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후기

묘선주
2022-04-18 23:26
232

깊이감이 남달랐던 2권의 책을 끝내고, 모처럼 가볍고 발랄한 에세이집 『다정소감』을 만났다. 우리는 이 가벼움으로 인해, 지난 한 주가 매우 여유있었다는 공통적인 근황을 나누며 6주차 세미나를 시작했다.

 

코투님의 ‘괜찮아 너도 할 수가 있어!!’라는 발제글을 시작으로, 업무 과다로 참석하지 못한 먼불빛님의 ‘말들을 찾아야겠다’, 그리고 나의 발제글 ‘다른 해석의 여지, 일상 기록’을 순서대로 공유했다.

코투님은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겸목샘이 칭찬(?)해주셨다. 특히 이번 『다정소감』의 저자인 김혼비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글에 쓴 것과 여학생들의 담요패션에 대한 내용은 신선했다.  자기식(코투님)의 대략적 정리와 느낌 위주의 글에 좀 더 꼼꼼하게 텍스트의 깊이를 가져오려고 노력한 것이 이번 발제글의 좋은 점으로 보인다.

단, 좀 더 내용의 깊이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여학생들의 담요패션 이야기에 “왜 나는 학생들이 단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관해 물음을 담는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겸목샘의 첨언도 있었다.

 

먼불빛님은 예전글에는 종종  “나는 잘 모르겠다.” 식의 태도가 있었으나, 이번 김혼비작가의 『다정소감』을 통해서는 ‘글을 쓴다는 것이 무언일까?’의 물음과 함께 ‘나도 이렇게 써봐야겠다’라는 의지를 내비치셨다고 겸목샘이 말했다.  

이러한 의지를 담은 발제문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따라서 김솔통 만큼의 중요함을 담은 글쓰기를 하겠다는 목표는 없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는, 그래서 늘 메모를 쓸 때마다 긴 시간을 한숨 쉬며, (...중략...) 하고 싶은 말, 차마 하지 못한 말, 부끄러운 말, 억울한 말들, 그 무수한 말들을 내 안에서 찾아내기 위해 계속 읽고 계속 써야 하겠다.”(먼물빛님 발제 글 중)

 

나는 『다정소감』을 읽고 전체적으로 쏘쏘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발제글에는 온통 좋았던 점들만 간추려 썼다. 겸목샘이 바로 조언을 주셨다. “분명 책을 읽고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아쉬움을 빼고 좋았던 점만 쓴 글이라 <불일치>가 느껴진다.”라고. 또한 "좋은 것은 뭐가 좋은지, 나쁜 것은 뭐가 나쁜지를 꼼꼼하게 보며 그것을 글로 쓸 때 비로소 나를 알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번 『다정소감』의 김혼비 작가의 글은 마치 MZ세대를 겨냥한 기획된 책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내용의 깊이감이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익히 들었던 얘기들, 그리고 뻔한 결말의 이야기에 김혼비 작가만의 개성이 듬뿍 담겨있음을 인정한다.  소비적인 글도 굉장히 열심히 쓰는 김혼비 작가를 느꼈다.

  • 글을 전개하는데 익숙한 표현을 쓰지 않았음
  • 기법의 기발함이 마구마구 많음
  • 메시지는 PC함인데 과정은 재미있고 낯선 비유와 유머가 있음
  • 엄청난 관찰력이 없으면 쓰지 못하는 이야기들
  • (위의 내용으로 인해) 새로움의 감각이 많이 느껴짐

**기발한 표현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개탄맨            -위선 권장 영화                           -환기타임

-위선과 가식으로 아주 똘똘 뭉쳐 살고 싶다.            -신파언어차력쇼

-여성이 남자네 제사에 참석해주는 건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늘도 비행기를 보면서 다정을 다짐했다.

-B급을 지향하는 ‘힙 터지는’ 존재였다.

-나에게 뿌팟뽕커리는 겹벚꽃 같은 것이다.

-가는 곳마다 민폐를 전단지처럼 뿌리는

 

댓글 4
  • 2022-04-19 11:06

    "가는 곳마다 민폐를 전단지처럼 뿌리고 다녔다."는 그날 딸에게도 써먹어봤어요. 한동안 많이 쓸 것 같아요~ 인터뷰에 나왔듯이 "B급의 감성으로 A급의 문장을 쓴다"는 캐치프레이즈도 딱 '김혼비답다'는 느낌입니다. 마트에서 김솔통 볼 때마다 김혼비가 생각날 것 같고, 나에겐 김솔통 같은 게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고 싶어요. 내 김솔통은 어디 있나? 다음주는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입니다~

  • 2022-04-19 11:25

    으흠...제가 없는 시간에 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는데 후기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네요.  저도 <다정소감> 책에 대해 메모를 쓰면서 뭔가 아쉬움이 있었는데..그 말을 딱 정리하기가 어려웠어요. 더구나 제가 못간다고 생각하니..또 그나마도 못하는 말을 또 아끼게 되더라구요... 어떻게 집중할 것인가, 어떻게 루틴으로 만들 것인가...그게 참 고민이 많이 되는 요즘의 나날들이에요..... 

  • 2022-04-19 13:05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드는 책이지만, 김혼비 작가 특유의 문체와 창의적인 수사 등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어서 나름의 위안을 해 봅니다.

    저는 C급 감성으로 B급 문장이라도 쓸 수 있길 기대합니다!

     

     

  • 2022-04-19 19:37

    김혼비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깜냥을 '김솔통'이라고 표현한 것이 퍽 인상적이었어요. 글쓰기 전에 저도 주제파악좀 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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