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고 싶은 조지오웰

단풍
2024-03-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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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4_단풍/오웰의 장미

1.내가 만나고 싶은 조지오웰

 리베카솔닛의 『오웰의장미』로 조지오웰을 만났다. 리베카솔닛의 방대한 정보전달방식은 어김없이 길을 잃고 만다. 조지오웰의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인가? 라는 생각으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었고, 리베카솔릿이 간간이 인용하고 있는 에세이를 산문선에서 찾아 읽었다.  

 

 동물농장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가 어떻게 잔혹하고 가증스러울수 있는지를 동물들의 관계 에서 잘 표현되었다. 존스의 메이너농장에서 해방된 동물들이 스퀄러(우두머리 돼지)의 메이너농장에서 더욱더 가난해지고 비참해지고 있었던 과정에서, 오웰이 혐오하는 전체주의 혹은 사회주의의 대한 혐오감 및 잘못된 사회구조의 비판적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리베카솔닛은 동물농장에서 매너 농장의 헛간은 조지오웰의 어린시절 영국 고향집 전원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농장의 풍경들에서 오웰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심미적 감각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런 텍스트를 만나면 곧 답답함이 앞서는 것은 각성적인 글을 찾는 글읽기 방식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닐까 싶다.

 

 조지오웰의 유년시절 세인트시프리언스 지옥 같은 학교생활을 쓴 에세이에서는 그로부터 20년후에 깨달은 바를 말해준다.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 밖에 보지 못했다. 이런경우, 약자가 다른규칙을 만들 권리가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강자의 법칙을 받아들이고, 굴욕을 당하면 더 작은 아이들에게 굴욕을 줌으로써 보복하는 세계" 오웰이 당했던 세인트시프리언스의 학교규칙은 버마시절에서 보아왔던 아프리카 검은얼굴을 하는 흑인 노예들과 노란얼굴을 하는 버마의 인도사람들이 백인을 혹은 영국인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조지오웰의 유년시절 돈이 없음에 받는 부당함, 몸이 약한자 로서의 경험들이 제국주의의 권력을 지녔던 후손인 오웰이 다른 삶을 선택하며 살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따뜻하게 집을 데우기 위해 필요한 석탄이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귀족들은 얼마나 의식을 할까? 그러나 오웰은 그들의 현장을 방문하며, 그들의 환경과 위험성을 안 보이는 척 하지 않았다.

 

조지오웰의 다른글에서 나는 혁명적인 일상을 찾아 보려고 했고, 투사적인 면모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는 편이 이해가 쉬웠다. 리베카솔닛의 글에서는 입체적인 오웰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교훈적 메시지를 건져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나의 사유방식은 1차원적이고 이분법적이다. 아마도 책을 함께 읽지 않았다면 또, 리좀식 글을 만나지 않았다면, 각성하듯 글을 읽으려는 태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아빠의 유산

 

리베카솔닛의 월링턴을 다시 찾아가는 길의 수석들을 표현했던 길에 나는 아빠의 수석이 생각났다. 아빠의 젊은 시절 수석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이사할 때, 골칫거리 였지만 열심히도 신문을 싸서 옮겼던, 우리의 애물단지 였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몰래 가져가도 모를 정도로 많았던 수석, 그리고 지금은 아빠 대신 엄마와 함께 있는 수석, "수석들은 이 지형이 대양의 밑바닥에 있던 시절에 생겨났다. 이것들은 해저의 굴들을 채우고 있던 또는 바다 생물들이 부패하고 남은 공간으로 흘러든 퇴적물로 시작되었다. 그것들이 생물과도 같은 형태를 지닌 것은 흔히 실제로 생명체가 남긴 틀 안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중략 무수한 작은 바다 생물들이 남긴 껍질이며, 풍경이 깊은 바다처럼 물결친다고 느껴진 것도 어쩌면 한때 실제로 바다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의 수석도 마찬가지였다. 물결 모양 수석이 신비한 모양도 있고, 부드럽게 생긴 동글하고 넙적한 돌은 초가집 지붕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수석과 함께 있는 초가집모양으로 조각한 장식대 때문일 것이다.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모아온 아빠의 수석이 생각났다. 그 시절 아마도 중년 남성들의 공식적인 취미활동이 아녔을까 싶다. 기름 발라 광이 나게 닦고 장식장에 고이고이 모셔 두었던 기억까지 소환되었다. 수석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장식장에도 유사하게 생긴 수석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금전적 가치가 있었던 거네? 요즘 핫한 비트코인 보다는 실제가 있는 수석이 났지 않나? 나에게도 아빠가 물려준 유산이 있었다. 수석이 있었다.

 

아빠의 수석이 떠올랐던 생각이 리좀적 사고로 써보자는 의견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해한 리좀적 사유는 분명 이런 방식은 아니였다. 유연한 사고를 표현하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조지오웰을 위인을 만들고 싶어하던 협소한 사유방식에서는 쉽지 않다. 저거와 이것을 잘 연결하지 못했고 저것은 저것대로 이해를 해야하고 이것은 이것대로 이해를 해야하는 나에게는 입체적으로 나를 표현하기도, 나만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지가 지금은 요원해 보인다.

 

리베카솔닛이 만난 조지오웰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사람 에게는 수많은 리좀적 사건들이 많다. 그 사건들과 현상들을 계보적 연결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풍부한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게으르지 않는 성실함과 진정성에서 나오는 꾸준함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다.

댓글 4
  • 2024-03-24 20:21

    단풍님 아버지의 수석이 궁금하네요.^^
    계보적 연결에서 벗어나 리좀적 사고를 위해 진정성과 따듯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해요.

  • 2024-03-24 21:55

    "아마도 책을 함께 읽지 않았다면, 또 리좀적 글쓰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각성하듯 글을 읽으려는 태도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맞아요.. 우리가 함께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면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읽어내고 생각했을 거예요.
    왜 공부를 함께 해야되고 서로 나누어야 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문장 새겨가며 함께 하려고 합니다~

  • 2024-03-27 17:30

    무수한 파편 가운데 왜 수석이 떠올랐을까? 저는 그게 궁금해지네요. 요즘 단풍이 아버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웰이라는 남성 작가를 생각하며 아버지가 떠오른 것일까? 이렇게 생각을 이어보면, 계보적이든 리좀적이든 뭔가 갈무리 되는 것이 있을 듯해요. <나는 왜 쓰는가>를 읽으며 이 부분의 생각을 이어가봅시다~

  • 2024-03-30 21:48

    나의사유방식은 1차원 적이고 이분법적이다.헉 내마음인줄 알고 깜짝놀랐습니다. 리베가 솔닛의 글을 읽고 아버지가 떠올랐다는 샘의 글에 저는 왜 마음이 따듯해 지는걸까요? 잊고살았던 아버지의 소환으로 '오월의 장미'는 할일을 다한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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