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시즌1> 6차시 후기

꿈틀이
2024-04-14 22:06
101

내 이름은 루시바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문학동네.2017) 편

 

저번주에 찬란한 봄을 선사하던 벚꽃들이 한번 내린 비로 거의 다 떨어졌다. 꽃잎이 있던 자리에는 연두색 잎들이 봄을 나고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시간은 흐르고 꽃은 피었다가 떨어진다. 바닥에 흩뿌려진 벚꽃잎을 가로지르는 낭만은 덤으로 얻은 것 같다. 세미나를 마치고 등산? 혹은 야유회? 소풍? (각자 다르게 명명하였지만) 비슷한 것을 하기로 한 날이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문탁을 향했다.

드디어 <내 이름은 루시바턴>을 읽고 우리는 각자의 메모를 발표하였다. 작년 겨울 친구들과 이 책을 한번 읽었었지만 다시 펼쳐보니 구구절절 좋은 문장들에 위로의 메시지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가족, 엄마. 아빠

루시는 가족 엄마, 아빠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나를 낳아준 절대적인 존재이다. 루시의 가정은 가난했고 엄마는 따뜻한 보살핌을 제공해주지 않았고 아빠는 전쟁 후유증으로 성치 않았다. 하지만 루시는 불완전하지만 엄마는 나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한다. 또 뿔쑥불쑥 엄마와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것이 눈물이 날 만큼 아쉽고 쓸쓸하다. 엄마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한켠에 있다.

유유님은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는 자신이 보인다고 하셨다. 뭐라 딱 떨어지게 결론 지을 수 없는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닐까 싶다. “끈질기게 칭칭 감고 있는” 표현이 말해주는 것처럼 가족. 가정 엄마 아빠는 명확하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

먼불빛님도 어머니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적이 없고 짐작으로 서로를 느낀다는 메모를 하셨다. 오히려 루시의 대학시절 룸메이트가 자신의 어머니가 보내준 치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그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셨다. 엄마가 준 거라서 버리지는 못하지만 먹기는 싫고 상한 음식이 되었지만 치우는 것도 차마 할수 없는.. 작년에 읽었던 비비언 고닉의 회고록이 스쳐지나갔다. 어머니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단편적이지 않다. 사랑, 미움, 같은 말로는 정의되지 않는 그런 것들이 칭칭 감겨 있는 것 같다. 아마 시소샘이 질문하신 어떻게 이런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도 이 복잡한 칭칭 감겨 있음에 무엇이 있을 것이다.

단풍샘은 이번에 2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재조명하게 되었다고 했다. 음.. 나이가 사십, 오십이 되어서 부모님을 보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 같은 경우 두분다 대체로 일찍 돌아가셔서 그 생각의 깊이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냥 흘려보냈던 것 같다. 단풍샘이 글쓰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과거를 해석하는 작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냉혹함

세라페인이 루시에게 말해주었다던 냉혹함에 관한 부분은 많은 분들이 발췌했다. “냉혹함은 나 자신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에셔.. 나 자신을 움켜잡고 인생을 헤치며..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나아갈 거야.. 이게 나야” 시소샘은 냉혹함이 타인을 대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이러한 해석이 맘에 들어왔다고 하셨다. 나도 이 냉혹함이 정말 좋았다. 내가 결정하고 선택한 일들 중 어떤 것은 냉혹하였고 어떤 것은 냉혹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들 앞에서 나 자신을 움켜지며 복잡한 갈등에 선을 긋고 나아간 일들은 분명 두려웠지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임에는 틀림없었던 것 같다. 루시도 그랬을 것이다. 집을 떠났을 때,이혼을 결정했을 때. 그녀는 외롭고 두려웠지만 자신의 영혼은 단단해지고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수영샘이 발췌한 부분에 대한 해석도 이러한 냉혹함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쓰고 진실에 눈감지 않으며 용서, 이해 강박에 지지마라.. 세라페인이 루시에게 일러준 자기 글을 절대 방어하지 말라는 말도.

유유샘은 그동안 살아온 삶이 냉혹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메모를 하셨다. 나는 내심 부럽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저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건 크고 작은 선택지에서 최선을 다해 고민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우리는 타인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해 보편적 잣대로 평가 판단하지 말라는 자기 주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쓰고 노력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능성이 없는 일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스펙트럼을 보유한다. 나는 이 불가능성의 역설에 작가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든샘이 발췌하신 내용도 우리가 타인에게 사용하는 언어 표현의 예민함에 대한 내용이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표현과 예의 아래에 있는 의도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반응한다”라는 말에 깊이 동감한다. 상대의 표정과 눈빛에도 언어가 있고 그 안에서 흐르는 공기에도 말이 있다.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정중한 척 정중하지 못한 말들을 들은적이 있고.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말들을 했는지 모른다. 결국 이 이해의 영역은 서로를 좋은 사람, 예의 있는 사람으로 이끌고 가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세미나를 마치고 각자 조금씩 가져온 김밥, 샌드위치, 과일, 샴페인, 떡, 샐러드로 푸짐한 점심을 먹고 광교산으로 올랐다. 잠시 다녀온 산행이었지만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초록으로 변해가는 숲을 보고 오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주에는 이 나무들이 더 짙어져 더 큰 숲을 이루겠지.

 

댓글 4
  • 2024-04-15 06:25

    꽃이 져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나무들은 더 푸릇푸릇해지겠네요. 한주동안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내내 들고 다녀야겠어요.

  • 2024-04-15 19:39

    초고속 후기 놀랍습니다.
    그 와중에 "가족, 냉혹함, 이해" 책의 또 토론의 키워드를 잘 정리해주셨네요.
    후기 읽으며 다시 생각해 봅니다.
    모두 피부에 와 닿는 주제들이라...
    깊어지는 봄날, 글쓰기 고민도 깊어지네요

  • 2024-04-17 08:47

    빠르게 쓰셨는데 후기가 아니라 한 편의 에세이 깉아요!^^

    후기를 읽으며 꿈틀이님이 해석하고 정리하신 키워드로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든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지만 지금 이 순간 ‘냉혹함’의 키워드가 와 닿네요… 곰곰히 고민해 봐야겠어요.

  • 2024-04-17 12:27

    키워드로 정리해주신 후기덕분에 루시바턴이 더잘이해되네요
    감사합니다. 저만의 고민의 시간유 가져보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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