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으로 무엇을 살 수 있나요?

플로우
2024-05-0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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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에 처음 발을 들인지 어느새 3년차 이지만 나는 아직도 문탁이 좀 어색하다. 3년차가 되다 보니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지만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샘들은 영어강독샘들 정도이다. 그 어색함 때문에 세미나와 연결되는 일 외에 문탁에 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복잔치에 참여했다. 마침 그날 비도 그치고 날이 화창해서 였을까? 토토로샘이 올린 홈피글 이라서 우정의 참여 같은 것이었을지도.

하지만 내심 참여만 해도 준다는 복에 이끌린게 틀림없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쓸만한 수확?은 없었어도 복의 지난 역사도 듣고 게임도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지막 게임에 꽝을 뽑은 나는 그럼 그렇지 하고 있는데, 두 개를 뽑은 옆에 있던 라겸샘이 2만복 짜리 하나를 건네 주셨다. 잘 모르는 분인데 받아도 되나 어떨떨해 하면서도 감사하게 받았다. 근데 그냥 복이 아니었다. 

뭔가 쓰여 있는데 이게 뭐지?  저어~~ 혹시 반납 안되나요..

 

 

지난해 토토로샘의 권유로 처음 복에 가입하면서 문탁의 복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낯설었지만, 장터에서의 물물교환 정도로 이해했다. 공동체 안에서 어떤 일에 참여해 복을 받고, 그 복으로 다른 분이 만든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니 참 좋구나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문탁에서의 복은 화폐 너머의 나눔과 사랑이 오가는, 이야기가 있으며 따뜻한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福)'은 문탁네트워크(문탁) 내부에서 통용되는 대안화폐이다. 복은 실제 화폐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계정만 있는 것이다."  <복백서 P2>

"복은 화폐의 일면성과는 다른 유기적 관계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복 10만복과 화폐 10만원의 가치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복에는 문탁에서의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부담감이 들어있다. 복은 문탁 공동체의 다른 힘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백서 P53>

 

그렇다면 복으로 무엇을 살 수 있을까요?

 

1. 파지사유에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자누리 비누, 화장품, 행주, 수세미 등등

2. 명절이나 가정의 달에 만나볼 수 있는 자누리 화장품과 곰곰비누 세트.

3. 일리치 약국의 시그니처 쌍화탕, 생맥산.

4. 이번에 야심차게 출시한 로이차.

5. 용기내 가게에 들어가 보니 오영의 밑반찬, 담쟁이 빵, 찬마니에서 만드는 맛난 음식들.

6. 파지사유 100일 장터 물품들.

7. 달밤더치 커피.

8. 공식당 점심밥.

9. 세미나 회비.

10. 복거래 물품들. 

 

문탁 홈피에서 알아본 내용들이다. 살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많았다니..

나는 복이 얼마 되지 않아 소소하게 비누와 빵을 사본 게 전부이다. 갖고 있는 복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마이너스도 있다. 처음엔 외상거래 같은 건가 했는데,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토토로샘은 마이너스가 되는 것 보다 복거래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 좋다고 말한다. 마이너스를 두려워 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런데 의문점이 생긴다. 문탁 내에서야 복으로 거래 할 수 있다지만, 밖에서 사와야 하는 재료들은 복으로 안되지 않나? 요즘 물가도 장난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주고 사는게 마음이 편했다.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았다. 이번에 궁금해서 물어보니 잘 조절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

 

"복을 개념화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 이유가 문탁의 복은 상호부조의 원리와 선물원리, 거기에 마을작업장 활동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지역의 대안화폐와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복백서 P55>

 

지난번 장터에서 안쓰는 악세사리를 팔고, 찬마니 보조로 받은 복으로 가족 명절선물을 샀을때 꽤 기분이 좋았었다. 돈을 주고 샀을 때와는 다른 느낌적 느낌이랄까.

확실히 복은 상호부조와 선물의 개념에 더 가까워 보인다.

기왕에 복인데, 상상력을 발휘해 좀 더 폭넓고 재미있는 복거래에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기업화 되었지만, 초창기때 호기심으로 탈잉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었다. 자기가 가진 작은 재능이나 경험으로 얻은 정보등을 시간당 만원을 받고 일정한 장소에서 만나 알려주는 사이트였는데 나름 신선했었다. 벤치마킹 해보면 어떨지...

 

선물로 받은 2만복으로 무엇을 살까?

이제 행복한 고민이 남았다.

라겸샘 고마워요.. 잘 쓸게요^^  

 

 

 

댓글 11
  • 2024-05-08 07:28

    와~ 플로우님!
    공생자 행성에서 만나서 반가워요~ 복백서 읽고 열심히 정리해주시고
    밖에서 돈주고 사와야 하는 재료비는 어떻게 충당하나 걱정해 주시는 세심함까지... 감동입니다!!
    잘 조절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기 보다 다들 염려해주시고 살피는 가운데 잘 조절해가는 중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복으로 살 수 있는 것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어요.
    11. 복선물^^
    이건 사는 게 아닌가?

    • 2024-05-08 14:16

      저도 복선물^^
      주거니~, 받거니~ 선물로 오고가는 복.
      선물에 얽힌 사연도 재밌구요.
      요게 특이하면서 보기 좋네요

  • 2024-05-08 09:03

    플로우님이 정성스레 복 연구해주신 대로 해볼 참!입니다. ㅋㅋ 넘넘 감사해여!!

  • 2024-05-08 09:36

    저도 플로우샘과 비슷하게 아리송한데...
    복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 복 받으셨네요. ~ 😁

  • 2024-05-08 13:45

    샘이 정리해주신 걸 보니 복으로 무엇을 살 수 없지? 라는 생각이 되려 드는정도네여 ~~

  • 2024-05-08 15:32

    와~~ 플로우샘의 멋진 글을 보니 샘께 그날 복을 선사한 나님 칭찬합니다 ㅎㅎ

  • 2024-05-08 16:20

    오~ 멋진 스타트를 해주신 플로우님!
    반품하셨으면 큰일 날뻔 했는데용? ㅋㅋ
    복잔치에 참석 해주시고 게임도 열심히 해주시고...
    그리고 돌아가셔서는 복에 대해 고민하고
    시간 내어 복백서를 들춰보셨을 샘을 상상하니 괜히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러블리하셔요! ㅎ

  • 2024-05-09 08:56

    와~~ 이런 멋진 스타트라니
    이런 멋진 글이 나올 수 있는 기획을 한 에코팀 대견합니다 ㅋㅋㅋ
    플로우님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적인 느낌
    벌써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복으로 살 수 있는 목록이 넘 길어 쓰기 힘들 때까지 복활동 팍팍 늘려볼까요

    글쓰기 도우미 토토로 고맙습니다

  • 2024-05-09 10:20

    플로우쌤 옆에서 보면서 한걱정하던 일인입니다.
    그 걱정을 한낱 기우로 만들어버린 플로우쌤, 멋집니다!!
    이제 어색함 확 버리고 여기저기 막 치대세요.
    모두 서로 내성적인척 해서 그렇지, 막상 치대면 좋아하는거 같아요 ㅋㅋ
    쌤 덕분에 복희년을 향한 스타트가 활기차졌네요~~

  • 2024-05-09 11:11

    반가운 글이 올라왔네요~
    플로우샘이 1번 스타트를 끊어주셔서
    신비로운 기운이 공생자행성에 모이는 것 같아요ㅎㅎ
    마지막 글이 올라올 때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시작부터 기대만빵~~

  • 2024-05-10 00:04

    그날 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이런 글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복 초보인 제가 궁금했던 내용이었는데~~ 고마워요 플로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