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 6차시 <내 이름은 루시바턴> 후기

유유
2024-04-17 00:28
71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책 두께도 비교적 얇고 이야기 또한 잘 읽혀서 가볍게 한 권을 끝내고 여유있게 메모까지 마쳐야지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상 메모 댓글달기 과제를 하려다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밑줄 친 부분 위주로 간단한 감상평과 읽을 때 떠올랐던 단상들 위주로 메모를 올려놓고 노트북을 덮었다.

 

세미나를 시작해 보니 내가 너무 책을 납작하게, 설렁설렁 고민없이 읽어냈다는 생각에 남몰래 혼자서 부끄러워했다. 단순한 모녀관계- 가족서사- 성공한 작가 이야기가 아니었다.

 

“외로움, 사랑, 쓰레기, 글쓰기, 냉혹함, 가족, 나의 이야기이며 모두의 이야기. 누구를 보호하려는 생각 없이, 내 글을 변명하려 하지 않고 쓰는 글....” 겸목샘의 수업요약 말씀처럼 내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모두의 이야기로 글쓰기의 자세, 냉혹함을 유지하는 것, 인간에 대한 예의 등 구절구절 멈춰서 상상해보고 공감해 보고 치열하게 고민해가며 읽었어야 했던 작품이었다.

 

나는 “우리의 뿌리가 서로의 가슴을 얼마나 끈질기게 칭칭 감고 있는지”에 여전히 과몰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영님이 임종을 앞둔 엄마가 딸이 자기 삶을 살라고 스스로 단절을 행하며 딸을 보내는 단호함과 더 큰 용기(사랑)도 볼 수 있었다는 지적은 내겐 새로운 발견이었다.

 

작가가 되려면 냉혹해야 한다는 구절은 나를 포함한 여러 샘들이 메모와 감상을 보태주셨다.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삶의 태도가 그것이다. 이든님은 이 냉혹함은 ‘자기 연민의 제거’라는 맥락으로 해석한다고 하셨다. 모두가 다 깊은 공감과 동의를 보냈던 해석이었다.

 

이든님은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행동을 통제하는 일이 모든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그러기에 우리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본인 어머니의 삶을 이런 관점으로 글로 풀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고 한다.

 

단풍님은 지난 번 조지오웰 글쓰기 수업 과제와 관련된 고민을 더욱 확장시켜서 아빠에 대한 기억의 배치를 내 관점이 아닌 아빠의 관점으로 바꿔보고 싶다고 하셨다. 아, 에세이 주제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아버지에게 자기를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 조각상을 두고 작가가 이야기한 모욕감의 정체는 무엇일까에 대해 단풍님이 질문을 주셨고 수영님은 학대받는 아이들의 고통과 경험이 공감받고 알아차렸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 아니었을까 해석하셨는데 나는 깊게 생각하고 읽지 못했던 부분이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자기 글을 방어하지 말아요. ... (중략) ... 내가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 말을 떠올려요. 지금 나는 잘못하고 있는 거야.

정확하게, 진실에 눈감지 말고 글을 써야 한다는 작가의 제안 앞에 우리 모두는 서늘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거참 만만치 않은 문제네요” 작은 문제도 무시하거나 사소하게 여기지 않았던 의사는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 사람을 빈 종이로 대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그러기에 이 책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말하는 책이라고 수영님은 짚어주셨다.

 

여러 가지 생각의 파편들 중 지난 시간 이후 쭉 이어왔던 각자 자신의 고민들이 이번 책에 어떤 파편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깊게 만들지는 모르겠으나 기대는 더욱 커져간다. 겸목샘의 조언대로 책을 다시 한번 읽어가며 내 글에 대한 방향과 고민을 생각해봐야겠다. 차시가 거듭될수록 좀 편해지고 수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고민과 자괴감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는 건 깜냥이 안되는 저만의 사정일까요?

 

암튼 이번 주에도 성실한 책읽기와 감상에 대해 깊은 인사이트와 길잡이가 되어주신 샘님들 고맙습니다. 다음주 일욜에 뵈어요^^

댓글 4
  • 2024-04-17 05:35

    차시가 거듭될수록 수월해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요 문장을 저는 곱씹어봐야겠어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24-04-17 07:23

    외로움, 쓰레기, 냉혹함, 가족, 글쓰기... 이 재료 중에 골라서 나만의 이야기를 구성해야하는데, 저도 고민중입니다.
    수업 끝나고 올라오는 잘 정리된 2번의 후기와
    겸목쌤의 다음 수업 공지가 글쓰기 고민에 도움이 되네요.

  • 2024-04-17 08:28

    저는 오늘 출장길인데 기차에서 책을 읽어야지 하고 꺼내놓고는 그냥 탔네요. 쌤 후기 덕분에 다시 책을 떠올리며 저의 주제를 고민해 봅니다

  • 2024-04-17 12:24

    깜냥안되는 1인으로서 글쓰는거 만만치 않은문제네요 ㅎㅎ
    그럼에도 고민하는 이시간을 즐겁게 통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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