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사주명리 누드글쓰기 ① - 계수 둥글레편

둥글레
2022-07-04 13:12
221

<리플레이 사주명리 누드글쓰기>는 2022 사주명리 강좌를 앞두고  2020년 양생프로젝트에서 진행된 사주명리 누드글쓰기의 일부를 포스팅합니다. (한마디로, 이번 강좌, 강의 듣고 나서 요렇게 자기성찰하는 글 씁니다, 라고 알려드리는 기획^^)

 

그 때 많은 분들이 누드글쓰기를 하셨고, 사주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고, 루틴님이 도사로 등극하셨고, 서로의 인생에 마구 간섭해보는,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때의 글을 다 공개해도 재밌겠지만,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ㅋㅋㅋㅋ....... 일단 일리치약국 직원들의 사주만 이번에는 깝니다. 

 

계수이자 동갑내기인 둥글레약사와 겸목, 경금이자 식상작렬인 기린, 정화이지만 신금의 재성이 발달하여 평생 돈이 아니라 일에 치여 사는 사장, 문탁, 이 사람들은 사주상으로 케미를 잘 이룰 수가 있을까요?  이번 리플레이편에서 그런 걸 보시는 것도 관전 뽀인트일 것입니다. ㅎ

 

아시다시피 '명리학'은 인간이 자기을 해석하는 오래된 방법이며, 그 점에서 인문과학의 한 영역입니다. 자기가 갖고 태어난 어떤 기운과 기질을 사주팔자라는 매트릭스 속에서 펼쳐보면서 자신의 욕망과 행동패턴을 성찰하는 작업이지요. 매우 유스풀합니다.

 

양생!! 좋은 삶!! 을 향한 동아시아 최고의 기예 중 하나, 사주명리 2022 기초강좌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안정된 지반 떠나기: 재성고립 탈주극의 시작

 

 

 

                                                                                           水비겁(11)

 

                                                                       金인성(11)                    木식상(7)

 

 

                                                                                土관성(0)     火재성(3) 

  

 

 

내 사주는 편인, 겁재, 식신이 전체 기운을 삼등분하여 발달하고 있고 기운들이 섞이지 않아  특징도 또렷하게 나타난다. 편인으로 인풋을 하면 겁재를 거쳐 식신으로 아웃풋이 잘 되는 구조이다. 공부하는 걸 이해해서 잘 표현한다. 식신이 시주에 동주하고 있으니 오지랖도 호기심도 엄청나다. 또 일명 ‘편’ 시리즈들이 많아 주류 보다는 비주류를 선호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게다가 이들은 서로 ‘충’하는 관계를 만들고 있는데 천간에 충이 3개, 지지의 충이 1개. 충이 4개로 많다. 특히 천간에 충이 많아 내 머리 속은 늘 복잡했다. 왓챠에서 내가 좋다고 체크하는 영화로 내 성향을 파악하던 AI는 ‘독특하다’는 변을 내놓았다. 

 

 

 

 

충은 변수이다. 인생에 변화가 많았다. 예전엔 파란만장에 우여곡절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만큼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또 변화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생긴 거라고 여긴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대운은 월주를 천충 지충하고 있어서 총 충의 개수는 6개나 된다. 충이 6개 정도 되면 오히려 발복한다더만 그럴라나? 어쨌건 50대는 그동안의 삶을 기반으로 내게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시점에 사주명리학을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전과는 다른 운명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운명은 변주다!’

 

 

 

무관성 겁재에게 관계란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나서 나에겐 관성이 없는 것과 함께 겁재의 발달이 화두가 되었다. 자의식은 강한데 나를 제어할 관성이 없는 것. 물론 초년 20년간 들어온 관성은 내게 톡톡히 그 존재감을 들어냈고 나 또한 나름 나를 제어할 경험과 툴을 힘들게 배워왔다. 문탁에 와서 공부를 하고 나서도 ‘나’ 아닌 ‘타자’에 대한 질문들이 생겼다. 사주에서 ‘타자’는 모든 오행에 위치하면서 나와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겁재가 발달한 나에게 ‘타자’가 문제시 될 때는 늘 경쟁상대거나 위계적으로 나를 억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특히 학창시절에 들어온 편관 대운은 나를 직접적으로 극했고 나의 전투력은 급상승했다. 갑자기 기운 집안 살림에 당황했고 세상과 맞짱을 뜨며 씩씩거렸던 것 같다. 가난을 벗어날 방법은 인성이 발달한 내겐 공부밖에 없어 보였고,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우정을 키우기 보다는 경쟁을 일삼아 공부했다. 사십대에 접어들면서 상관과 비겁 운이 들어와서 천간과 지지에 합을 만들며 나는 좀 편해졌다. 특히 겁재가 아닌 비견의 기운으로 친구들과 경쟁이 아닌 우정을 가꾸는 기예를 키울 수 있었다. 바로 여기 문탁에서. 문탁에서 공부는 타자에 대한 새로운 시선, 그리고 무조건 내편이 되는 것이 아닌 우정을 알게 했다. 

 

푸코에 의하면 모든 관계는 권력관계이다. 푸코는 자기 수양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다 결국 저항을 멈추지 않는 견유주의자들 앞에서 멈췄다. 관계의 장에서 무관성 겁재인 내가 어떻게 무엇을 향해 ‘저항’해야 할까? ‘저항’은 외부적 위계 관계에도 작동을 해야 하지만 내부에 있는 자신에게도 작동해야 한다. 또 저항이라고 해서 무조건 들이받는 것도 아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저항’은 습대로 살지 않게 자기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고 또 적절한 자기 제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를 깨는 공부와 수양할 현장이 필요하다. 자기를 깨는 공부를 위해선 외부가 필요하다. 외부와의 관계에서 ‘저항’은 ‘수동적 능동’이 아닐까? 더 큰 개체가 되기 위해 타자들(의 충고, 함께 하는 경험 등)을 받아들일 때 나는 더 큰 능동이 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환대’인 것 같다. 나에게 안과 밖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힘들을 나는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동일한 자기 강화나 자기 재생산이 아닌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기존의 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내가 환대해야 할 힘들은 무엇일까?

 

 

 편재의 안정감에서 탈주하기

 

이번 사주명리학 공부에서 새롭게 내 눈에 들어온 건 편재 고립이었다. 고립된 편재가 정화(丁火)이다. 물상으로 보면 촛불이나 달빛이기 때문에 고립된들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고립되면 고립될 수록 그 존재감이 커질 수도 있다. 독특한 편재 고립이 나에게 의미하는 건 무얼까?

 

일반적으로 재성이 의미하는 건 아버지, 돈, 일, 재능, 느슨하고 넓은 관계이다. 재성 고립이 의미하듯 나는 아버지와 연이 박하다. 내 나이 스물일곱에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도 아버지는 사업이다 뭐다 해서 집에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우리 식구들에겐 그 빈자리가 크진 않았다. 신학을 공부한 아버지는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자식들을 건사하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책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공부 외엔 책을 멀리 했다. 어머니의 희생과 외가 덕에 살아왔다고, 아버지의 예민함과 똑똑함이 쓸데 없다고 여겼다. 지금 난 아버지에게도 많은 걸 받았구나 생각한다.

 

재성은 또한 돈을 의미한다. 난 어려서 갑자기 찾아온 가난에 상처를 받은 케이스이다. 4학년 때 학교에서 돌와보니 살림들이 죄다 없어졌던 기억이 있다. 민감한 나이였고 원래도 예민한터라 다른 형제들보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로는 돈을 벌기위해 나선 엄마의 빈자리에 많이 슬퍼했다. 게다가 넘치는 욕심을 채울 수 없어서 신세한탄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작은 돈을 술술 써서 곡간 비는 줄 모르면서도 의미있게 큰 돈은 쓸 줄 모른다. 기본적으로 난 플랙스!를 잘 못한다. 물론 식구나 남에게 쓰는 건 그나마 통이 큰 편이다. 어려서 생긴 돈에 대한 상처는 돈 쓰는데 쫄게 하면서도 한편 돈을 규모있게 쓰지는 못하게 했다. 화가 재성이니 모으기도 어렵다. 재테크엔 관심도 없었다. 엄마의 관리 덕에 저축할 수 있었다.

 

 

 

돈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돈의 용법에 있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진장에 참여하면서 친구들과 공동 지갑을 사용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돈이 가진 유동성과 관계성은 돈의 용법이 만드는 파장이 크다는 걸 말해준다. 돈의 용법을 더 많이 연구하고 싶다.

 

 무엇보다 약사라는 면허증이 주는 안정감 때문에 나는 좁은 영역에 갇혀있는 것 같다. 좀처럼 안정된 지반에서 탈주할 수 없다. 그것은 적당히 해도 벌 수 있는 구조, 다른 일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말한다. 정화 편재 고립에서 탈주하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제도적 약사를 넘어선 더 깊이 있는 공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돈벌이가 아닌 벌이, 공부한 것을 먹고사는 일로 연결할 수 있는 책임감 등. 탈주는 멀리로 도망치는 게 아니다. 바로 그 경계에서 옆으로 한 발을 내밀면서 확장하고 확장하는 일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재성은 화인데 오행 중 화는 ‘예’이고 ‘환대’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예에 약하고 환대를 잘 못한다. 재성이 넓은 관계망이라면 나는 좁은 관계망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좁은 관계망에서 오지랖을 마구 펴지만, 낯설고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에게는 인사하기 멋적어하고 환대를 못한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밀쳐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놀라곤 한다. 무관성의 관계성과 재성고립의 관계성을 ‘환대’라는 화두로 풀어보고 싶다.

 

 

 

‘환대’를 실험할 수 있는 장은 공동체인 것 같다. 여기서 많은 친구들과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겁재가 아닌 우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돈’에 대해서 공부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고립된 내 편재의 활용도가 좀 더 확장될 기회도 얻었다. 지지에 재성이 없으니 돈을 버는 현장이 내게는 공부거리일 수 있다. 공동체에서 친구들과 공부를 하다보니 함께 돈 벌 현장을 만들게 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도모한 인문약방이 내겐 그 현장같다. 인문약방은 공동체에서 새롭게 경험한 관성과 편인이 내 겁재를 바꾸고 식신도 새로워져서 고립된 편재가 탈주를 시작한 현장이다. 여기서 나는 ‘양생’이라는 더 큰 범위의 정화를 키우고 더 따뜻한 치유를 하는 인문약사가 되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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