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탐구세미나] 1회 후기 -끝까지 읽어보자...

기린
2024-03-09 23:22
136

1.어쩔 수가 없지만~ 시작했다!

 

올해 나이듦연구소_ 세미나로 건 <죽음탐구 세미나> 가 시작되었다. 나이듦 연구소 구성원 다섯과 여덟 명의 신청자가 함께 모였다. 김윤경, 그믐, 앙코르석공은 구면, 김수현, 니은, 이송지, 조숙경, 박지원은 이번 세미나로 처음 접속하신 분들이다.

 

첫 책은 라이너 마르텐의 『죽음과 삶의 드라마로서 인간의 유한성』 이었다. 나는 서문부터가어려웠는데 1장 2장.... 갈수록 태산이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시문학’부터 ‘죄책존재’로 가더니 하이데거의 장까지 이르렀을 때는 책을 딱 덮었다. 세미나 시간에 이 두 개념을 모르면 이 책 독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 망연자실해졌다. 다행히 다른 세미나원들도 모두 어렵다 어렵다를 연발해서 좀 의지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세미나, 시문학이 무엇인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신화로서의 시문학은 인간이 신과 다른 점을 부각시키면서 “신적인 권력과 힘”을 끌어들여 우리 인간은 “우리의 불행과 전혀 닮지 않은 인간 형상으로부터 분리된다.” 즉 신과 인간의 분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불행은 인간으로 태어나 겪게 되는 생로병사를 포함한 고통으로 볼 수 있다. 인간 본래의 형상에서 멀어져 이렇게 된 까닭을 질문하게 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 인간의 자기 책임(탓), 죄책 존재로서의 현재 모습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요요샘이 하이데거의 철학을 『존재와 시간』을 통해 보충 설명해 주었는데, 거의 못 알아들었다. 처음 접한 개념이고 그 안에 촘촘하게 전개된 근거를 알아 듣기가 쉽지 않았다. 요요샘의 난감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알아듣기 어려움의 ‘어쩔 수 없음’! 그 한탄에 웃음보가 터지면서 어려운 책 앞에 주눅 든 표정들이 조금씩 풀렸다.

 

2.부처와 마호메드

 

3장과 4장에서 다룬 부처와 마호메드에서는 ‘죄책 존재’라는 개념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불교와 이슬람교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나마 이 부분을 따라 읽을 수는 있었는데, 서양 학자의 관점에서(기독교 기반) 다른 종교를 인식하는 체계가 너무 단순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슬람교의 경우 “이슬람교 신자는 자신의 정당성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나 자기 앞에서가 아니라, 오직 신 앞에서 입증한다.”(55)는 등의 해석이 특히 그랬다는 의견이었다. 이슬람교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을 경우, 저자의 해석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읽을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슬람교가 표방하고 있는 믿음체계를 이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다음 텍스트를 통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3.어렵지만 끝까지 가보자

 

텍스트의 어려움을 견뎌내며 모르는 것을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심정으로 첫 세미나를 마쳤다. 요요샘은 하이데거를 읽은 이력을 발휘하여 몇 권의 보조 텍스트를 찾아보고 정리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설명해 주셨다. 알아들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에 뭐라는지 도통 감을 못 잡겠는 곤란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을 혼자가 아니고 함께 읽어나가는 집단지성으로 헤쳐 나가보자는 다짐이 의지가 되었다. 세미나 전에 책을 읽으면서 그은 밑줄들을 다시 읽어보고 세미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복기해보는 데도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후반부에서는 유한성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니,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세미나 후기를 어렵다로 시작해 어렵다로 끝내는 마음이 뭔가 ‘거시기’하다. 이 느낌을 상쇄할만한 내용들을 찾고 싶어 7장 칼 바르트:<죽음에의 병>을 펼쳤다. 구글 검색하니 20세기 대표적인 신학자란다. 처음 듣는 학자 이름이다. 여전히 ‘거시기’ 하다 쩝.

댓글 4
  • 2024-03-10 12:06

    저, 세미나 전에 집에 있는 하이데거 책들 여러권 꺼내서 '양심', '죄책존재' 중심으로 계속 읽었는데도요...
    "요요샘이 하이데거의 철학을 『존재와 시간』을 통해 보충 설명해 주었는데, 거의 못 알아들었다."...와 큰 차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하이데거가 한나절 자료 읽는다고, 15분쯤 설명듣는다고 이해될 수 있는 게 아닌거죠. (요요샘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ㅋㅋㅋ )

    그래도 전, 오랜만에 세미나하니까 참 좋더라구요.
    다시 만난 앙코르석공님, 진짜 오랜만인 송지샘, 그리고 감이당 인연인 니은님과 수현님, 새로운 인연인 박지원샘과 세바람님 너무너무 반가왔어요.
    귀한 인연, 즐거운 공부로 계속 잘 이어나가봐요.

    피에쑤: 세바람꽃 찾아봤다는... 보고 나니 내가 아는 꽃이더라는...

    unnamed.jpg

  • 2024-03-10 16:15

    아하... 세바람꽃은 제주도에서 많이 보이던 꽃이었네요.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름이군요.
    신화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고 있으니 또 거기에도 눈길이 ㅋㅋㅋㅋㅋ

    저는 이번 하이데거 부분에서 가능적 존재에게 '더-이상-존재할 수-없음'은 현존자가 추월할 수 없는 자신의 "존재-할 수-있음"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나름 읽었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그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음 - 죽음 - 은 존재할 수 있음 - 이것도 인간의 인생 - 이라는 거, 그 존재에는 죽음까지 있다는 거...
    제 맘대로 한 독해입니다. 맞는 걸까요 ?

    어쨌거나, 철학자 하이데거가 죽음까지 이야기했었구나... 너무 몰랐네요. (무식이 탄로~~~)

  • 2024-03-10 18:27

    "신"을 디폴트값으로 하는 서구적 사유에서는 신과 인간의 분리야말로 인간의 유한성의 근거로 제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간의 유한성을 어떻게 보는가, 이 점에서 저자 라이너 마르텐이 부딪친 막다른 골목이 부처의 사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아마 장자도 유가도 라이너 마르텐에게는 비슷한 곤혹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른 한편 이슬람 신비주의나 기독교 신비주의가 불교나 힌두교와 통하는 점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 같아요.
    아무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유와 접속함으로써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 공부인만큼.. 어려워도 즐겁게 묻고 답하면서 앞으로 나가보아요~ㅎ

  • 2024-03-14 00:27

    세바람꽃 사진까지...감사합니다ㅎ
    세미나 첫 시간이었는데.. 뭔가 너무 겁없이 발을 딛였다는 느낌이...
    평소 관심이 있는 주제라 신청했었는데 (물론 처음에도 자신이 없어 신청 댓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긴 했습니다^^; )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훨씬 난해하더군요.
    그나마 요요샘과 다른 선생님들이 부연 설명을 덧붙여 주셔서 심봉사 문고리 잡는 심정으로 어찌어찌 따라가는 듯 했으나,
    집에 와서 다시 혼자 책을 펼치니 원점으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이게 바로 기초문제집도 못 끝 낸 학생들이 킬러 문항을 볼 때의 심정일까요?-.-;
    하지만, 저는 일단 책이라도 다 읽어가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ㅎ (솔직히 첫 시간에는 끝까지 읽지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계속 여러분들 얘기를 열심히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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