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손보미와 함께 읽는 소설] 7월 24일 세미나 공지

겸목
2023-07-18 13:56
294

 

 

'소설 읽는 일주일을 보내자'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시작한 강좌인데, 일주일 동안 소설책 한 권 읽는 일이 쉽지는 않더군요^^ 소설과 함께 하는 '여유'보다는 소설과 함께 하는 '쫄림' '짜침'을 느껴본 7월입니다. 그래도 손보미 작가의 '초이스'는 멋졌다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세 권의 소설은 이번 강좌가 아니었다면, 읽게 되지 않았을 책들입니다. 덕분에 너무 멋진 작품들을 알게 되어 즐거웠어요. 아무도 책을 읽지 않고, 대부분 문학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는데, 이렇게 멋진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들이 있다니!! 엄청 멋지군!!! 감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뻔하고 답답해 보이는 세상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소설을 쓰기 위해 고심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이, 숨 쉴 만한 구멍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7월 24일 마지막 강좌입니다. 손보미 소설가의 <<사랑의 꿈>>(문학동네) 세미나 합니다. <밤이 지나면>, <해변의 피크닉>, <사랑의 꿈> 세 편을 중심으로 읽어오세요. 지난 시간에 손보미 작가가 난감해했어요. "아!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진행하죠?" 작가님의 걱정과 민망함을 덜어주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우리가 소설을 열심히 읽어와서,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주 월욜 저녁에 줌으로 뵙겠습니다. 

 

 

댓글 3
  • 2023-07-18 15:29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들 속에 파묻혀 지내는 여름이 되었어요.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고 있는데 베트남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어제의 이야기들과 섞여 뻐끈한 아픔이 밀려드네요. 큰 선물을 받은거 같아요. 감사해용

  • 2023-07-24 13:33

    이번 주말에도 제 나름 시간을 비워두었는데, 또 갑자기 놀러 나가고 말아서 굳이굳이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을 올려봅니다.

    <사랑의꿈>
    1. ..딸의 증조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언젠가 딸이 했던 말- "증조 할머니를 씻기는 걸 몇번이나 봐야 햇어요."-을 떠올렸다. (...그녀의 감정은 오직 그 집에 사는 여자들에게만 향해 있었다)... 곧 소설가의 그 말도 떠올랐다. "어떤 사실은 그저 있는 그대로 쓰는 것만으로도 소설이 된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만은 절대로 써서는 안 돼요. 그러니까 그건 언제까지나 당신 마음속에만 있어야 해요." ...<중략>...거기까지 썼을 때 그녀는 자기 자신이 바보 천치가 된 것 같았다. 세상에...그녀는 만약에 그 소설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뺨을 갈겨버리겠다고 생각했다. (150~152)

    소설가의 진술 그 자체로는 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자에게 적용된 저 내용이 왜 저 진술과 연결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건 화자만의 이유일까? 세미나 전까지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2.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삶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초능력이...(185)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던 것 같다. 소름 끼쳤다. 나는 화자의 감정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건의 발단 부분에는 이렇게 나온다.
    ...고양이를 묻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자 그녀를 감싸고 있던 그 모든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용기, 이런 걸 용기라고 하는 걸까? 그녀의 내부에서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힘이 샘솟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을 때조차 이런 식의 힘은 느껴보지 못했다.>..(176)

    앞선 이 진술을 나는 어떤 종류의 책임이나 생명에 대한 존중감인가 하고 생각했다. 주검을 묻어주는 행위에서 그런 걸 찾는 걸까? 그러나 결말에서 만난 화자의 감정은 자신의 죄?를 덮고자 일상의 통념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면서 그 경계를 넘어선 자의 각성에 가까워 보였다. < 안에 굳이 출산이라는 언급을 했던 것도 모성에 대한 통념을 뒤집고 나아가려는 화자의 내면의 흐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2023-07-24 14:06

    <사랑의 꿈>
    “그런 건 개나 줘버려.” 그녀는 웃음이 났다. 대체 왜 그의 정혼자를 개에게 줘야 한단 말인가? 동시에 그녀는 그 말에 어떤 종류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느꼈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바깥세상으로 집어던져야 할 때, 사람들은 공포나 낙담보다는 의도된 어설픔이나 과장된 허술함을 더 드러내려고 애쓴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 거야. 그녀는 다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절대 멈추지 못한다. 아니, 자신이 하려는 일이 진실로 미친 짓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일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이 그 일을 완성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그녀는 그걸 알 것 같았다. (180)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인 삶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어떤 부분이 영원히 깨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초능력이. 하지만 그녀는 아주 작은 선택들, 아주 사소한 충동의 결과들이 누군가를 들끓게 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그런 결정들이 삶의 어떤 부분을 완전히 바꾸어버린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185)
    ----> 딸의 할머니와 그녀, 그녀와 딸, 그녀와 공승연, 그녀와 '탈엄' 여자들..... 모든 관계에서 긴장과 권력관계가 느껴진다. 이 긴장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걸 '초능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초능력(처세술) 가운데 '허영'의 방식이 있다. 그녀의 전남편, 전남편의 어머니, 공승연, 그리고 자신에게도 약하기 때문에 보이는 허영이 있는데, 그것의 기만/허약함을 알아낸 그녀는 허영이 아닌 초능력을 알게 된 것 같다.

    <해변의 피크닉>
    안과 밖이 모두 더럽고 지저분한 세계.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얼마간의 마술이었다.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 진짜 증오와 가짜 증오, 그건 너무나 갑작스럽고도 선명한 깨달음이었다. 물론 내가 그 당시에 이 모든 걸 논리적인 언어로 (나 자신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문장을 쓰고 있는 내가 그 당시를 회상하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 흐릣한 모습이어서 어떤 판단이나 추정이 불가능했을지언정,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해석하게 되었다 할지라도, 분명히 그날의 내게 도달했다는 점이다. 단어들의 경로는 질서정연하고 계획적이었지만, 그런 깨달음은 아무런 인과적 관계도, 어떠한 조짐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그러므로 거부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내게 도달했다. 물론, 그날 내가 완전하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그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않게 되리라는 것. (241쪽)
    --->연작소설처럼 <사랑의 꿈>과 <해변의 피크닉>은 동일한 가족의 이야기를 딸의 입장에서 들려준다. 딸에게는 '초능력'이 아니라 '마술'이 필요하다. 가짜 증오를 이용하거나, 가짜 사룡을 이용하는 방식의 마술. 입 밖에 꺼내지 않아야 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밤이 지나면>
    외숙모는 내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걸 깨달았을 때 나는 수치심이 들었다. 외숙모가 내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사실만큼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 한때 입을 다물고 있던 어린 여자아이였다는 사실과 납치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르면 나는 몸이 부르르 떨리곤 했다. 마치 불시의 침입이라고 받은 사람처럼. (32)
    --->두려움을 처리하는 방식. 엄마는 밤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지금 지구 반대편은 낮이라고 상상"하는 방식을 통해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알려준다. 외숙모에게 미친년 소리를 듣는 제정신이 아닌 여자는 그런 식으로는 두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는 방식은 외숙모와 같은 방식이다. 트라우마라는 말을 통해 실제하는 고통을 덮어버리는 방식,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준 여자를 미친년으로 낙인 찍는 방식.

    <불장난>
    그 순간, 나는 내가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누구도 가닿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그 세계는 터무니없이 치명적이고 통렬하면서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해서 내 마음속에 꼭꼭 새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른 후에 착각, 기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판명이 날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때때로 삶에서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건, 바로 그런 착각과 기만, 허상에 기꺼이 몸을 내주는 일이라고. 착각과 기만, 허상을 디뎌야지만 도약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존재한다고. 언젠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돌이켜보는 눈 속에서 어떤 사실들을 재배열되고 새롭게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불가피하게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며, 허구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허구가 되는 그런 순간들! 그러므로 이 여정 자체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돌이켜보는 눈의 진짜 효용이 될 것이다. (130~131)
    --->이 작품에서는 착각, 기만, 허구에 몸을 내주는 일을 하나의 방식으로 말한다. 손보미는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어리고 힘 없는 여자'가 세계와 어떻게 대적할 것인가? 초능력, 마술, 낙인찍기, 허상 등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발명하고 있다. 그 방법이 우리가 예측가능한 방법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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