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탐구세미나] 3회차 세미나 후기

이송지
2024-03-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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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탐구 세미나 3회차 후기 2024.03.25. 이송지

 

이해할 듯 말 듯.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어찌 보면 모두 다 알고 있는(어쩌면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 사실을 학자들은 참 어렵게도 분석하고 개념화하고 정의하는구나,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공유하고 싶은 걸까? 끝없이 질문하게 만들었던 ‘인간의 유한성’을 끝내고 ‘세계종교로 보는 죽음의 의미’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동안 해온 공부의 넓이나 깊이가 협소한 나는 이 텍스트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본 지가 까마득하다.)

 

세미나하면서 뭔가 적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세미나 내용을 복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책 구절 몇 가지와 죽음탐구세미나에 참여하게 된 개인적 이야기로 후기를 갈음하려 한다.

 

<종교의 기원과 죽음>

 

여기를 읽으면서 두 개의 장면이 생각났다.

 

장면 하나. 작년, 결과를 알 수 없는 수술을 하루 앞두고 내 힘 하나만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었고 뭔가 의지처가 필요했다. 문득 부처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신앙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숙한) 병원에 작은 법당이 있다길래 치렁치렁 수액줄을 끌고 법당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병실로 돌아가려는데 기도실이라고 적힌 문이 보였다. 들어가 보니 가시관을 쓰고 피흘리는 예수님 사진이 한가운데 걸려있고 단순하지만 비범해 보이는 나무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대여섯 명이 들어올까 말까하는 작은 기도실. 아무도 없었다. 의지처가 필요했던 나는 어떤 신인지는 상관없었다. 예수님 또한 낯설지 않았기에 앉아서 내 식대로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막상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살려달라는 기도는 아니였던 것 같고, 그러나 실재적 두려움. 다가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고통스럽지만 않게 해달라고, 그것을 이겨 낼 수 있는 내 안의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던 것 같다. 예수께 매달렸던 것 같기도 했고 나 자신에게 향한 주문이었던 것도 같다.

 

장면 둘. 수술 직후, ‘이 세상에 이렇게 와서 이렇게 살고, 이렇게 죽어가는 이유가, 의미가 있을까? 벼락처럼 내게 온 죽음의 그림자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있다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끔 마음의 안식처로 삼았던 봉녕사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앞에서 이 질문을 수없이 하면서 절을 하고 또 했다.

 

난 왜 그런 순간에 (종교를) 신을 찾았을까? 이 두 번의 일을 겪은 후 난 티벳불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죽음에 대한 질문, 죽음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음탐구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신을 (종교를) 찾는가? 삶은 곧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데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건 무엇 때문일까? 혼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울 때 뭔가를 찾는 일은 (그것이 환영일지라도)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삶의 벼랑 끝에서 환영적인 보상을 추구하지 않은 채 어떻게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죽음에 대한 탐구이건 어떤 것일까?

 

죽음에 대한 가장 초기의 종교적 탐구는 죽음의 파멸적 성격과 무질서에, 나아가 그런 카오스와 적의 및 악의 집요한 의지에 직면하여 어떻게 하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이 구절은 참 공감(?)이 된다. 죽음이 막상 가까이에 왔다고 느끼면 직면하게 되는 카오스 (사람마다 직면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 순간에 인간은 어떻게 질서를, 평정심을 가질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종교적 탐구는 우리를 보다 예민하고 내성이 있는 악의 인식으로 데리고 간다.(중략) 죽음과 그 사건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물음들은 결국 삶 안에서 우리의 도덕적, 미적, 정치적 판단으로 귀결된다.’

이 구절의 결론처럼 쓰여 있는 이 말이 더 흥미롭다. ‘(중략) 우리는 때때로 말에 의존하게 되지만 (중략) 말이란 다만 눈물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희생과 우정’이라는 주제로 종교 전통을 이해하는 것. 죽음에 대한 종교적 관점과 세속적 관점은 어떤 점에서 일치할 수 있을까?

투병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화두가 ‘관계와 우정’이었다. 죽음과 임종, 상실과 돌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다. 이때 인간들은 자신과 타인을 상상으로 동일시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그 사람의 고통과 고난을 기꺼이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고 돌봄을 주고 받고, 이러한 실천이 치유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 글에서 다루는 있는 ‘우정’은 무엇일까?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책의 결론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으나 이번만은 읽지 않았다. 저자의 생각들을 쫓아가 보자.

 

<유대교와 죽음>

죽음의 현상학적 접근, 종교에 대한 현상학적 태도(하이데거는 계속되고 있다.)

현상을 보고 새롭게 이해하려는 노력, 선 이해를 멈추고 열린 태도로 바라보는 것. 유대교에 대한 나의 판단을 잠시 멈추고 그냥 그대로 바라보니 흥미로웠다. 수십 년 전에 읽어보았던 구약성서의 구절들이 희미하게 생각나면서 하나하나의 조각이었던 것들이 보로 꿰매지는 느낌이었다. 요요샘의 시대적 설명이 도움이 되었다. 성서시대와 랍비시대.

 

선한 이름은 값진 기름보다 낫고, 죽음의 날이 탄생의 날보다 낫다(<전도서>7:1)

유대교에서 죽음은 밀접한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로 이해된다’ ‘...모든 경우는 하나님을 인식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분으로 인해서만 존재해 왔던 공동체를 확인하기 위한 기회이다

댓글 5
  • 2024-03-25 19:24

    아! 저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혼란스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병원 기도실에 가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홀로 있을 수 있는 그 장소가 참 위로가 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곳이 기도실이었는지 법당이었는지도 기억이 희미합니다.
    죽음의 의미를 찾는 종교적 탐구의 여정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 책을 다 읽으면 뭐가 보이게 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 2024-03-25 21:52

    불멸에의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반대로 불멸에의 욕망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낳은 것이다. 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죽음의 의미를 종교로부터 찾아가는것이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워보이기도 하지만 왜 꼭 그래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일단 서로다른 종교들이 죽음을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 2024-03-26 08:30

    선생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하는 이런식의 후기 완젼 좋습니다.
    ㅎㅇㅎ 제가 바빠 떠맡기듯 던져준 후기..던지길 잘했네요. 이렇게 멋진 후기 쓰실 줄 알았어요.^^
    후기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2024-03-26 08:31

    죽음 세미나를 할 수록 죽음 공부는 뭘 어찌 해야 하는 건지, 난 나의 죽음에 대해, 혹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정말 있는 건지,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실제적 실존적 고민이, 이 공부의 가장 큰 효과인 것 같습니다^^

  • 2024-03-26 12:23

    송지쌤 정말 멋있으십니다!! 이렇게 공부하고 활동하시는 모습 넘 존경해요. 누구도 대신할 수, 이해할 수도 없을 그 고통과 두려움의 카오스 앞에서 종교가 있든 없든 또 무슨 종교이든 간에 기도는 저절로 나오게 되는 건가 봅니다.. 가슴 먹먹해지는 소중한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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