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과제 글쓰기

엄지
2023-03-24 12:44
93

왜와 어디쯤에 대하여 쓰기  Writing about Why and Where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20230321_엄지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음, 재능이 없어도 꾸준하면 된다니 그럼 나도?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밑줄 친 문장들을 옮겨 적으면서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그의 고민이 나의 이십대와 겹쳐지면서 아, 이 사람은 이렇게 깊어지는 구나 싶었다. 필사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다른 색 펜으로 내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넣었다. 그 생각들은 때로 몇페이지를 넘어갔다. 

    다음 책을 읽어야 하는 화요일인데, 그냥 넘어가기가 아까워 자판 앞에 앉았다. 이 책이 내게 준게 많은데. 쏟아 놓은 생각들은 많았지만만 정작 끌리는 건 없다. 쓰고 싶지 않은걸 주절 주절 적는건 싫었지만, 그래도 작가에게 고마운건 적어 놓아야지 싶었다. 혹 언제 그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기게 될지도 모르니. SNS에 글을 올리듯 정리해 보기로. 

 

    왜 글쓰기를 하려고 하는지 그 물음을 참구하는 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었던 듯 하다. 그는 어떤게 좋은 글인가를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보다 글을 쓰고 가르치는 이의 현재 진행형의 고민을 독자가 함께 따라가도록 한다. 그러면서 그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처럼 우리에게도 글을 써보라고 용기를 준다. 글을 쓰는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란 얼마나 멋진가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가 넌지시 알려주는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내 현재의 지점과 버무려 이야기 해보자면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적어볼수 있겠다. 

    치유하는 글쓰기에 한참 매달렸던 적이 있었다. 이십대를 지날때 일기장에만 할수 있었던 그 말들은 나를 살렸고, 삼십대에 사회에 나와 쓰던 글들은 주로 내가 이해하지 못해 부딪히던 것들을 풀어내는 데에 사용되었다. 쏟아낼 감정도, 부딪쳐 일어나는 불도 이제는 속에 없어서 지금은 사실 쓸 말이 별로 없다. 단짠 세미나를 해야지 했던 처음에는 단순하게 기술을 연마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불교 수행을 한 이들의 인터뷰집을 내고, 많은 이들이 그 이야기를 접할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세미나를를 신청해 놓고나니  자꾸 되묻게 된다. 그게 정말 너의 이유가 맞느냐고. 

     조지프 캠벨의 신화 이야기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물음표를 해 놓고, 한번씩 떠올려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하는 순간이 왔다. 글쓰기는, 수행하는 것과 같구나. 말을 벼려 내야 한다는 건, 매일의 기도문을 적는 것이구나 싶었다. 오랜 시간 매일 몸을 숙이며 되뇌이는 기도문이 내것이 되듯, 한 글자한 글자 꾹꾹 적어내려가고, 남과 함께 읽기 위해 다듬고 깎아낸 글은 내 기도문이 되고 내가 되고, 내 신화가 되는 구나.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죄다 이해하기가 벅차서 허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좋은 거짓말에는 빛도 어둠도 풍부하게 담겨있다. 그와 함께 지어낸 거짓말로 진실 쪽을 가리키고 싶었다 (이슬아, p. 54).

   이유 하나, 수행하고 글쓰는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온전함을 향해 나아간다. 별것 아닌 한마디가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가 쌓여서 나를 만들어 간다. 이상을 응시하며 머리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두 발은 울퉁불퉁한 현실에 딛고 있지만.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신화를 창조해 나가는 것. 그렇게 할때 불완전함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과정이 된다. 이슬아가 말한 세공이라는 말보다 더 딱 들어 맞는 말은 없지 않나 싶다. <Being Alive>라는 노래 가사. “but, however, although, on the other hand…” 같은 접속사가 없는 사랑 (p. 276).  상반되고 모순 됨이 없이 모두가 내 것으로서 끌어안아지고 받아지는데에는 끊임없이 돌이키며 스스로를 해체하는 작업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둘, 수행은 새벽에 한시간 절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몸을 숙여도 안되는 과제, 그걸 가지고 하루를 깨어서 연습해 보고, 또 뭘 놓쳤나 다음 날 점검해 보고, 몇년을 끊임없이 안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루 내내 그 걸림에 걸려 있어도 먼지만큼 개선이 될까 말까한다. 그렇게 몇번 넘어져 보며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나지지 않는 형성되어진 업식이라는 것을 그저 아는 것. 아 안되는 구나. 한계지어진 나약한 존재이구나 알아질 때 순간 나아가는 한 발짝. 어쨌든 그 화두를 잡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지금 여기 현재를 사는 존재가 된다. 남 말고 나를 볼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이다. 글은 앉은 자리에서 그냥 뚝딱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몇날 며칠을 걸으면서도 누워서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그 말들에 휘둘리다가, 후려 잡았다가 놓칠새라 적어놓았다가도 금새 휴지통으로 버려 지는 것들. 그 과정속에서는 정신없이 끌려가기만 했던 삶이 어느새 지금 여기 살아 있는 내 것이 된다. 아무리 속 좁고,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더라도 지금 이대로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셋, 둘은 호기심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왜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지?  이 마음의 뿌리는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 호기심에서 시작한 수행과 글쓰기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다시 말하면 사랑)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호기심을 가지면 면밀히 관찰하게 되고, 자연히 묘사할수 있게 된다. 눈 맞추지 못했던 대충 외면하던 삶이 자세한 사랑으로 바뀐다. 자아가 해방되고 확대된다. 


    글쓰기는 변화를 다루는 예술이며 변화는 질문없이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책, p. 245).  

 

   일 벌리기는 좋아하나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는 토가 없는 목 일간의 사주. 지금도 이렇게 공책에 적어 놓은 글은 한 가득인데, 앉아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게 못내 힘겹다. 1분에 한번씩 으악 소리를 지르며 의자에서 튕겨져 나가고 싶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일단 다 쏟아 놓고, 하나씩 쳐내는 것. 뭐라도 적어 놓은게 있으면 낼 수라도 있으니. 그리고 내려고 한다면 그냥 내는건 창피하니 고쳐야 한다. 엄청 탄성이 뛰어난 용수철을 꾹 누르며 겨우 겨우 앉아 있는것 같은 심정으로 한문장 한문장, 한 단락 한단락을 정리한다. 끝까지 밀어부쳐서 고치지는 못하지만 아이고 그래도 이 정도면 사람됬네 싶다. 인터뷰 집은 무슨, 올 한해 그거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몸에 익으면 그것만으로도 대 성공이다. 

댓글 6
  • 2023-03-24 16:29

    다 쏟아놓고 하나씩 쳐내고 정리하기! 엄지님이 생각하고 있는 방법대로 해봅시다.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연습해봐요!

    • 2023-03-25 11:18

      넵넵!^^

  • 2023-03-24 23:19

    병화 일간에 저도 사주에 토가 없는데 제겐 토가 식상! 저도 시작하기, 일벌이기 좋아하는 반면 마무리하는 힘이 약해 올해 세미나 하면서 겸목쌤 학인들. 마감의 힘으로 결과 내기로 용신 잡았어요! 엄지쌤 공책에 적어놓은 글이 한가득 이시니(식상 많으신가요?ㅎ) 앞으로 다듬고 정리하기만 함께 계속해나가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잘 듣고 댓글 달고 응원할 것이고, 겸목쌤은 엄지쌤 글 완성될 때까지 끝까지 밀어붙여주실 거에요.ㅎㅎ 엄지쌤 일요일에 반갑게 뵈어요^^

    • 2023-03-25 11:18

      네~~
      식상과다 맞아요 ㅎ

  • 2023-03-27 16:00

    "일단 다 쏟아 놓고, 엄청 탄성이 뛰어난 용수철을 꾹 누르며 겨우 겨우 앉아 있는 것 같은 심정"에 밑줄 그어집니다.
    저도 엄지님의 이런 자세를 참고해서 베베 꼬이는 몸을 꾹 누르며 글쓰기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같이 공부하게 돼서 반가워요^^

    • 2023-04-04 13:34

      밑줄과 환영 감사합니다!^^
      베베 꼬이는 시간을 늘려가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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