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감정의 문화정치> 1~2장 후기

겸목
2024-03-13 16:28
121

2024년 양생프로젝트 1학기가 시작됐다. 재작년에 '감정사회학'을 공부하고 작년에 이걸로 글을 써보자고 출판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라겸, 정의와미소, 김언희샘과 작년에 '돌봄'을 같이 공부했던 스프링, 단순삶, 경덕, 그리고 단짠과 평비에서 글쓰기했던 천유상샘, 그리고 겸목의 조합은 약간 낯설고, 기대되는 그룹핑이었다. 강의실에 책상을 배치하고 앉으니, 새학기의 설렘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3월 느낌 그대로다. 봄이고, 시작이다.

 

 

첫 책은 사라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정치>이다. 세미나 전에 올라온 질문과 메모를 살펴보니, 라겸은 '표면'이라는 용어 또는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하고, 스프링은 '정동 경제'의 '경제'가 어떻게 마르크스주의로 설명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고, 단순삶은  너무 오랜만에 메모를 쓰니, 메모를 어찌 쓰나 까먹었다는 소감과 함께 증오 감정과 '유령'을 질문했다. 천유상샘은 '타자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은 타자의 고통을 우리의 슬픔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문장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질문을, 정의와미소님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일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이런 질문들과 달리 경덕은 사라 아메드의 첫문장부터 인상적이었다는 감상평과 함께 "주의깊게 경청하는 일과 다르게 살아내는 일"을 지나치게 대립적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저자가 말하는 정치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질문들과 느낌들을 첫 시간에 얼마나 소화했을까? <감정의 문화정치>는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현상학을 방법론으로 사용하고 있고, 저자 사라 아메드는 페미니스트이며 퀴어이론가이다. <감정의 문화정치>는 이런 스펙트럼이 교차하며 '정동적 전환'이라는 이슈를 가져왔던 '감정'과 '정동정치'를 분석하고 있다. 해서 우리는 이론들의 숲에서 한없이 헤맬 수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4번에 걸쳐 꼼꼼히 읽어나가기로 했다. 이 책의 구조는 장별로 하나의 텍스트(공적 공간에서 발표된 텍스트)와 세 개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런 구조를 머릿속에 넣고 장별로 세 개의 개념을 마스터한다는 목표를 세우면 된다.

 

 

들어가는 말에서는 '감정과 대상'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텍스트의 감정적 속성'을, 1장에서는 '고통의 표면', '고통의 사회성', '고통의 정치', 2장에서는 '정동 경제', '증오 받는 몸', '증오 범죄'가 정리되어 있는데, 우리는 '정동 경제'까지 공부했다. 감정은 늘 '~~'에 대한 감정, 즉 대상에 대한 감정인데, 우리가 흔히 하는 착오가 감정의 대상을 감정의 원인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상에게 우리가 느끼는 감정 특히 혐오/증오/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있어,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에게 그러한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판단해버리는 일의 '위험성'을 사라 아메드는 경고하고 경계한다. 이런 오인이 편견, 차별, 폭력을 가져오는 '정동정치'의 장을 만들어낸다. 대상에게는 그러한 속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의 접촉의 순간 '감정'이 만들어지고, 이때 만들어지는 감정은 각각의 역사와 상태에 따라 '끈적이는' 것에 달라붙게 된다. '끈적이는' 것이 달라붙는 곳이 표면이다. 사라 아메드의 설명에 따라 구분해보면 따라갈 수 있지만, 표면은 현상학적 용어로 아직 낯설다. 좀더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정동경제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상품경제의 가치이론를 분석한 것을 토대로, 정동적 가치 또한 실물과 상관 없이 가치가 증식해가고 순환하는 것을 '경제'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엔 정신분석학도 동원되는데, 무의식에서 우리의 욕망이 잘 파악할 수 없는 모습으로 '전치'되고 모습을 바뀌어가는 것처럼, 정동적 가치도 실제와 무관하게 확장되어가는 면모를 사라 아메드는 포착하고 있다. 특히 2장 증오감정을 통해 증오가 대상을 바꿔가며(불법 난민 신청인/침입자) 정동적 가치를 확장해가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불법 이주민을 증오하는데, 이건 증오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집을, 내 가족을, 내 국가를 지키려는 '사랑' 때문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세미나에서는 '타자의 고통'을 우리의 슬픔으로 전유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우리에게 권장되는 윤리는 공감이다. 타자의 고통을 역지사지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다. 그런데 사라 아메드는 이러한 전유는 타자의 고통받는 몸을 소외시키고 삭제해버리는 폭력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한다. 이런 전유는 타자가 아닌 '우리'의 희망과 기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타자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일, 그러니 '다르게' 살아가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같이 살아가는 일, 다르게 살아가는 일은 경덕의 질문처럼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쉽게 정리될 수 없는 문제다. 우선, 사라 아메드의 논의를 성실히 따라가보려 한다.

 

다음 시간에는 '공포와 불안', '역겨움', '수치스러움'으로 사라 아메드의 논의를 반복해봅시다. 다음 발제는 정의와미소, 윤경, 메모는 1조(라겸, 경덕, 겸목), 청소와 간식은 2조(스프링, 언희, 유상)입니다!! 격주로 돌아가니 부지런히 메모하고 청소합시다!!

 

 

 

 

댓글 2
  • 2024-03-13 17:07

    역시 잘 정리된 후기의 힘이 크네요. 가물가물 와중에 새록새록!
    그날 그시간 샘들의 표정과 목소리도 떠오르고요^^

    저는 '미끄러지다, 달라붙다, 끈적거리다' 의 표현들도 뭔가 어려웠어요. 분명 다른 의미의 단어들인데 연결과 움직임, 변화와 전치 같은 것을 얘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ᆢ
    한마디로 어려웠다는^^

    어쨋든 담시간 결석이라 아쉽지만 다음 후기도 잘 읽어보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2024-03-13 18:11

    지난 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잘 정리해줘 고맙습니다. 노곤한 몸으로 누워서 이미지를 떠올려 봅니다. 가까이 있는 대상에 대한 반응인 감정. 어떤 것에 대한 감정.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기호와 대상들 사이를 유영하며 가치를 증식하는 감정. 거리와 무관하지 않고 시간 역시 중요한. 이런식으로 감정을 보니 굉장히 동적으로 느껴지네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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