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손보미와 함께 읽는 소설] 7월 10일 2강 공지

겸목
2023-07-05 11:51
256

 

 

 

첫 시간 오붓하고 좋았습니다. 20여 명이라 줌화면 하나에 참가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재미있게 읽고 오신 분들의 이야기와 질문도 흥미로웠습니다. 2강은 영화 캐롤의 원작자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초기 단편집 <<레이디스>>(문학동네)입니다. 1920년대 태어나 1950년대 작품활동을 시작한 여성의 시각에 시간차가 무색할 만큼의 민감함을 느껴봅니다. 7월 10일 2강에서는 이 가운데 <모빌항구에 배가 들어오면>,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2편과 절판된 책에 포함된 1편 총 3편에 대해 이야기나눠보겠습니다. 절판된 소설은 톡방으로 PDF파일 올려드리겠습니다. 3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놀라게 된 '충격적인 장면' 어디였는지, 왜 나는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간단한 메모 댓글로 올려주세요. 댓글은 7월 10일 월요일 오후 3시까지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담주 월욜 밤 줌으로 뵙겠습니다~

 

 

 

 

댓글 4
  • 2023-07-09 22:29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심리적 서스펜스가 잘 구현된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것에서 호기심이 해소될 것 같지만 그 후에도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계속되는 부분이 좋았고 결국에 성경을 태우는 장면에서 '종이가 불에 타면서 시커멓고 더 가냘프게 변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들었다...'는 부분이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추리 소설이 아닌 높은 차원의 심리 소설로 볼 수 있는 이유가 되는 부분 같았거든요.
    [모발 항구..] 화자가 계속 장소를 옮기며 도주를 하는 과정에서 기억과 심리가 오르내리는 소설 전반의 심상이 마지막에 회전목마로 이어지고, 또 다른 반전으로 끝을 맺을 수 있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습니다. 프랭키가 아니라는 사실에 독자는 충격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야기의 흡입력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기분 좋은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돌고 도는..] 171페이지 중단 -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라는 걸 부인은 알았다. 못 들은 체하거나 만족스러운 답을 주거나, 아니면 영원히 입을 다물게 할 말을 해야 했다.' 돌고 도는 세상이 수많은 비밀로 감춰져 적막해지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이 충격적으로(?) 잘 들어맞아 좋았던 구절이었습니다.

  • 2023-07-10 15:54

    [모빌 항구] 프랭키의 콧대에는 작은 흉터가 나 있었다. 그녀는 자기 손등의 흉터를 생각하며, 그 흉터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은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자국을 남겼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아직 우리는 이렇게 젊은데. (117쪽)
    ----> 살인, 성매매, 도주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서로 묻지 말고 넘어가줘야 하는 '작은 흉터'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본 게 된 문장이다. 상처 없는 인생이 있을까? 누군가에겐 너무 많은 상처가 생기는 것이 문제겠지만.

    [돌고 도는] 두 사람을 소진한 건 고유의 부족인지도 모른다. (~)고요에 흠뻑 젖어 목욕하고 고요를 마시고 고요를 듣고 보고 호흡하고 고요 속에 몇 시간씩 잠들 수 있었다면, 그 이마의 주름이 다시 매끈하게 퍼지고 그 눈이 뜨여 사랑한다는 듯 다시 그 눈이 뜨여 사랑한다는 듯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도 원치 않았다. 너무 늦었다. 이미 랜스를 찾아버렸고 그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랜스는 그와 그녀가 어디에 있든, 함께 있든 따로 있든, 침묵 속에서나 소음 속에서나, 움직임 속에서나 고요 속에서나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랜스의 내면에는 찰스에게 없고 있어본 적도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는 알았다. 이제 그녀는 찰스와 처음 결혼할 때처럼 열여덟 살이 아니었으니까. (153쪽)
    --->'고요의 부족'이라는 표현이 신선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사랑의 순간은 고요의 순간이라는 것을 바로 이해가 됐다. 요즘 고요함이 너무 없네!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원이 리에게 아들의 부고를 알렸을 때 충격적이었다. 이런 식의 사과와 복수가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후 원과 공모한 양로원 관계자와 원의 죽음을 알게 된 리가 "지나치다"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도 다시 한 번 놀랐다. 케이트에게 리가 보낸 조문편지는 진심이지만 오싹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작가는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야 할까? 이 지나침이 아니라면 이 소설은 밋밋해진다. 이런 매운 맛이 부담스럽다.

  • 2023-07-10 16:06

    [2강 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안녕하세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 3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올려봅니다.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인디애나 알링턴 힐스에 사는 64세의 윈스턴 그리브스가 스스로 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총상으로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지나치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아니, 그건 아니다. 예수가 한 말이다. 예수도 이것을 찬성하지 않았으리라.
    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려다가 윈도 똑같은 몸짓을 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는 손을 내리고 똑바로 섰다.' - p105

    이 단편에서 저는 하나의 질문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진정으로 무너뜨리는가?"

    주인공 리와 그의 어머니는 겉보기에 상당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리의 어머니는 타인의 '허물'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찾아내지 못하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타인을 비방하는 인물입니다.
    즉, 일반적인 의미에서 악인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반면 주인공 리는 어머니와 달리 타인에게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몇년 째 속여 재산을 갈취한 윈스턴에게마저 강한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 사건을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사기꾼들에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타인에게 미친 영향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리의 어머니는 무력하게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했고, 사후에도 사기단에게 철저히 이용당했지만
    리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사기꾼 3명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저는 인간을 진정으로 망가뜨리는 것은
    '인간이 가진 양심(혹은 죄의식)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의 어머니가 그토록 타인에게 독설을 퍼부어도, 타인들(리도 포함하여)은 망가지기는 커녕 그녀를 고립시키고, 자신의 이익에 유용했습니다.
    이건 제 추측이지만 그들은 리의 어머니가 악인이며, 자신들이 그녀보다 양심적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리의 경우, 사기꾼들의 명백한 죄를 마주했음에도 무려 한달 동안이나 그들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적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기꾼들은 그 한달동안 끔찍한 생각들을 했을 것입니다. 양심의 가책, 무거운 죄의식, 수치심, 암담한 미래에 대한 절망...
    리는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사기꾼들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양심(죄의식)을 그들 스스로 불러일으키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 짓눌려 삶을 마감합니다.
    그들에게는 리가 마치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멀거니 응시하는 '검은 천사'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마지막에 그가 캐서린에게 보내는 편지마저 저에게는 서늘한 죽음의 편지로 보였습니다.

    인간을 가장 철저히 무너뜨리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스스로 응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어 좋았던 단편이었습니다!

  • 2023-07-10 19:29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에서 169쪽 “ 물론 반 블록 거리의 교회 계단을 내려오는 수녀가 한 사람 있기는 했다. 온통 검은 옷에 검은 보닛을 쓴 꼿꼿하고 고풍스러운, 걸을 때마다 검은 치맛자락이 뱃머리에 새겨진 조각의 옷자락처럼 잔물결을 일으키는 형체가. … 그 키스는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이 좁아진 중심이 되었고, 그 입술의 고요한 평화를 중심으로 공원까지 돌고 돌았다.”

    <검은 천사가 지켜보다> 105쪽 구약을 불에 태우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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