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비글] 3차시 후기

먼불빛
2024-03-29 10:43
105

일주일 내내 모드 전환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할까라는 생각으로 댓글도 달고 후기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댓글을 달기 위해 지난 일요일을 상기하고, 한 분씩 썼던 글의 문장을 읽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졸음은 쏟아지고, 겨우 한 줄 달고 쓰러지고, 그렇게 1주일 저녁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든 님의 후기가 올라오자, 저도 오늘은 후기를 꼭 써야지 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날아온 부고 소식에 그만 목요일 저녁 시간을 또 다른 곳에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무엇을 어떻게 쓸지 고심하고 고심하지만, 그 생각을 글로 옮겨야 할 때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휘갈기자…. 그리고 뒤돌아보지 말자…. 저에게 몇 번이나 다짐하며 가벼워지자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겸목님이 강조한 ‘연관성 없는 파편들을 연결하라’는 말과 ‘우겨보자’라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기승전결로 촘촘히 짜이고, 앞뒤 맥락이 딱딱 떨어지고, 누가 읽어도 매끄럽고 이해가 되어야 한다는 (이 지당하고 당연하면서도 온당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엉성한 글을 무심히 휙 던지는 묘한 해방감이 저를 시원하게 했습니다.  아...'나'라는 인간은 정말… 참… 그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나'와 함께 살아왔지만, 나도 정말 '나'를 너무 몰랐던 건 아닌지, 언제까지 몇 살까지 이렇게 나도 모르겠는 ‘나’가 튀어나오는 건지….

 

『오웰의 장미』라는 책 한 권에서 아름다움과 정원과 장미와 할머니와 가족 돌봄의 고단함과 우리 안에 모순들과의 맞섬과 저항,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와 즐거움과 웃음 그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하고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놀랍고 신기합니다. 저는 그 와중에 너무나 재미있어하면서 즐겁게 피드백을 해주는 단풍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와는 정말 반대되는 언제나 유쾌한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리고 뭔가 달관의 경지에서 한마디씩 무심코 툭툭 뱉는 무이님의 호쾌한 매력도 새롭습니다. 그리고 꿈틀이님과 수영 님은 첨예한 문제의식을 치열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존경스러운 모습에서, 뭔가 그 치열함에서 한 발 비껴나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반추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날의 모든 사람들, 말들, 표정들, 몸짓들 그 모든 것이 저에게는 질문으로,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들도 시간 속에서 소멸해 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늙고 병들고 생의 소멸로 향해가듯이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떤 책을 읽어도 언제나 자기 문제와 딱딱 맞붙는 책 읽기의 묘미와 글쓰기의 신비한 힘은 놀랍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만나고, 다시 말하고, 다시 읽어야 하나봅니다. 이든 님의 후기로도 그날의 회상은 충분하므로 저는 마지막으로 네 그루지만 한 그루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무 사진을 투척하며 두서없이  쓴 후기를 마치렵니다.

 

             

 

 

ps: 깜빡하고 인사가 늦었네요. 조건없이 『오웰의 장미』 책을 저에게 주신 무이님께 진심 감사!감사! 덕분에 책을 밑줄 그으며 읽을 수 있었어요. 역시 책은 밑줄 그어가며 읽어야…ㅎ

 

 

 

댓글 5
  • 2024-03-29 12:47

    와~~ 진짜 한그루 처럼 가지들의 정렬이 사진만으로도 경이롭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궁금했어요~~
    "어떤 책을 읽어도 언제나 자기 문제와 딱딱 맞붙는 책 읽기의 묘미와 글쓰기의 신비한 힘은 놀랍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만나고, 다시 말하고, 다시 읽어야 하나봅니다"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한번 더 같이 읽는 힘을 느낌니다.

  • 2024-03-29 13:41

    이런 후기 너무 좋은데요ᆢ
    그 네그루 나무가 저기 있었네요
    우리의 질서 속에 편입되어 있지만
    자기들만의 속성과 생존방식을 잃지
    않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먼불빛님의 야생성과 닮았다고
    해야될까요??7..
    저의 느낌은 그렇습니다~

  • 2024-03-29 18:46

    '나도 모르는 '나'가 튀어나오는 건지' 요표현 마음에 드네요. 나도 모르는 '나'가 튀어 나오고, 그걸 확인하는 일은 짜증 나는 일 같지만, 그렇게 툭툭 튀어나와서 나에게 '사인'과 '시그널'을 주는 걸 거예요. "이게 나다!" 이런 '나'를 좀 이해해라, 그런 메시지 아닐까요^^ 뭔가가 또 튀어나오길....

  • 2024-03-30 10:43

    "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휘갈기자…. 그리고 뒤돌아보지 말자…. 저에게 몇 번이나 다짐하며 가벼워지자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쓰신 거라면 그냥 계속 그 마음으로 휘갈겨 던지시지요. 아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우리의 토론 모습을 먼불빛님으로 정리한 글이 또 다른 조망의 시선을 제공해 주네요. 이거야 뭐 일타쌍피, 일석이조입니다. ㅎㅎ

  • 2024-03-30 22:16

    네 그루의 나무는 정말 한그루같이 어우러져있네요~
    먼불빛님이 흠뻑 좋아하시는게 당연한것 같아요~
    다르지만 하나되어 어우러지는 모습이, 상호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생하며 살아가라는 자연의 언어인듯해서 경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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