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치약국에 놀러와 4회 죽음편> 4회 후기

겸목
2022-10-26 14:22
83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줌으로 만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새롭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이미 주어진 일정이 있는데, 거기에 뭔가 다른 일정이 추가된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번거로운 일인가 다시 한 번 체감하는 기회가 됐다. 거기에 줌으로 만나게 된 새로운 조합의 사람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의 어려움도 있었다. 줌으로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오래도록 세미나를 함께 해온 분도 있고, 이번 기회에 문탁네트워크가 궁금해서 들어오신 분도 있고, 부모님의 부양과 간병이라는 당면한 고민을 나누고자 오신 분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고도, 그렇다고 모른다고도,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기도, 그렇다고 관심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관계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런 자리는 대개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만나게 된 분들과 네 번의 화요일 밤을 함께 보냈다.

 

마지막 시간은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의 저자 박중철샘의 특강이었다. 지난 주 게릴라세미나를 한 번 했던 차라, 저자와 함께 이런저런 질문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특강은 예상과 달리 진행되었다. 저자 박중철샘은 '열혈강사샘'이셨다!! 쉬는 시간도 없이 2시간 동안 책의 내용에 대해 임팩트 있게 전달해주셨다.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죽음에 대한 '강조'는 책으로 읽었던 것보다 밀도있게 다가왔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죽음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고통 없이 맞이하는 것'이지만, 현실의 최빈도 죽음은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연명장치로 죽음을 질질 끄는 '친절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사실을 박중철샘은 힘주어 말씀해주셨다. 인공호흡장치를 낀다는 것은 자가호흡과 달리 산소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숨막혀오는 목조임과 공포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설명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인공호흡장치를 비롯해 연명장치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일 거라 막연히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인공호흡장치를 떼어본 경험이 있는 환자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될 길이 없다. 올해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요양병원에 4년 넘게 입원해계셨고, 마지막 시기가 다가왔을 때, 우리 가족도 의사에게 염증수치가 높으니 항생재치료를 할 것인지, 연명장치를 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때 가족 모두 '어리벙벙'했다. 이럴 때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아버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버님의 생명을 자식인 우리가 결정해도 되는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순간에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한 상태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이날 세미나 오셨던 분 가운데에도 루게릭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의 임종을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맞이하고 싶은데, 위급한 순간이 올 때 응급실에 가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그것이 법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 질문하시는 분이 있었다. 박중철샘은 집 근처의 병원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의사샘께 상담하고 진단을 받아놓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조언해주셨다. 그러면서 덧붙여 "이별의 순간은 힘들다."라고 말씀해주셨다. 한 사람의 생애가 마무리되고, 가족과 친구와 이별하는 순간은 영화에서처럼 '아름답게' 그려질 수 없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안쓰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이걸 회피하고자 우리는 병원에서의 마지막을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특강 중에는 말기 암환자였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에 대한 동영상도 볼 수 있었다. 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서진이엄마, 희귀암환자인 20대 청년, 자동차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환자를 위한 기계장치 설계에 들어가신 분 등 '성숙'한 마지막을 보여준 분들이 있었다.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이번 세미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든 생각일 것이다. 병원 내 임종실 설치와 호스피스병동 증설, 공공 요양시설의 확충, 왕진의료 시스템의 정착 등 제도와 관련된 일에서 우리는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희망하지만,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이런 답답함에 대해 박중철 선생님은 우리처럼 모여서 공부하고 공동체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쉽게 찾아볼 수 있지는 않지만, '의료협동조합'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공동의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 본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셨다.

 

그럼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일리치약국에 놀러와>를 진행하는 중에 요요샘은 어머니상을 맞이하셨다. 세미나에서도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리뷰 오브 죽음>을 통해서도 책을 읽고 어머니의 간병과 죽음에 대한 요요샘의 소회를 글로 남겨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맞게 된 장례는 비통하거나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자리는 아니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계신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실 때, 집으로 오신 후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요요샘과 가족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셨을 것 같다. 그 고민의 내용에 대해, 강도에 대해, 그리고 마음의 갈피를 추스리는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누군가와 이별하는 순간의 어려움을 우리는 좀더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는 병원과 의사가 갖는 통념,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동료의사샘들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병원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의사라 책의 내용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고 박중철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다. 그럼 병원의 현실에 대해 의사샘들도 문제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환자인 우리도 문제라고 느끼고 있다면, 이 문제를 바꿔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리라 본다.

 

4주에 걸쳐 화요일 밤마다 시간 내서 줌에 들어와 주신 분들께 가장 감사드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 수가 나지 않을까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다음에는 좀 쉽지 않을까요? 우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댓글 1
  • 2022-10-26 14:45

    박중철샘의 현장의 얘기는 정말 생생하더군요. 천식이 심할 때 기억이 있어서 저에게는 인공호흡기가 질식감을 주고 지옥같다는 얘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숨이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절대 인공호흡기는 사용하지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놀러와 죽음편>은 주최한 저희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죽음’에 대해 모여서 함께 얘기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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