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글쓰기 시즌2]<나를 부르는 숲>2부 후기 - 일상과 비일상 모두 소중해

나래
2022-07-04 13:06
170

  세미나에 참여하면 한 주일이 훌쩍 간다. 세미나 전까지 자연과 만나고 한결 생기를 충전해 오기도, 혼자만의 숲속 여행을 다시 기약하다, 별 일 없이 잘 지내다, 시원화사한 새옷을 입기도 하며, 우리는 또 모였고, 향긋달콤하게 잘 익은 살구를 먹으며 <나를 부르는 숲> 두 번째 세미나를 시작했다. 

 

  지난 주부터 <나를 부르는 숲>1부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못지않게 20대 초반 홀로 지리산 종주와 여행, 안나푸르나를 등반, 지리산은 내 어린시절 뒷산, 5학년 남학생 13명을 데리고 산행, 따로 또 같이 한 종주 경험 등 다채롭고 풍요로운 여행, 걷기, 산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던 참이었다. 

 

  유쾌하고 발랄했던 <나를 부르는 숲>1부에 비해, 2부는 마치 소설 속 위기, 절정, 결말 부분을 읽는 것처럼 어려움과 갈등이 있어 보다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했다. 자연스레 질문도 생겨나고 다른 분들의 생각들이 덧붙여져 답변도 얻게 됐다. 

 

1.사람들은 왜 걷고 달리고 산행하는 걸까? 

  우리는 평소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괴로움을 겪거나 아예 생각이 피어나는 것 자체를 회피하기도 한다. 걷고 달리고 산행하며 정체된 생각을 흘려보낼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2.걷고 달리고 산행은 가까이서 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산티아고까지 가서 할까? 

  멀고 고되고 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현실 제약으로 그만두거나 외면했던 생각과 몸이 다른 지점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산티아고이든 아니든 좀체 생기지 않던 호기심이 생겨 낯선 곳에 가보게 된다면 이것 자체가 좋지 아니한가. 

 

  돌아보면 나는 걷는 것, 산행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살을 빼기 위해서, 사람들과 놀기 위해서, 지금의 현실 문제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서 걸을 때에도 고민거리를 가득 안고 곱씹어보기도 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들었기에(이것도 좋다!) 얼마나 온전히 걷고, 산행하며 누려왔는지는 의문이다. 다시 걷고 산행할 때는 생각도 이어폰도 빼 보고 그 순간을 오감으로 느껴보고 싶다. 

 

3.카츠는 왜 다시 술에 손댔을까?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었던 화이트칼라 빌보다 먼저 시도해본 것 자체에 의의를 가지고 뿌듯해했던 카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노력했지만 결국 술에 손댔다. 카츠의 일상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TV디너’라는 냉동식품을 먹고 해야할 일을 한 것처럼 고결해진 느낌은 받을 수는 있지만 그에게 재미와 훌쩍 올라가는 느낌을 주는 건 술 밖에 없었다. 두 번째 종주 후 카츠는 술이 없는 명징한 삶으로 돌아갔지만, 도시락도 싸주는 아내가 있는 화이트칼라 빌과 달리 카츠는 다른 재미나 의미 이를 테면 반려자나 다른 취미가 없다면 다시 술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찾게 되길!)

 

포기, 실패 다시 생각하기

  개성 강한 두 아재의 흥미 진진하고 끝까지 완주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그래서 ‘포기’와 ‘실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내가 가능한 범위를 인지하고 지금은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건 완주를 포기한 것이자 완주에 실패한 것일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성장한 것일 수 있다. 진짜 포기는 해보지도 않고 금 긋는 것, 진짜 실패는 경험에서 배우는 게 없을 때가 아닐까. <평온을 위한 기도>에서 라인홀트 니버가 말했듯 우리에겐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 지혜는 때로는 육체적, 정식적 한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생긴다. 성공의 경험에서는 하면 좋은 것을 배운다면, 포기와 실패의 경험에서는 결정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을 배운다. 

겸목쌤 추천도서<실패를 사랑하는 작업>,요조

 

삶은 일상과 비일상의 조화

  나는 <나를 부르는 숲>를 읽고 영화 <와일드>를 보았지만 트래킹을 아직 꿈꾸지는 않는다. 오히려 빌처럼 일상에 산행과 걷기를 적절히 온전히 즐겨보겠다는 정도이다. 잠과 일 외에 시간에는 웬만하면 발산이 필요했던 2-30대 시기와 달리 30대 말인 요즘에는 수렴이 필요하다. 일상을 가꾸고 무언가를 지속가능하게 쌓아나가보고 싶다. 요즘 나는 예전에 하다 지루해서 중단했던 요가를 다시 흥미를 가지고 해보고 있는데, 운동, 식단, 공부, 일에 있어서 여태까지 해왔던 방식과 다른 태도로 요리 조리 섞어가며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상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여행과 같은 즉흥적이고 예상하지 못한 비일상은 언제나 새롭고 신난다고 생각했다. 연장선에서 여행 테마 단짠단짠글쓰기 세미나 2기도 신청했다. 여행 관련 책을 2권 읽고 듣고 말하고 나서 쓰며 돌아보게 된다. 세미나 전과 다른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게 삶은 일상과 비일상으로 딱 쪼개지지 않고 조화되며 혼돈과 불안과 권태 속에서 마음의 평정도 이루며 새로운 자극에 신도 났다가 가라앉기도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며 이어지는 것 같다. 

 

댓글 6
  • 2022-07-04 13:34

    세미나가 계속될수록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생깁니다. 우선, 늘 여여한 재숙샘은 언제 흥분하실까? 하는 기대감이 있고요, 지난 주에 여름 느낌의 새옷을 입고 오신 유상샘의 과묵한 대화는 언제 수다스러워질까?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제 우리는 네 번밖에 안 만났으니까요~하마님이 안오셔서 태박산 등반은 진척없습니당! 담주에는 꼭 일사천리로 진행해봅시다~ 다음주에는 괴테의 <이탈리아기행>1부 세미나합니다. 발제는 코투님과 나래님! 나래님 연짱 발제네요!!

    • 2022-07-04 14:16

      ㅋㅋ말씀해주신 관점 포인트에 저도 주목해봅니다. 이를 위하여 저는 좀 덜 말하고 귀 더 열어볼게요!

      우리에게는 6번의 만남이 더 남아있으니까요!

      하마님 컨디션 충전하고 오시면 태백산 등반 추진 고고,

      저는 연짱 쓰게 되니 주간으로 쓰는 습관 만들어가며 7월 시작하네요! 

  • 2022-07-04 17:53

    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래님, 요즘 일상을 연출하고 계시는군요. 멋져요!

    할일이 자꾸 늘어나네요. 영화 <와일드>도 봐야 하고,

    요조 책도 한번 보고 싶고. 

    • 2022-07-04 21:33

      영화 <와일드> 여주인공 보면서 저도 재숙쌤 떠올렸네요. 영화 어찌 보실지 궁금하고요.

      재숙쌤께서 자분자분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집중해서 듣게 되어요~더 들려주세요ㅎㅎ

      저도 읽을 책이 늘어나네요. 요조 책은 전자책으로 읽기도 듣기도 하려고요 ^^

  • 2022-07-04 21:02

    '걷기는 자신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방법 중에 하나였다'는 말도 인상 깊었어요~ .

    이제 왜?라는 질문은 집어치우고, 시간이 생긴 김에 어떻게 겁많은 저를 다르게, 낯설게 만나볼까나 생각해야겠어요~

    나래샘, 깔쌈한 후기 잘 읽었어요~~  감사^^

    • 2022-07-04 21:39

      아! 맞네요~'걷기'는 가장 익숙한 활동인데도 낯설게 보게도 되네요. 덧붙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먼불빛쌤의 다르게, 낯설게 만나는 시간들을 응원합니다~! 

      저도 여행세미나 하면서 조금은 다르고 낯선 활동들을 늘려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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