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과 유한성, 형이상학과 인류세철학 - 잠시 딴짓했어요. ㅋ

문탁
2024-03-15 11:27
126

1.올 초에 죽음 강좌를 했습니다.

 

취지는 “이중 죽음, ‘여섯번째 멸종’ 시대에 생태적 죽음을 생각하다” 였습니다.

 

 

 

 

이후 저는 어쩌다 보니 (혹은 저하고 문제의식이 비슷해보이는) 아래 세 권의 책을 주루룩 읽게 되었습니다.

셋 다 ‘종말' '끝', '파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군요.

 

 

 

2. 책의 물성이 달라졌어요.

 

이 셋의 책은 출판사가 다른데 모두 사이즈가 똑같습니다. 정군님의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보다 조금 더 작습니다. 심지어 손희정샘 책은 글자 크기도 큽니다. ㅋㅋ

 

요즘 책의 물성이 어떤 건지를 확실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렵고 두꺼운 책이 안 나간다는 것은, 지식의 생산, 유통과 관련하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대적인 책들이 빠르게 출판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책의 물성이 좀 가벼워지는 것도 나쁜 게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3. 비슷한 듯, 다른 듯!

 

세 권의 책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약간씩 방점이 다릅니다.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묻습니다. '인류세'라니, '인류'라니, 우리가 하나의 인류란 말인가? 그리고 이미 15세기에 우리 원주민들은 서구의 침입으로 종말을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원주민은 멸종되지 않았습니다. 수세기 동안 나름대로 살아남았죠. 그래서 종말담론 대신 “우리는 마지막 피난처들을 방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자연은 여전히 번영하고 있고, 우리는 야식과 살 곳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이 작은 사회 각각이 유지해온 삶의 방식에 따라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손희정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애나 칭의 <인류세: 손상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법>에 영감을 받아,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법을 제안합니다. 새만금 갯벌은 ‘끝장’ 난 줄 알았지만, ‘수라’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까?  역시, 피난처(레퓨지아)를 건설하고 지켜내야 합니다. (제가 읽은 책들이 거의 다 나옵니다. 지금 우리 시대 많은 곳에서 비슷한 책들을 서로 열나게 읽고 있네요.  전 좋다고 생각합니다. ^^)

 

 

 

4. 로이 스크랜턴은 잘 죽자고 말합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이라크 참전용사이기도 한 저자는 인류세 문제의 해법은 기술적인게 아니고 철학적인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는 철학적인 것이다. 그것은 이 문명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황을 더 빨리 직시하고 우리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죽음의 불가피성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힘든 임무에 더 빨리 착수할 수 있다."(29)

 

"이 책은 이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이 책은 자신의 유한성에서 자신을 알게 되는 인간 영혼에 관한 이야기다."(32)

 

"인간이라는 동물이 무한히 완전해질 수 있다는 진보주의적 믿음은 무엇보다고 탄소 연료 자본주의의 무한한 경제 성장에 대한 약속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의 타고난 공격성과 회피 불가능한 유한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죽는 법을 배움으로써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과 접속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우리는 두려움과 반작용의 사회적 회로를 차단하고 죽음의 얼굴을 깊이 들여다보고 <길가메시 서사시><바가바드 기타>에서부터 인류세의 미래에 대한 상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축적되어 있는 풍부한 문화적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기생적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로서 살게 될 것이고 우리의 모든 권력의 궁극적 원천인 빛으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인류세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죽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35)

 

 

 

하이데거와 바르트의 종말론적 사고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고를 따라가느라 머리가 너무 마비되어서....

그리고 종말, 니힐리즘, 니체... 이 언저리를 생각해보느라 정신이 혼미해져서......

좀 딴 짓을 했습니다. 크하하.... 낼 봬요.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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