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세미나: 올리브 키터리지 후기

콩땅
2023-07-08 16:23
217

소설 세미나도 처음인데, 작가와 함께 읽는다니 어떤 느낌일지 두근두근 궁금하고 설레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더욱이 함께 접속하신 20여분 중 제주도나 전주 등 문탁과 먼 거리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된 분들도 계셔서 새삼 ZOOM의 힘을 느꼈습니다. 사실 늦은 후기라서 세미나 시간에 오고간 재미난 이야기들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갔지만, 작가님이 세미나 시작하시면서 작가가 소설을 쓸 때 어떻게 쓰는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몇몇 작가들의 견해를 소개해 주시면서 ‘소설을 쓰는 행위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대리경험이라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서, 모르던 나를 이해할 수 있어서’를 중요하게 언급하였던 것이 생각납니다. 세상에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으며, 매번 나의 행동에 화들짝 놀래는 나로서는 이번을 계기로 소설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뭐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퀴즈도 아닌데 ‘아.....알아 맞추고 싶다’가 머릿속을 멤돔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으면서도 내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제목부터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대로 읽게 되는 고질병...자꾸 올리버 카트리지로 읽게 된다는....ㅠㅠ

 

<우리들의 블루스>? 아니면 <전원일기>

어느 분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생각난다고 하셨죠? <전원일기>도 생각난다면 몇 년생이냐는 말이 나오겠지요? 미국 북동부지역 크로스비마을,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을 속에 각자가 위태위태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사, 바른생활 사나이,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은 욕망을 안고, 약국보조 데니즈 시보도와 정신적 외도를 하고, 올리브가 급똥이 마려워서 차를 세워달라고 하는데도 고집스럽게 주차장까지 가려고 하는, 공처가인가 애처가인가 헷갈리는 헨리 키터리지,

 

수학선생님, 괴팍하고, 헨리에게 주변인물 뒷담화를 신랄하게 하고, 독립적인, 아버지 죽음과 관련하여 트라우마가 있고, 무뚝뚝하지만 상처입은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아는,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마을을 무척 사랑하는, 아들바라기라서 아들을 너무 너무 사랑해서 아들과의 분리불안을 안고 있는 올리버 키터리지,

 

어려서 올리브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았다고 말하는, 고향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뉴욕에 살며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고 싶어 하는, 헨리와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토퍼

 

빈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미망인인 데이지와 바람을 피는 하먼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사는, 하먼이 자신의 집을 방문 때 도넛을 요구하는, 데이지

 

거식증을 앓고 있으며 그로인해 심장마비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얼마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진 니나

 

삶의 희망을 찾아다니는 파랑새들

13편의 단편들 중 3편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저는 주인공들이 저마다 일상의 권태로움, 슬픔, 고통에서 삶의 희망을 보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이 작은 희망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희망이 자연경관을 통해, 취미를 통해, 동물들을 통해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는

헨리가 세상물정 모르는 데니즈를 보살피면서,

하먼과 데이지가 니나를 자식처럼 돌보면서,

올리브가 자살하려는 제자 캐빈과 니나 그리고 잭을 도우면서,

캐빈이 물에빠진 동창생을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면서,

 

각자의 위태로운 삶속에, 위태로운 타인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찾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니나에게는 개망난이 남자친구였던 티모시가 그녀에게는 희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받기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고, 내가 사랑을 줄 수 있는,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누가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지?를 생각해 보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상대가 가족이어서는 안 됩니다. 헨리는 올리브와 크리스토퍼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었지만, 올리브는 크리스토퍼에게, 하먼도 가족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어서 계속 매달렸지만 팽당하고 맙니다. <약국>편에서 헨리가 이렇게 말했지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배우는 거야.” 타인에게 손을 내밀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나 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댓글 2
  • 2023-07-08 16:59

    저는 <밀물>부터 훅 좋았어요!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살려 발버둥치는 사람의 손을 잡게 되는 절묘함!! 에서 멋지다~ 생각했어요. 길게 쓸 필요 없는 간결함도 멋지고~~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3-07-08 17:35

    저도 전원일기가 계속 떠올랐어요! 후기 공감하며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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