
    읽는 동안 중간중간 가슴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여성인 내게 여성의 서사가 끌어 당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제목 자체에서 느껴지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작가의 이미지는 책장 안에서 더욱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시집을 두고 여성 페미니즘 시라는 이유로 일부 젊은(어린) 남성들에게 거친 야유를 받았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현실의 폭력과 그 실체를 당당히 드러냄으로써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작품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줬다. 그녀는 시를 통해 스스로를 맹렬하게 조롱하고 거침없이 싸우며 낱낱이 벗겨낸다. 또 모두가 숨기고 싶어 하는 가족의 민낯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폐쇄적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가부장적 폭력과 위계, 그 안에서 여성으로, 자식으로, 딸로 살아가는 자신의 위치성과 여성성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다. 그 시선이 매우 독창적이고 위악적이기까지 하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처럼 매섭게 질주하는 그녀의 파격적 시어에 독자들, 특히 여성 독자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언어의 힘이 얼마나 세고 무서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시집이랄까. 더불어 시가, 시인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까지도!

    .

  • 2023-08-28 17:58

    "아 벌써 지루해/네 글을 너무 뻔해서 읽고 싶지 않아// 아직 한 줄도 읽지 않았잖아?// 꼭 봐야 아니?/ 세상에 안 봐도 뻔한 게 얼마나 많은데// (중략)
    수많은 책 사이에서 네 이름을 발견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책을 읽었냐고 들었다 자주 들었다 읽었어? 꼭 읽어봐. 등 떠밀리듯 펼친 페이지에는 내가 있다 이미 그 책에는 전부 나 같은 여자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 같은 여자는 사실 나라고, 여기저기에서 소문으로 떠돌아다닌다고 들었다 걔가 너였어? 여기 있잖아 책을 펼치면 이 시 안에서 예술 감각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여자가 산다고, (중략) 네 작품 속에 나를 너무나 많이 닮은 그 여자는 분명하게 나라고, 들었다 사람들은 덥석 믿었고 감히 동정했다 너의 문장으로 너무나 쉽게 나라고 씌어진 소문난 그 여자의 집을 훔쳐보며, 쑥대밭에 콩가루 집안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그 여자는 지긋지긋하게도 책을 덮을 때까지 작가에게 온몸을 의지한 채 매달려 있었다" (<가름끈이 머물던 자리>, <홈 스위트 홈>>)

    --->이소호의 시가 낯설다는 느낌은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새로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목소리다. 이소호의 시를 읽고 사람들은 이게 진짜인가? 이경진과 이소호는 같은 사람인가? 어디까지가 진짜고 거짓인가 함량을 따지려드나 보다. 이건 또 뭔가? 익숙함과 새로움과는 다른 관음증적 호기심이다. 익숙함과 새로움과 관음증이 결합되어 이소호의 시는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 이걸 시인은 또 그대로 자기 시에 가져온다. 시인은 이런 사태를 모르지 않고 이 또한 놀이와 조롱으로 바꾸어버린다. 이런 태도가 이소호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새롭게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낸다. 이소호의 놀이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런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이소호는 좋은 시인이다.

  • 2023-08-28 18:42

    카메라를 끄고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몇 자 적습니다.

    시 강좌 들으면서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시들을 읽게 됐고, 요점과 중심을 향해 달려가던 머리를 좀 쉬게 하면서 몸도 풀어지는 읽기를 잠시라도 하게 됐습니다. 이름을 알고 있던 시인들과 시도 몇 편 읽었던 시인들 그리고 이름조차 낯선 시인을 만났습니다. 이소호 시인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시는 제일 많이 읽게 됐네요. 심지어는 시집의 바코드를 찍어 링크된 유튜브로 시인과 동생의 육성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발랄한 자매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첫시집을 읽으면서 시에 대해 좀 더 익숙해진 영향도 있을 테지만, 저는 「캣콜링」보다 「홈 스위트 홈」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특히 밑바닥에서, 홈 스위트 홈, 당신의 마음을 다 담기에는 하필 지금 이 종이가 너무 좁아서, 간추린 이민 뉴스, 컴백홈이 좋았습니다. 그중 짧은 시를 옮겨 봅니다. 독자의 무례와 폭력, 시인에 대한 대상화를 유머러스한 제목으로 디스한 게 웃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것 좀 글로 써봐’라고 강권하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
    당신의 마음을 다 담기에는 하필 지금 이 종이가 너무 좁아서

    @poetsoho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는 작가님의 시가 정말 좋아요
    그런데 두 권째 보다 보니까 요즘 시 세계에 지금 가족이
    나오는 것은 조금 자가 복제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말인
    데, 웃긴 이야기지만 결혼을 하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현세대의 가부장제와 시댁의 처절함을 시로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시집살이는 조금 남다를 것 같아요
    당하고만은 계시지 않을 것 같아요 당하더라도 그걸 글
    로 쓰면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아무튼 작가님의 다음
    행보도 기대합니다 꼭 결혼하세요 파이팅
    (홈 스위트 홈,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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