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차 > 감정과 문화정치 ,3-5장 후기

정의와미소
2024-03-22 09:40
79

감정 세미나 2회차 수업을 했다.  이번 텍스트도  만만치 않다.  감정에 대해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이번 세미나 책은 정동 이론과 감정 연구에 관한  것이다. 정동(Affect)이란 심리학(psychology)에서 감정(feeling), 정서(emotion), 기분(mood)에 대한 잠재된 경험을 말한다. 정동 상태는 정신과 신체 과정을  연결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쉽게 말하자면 감정이 이동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많은 문탁 학우들이 정동을 얘기하지만 ‘정동’은 처음이라 알쏭달쏭, 아직 뭐라 정확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번 장에선 공포의 정동 정치다.  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감정서들이 많지만 사라 아메드의 접근법은 신박하다.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분석하며 특히 정동 상태와 연결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부럽기도 했다. 현대 사회는 공포 정치라고 하는 데 공포로 문화 정치를 하는 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최고인 듯싶다.

 

 먼저 공포와 불안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대상의 유무다. 공포가 대상을 지닌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아메드는 공포는 대상이 '지나가는 일'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공포는 상처나 피해를 예감하는 일을  수반하며, 우리를 미래로 이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은  먼저 우리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고통에 대한 예감이다. 공포는 특정 대상을 명료하게 가리키면서도 그  대상에만 머무르지 않을 때, 구체적인 대상이 없을 때 더 강해진다.  공포 영화를 상기해보면 공포라는 정동을 이해하기가 쉽다. 공포는 두려운 대상이 구체성을 상실하면서 더 커진다. 상실에 대한 불안은 공포의 대상으로 전치되곤 하는 데 이는 여기서 아메드는 공포가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가 사랑하는 대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는 것을 포착한다. 공포에 떠는 아이가 더 부모에게 더 의지하듯 공포는 사랑의 존재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공포와 짝을 이루는 불안은 대상과 맺는 애착의 한가지 양식이다.  불안은 대상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면 공포는 대상이 다가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두 감정의 미끄러짐은 대상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일에 영향을 받는다. 공포라는 정동은 대상 사이의 전치를 통해 지속되고, 더 강화된다. 공포의 대상 안에 머무름은 시작하지만 움직임은 공포의 정동을 강화한다. 

 

역겨움은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Disgusting”이란 단어의 빈도를 보면 영미권에서 보편적인 것 같다. 역겨움은 그저 우리가 받아들이기 두려워하는 이상한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이상함’을 대상에 내재한 속성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이때 몸의 반응은 ‘움추러듬’이다. 역겨움도 양가적인 감정으로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대상을 욕망하고 대상에 끌리는 것을 수반한다. 역겨움을 느끼는 요소는 특유의 표정, 적합한 행동(거리두기), 분명한 생리학적 징후(메스꺼움), 특유의 느낌(혐오감) 등이다.

 

이는 느낌의 무게감과 관련이 있으며, 언제나 대상을 향한다. 역겨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거부하는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상으로 인해 역겨움을 느꼈음을 드러내는 주체의 반응을 통해 비체화가 일어난다. 비체화는 역겨움을 유발시킨 대상과 멀어지는 일이며 ‘무엇이 아닌 것’의 영역을 엄격하게 통제하려는 것이다.

아메드의 작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감정을 “끈적임”으로 설명한다는 것이다. 역겨움은 대상 사이의 우연한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끈적이는 모든 것이 역겹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달라붙어 피부 표면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끈적임은 역겨운 것이 될 수 있다. 이 끈적임이 다른 사물로 전이되어 다른 끈적이는 것에 달라붙게 되면 대상 사이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틀어막게 된다. 몸은 물신화되고 역겨운 몸이 되는 것이다.

 

기표가 명시적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을 생성해 내는 방식으로의 수행성은 역겨움의 시간성과 닿아 있다. “역겨워”라는 발화행위처럼 무언가를 생성해 내고 명명하는 수행적인 일은 끈적이는 대상을 물신화한다. 비체화를 통해 역겨움의 대상을 밀어내는 일이 역겨운 것의 대상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상이 새롭게 구성되는 일이 반드시 공동체를 결속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해서 역겨움이 집단적 생존의 수단으로 이뤄낸 것에 대한 역겨움을 낳기도 한다.

 

『감정의 문화 정치』에서 다룬 수치심은 자아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을 주는 부정적 정동이다. 이는 몸에 작동함으로써 고통스러운 느낌을 유발하고 그 느낌은 타자가 아닌 자기를 향해서 스스로를 나쁜 존재로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서 멀어진다. 여기서 주체는 한 명의 존재로서 자신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수치심이란 감정은 목격자를 필요로 한다, 주체가 혼자 있을 때도 타인의 시선을 상상하며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수치심에서 중요한 점은 타자와의 동일시를 요청한다는 점이다. 주체과 사회적 이상으로 설정된 ‘이상적 자아’를 기준으로 주체는 타인과의 마주침을 이룬다. 수치심은 자신이 타자와 같아지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이상에 가까워지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가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주체가 사회적 이상에 따르지 않아 발생한 정동적 비용을 치룬다는 뜻이다.

 

수치심을 국가적 수치심으로 이용하여 국가라는 주체는 스스로를 재생산해내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하는 국가가 있다. 이에 국민은 자국이 비인도적이라며 국가적 수치심을 느낀다. 개인과 우리라는 개념으로 이뤄진 국가 공동체는 이제 개인이 느끼는 수치심이 아니라 우리, 즉 국가가 느끼는 수치심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좋은 국가’라는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약속으로 이어지고, ‘마음이 움직임’, 나아가 ‘상처입었음’을 보여줌으로서 적당히 넘어가려는 시도로 이어지게 한다. 수치심의 정치는 국가의 잘못을 드러내고, 국가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덮어버리지만, 동시에 국가를 다시 감싸는 회복의 서사를 수반한다.

 

새로운 도덕적 측면에서 공식적인 사과는 중요하다. 사과를 전하는 발화행위에서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같은 말은 조건적이다. 사과 발언의 영향력은 한계를 드러낸다. 또 사과를 전하면서 벌어진 사건의 의미를 해석한다. 사과는 “유감입니다”라는 발언으로 취해질 수도 있다. 사과하는 행위가 사과하는 순간에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사과가 무엇을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수신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사과에 따른 뒤따르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사과는 그 효과가 달라진다.

 

사과의 문제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에 끊임없는 불안을 드리운다. 사과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국가가, 사람들이 쉽게 사과를 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된다. 공식적인 사과하는 게 뭐 그리 어렵냐는 생각은 그 영향력을 잘 몰랐을 때의 얘기다. 그렇다면 사과를 거부하는 발화행위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사과를 거부하고 안타까움으로 대체하는 일은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를 하는 행동이 된다. 결국 안타까움은 책임이나 배상을 대신하는 것이 된다.

 

수치심이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수치심을 나타내는 일은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완결되지 않은 정치적 실천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많은 사건, 사고들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댓글 3
  • 2024-03-22 11:41

    아메드는 겨우 이해했나 싶으면 책을 덮고 잠시 후면 또 다시 제로 상태로 원상복귀 시키는 사악한(?) 힘이 있는 듯요 ㅎ
    그러나 어렵지만 순간 순간 느껴지는 아메드만의 통찰은 정말 놀라운듯 합니다. 정미님의 잘 정리된 후기 감사합니다.

  • 2024-03-22 17:04

    와! 꼼꼼한 정리네요!! 복습 잘했습니다.

  • 2024-03-23 17:42

    후기는 진즉에 읽고, 감정세미나 끝난 오후에 느긋한 마음으로 댓글 답니다. 꼼꼼한 후기 덕분에 복습 잘 했어요.
    사과로 인해 벌어질 연쇄작용이 두려워서 사과하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런 마음으로 산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는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어떤 행위든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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